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예술
  질문의 힘을 가진 한자      동은     1. “하고 싶은 말 있어?”     <한문이 예술>은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했지만, <문탁 네트워크>에는 훨씬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고전 원전을 읽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가 처음 아이들과 한자로 만났던 건 2017년 겨울, <천자문>을 주제로 했던 수업에 보조로 참여했을 때였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고전 원문을 잘 읽는 것도 아니었고, 원문을 읽으며 큰 감흥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보조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건 <예술프로젝트>에서 한자를 주제로 했던 예술 작업 <천자 중에 한자> 덕분이었다. 내가 예술 작업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수업에서도 아이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한자를 이해하고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작정 한자를 외우기만 했던 내 어린시절의 경험 때문에 과연 아이들이 얼마나 한자에 관심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보조교사로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벌써 수업을 마칠 때가 되어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고서도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서 아쉬울 정도였다.      성인이 된 이후로 언젠가부터 어떤 말이라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누군가 내게 “하고 싶은 말 있어?”라고 물으면 그런거 없다며 손사레를 치기 바빴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대자면 무엇이든 이유가 될 수 있었고, 그런 상태가 익숙해졌다. 그러다보니 수업 이후에 느껴졌던 아쉬움과, 뭐라도 말하고 싶어했던 내가 낯설었다. <한문이 예술>을 준비하면서 그 말들을 어떻게하면...
  질문의 힘을 가진 한자      동은     1. “하고 싶은 말 있어?”     <한문이 예술>은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했지만, <문탁 네트워크>에는 훨씬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고전 원전을 읽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가 처음 아이들과 한자로 만났던 건 2017년 겨울, <천자문>을 주제로 했던 수업에 보조로 참여했을 때였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고전 원문을 잘 읽는 것도 아니었고, 원문을 읽으며 큰 감흥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보조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건 <예술프로젝트>에서 한자를 주제로 했던 예술 작업 <천자 중에 한자> 덕분이었다. 내가 예술 작업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수업에서도 아이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한자를 이해하고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작정 한자를 외우기만 했던 내 어린시절의 경험 때문에 과연 아이들이 얼마나 한자에 관심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보조교사로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벌써 수업을 마칠 때가 되어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고서도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서 아쉬울 정도였다.      성인이 된 이후로 언젠가부터 어떤 말이라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누군가 내게 “하고 싶은 말 있어?”라고 물으면 그런거 없다며 손사레를 치기 바빴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대자면 무엇이든 이유가 될 수 있었고, 그런 상태가 익숙해졌다. 그러다보니 수업 이후에 느껴졌던 아쉬움과, 뭐라도 말하고 싶어했던 내가 낯설었다. <한문이 예술>을 준비하면서 그 말들을 어떻게하면...
동은
2025.08.19 | 조회 482
한문이예술
      돌아오는 시간과 반복되는 공간 속에서      동은         1. 봄은 왜 다시 돌아올까?라는 당연한 질문       코 끝이 빨개질 정도로 추운 어느 날, 목련나무 가지 끝에 도톰하게 올라온 꽃눈을 보고 곧 봄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절을 지날 때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계절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봄에는 습한 쥐똥나무 꽃내가,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는 바람이, 가을에는 발에 채이는 낙엽이... 그리고 다시 땅에서 솟아나는 새싹으로 봄을 알아챈다. 바싹 마른 가지 끝의 꽃눈을 보고 감탄에 가까운 질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겨울이 지나 봄이 올 수 있는 걸까?’ 그동안 겨울에는 날이 따뜻해지기를, 여름에는 시원해지기를 기다려보기만 했지, 이 당연한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가질 일이 없었다.      이런 질문을 가지게 된 데에는 한자를 공부한 영향이 컸다. 봄 춘春이 지금까지 변화된 자형을 보면 해日와 풀을 가리키는 풀 초艸와 새싹을 본뜬 둔屯자가 합쳐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해가 풀을 비추지 않고 땅 밑에 있는 이유는 고대 사람들이 해를 사물 그 자체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기운의 상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자를 통해 그들이 땅으로부터 강직하고, 활발하고, 뻗어나가는 기운과 새싹이 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자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봄은 ‘성장의 시작’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봄이 시작이라면 가을은 ‘성장의 완결’이다. 가을 절기인 처서處暑는 여름의 절정을 달리던 양의 기운이...
      돌아오는 시간과 반복되는 공간 속에서      동은         1. 봄은 왜 다시 돌아올까?라는 당연한 질문       코 끝이 빨개질 정도로 추운 어느 날, 목련나무 가지 끝에 도톰하게 올라온 꽃눈을 보고 곧 봄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절을 지날 때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계절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봄에는 습한 쥐똥나무 꽃내가,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는 바람이, 가을에는 발에 채이는 낙엽이... 그리고 다시 땅에서 솟아나는 새싹으로 봄을 알아챈다. 바싹 마른 가지 끝의 꽃눈을 보고 감탄에 가까운 질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겨울이 지나 봄이 올 수 있는 걸까?’ 그동안 겨울에는 날이 따뜻해지기를, 여름에는 시원해지기를 기다려보기만 했지, 이 당연한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가질 일이 없었다.      이런 질문을 가지게 된 데에는 한자를 공부한 영향이 컸다. 봄 춘春이 지금까지 변화된 자형을 보면 해日와 풀을 가리키는 풀 초艸와 새싹을 본뜬 둔屯자가 합쳐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해가 풀을 비추지 않고 땅 밑에 있는 이유는 고대 사람들이 해를 사물 그 자체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기운의 상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자를 통해 그들이 땅으로부터 강직하고, 활발하고, 뻗어나가는 기운과 새싹이 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자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봄은 ‘성장의 시작’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봄이 시작이라면 가을은 ‘성장의 완결’이다. 가을 절기인 처서處暑는 여름의 절정을 달리던 양의 기운이...
동은
2025.05.27 | 조회 425
한문이예술
  기온이 아닌 기운으로 바라보는 세상     동은     1. 날씨라는 변수   나는 비오는 날이 싫다. 건강상의 이유가 있지만 비오는 날 뿐만 아니라 흐린 날에도 하루종일 컨디션이 저조하다. 반대로 날이 좋을 땐 무엇을 하든 의욕이 넘친다. 하루의 시작 자체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날씨에 따라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최근 기후위기로 시작된 변덕스런 기후가 난감하다. 특히 지난 여름 날씨는 굉장했다. 분명 해가 내리쬐었는데 고개만 돌리면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고 땅을 뚫어버릴 기세로 비가 쏟아진다. 그럴 때면 하루가 다 어그러져버린 것만 같다. 그렇게 멍하니 내리는 비를 보고 있다보면 그러지 말라는 듯 갑자기 다시 햇볕이 쏟아진다. 덕분에 나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나에게 곧 ‘일상의 변수’를 의미한다. 일상이라는건 어느정도 엇비슷한 리듬을 유지해야 하는데 요즘 날씨에 그런 리듬이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규칙적이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자거나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변덕스런 날씨에 나를 맞추려 하면, 일상을 지킬 수 없어진다. 그래서인지 일을 할 때는 바깥을 보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 창 없는 사무실에서 시곗바늘에 의지해 일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난다. 일을 무사히 끝내고, 날씨에 휘둘리지도 않았지만 이런 날에는 어딘가 단절된 듯한 허전함이 남는다. 왜 허전한 걸까? 처음에는 일하기 싫어서라고 생각했다. 어느 나라에서는 덥거나 추우면 일을 쉬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핑계가 거창하기도...
  기온이 아닌 기운으로 바라보는 세상     동은     1. 날씨라는 변수   나는 비오는 날이 싫다. 건강상의 이유가 있지만 비오는 날 뿐만 아니라 흐린 날에도 하루종일 컨디션이 저조하다. 반대로 날이 좋을 땐 무엇을 하든 의욕이 넘친다. 하루의 시작 자체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날씨에 따라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최근 기후위기로 시작된 변덕스런 기후가 난감하다. 특히 지난 여름 날씨는 굉장했다. 분명 해가 내리쬐었는데 고개만 돌리면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고 땅을 뚫어버릴 기세로 비가 쏟아진다. 그럴 때면 하루가 다 어그러져버린 것만 같다. 그렇게 멍하니 내리는 비를 보고 있다보면 그러지 말라는 듯 갑자기 다시 햇볕이 쏟아진다. 덕분에 나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나에게 곧 ‘일상의 변수’를 의미한다. 일상이라는건 어느정도 엇비슷한 리듬을 유지해야 하는데 요즘 날씨에 그런 리듬이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규칙적이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자거나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변덕스런 날씨에 나를 맞추려 하면, 일상을 지킬 수 없어진다. 그래서인지 일을 할 때는 바깥을 보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 창 없는 사무실에서 시곗바늘에 의지해 일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난다. 일을 무사히 끝내고, 날씨에 휘둘리지도 않았지만 이런 날에는 어딘가 단절된 듯한 허전함이 남는다. 왜 허전한 걸까? 처음에는 일하기 싫어서라고 생각했다. 어느 나라에서는 덥거나 추우면 일을 쉬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핑계가 거창하기도...
동은
2025.04.04 | 조회 541
한문이예술
    어쩌면 곤란한 한자들   동은       1.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말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는 우리의 생활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행어로 사회를 분석하거나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세대를 구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기마다 많이 사용되거나 더이상 쓰이지 않는 말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는 80년대에 과외 금지로 비밀과외를 의미하던 ‘몰래바이트’, 못생긴 사람을 말하는 ‘옥떨메(옥상에 떨어진 메주)’같은 말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모두 개인 휴대폰을 쓰게 되면서 ‘집전화’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이렇듯 한자도 긴 세월동안 만들어지고 사라진 것들이 있다.      한 가지 예시로 ‘옥’이 있다. 초기 중국의 문화 집결지인 화북지방은 넓은 평원이어서 귀금속이 아주 적었다고 한다. 그나마 보석에 가까운 것이 ‘옥’정도였는데 사실 옥도 처음부터 귀중하진 않았고 ‘약간 특별한 돌’정도로 취급됐다. 그런데 한나라 시기에 이 옥을 구분하는 글자만 17자, 제사에 쓰이는 옥, 행정 사무에 쓰이는 옥, 기물을 꾸미는 옥, 빛깔로 나누는 옥, 옥이 부딪치는 소리 등등 27가지로 구분할 정도로 다양한 한자가 만들어졌다. 『한자의 탄생』의 저자 탕누어는 선진시대(하-은-주 나라)에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동기가 시대가 바뀌어 다른 사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옥이 권력의 상징물로 전환되어 옥의 가치가 부상했다고 해석했다. 약간 특별한 정도였던 옥의 가치가 철학의 상징물이 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커다랗고 웅장하게 가공되어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청동기와 달리, 매끈하고 반투명하면서도 자연물이었던 옥은 사람들에게 권력의 다른 성질을 떠올리게 만든 듯 하다....
    어쩌면 곤란한 한자들   동은       1.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말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는 우리의 생활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행어로 사회를 분석하거나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세대를 구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기마다 많이 사용되거나 더이상 쓰이지 않는 말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는 80년대에 과외 금지로 비밀과외를 의미하던 ‘몰래바이트’, 못생긴 사람을 말하는 ‘옥떨메(옥상에 떨어진 메주)’같은 말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모두 개인 휴대폰을 쓰게 되면서 ‘집전화’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이렇듯 한자도 긴 세월동안 만들어지고 사라진 것들이 있다.      한 가지 예시로 ‘옥’이 있다. 초기 중국의 문화 집결지인 화북지방은 넓은 평원이어서 귀금속이 아주 적었다고 한다. 그나마 보석에 가까운 것이 ‘옥’정도였는데 사실 옥도 처음부터 귀중하진 않았고 ‘약간 특별한 돌’정도로 취급됐다. 그런데 한나라 시기에 이 옥을 구분하는 글자만 17자, 제사에 쓰이는 옥, 행정 사무에 쓰이는 옥, 기물을 꾸미는 옥, 빛깔로 나누는 옥, 옥이 부딪치는 소리 등등 27가지로 구분할 정도로 다양한 한자가 만들어졌다. 『한자의 탄생』의 저자 탕누어는 선진시대(하-은-주 나라)에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동기가 시대가 바뀌어 다른 사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옥이 권력의 상징물로 전환되어 옥의 가치가 부상했다고 해석했다. 약간 특별한 정도였던 옥의 가치가 철학의 상징물이 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커다랗고 웅장하게 가공되어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청동기와 달리, 매끈하고 반투명하면서도 자연물이었던 옥은 사람들에게 권력의 다른 성질을 떠올리게 만든 듯 하다....
동은
2024.06.18 | 조회 940
한문이예술
  한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동은     1. “왜 이렇게 달라요?”   <한문이 예술> 수업을 마무리 할 때마다 오늘 배운 한자를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 대부분 한자를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네모난 칸 안에 몇 번 써보는 것 조차 어려워 하는데, 더구나 배운 한자랑 모양이 다르다고 투정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수업에서는 갑골문으로 잔뜩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작 오늘날 사용하는 해서체는 수업에서 다룬 모습과 다르니 그럴만도 하다. 아이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이 뿐만이 아닐 것이다. 수업에서 한자가 가지고 있는 고대 사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아이들이 사용하고 만나게 될 한자는 오랜 시간 속에서 의미가 바뀌어온 오늘날의 그것일테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어나 문자의 모양과 의미는 자연스럽게 변한다. 최근 유행하는 80년대 뉴스 패러디 컨텐츠만 봐도 몇 십년 사이에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나 어투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의 의미가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 국립국어원에서 단어의 정의를 수정하거나 새 단어를 추가한다. 우리나라 말도 몇 십년만에 포괄하는 어휘의 범위나 원래의 의미가 바뀔 바뀔 정도인데, 한자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 6000년 동안 쓰였다고 하니 그 변화가 얼마나 더 다채로울까! 한자의 경우에는 종이가 없던 시기부터 뼈, 돌, 대나무에 새겨지기 시작해 시기마다 필요에 따라 수 많은 한자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니 바뀐 한자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의문을...
  한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동은     1. “왜 이렇게 달라요?”   <한문이 예술> 수업을 마무리 할 때마다 오늘 배운 한자를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 대부분 한자를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네모난 칸 안에 몇 번 써보는 것 조차 어려워 하는데, 더구나 배운 한자랑 모양이 다르다고 투정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수업에서는 갑골문으로 잔뜩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작 오늘날 사용하는 해서체는 수업에서 다룬 모습과 다르니 그럴만도 하다. 아이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이 뿐만이 아닐 것이다. 수업에서 한자가 가지고 있는 고대 사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아이들이 사용하고 만나게 될 한자는 오랜 시간 속에서 의미가 바뀌어온 오늘날의 그것일테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어나 문자의 모양과 의미는 자연스럽게 변한다. 최근 유행하는 80년대 뉴스 패러디 컨텐츠만 봐도 몇 십년 사이에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나 어투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의 의미가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 국립국어원에서 단어의 정의를 수정하거나 새 단어를 추가한다. 우리나라 말도 몇 십년만에 포괄하는 어휘의 범위나 원래의 의미가 바뀔 바뀔 정도인데, 한자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 6000년 동안 쓰였다고 하니 그 변화가 얼마나 더 다채로울까! 한자의 경우에는 종이가 없던 시기부터 뼈, 돌, 대나무에 새겨지기 시작해 시기마다 필요에 따라 수 많은 한자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니 바뀐 한자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의문을...
동은
2024.05.14 | 조회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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