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의 독국유학기
      진로 고민 part.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서 프로니와의 만남   프로니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서점을 했던 이야기, 서점을 하다 페미니즘과 마을 공동체를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쓰고 냈던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프로니는 가만히 듣더니 보통 사서를 되게 지루한 직업으로만 생각하는데 신기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경험들을 이미 했다면 이 아우스빌둥은 너무 쉬울 것 같다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한 단계 더 높은 사서 직급 교육을 받는 건 어떨지 물었다.   프로니와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내가 우물 안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던 것 같아서다. 한국이라는 경쟁적 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이 싫었고, 독일에는 대학 말고도 다른게 있다는 것만 듣고 혹 빠져 내 진로를 아우스빌둥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가능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경험은 직업 교육보다는 아카데믹 영역에서 가능한 것인데 말이다.     밀려오는 문제들   독일, 내가 사는 뮌헨이 속해있는 바이에른 주에는 3단계의 공식 사서 교육이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의 사서 3년제 아우스빌둥, 4년제 문헌정보학 학사 그리고 2년제 석사. 아우스빌둥은 대학 입학 자격 즉 수능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주로 간단 업무가 위주다. 직급이 올라가려면 당연히 학사를 해야 하고 필요시 석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대학 공부를 하고 싶다면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
      진로 고민 part.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서 프로니와의 만남   프로니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서점을 했던 이야기, 서점을 하다 페미니즘과 마을 공동체를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쓰고 냈던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프로니는 가만히 듣더니 보통 사서를 되게 지루한 직업으로만 생각하는데 신기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경험들을 이미 했다면 이 아우스빌둥은 너무 쉬울 것 같다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한 단계 더 높은 사서 직급 교육을 받는 건 어떨지 물었다.   프로니와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내가 우물 안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던 것 같아서다. 한국이라는 경쟁적 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이 싫었고, 독일에는 대학 말고도 다른게 있다는 것만 듣고 혹 빠져 내 진로를 아우스빌둥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가능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경험은 직업 교육보다는 아카데믹 영역에서 가능한 것인데 말이다.     밀려오는 문제들   독일, 내가 사는 뮌헨이 속해있는 바이에른 주에는 3단계의 공식 사서 교육이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의 사서 3년제 아우스빌둥, 4년제 문헌정보학 학사 그리고 2년제 석사. 아우스빌둥은 대학 입학 자격 즉 수능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주로 간단 업무가 위주다. 직급이 올라가려면 당연히 학사를 해야 하고 필요시 석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대학 공부를 하고 싶다면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
현민
2025.11.17 | 조회 209
현민의 독국유학기
      진로고민 part.1     고등학교 삼학년 즈음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진로에 대해 말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난 대학 안 간다. 왜 필요한지 하나도 모르겠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맥락과 배경 상황이 너무 달라져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대학에 갈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괴기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이 나의 정체성이 된다는 게 싫었다. 지금은 대학이 수단처럼 느껴진다. 사실 언제나 수단이었을 것이다. 내가 매사에 너무 진지했던 탓이다. 살면서 겪어야 하는 모순들을 그냥 세상은 이렇구나, 사람들은 이상하구나 하고 웃어넘기지 못해서. 물론 지금도 잘 못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근 몇달간 골몰했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언어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긴 호흡의 글이 되어버려 글을 두개로 나누었다.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에 대한 고찰   나는 현재 독일에서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을 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의 직업 교육 시스템이다. 내가 하고 있는 교육은 2년제고 졸업 시험에 합격하면 뮌헨시 공증 유아 보육사 자격증을 얻게 된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출판 도서계 아우스빌둥이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지내려면 언제나 명분이 있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기에, 그 모든 실패 후 나는 무엇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그게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이었다. 어디나 그렇듯이 양육/돌봄 분야에는 인력난이 심해, 나는 비교적 쉽게 이 세계에 편입되었다.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이라면 돈을 적게 받아도,...
      진로고민 part.1     고등학교 삼학년 즈음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진로에 대해 말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난 대학 안 간다. 왜 필요한지 하나도 모르겠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맥락과 배경 상황이 너무 달라져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대학에 갈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괴기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이 나의 정체성이 된다는 게 싫었다. 지금은 대학이 수단처럼 느껴진다. 사실 언제나 수단이었을 것이다. 내가 매사에 너무 진지했던 탓이다. 살면서 겪어야 하는 모순들을 그냥 세상은 이렇구나, 사람들은 이상하구나 하고 웃어넘기지 못해서. 물론 지금도 잘 못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근 몇달간 골몰했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언어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긴 호흡의 글이 되어버려 글을 두개로 나누었다.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에 대한 고찰   나는 현재 독일에서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을 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의 직업 교육 시스템이다. 내가 하고 있는 교육은 2년제고 졸업 시험에 합격하면 뮌헨시 공증 유아 보육사 자격증을 얻게 된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출판 도서계 아우스빌둥이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지내려면 언제나 명분이 있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기에, 그 모든 실패 후 나는 무엇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그게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이었다. 어디나 그렇듯이 양육/돌봄 분야에는 인력난이 심해, 나는 비교적 쉽게 이 세계에 편입되었다.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이라면 돈을 적게 받아도,...
현민
2025.11.17 | 조회 247
현민의 독국유학기
      통일에 대하여       조와 영이 왔다 갔다. 조는 제주도에 사는 친구의 애인이다. 책방을 같이 운영했던 친구들이 제주 강정에 눌러 앉아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었다. 영은 그 중 한명이다. 나는 조를 전에 알고 있었고 시간을 종종 같이 보내기도 했지만, 내게는 친구의 남자친구 정도였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조가 한국어를 못했고 나는 영어를 못했다. 몇 년이 지나 영화감독인 조가 독일 영화제에 초대를 받아 여행길에 뮌헨에 들리게 된 것이다. 조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부모님이 조가 태어나기 전에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간 경우다.   조와 영은 이탈리아에서 나이트 버스를 타고 열여덟 시간을 달려 아침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 나는 그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4월이 철인 직접 만든 명이나물 페스토로 뇨끼를 만들었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었다. 정원에 앉아 뇨끼 한사발을 가운데에 두고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레인보우 게더링 (Rainbow Gathering, 자연속에서 자발적으로 모이는 국제 비공식 히피 평화 공동체)에 다녀온 이야기. 레인보우 게더링에서 한 친구를 만들어 단 두 명이 사는 이탈리아 마을에 갔다 온 이야기. 히치하이킹도 꽤 잘 됐다는 이야기 등 말이다. 그러던 중 조는 내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현민, 북한 가보고 싶지 않아?   독일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영주권을 따기가 쉽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5년 이상 독일에서 살면서 4대보험을 들었으며, 독일어 B1 자격증이 있다면 영주권을 딸 수...
      통일에 대하여       조와 영이 왔다 갔다. 조는 제주도에 사는 친구의 애인이다. 책방을 같이 운영했던 친구들이 제주 강정에 눌러 앉아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었다. 영은 그 중 한명이다. 나는 조를 전에 알고 있었고 시간을 종종 같이 보내기도 했지만, 내게는 친구의 남자친구 정도였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조가 한국어를 못했고 나는 영어를 못했다. 몇 년이 지나 영화감독인 조가 독일 영화제에 초대를 받아 여행길에 뮌헨에 들리게 된 것이다. 조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부모님이 조가 태어나기 전에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간 경우다.   조와 영은 이탈리아에서 나이트 버스를 타고 열여덟 시간을 달려 아침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 나는 그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4월이 철인 직접 만든 명이나물 페스토로 뇨끼를 만들었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었다. 정원에 앉아 뇨끼 한사발을 가운데에 두고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레인보우 게더링 (Rainbow Gathering, 자연속에서 자발적으로 모이는 국제 비공식 히피 평화 공동체)에 다녀온 이야기. 레인보우 게더링에서 한 친구를 만들어 단 두 명이 사는 이탈리아 마을에 갔다 온 이야기. 히치하이킹도 꽤 잘 됐다는 이야기 등 말이다. 그러던 중 조는 내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현민, 북한 가보고 싶지 않아?   독일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영주권을 따기가 쉽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5년 이상 독일에서 살면서 4대보험을 들었으며, 독일어 B1 자격증이 있다면 영주권을 딸 수...
현민
2025.05.27 | 조회 334
현민의 독국유학기
          맨 몸의 정령들         작년 여름에는 오후에 할 일만 마치면 매일 자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사는 뮌헨에는 영국정원이라는 여의도의 반 만한 거대한 공원이 있다. 집에서 20분만 자전거로 전속력으로 달려도 금방 도시에서 빠져나온다. 여름에는 영국정원에 살색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학가인 남쪽에는 사람이 붐비지만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좀 더 가면 자연 깊숙이 숨을 수 있다. 북쪽에는 뮌헨을 통과하는 이자르Isar 강의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데 차갑고 깨끗하다. 물 근처에는 풀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군데군데 누워 여유를 즐긴다. 자연의 정령인가 싶은 흰 머리 할머니는 몸이 빨갛게 뜨거워질 때까지 햇빛을 받다가 시원한 물에 풍덩 입수를 한다.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가슴을 덜렁이며 마음에 드는 곳으로 약간 걸은 뒤 다시 돌아와 눕는다. 그리고 햇빛 아래에서 칠링Chilling과 입수를 반복한다. 이곳엔 이 할머니 같은 맨몸의 정령들이 무수히 많다.   자연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도심의 공원이나 물가 근처에는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독일은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독일에는 FKK (에프카카, Frei-Körper-Kultur, 자유-몸-문화)라는 나체주의 문화가 있다. FKK가 어떻게 생기게 된 건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치 시절 강압적인 정치에 반대하기 위해서 나체주의가 하나의 정치적 운동처럼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보수적인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나체가 되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독일에도...
          맨 몸의 정령들         작년 여름에는 오후에 할 일만 마치면 매일 자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사는 뮌헨에는 영국정원이라는 여의도의 반 만한 거대한 공원이 있다. 집에서 20분만 자전거로 전속력으로 달려도 금방 도시에서 빠져나온다. 여름에는 영국정원에 살색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학가인 남쪽에는 사람이 붐비지만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좀 더 가면 자연 깊숙이 숨을 수 있다. 북쪽에는 뮌헨을 통과하는 이자르Isar 강의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데 차갑고 깨끗하다. 물 근처에는 풀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군데군데 누워 여유를 즐긴다. 자연의 정령인가 싶은 흰 머리 할머니는 몸이 빨갛게 뜨거워질 때까지 햇빛을 받다가 시원한 물에 풍덩 입수를 한다.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가슴을 덜렁이며 마음에 드는 곳으로 약간 걸은 뒤 다시 돌아와 눕는다. 그리고 햇빛 아래에서 칠링Chilling과 입수를 반복한다. 이곳엔 이 할머니 같은 맨몸의 정령들이 무수히 많다.   자연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도심의 공원이나 물가 근처에는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독일은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독일에는 FKK (에프카카, Frei-Körper-Kultur, 자유-몸-문화)라는 나체주의 문화가 있다. FKK가 어떻게 생기게 된 건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치 시절 강압적인 정치에 반대하기 위해서 나체주의가 하나의 정치적 운동처럼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보수적인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나체가 되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독일에도...
현민
2025.04.02 | 조회 503
현민의 독국유학기
    어린이를 배우기     어린이였을 때는 세상에 어린이와 어른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자라며 점점 성인들만이 있는 사회에 익숙해졌다. 어린이 교육에 대한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게 되면서 언제 마지막으로 어린이와 시간을 보냈는지 생각해보니 가물가물했다. 비교적 최근이라면 책방 우주소년에서 모두방과후 어린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했던 것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같은 날에 어떤 이는 죽기로 결심하고, 또 어떤 이는 살다 보니 80세 생일을 맞는다.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내 나름대로 가족으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사람들이 무엇에 영향을 받아 어떤 선택을 하는 지에 대해 종종 아쉬울 때가 있다. 교육학을 배우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육학에서는 인간의 선천적 조건과 후천적 조건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며 어떻게 조화로운 인간을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과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사람이 변하며 고유해진다는 것이 당연하게 들리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보완하는 지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아우스빌둥을 시작한 후 일주일에 하루는 인턴십으로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4일은 학교에서 공부한다. 내가 일하는 어린이집은 몬테소리 교육을 바탕으로 바이링구얼(Bilingual, 이중언어, 독일어와 영어를 쓴다) 인터네셔널 어린이집이다. 일반 어린이집보다 몬테소리 어린이집에서 무언가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 후에도 내 복잡한 상황을 다 이해해주셔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학교에서 만든 내 프로필. 독일 어린이집 입구에는 보통 선생님들의 프로필이 붙어있다.      어린이집의 일상...
    어린이를 배우기     어린이였을 때는 세상에 어린이와 어른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자라며 점점 성인들만이 있는 사회에 익숙해졌다. 어린이 교육에 대한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게 되면서 언제 마지막으로 어린이와 시간을 보냈는지 생각해보니 가물가물했다. 비교적 최근이라면 책방 우주소년에서 모두방과후 어린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했던 것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같은 날에 어떤 이는 죽기로 결심하고, 또 어떤 이는 살다 보니 80세 생일을 맞는다.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내 나름대로 가족으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사람들이 무엇에 영향을 받아 어떤 선택을 하는 지에 대해 종종 아쉬울 때가 있다. 교육학을 배우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육학에서는 인간의 선천적 조건과 후천적 조건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며 어떻게 조화로운 인간을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과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사람이 변하며 고유해진다는 것이 당연하게 들리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보완하는 지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아우스빌둥을 시작한 후 일주일에 하루는 인턴십으로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4일은 학교에서 공부한다. 내가 일하는 어린이집은 몬테소리 교육을 바탕으로 바이링구얼(Bilingual, 이중언어, 독일어와 영어를 쓴다) 인터네셔널 어린이집이다. 일반 어린이집보다 몬테소리 어린이집에서 무언가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 후에도 내 복잡한 상황을 다 이해해주셔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학교에서 만든 내 프로필. 독일 어린이집 입구에는 보통 선생님들의 프로필이 붙어있다.      어린이집의 일상...
현민
2024.11.30 | 조회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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