Socio-sociolgy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리뷰          “요즘은 무슨 공부해?” 스스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 지 2년 정도 되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첫인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사실 그보다 만나는 친구들이 거의 인문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어.” 라고 답했다. 이 말을 할 때 내가 어색해서 참기 힘든 지점은, 마르크스도, 공부도, 자본도 아닌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내 입에 오를 때다. ‘인문학’을 제외하면 ‘학’자 들어간 단어들 하고는 정말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꽤 ‘학술적’으로 느껴지는 ‘경제학’이라는 말을 내 입으로 쓰다니. 낯 간지럽다. 사실 지금의 ‘경제학’은 좀 더 ‘수학적’이고, ‘경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알라딘의 카테고리만 봐도 경제는 경영과 함께 묶여있고, 주로 기업 경영이나 세일즈, 재테크와 투자에 관련된 책들을 다룬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친구들에게 “자본주의의 발생과 원리, 또 그 한계점을 공부하며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야 맞다. 말하자면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국부와 자본 운영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으로서의 경제’에 가까운 셈이다.  한편, 자산 증식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보니, 현대의 경제 관련 기사를 볼 때는 여전히 힘든 지점이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고, 분석한 대로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마르크스가 비판하던 고전 경제학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론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리뷰          “요즘은 무슨 공부해?” 스스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 지 2년 정도 되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첫인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사실 그보다 만나는 친구들이 거의 인문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어.” 라고 답했다. 이 말을 할 때 내가 어색해서 참기 힘든 지점은, 마르크스도, 공부도, 자본도 아닌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내 입에 오를 때다. ‘인문학’을 제외하면 ‘학’자 들어간 단어들 하고는 정말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꽤 ‘학술적’으로 느껴지는 ‘경제학’이라는 말을 내 입으로 쓰다니. 낯 간지럽다. 사실 지금의 ‘경제학’은 좀 더 ‘수학적’이고, ‘경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알라딘의 카테고리만 봐도 경제는 경영과 함께 묶여있고, 주로 기업 경영이나 세일즈, 재테크와 투자에 관련된 책들을 다룬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친구들에게 “자본주의의 발생과 원리, 또 그 한계점을 공부하며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야 맞다. 말하자면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국부와 자본 운영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으로서의 경제’에 가까운 셈이다.  한편, 자산 증식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보니, 현대의 경제 관련 기사를 볼 때는 여전히 힘든 지점이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고, 분석한 대로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마르크스가 비판하던 고전 경제학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론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우현
2025.11.10 | 조회 349
Socio-sociolgy
  ‘진보’의 이름으로 버려진 자는 ‘누구’인가? - 지그문트 바우만, 『쓰레기가 되는 삶들(Wasted Lives)』       근대 사회는 오랫동안 ‘진보’와 ‘성장’을 인류의 목표로 상정해왔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근대화 과정은 신앙과 위신을 중시하는 중세적 비합리성에서 벗어나 이성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늘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다. 근대화의 과정에서도 ‘진보’라는 미명 아래 그늘 속으로 밀려난 이들이 있었다. 사회가 효율적으로 작동할수록 질서에서 벗어난 인간들은 점점 더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되었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쓰레기가 되는 삶들(Wasted Lives)』에서 이러한 근대성의 그림자를 ‘쓰레기’라는 은유로 명료하게 드러낸다.   유동적 현대 세계의 거주민들과 그들의 노고와 창조물들 위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잉여라는 유령이. 유동적 현대는 과잉, 잉여, 쓰레기, 그리고 쓰레기 처리의 문명이다. - 『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만, 정일준 옮김, 새물결, 176쪽 -   바우만은 근대화를 단순히 혼돈 속에 질서를 세우는 과정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동시에 질서의 외부를 만들어내는 과정, 즉 사회가 관리할 수 없는 인간들을 ‘불필요한 존재’로 규정하는 배제의 체계이기도 하다. 근대 사회의 이면에는 외부로 드러난 질서 잡힌 세계를 지탱하는 불순물의 체계가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합리적 질서를 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질서의 외부를 정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순물’을 제거하는 행위, 곧 ‘쓰레기 생산’이 반복된다. 바우만은 이를 근대의 설계도 속에 내재된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분석한다. 다시 말해, 쓰레기의 존재는 근대성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근대가 성공적으로 작동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진보’의 이름으로 버려진 자는 ‘누구’인가? - 지그문트 바우만, 『쓰레기가 되는 삶들(Wasted Lives)』       근대 사회는 오랫동안 ‘진보’와 ‘성장’을 인류의 목표로 상정해왔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근대화 과정은 신앙과 위신을 중시하는 중세적 비합리성에서 벗어나 이성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늘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다. 근대화의 과정에서도 ‘진보’라는 미명 아래 그늘 속으로 밀려난 이들이 있었다. 사회가 효율적으로 작동할수록 질서에서 벗어난 인간들은 점점 더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되었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쓰레기가 되는 삶들(Wasted Lives)』에서 이러한 근대성의 그림자를 ‘쓰레기’라는 은유로 명료하게 드러낸다.   유동적 현대 세계의 거주민들과 그들의 노고와 창조물들 위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잉여라는 유령이. 유동적 현대는 과잉, 잉여, 쓰레기, 그리고 쓰레기 처리의 문명이다. - 『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만, 정일준 옮김, 새물결, 176쪽 -   바우만은 근대화를 단순히 혼돈 속에 질서를 세우는 과정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동시에 질서의 외부를 만들어내는 과정, 즉 사회가 관리할 수 없는 인간들을 ‘불필요한 존재’로 규정하는 배제의 체계이기도 하다. 근대 사회의 이면에는 외부로 드러난 질서 잡힌 세계를 지탱하는 불순물의 체계가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합리적 질서를 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질서의 외부를 정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순물’을 제거하는 행위, 곧 ‘쓰레기 생산’이 반복된다. 바우만은 이를 근대의 설계도 속에 내재된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분석한다. 다시 말해, 쓰레기의 존재는 근대성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근대가 성공적으로 작동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효주
2025.10.20 | 조회 370
Socio-sociolgy
    전쟁 무기로서의 디자인 마쓰다 유키마사 – 『전쟁과 디자인』       『전쟁과 디자인』의 저자 마쓰다 유키마사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편집자 겸 저술가이다. 디자인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는 저술로 주목 받아왔으며, 그의 글은 단순한 디자인론을 넘어서 시각적 기호가 어떻게 사회와 권력, 이데올로기와 연결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마쓰다 유키마사의 『전쟁과 디자인』은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파헤치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호와 상징, 색채의 이면을 되짚어본다.  저자는 디자인은 죄가 없지만 쓰임에 따라 죄를 지을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선동하는 힘을 가지고 그릇되게 사용된, 죄를 지은 디자인을 ‘그릇된 디자인’이라고 칭한다. 『전쟁과 디자인』에서 그는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 속 ‘그릇된 디자인’에 대해 철저히 파헤친다. ‘색상’, ‘상징’, ‘표어로서의 말’ 이 세가지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그릇된 디자인’의 이면을 되짚어보는 것이다. 피해자에게는 평생의 상처를, 가해자에게는 평생의 죄를 짊어지게 만드는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상태가 아닐지라도 전쟁에서 사용된 ‘그릇된 디자인’이 여전히 일상에 남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저자는 ‘그릇된 디자인’을 파헤쳐 가는 이 여정을 ‘다크(그릇된) 디자인 투어리즘’이라 부르며 독자들을 초대한다. ‘색상’, ‘상징’, ‘표어로서의 말’ 이 세 가지로 설명하는 이유가 적혀있지는 않지만 예상해 보자면 그러한 것들이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2차세계대전과 19~20세기의 전쟁 상황 속에서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통제하고 선전 활동을 강화했다. 일정한 의도로 여론을 조작하여 민중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에 ‘색상’, ‘상징’, ‘표어로서의...
    전쟁 무기로서의 디자인 마쓰다 유키마사 – 『전쟁과 디자인』       『전쟁과 디자인』의 저자 마쓰다 유키마사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편집자 겸 저술가이다. 디자인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는 저술로 주목 받아왔으며, 그의 글은 단순한 디자인론을 넘어서 시각적 기호가 어떻게 사회와 권력, 이데올로기와 연결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마쓰다 유키마사의 『전쟁과 디자인』은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파헤치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호와 상징, 색채의 이면을 되짚어본다.  저자는 디자인은 죄가 없지만 쓰임에 따라 죄를 지을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선동하는 힘을 가지고 그릇되게 사용된, 죄를 지은 디자인을 ‘그릇된 디자인’이라고 칭한다. 『전쟁과 디자인』에서 그는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 속 ‘그릇된 디자인’에 대해 철저히 파헤친다. ‘색상’, ‘상징’, ‘표어로서의 말’ 이 세가지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그릇된 디자인’의 이면을 되짚어보는 것이다. 피해자에게는 평생의 상처를, 가해자에게는 평생의 죄를 짊어지게 만드는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상태가 아닐지라도 전쟁에서 사용된 ‘그릇된 디자인’이 여전히 일상에 남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저자는 ‘그릇된 디자인’을 파헤쳐 가는 이 여정을 ‘다크(그릇된) 디자인 투어리즘’이라 부르며 독자들을 초대한다. ‘색상’, ‘상징’, ‘표어로서의 말’ 이 세 가지로 설명하는 이유가 적혀있지는 않지만 예상해 보자면 그러한 것들이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2차세계대전과 19~20세기의 전쟁 상황 속에서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통제하고 선전 활동을 강화했다. 일정한 의도로 여론을 조작하여 민중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에 ‘색상’, ‘상징’, ‘표어로서의...
새은
2025.09.08 | 조회 369
Socio-sociolgy
    부채와 자본주의 데이비드 그레이버 – 『부채, 그 첫 5000년』          지난 글에서 나는 비트코인의 기원과 작동 원리, 그리고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짚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현대 화폐가 실물가치가 없는 신용화폐이고, 화폐가치를 지탱하는 ‘신용’을 오직 중앙정부만이 보증하기 때문에, 정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약탈적 통화정책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그와 같은 약탈적 정책이 불러일으킨 결과다. 그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무분별하게 늘어난 대출 상품이 있었다. 금리가 낮아지자 서민들은 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했고, 그에 따라 집값이 폭등하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집값이 오름에도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더 많은 서민들에게 대출을 권장했고, 신용불량자에 가까운, 그러니까 돈을 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주택을 담보한 대출 상품을 팔았다. 그렇게 버블은 커져만 갔고, 2008년에 그 버블은 터져버렸다. 집을 구매할 사람이 적어지자 집값은 폭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담보로 잡힌 주택을 포기함에 따라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해 버린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 및 판매로 투자 은행 중 상위권을 다투던 ‘리먼 브라더스 은행’도 이때 파산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잃어 길거리에 내몰렸다. 그런 배경 속에서 사토시가 제시한 해법은 탈중앙화되고 강력하게 암호화된 화폐를 만들어 그에 대한 신용을 이용자 전체가 보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비트코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 사토시의 의도와는 별개로, 지금의 비트코인은 대안화폐로서 기능한다기보다는 일종의 투기 상품에...
    부채와 자본주의 데이비드 그레이버 – 『부채, 그 첫 5000년』          지난 글에서 나는 비트코인의 기원과 작동 원리, 그리고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짚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현대 화폐가 실물가치가 없는 신용화폐이고, 화폐가치를 지탱하는 ‘신용’을 오직 중앙정부만이 보증하기 때문에, 정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약탈적 통화정책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그와 같은 약탈적 정책이 불러일으킨 결과다. 그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무분별하게 늘어난 대출 상품이 있었다. 금리가 낮아지자 서민들은 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했고, 그에 따라 집값이 폭등하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집값이 오름에도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더 많은 서민들에게 대출을 권장했고, 신용불량자에 가까운, 그러니까 돈을 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주택을 담보한 대출 상품을 팔았다. 그렇게 버블은 커져만 갔고, 2008년에 그 버블은 터져버렸다. 집을 구매할 사람이 적어지자 집값은 폭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담보로 잡힌 주택을 포기함에 따라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해 버린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 및 판매로 투자 은행 중 상위권을 다투던 ‘리먼 브라더스 은행’도 이때 파산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잃어 길거리에 내몰렸다. 그런 배경 속에서 사토시가 제시한 해법은 탈중앙화되고 강력하게 암호화된 화폐를 만들어 그에 대한 신용을 이용자 전체가 보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비트코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 사토시의 의도와는 별개로, 지금의 비트코인은 대안화폐로서 기능한다기보다는 일종의 투기 상품에...
우현
2025.08.22 | 조회 516
Socio-sociolgy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현대』 자유와 무기력 사이         지난 글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불안의 기원』을 중심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불안의 구조적·사회적 원인을 탐색하고, 이를 알랭 드 보통과 게오르그 짐멜 등의 사상과 비교해 살펴보았다. 바우만은 불안을 단지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시대적 조건의 산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공포와 불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상상력과 연대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바우만의 또 다른 핵심 저작인 『액체 현대』를 중심으로 그가 현대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인 ‘액체성(liquidity)’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바우만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액체 현대’라 명명하며 이 시대의 본질을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언급한 ‘모든 견고한 것이 공기 중에 녹아 사라진다’는 통찰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액체성’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기존의 견고한 가치‧관계‧제도를 해체하고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액체성’의 조건 아래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확신과 확실성으로 행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불확실성은 무지하다는 느낌, 그리고 회피적이고 산만하며 그 정체를 분간하기 어렵고 그 소재를 파악하기 힘든 공포를 낳는다. 정박할 닻이 없기에 절망적으로 그것을 찾는 그런 공포 말이다. (중략) 지구화된 이 세계에서 그 조건은 보편적이다. - 『액체 현대』 지그문트 바우만, 이일수 옮김, 필로소픽, 25쪽 -     해방과 자유 그리고 고립 ‘액체 현대’란 고정되고 안정된 질서가...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현대』 자유와 무기력 사이         지난 글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불안의 기원』을 중심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불안의 구조적·사회적 원인을 탐색하고, 이를 알랭 드 보통과 게오르그 짐멜 등의 사상과 비교해 살펴보았다. 바우만은 불안을 단지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시대적 조건의 산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공포와 불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상상력과 연대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바우만의 또 다른 핵심 저작인 『액체 현대』를 중심으로 그가 현대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인 ‘액체성(liquidity)’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바우만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액체 현대’라 명명하며 이 시대의 본질을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언급한 ‘모든 견고한 것이 공기 중에 녹아 사라진다’는 통찰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액체성’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기존의 견고한 가치‧관계‧제도를 해체하고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액체성’의 조건 아래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확신과 확실성으로 행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불확실성은 무지하다는 느낌, 그리고 회피적이고 산만하며 그 정체를 분간하기 어렵고 그 소재를 파악하기 힘든 공포를 낳는다. 정박할 닻이 없기에 절망적으로 그것을 찾는 그런 공포 말이다. (중략) 지구화된 이 세계에서 그 조건은 보편적이다. - 『액체 현대』 지그문트 바우만, 이일수 옮김, 필로소픽, 25쪽 -     해방과 자유 그리고 고립 ‘액체 현대’란 고정되고 안정된 질서가...
효주
2025.07.30 | 조회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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