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3) 세란 무엇인가 한비의 법술세 중에서 내게 가장 친숙한 단어는 세(勢)이다. 법은 정작 자신이 위반하기 전까지 법령의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술 또한 평소에 나의 의중을 숨기는 데는 잼병이라 내 관심사 밖이다. 그에 반해 세는 집안의 장녀, 맏며느리, 아내이자 엄마 등 내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자리’이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한비의 세가 내가 생각하는 자리, 위치를 의미할까? 먼저 세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해보자. 노자의 세는 필연이다 『사기』에서 한비는 「노장신한열전」에 속해있다. 사마천은 도가의 대표자로 노자와 장자를, 법가의 대표자로 신불해와 한비를 각각 소개하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도와 덕의 정신에서 출발한다고 평가한다. 한비는 왕필보다 500년 앞선 『노자』의 최초 해설자이다. 『한비자』에는 「해로」편과 「유로」편 두 편에 걸쳐 도와 덕에 대한 해석과 주, 그리고 사례를 싣고 있다. 이 때문에 한비가 노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데는 일반적으로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노자』로부터 세에 대한 단서 또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도(道)는 모든 것을 낳고(生), 덕(德)은 모든 것을 기르고(畜), 물(物)은 모든 것을 꼴지우고(形), 세(勢)는 모든 것을 완성시킵니다(成). 그러기에 모든 것은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명령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自然)입니다. (『노자』 51장, 현암사, 오강남 풀이)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른다.” 『노자』에서 도와 덕의 성격을 말해주는 유명한 문장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알면 만물의 생성 변화에 대해 반만...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3) 세란 무엇인가 한비의 법술세 중에서 내게 가장 친숙한 단어는 세(勢)이다. 법은 정작 자신이 위반하기 전까지 법령의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술 또한 평소에 나의 의중을 숨기는 데는 잼병이라 내 관심사 밖이다. 그에 반해 세는 집안의 장녀, 맏며느리, 아내이자 엄마 등 내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자리’이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한비의 세가 내가 생각하는 자리, 위치를 의미할까? 먼저 세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해보자. 노자의 세는 필연이다 『사기』에서 한비는 「노장신한열전」에 속해있다. 사마천은 도가의 대표자로 노자와 장자를, 법가의 대표자로 신불해와 한비를 각각 소개하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도와 덕의 정신에서 출발한다고 평가한다. 한비는 왕필보다 500년 앞선 『노자』의 최초 해설자이다. 『한비자』에는 「해로」편과 「유로」편 두 편에 걸쳐 도와 덕에 대한 해석과 주, 그리고 사례를 싣고 있다. 이 때문에 한비가 노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데는 일반적으로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노자』로부터 세에 대한 단서 또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도(道)는 모든 것을 낳고(生), 덕(德)은 모든 것을 기르고(畜), 물(物)은 모든 것을 꼴지우고(形), 세(勢)는 모든 것을 완성시킵니다(成). 그러기에 모든 것은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명령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自然)입니다. (『노자』 51장, 현암사, 오강남 풀이)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른다.” 『노자』에서 도와 덕의 성격을 말해주는 유명한 문장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알면 만물의 생성 변화에 대해 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