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이제 돌 지난 손주 하빈이 녀석이 내가 연습하는 기타 소리에 반응한다. 여느 아이처럼 달라 들어서 손으로 기타를 탕탕 내리치지 않고, 한 줄 한 줄을 튕겨보며 그 소리를 듣는 모습이 아주 귀엽다. 녀석에게 들려 줄 좋은 기타 곡이 없을까? 이흥렬의 곡 ‘섬집 아기’를 골랐다. 우리에게는 가사가 주는 서정적인 느낌이 있고, 말을 모르는 녀석에게는 기타 선율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이다. 나중에 커서 가사를 알게 되었을 때, 이 노래에 겹쳐서 할아버지 기타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슬쩍 넣어서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62AhuyYVrAs   악보를 구해서 운지를 찾아서 손가락을 벌려 보니, 아뿔싸! 장난이 아니다. 어떤 운지는 도저히 내 손가락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 기타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운지를 바꾸니 좀 낫다. 그래도 소리가 맛깔스럽게 나지 않는다. 다음 마디 첫 음을 튕기기 전에, 이번 마디 끝의 음을 최대한 길게 눌렀다가 떼어 주어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기법인 레가토(Legato)가 잘 안 된다. 멜로디가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는 레가토가 살아야 이 곡의 참 맛이 나는데, 실수 없이 다음 음으로 재빨리 손가락을 옮겨야 해서 어려움이 배가된다.         좀 연습하고 나면,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팔꿈치와 근육이 욱신거린다. 손목까지 파스를 붙인다. 급기야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받는 때 쓰는 ‘파라핀 용해기’를 구입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나와 비슷한 연배인 기타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 뭐지? 자세히 보니 운지방법이 다르다. 나는 프렛(기타 지판에 음을 구분해주기 위해...
    이제 돌 지난 손주 하빈이 녀석이 내가 연습하는 기타 소리에 반응한다. 여느 아이처럼 달라 들어서 손으로 기타를 탕탕 내리치지 않고, 한 줄 한 줄을 튕겨보며 그 소리를 듣는 모습이 아주 귀엽다. 녀석에게 들려 줄 좋은 기타 곡이 없을까? 이흥렬의 곡 ‘섬집 아기’를 골랐다. 우리에게는 가사가 주는 서정적인 느낌이 있고, 말을 모르는 녀석에게는 기타 선율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이다. 나중에 커서 가사를 알게 되었을 때, 이 노래에 겹쳐서 할아버지 기타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슬쩍 넣어서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62AhuyYVrAs   악보를 구해서 운지를 찾아서 손가락을 벌려 보니, 아뿔싸! 장난이 아니다. 어떤 운지는 도저히 내 손가락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 기타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운지를 바꾸니 좀 낫다. 그래도 소리가 맛깔스럽게 나지 않는다. 다음 마디 첫 음을 튕기기 전에, 이번 마디 끝의 음을 최대한 길게 눌렀다가 떼어 주어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기법인 레가토(Legato)가 잘 안 된다. 멜로디가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는 레가토가 살아야 이 곡의 참 맛이 나는데, 실수 없이 다음 음으로 재빨리 손가락을 옮겨야 해서 어려움이 배가된다.         좀 연습하고 나면,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팔꿈치와 근육이 욱신거린다. 손목까지 파스를 붙인다. 급기야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받는 때 쓰는 ‘파라핀 용해기’를 구입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나와 비슷한 연배인 기타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 뭐지? 자세히 보니 운지방법이 다르다. 나는 프렛(기타 지판에 음을 구분해주기 위해...
가마솥
2024.11.18 | 조회 605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아내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에서 보낸 해외여행 광고 문자를 보여 준다.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13일간의 이탈리아 ‘美味 미술여행’이다. 구미가 당긴다. 은퇴 기념 가족파티에서 처의 사촌동생이 내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미술이야기』라는 책인데,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총 6권의 강의식 미술 관련 이야기책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학생시절,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볼 줄도 몰랐다. 하기야 그 긴긴 학창시절 동안 그림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인 지도 모른다. 볼줄 모르니 내게 미술관은 아주 따분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만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 오래된 트라우마(?)를 깨는 도전의 기회일 수도, 책에서 본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일정이 8월말에서 9월초에 걸려있다. 덥지 않을까? 나의 우려에, 이곳 프레시안에서 주관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십여 년 전에 실크로드 대장정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다녀온 아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믿고 떠나면 된다고 ‘선언’한다. 이 정도면 토 달지 말고 그냥 따라 나서는 게 상책이다.   가볍게 훌쩍 떠나지 못하는 나이      긴 시간 먼 곳으로의 여행이니 준비물을 단단히 챙긴다. 베이지색 큰 가방도 하나 장만했다. 안내 물에 적힌 준비물이외에도 매일 갈아입을 옷, 날씨 변화에 따른 적절한 옷가지, 이것저것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담아 가기 위해서이다. 평소와는 거꾸로 아내는 유비무환!을 외치고 나는 과유불급!을...
      아내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에서 보낸 해외여행 광고 문자를 보여 준다.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13일간의 이탈리아 ‘美味 미술여행’이다. 구미가 당긴다. 은퇴 기념 가족파티에서 처의 사촌동생이 내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미술이야기』라는 책인데,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총 6권의 강의식 미술 관련 이야기책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학생시절,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볼 줄도 몰랐다. 하기야 그 긴긴 학창시절 동안 그림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인 지도 모른다. 볼줄 모르니 내게 미술관은 아주 따분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만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 오래된 트라우마(?)를 깨는 도전의 기회일 수도, 책에서 본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일정이 8월말에서 9월초에 걸려있다. 덥지 않을까? 나의 우려에, 이곳 프레시안에서 주관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십여 년 전에 실크로드 대장정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다녀온 아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믿고 떠나면 된다고 ‘선언’한다. 이 정도면 토 달지 말고 그냥 따라 나서는 게 상책이다.   가볍게 훌쩍 떠나지 못하는 나이      긴 시간 먼 곳으로의 여행이니 준비물을 단단히 챙긴다. 베이지색 큰 가방도 하나 장만했다. 안내 물에 적힌 준비물이외에도 매일 갈아입을 옷, 날씨 변화에 따른 적절한 옷가지, 이것저것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담아 가기 위해서이다. 평소와는 거꾸로 아내는 유비무환!을 외치고 나는 과유불급!을...
가마솥
2024.10.26 | 조회 605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세상이 하수선한가 보다. 친구들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제법 뜨겁게 자리 잡는 시간이 많아 졌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니 정치 성향이 대부분 비슷한데, 사안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는 친구가 등장하고 토론이 뜨거워진다. 토론이 아니라 논쟁으로 바로 번진다.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은 대략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서, 조금 좁혀보면 직업과 관련되어 보인다. 특히 고위 공직자로 은퇴한 친구들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서곤 한다. 그럴테지..... 그런데, 그 방식이 좀 의아하다.          예를 들면, 연전에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이다. 외교부 출신 동창생은 지금 주변의 외교가 얼마나 심각하고 힘든가를 말하면서, 애국하는 심정으로 주변국인 일본의 입장에서도 보아야 한다며, “그 오염수를 내가 마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욱이 IAEA 사무총장이 방한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한다고 말하는 데에도 믿지 않는다고 혀를 찬다. 해수부 출신 동창생은 피해유무가 명확히 판명되지 않았는데,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여 우리 어민들의 피해를 주는 무분별한 여론몰이는 안된다며 자중하기를 요구한다. 질문을 했다. 애국이란 무엇인가? 또 일반인보다 (외무)공무원이 더 애국자라는 전제는 어디에 근거된 것인가? 근거없는 일방적 일반화의 허점에 물음표를 던졌다. 또 피해자를 어민으로 한정하면 그럴 수 있지만, 문제를 우리 국민 전체의 안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문제 설정이 달라짐을 상기시켰다. 몇 번의 이야기가 오간 뒤에, 내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쳤다. 40여년의 터전이었던 직장을 대변하는 마음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사태를...
        세상이 하수선한가 보다. 친구들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제법 뜨겁게 자리 잡는 시간이 많아 졌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니 정치 성향이 대부분 비슷한데, 사안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는 친구가 등장하고 토론이 뜨거워진다. 토론이 아니라 논쟁으로 바로 번진다.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은 대략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서, 조금 좁혀보면 직업과 관련되어 보인다. 특히 고위 공직자로 은퇴한 친구들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서곤 한다. 그럴테지..... 그런데, 그 방식이 좀 의아하다.          예를 들면, 연전에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이다. 외교부 출신 동창생은 지금 주변의 외교가 얼마나 심각하고 힘든가를 말하면서, 애국하는 심정으로 주변국인 일본의 입장에서도 보아야 한다며, “그 오염수를 내가 마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욱이 IAEA 사무총장이 방한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한다고 말하는 데에도 믿지 않는다고 혀를 찬다. 해수부 출신 동창생은 피해유무가 명확히 판명되지 않았는데,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여 우리 어민들의 피해를 주는 무분별한 여론몰이는 안된다며 자중하기를 요구한다. 질문을 했다. 애국이란 무엇인가? 또 일반인보다 (외무)공무원이 더 애국자라는 전제는 어디에 근거된 것인가? 근거없는 일방적 일반화의 허점에 물음표를 던졌다. 또 피해자를 어민으로 한정하면 그럴 수 있지만, 문제를 우리 국민 전체의 안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문제 설정이 달라짐을 상기시켰다. 몇 번의 이야기가 오간 뒤에, 내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쳤다. 40여년의 터전이었던 직장을 대변하는 마음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사태를...
가마솥
2024.08.20 | 조회 584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친구들이 다음 번 운동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병원을 목요일에 쉬는 친구가 있어서 “목요일 콜?”하고 청한다. “난 안 돼. 그 날 세미나가 두 개나 있어.” “아니, 이 나이에 왠 공부?” "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ㅎㅎ“ 두 다리 생생할 때에 놀러 다니기도 바쁜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하느냐고 은퇴한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헌데, 그 속에는 부러움도 섞여 있다. 내게 묻는다. 무슨 공부를 하는데? 서양철학하고 동양고전을 읽지. 혼자서 ? 아니! 혼자서는 못하지. 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보면 그 들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다. 도서관을 가기도 하는데, 나처럼 공부를 하는 게 아니어서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다. 읽을 만한 것으로 이 책, 저 책 뒤지다 보면, 할 일없이 시간 때우러 온 것 같은 시선을 스스로 느끼기도 해서......   TV가 고장 났다.        은퇴 후 서너 달은 집에서 마냥 빈둥거렸다. 정년을 꽉 채운 직장생활이었고, 가족들은 그 간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지만, 내게는 무언가 모를 허탈함? 상실감? 그런 것이 있었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었다. 은퇴를 말해야 하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지내?”에 대답하기 마뜩찮다. 마당일을 조금 하고 나면 바로 TV를 켰다. 자세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채널을 돌린다. 스포츠, 유투브, 영화, BBC 다큐, CNN 방송까지 시청한다.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 리그는...
      친구들이 다음 번 운동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병원을 목요일에 쉬는 친구가 있어서 “목요일 콜?”하고 청한다. “난 안 돼. 그 날 세미나가 두 개나 있어.” “아니, 이 나이에 왠 공부?” "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ㅎㅎ“ 두 다리 생생할 때에 놀러 다니기도 바쁜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하느냐고 은퇴한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헌데, 그 속에는 부러움도 섞여 있다. 내게 묻는다. 무슨 공부를 하는데? 서양철학하고 동양고전을 읽지. 혼자서 ? 아니! 혼자서는 못하지. 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보면 그 들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다. 도서관을 가기도 하는데, 나처럼 공부를 하는 게 아니어서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다. 읽을 만한 것으로 이 책, 저 책 뒤지다 보면, 할 일없이 시간 때우러 온 것 같은 시선을 스스로 느끼기도 해서......   TV가 고장 났다.        은퇴 후 서너 달은 집에서 마냥 빈둥거렸다. 정년을 꽉 채운 직장생활이었고, 가족들은 그 간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지만, 내게는 무언가 모를 허탈함? 상실감? 그런 것이 있었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었다. 은퇴를 말해야 하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지내?”에 대답하기 마뜩찮다. 마당일을 조금 하고 나면 바로 TV를 켰다. 자세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채널을 돌린다. 스포츠, 유투브, 영화, BBC 다큐, CNN 방송까지 시청한다.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 리그는...
가마솥
2024.06.30 | 조회 576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동창회 모임은 딱 한군데 나간다. 고등학교 3학년 반모임이다. 사회에 첫발을 디딜 즈음에 시작한 모임이니 얼추 한 사십년은 되었다. 모이면 하등 의미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 다닐 때 성적, 물론 충격적인 점수를 받았던 수학점수 등으로 이야기를 출발해서 세계 평화를 논하고 손주들 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마무리 시간이 된다. 요즘은 내게 은퇴후 생활에 대해서 묻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10여년 전 고기리 우리집에 놀러 온 친구들은 내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고 또 평창 집을 가꾸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한 지 서너 해가 되었는데, 미리 생각했던 전원주택 혹은 텃밭정도 가꾸는 시골살이를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하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는 녀석들이다. 한 녀석이 대뜸 목소리 톤을 높인다. “니들, 농사 지어봤냐? 니들처럼 시골 출신이면서 공부 잘 해서 손에 흙 묻히지 않은 놈들이 꼭 귀농한다고 설치더라. 난 농사라면 징글징글해서 때려 죽여도 안한다. 그 돈으로 그냥 사먹는 게 훨씬 싸다!” 녀석 참, 성질 급한 것은 여전하다. 내가 겪은 경험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회사 대리 시절에 직속 과장이었던 선배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당시 사장은 좀 괴팍한 사람이었는데, 학벌도 좋고 인품도 바른 그 선배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심하게 대했다. 임원회의 때마다 업무 성과를 핑계로 그 선배에게 이야기하는 톤은 옆자리의 우리들도 견디기 어려운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 내곤 하였다. 급기야 그 선배가 원형 탈모 증세를...
     동창회 모임은 딱 한군데 나간다. 고등학교 3학년 반모임이다. 사회에 첫발을 디딜 즈음에 시작한 모임이니 얼추 한 사십년은 되었다. 모이면 하등 의미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 다닐 때 성적, 물론 충격적인 점수를 받았던 수학점수 등으로 이야기를 출발해서 세계 평화를 논하고 손주들 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마무리 시간이 된다. 요즘은 내게 은퇴후 생활에 대해서 묻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10여년 전 고기리 우리집에 놀러 온 친구들은 내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고 또 평창 집을 가꾸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한 지 서너 해가 되었는데, 미리 생각했던 전원주택 혹은 텃밭정도 가꾸는 시골살이를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하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는 녀석들이다. 한 녀석이 대뜸 목소리 톤을 높인다. “니들, 농사 지어봤냐? 니들처럼 시골 출신이면서 공부 잘 해서 손에 흙 묻히지 않은 놈들이 꼭 귀농한다고 설치더라. 난 농사라면 징글징글해서 때려 죽여도 안한다. 그 돈으로 그냥 사먹는 게 훨씬 싸다!” 녀석 참, 성질 급한 것은 여전하다. 내가 겪은 경험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회사 대리 시절에 직속 과장이었던 선배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당시 사장은 좀 괴팍한 사람이었는데, 학벌도 좋고 인품도 바른 그 선배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심하게 대했다. 임원회의 때마다 업무 성과를 핑계로 그 선배에게 이야기하는 톤은 옆자리의 우리들도 견디기 어려운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 내곤 하였다. 급기야 그 선배가 원형 탈모 증세를...
가마솥
2024.05.25 | 조회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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