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세상이 하수선한가 보다. 친구들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제법 뜨겁게 자리 잡는 시간이 많아 졌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니 정치 성향이 대부분 비슷한데, 사안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는 친구가 등장하고 토론이 뜨거워진다. 토론이 아니라 논쟁으로 바로 번진다.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은 대략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서, 조금 좁혀보면 직업과 관련되어 보인다. 특히 고위 공직자로 은퇴한 친구들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서곤 한다. 그럴테지..... 그런데, 그 방식이 좀 의아하다. 예를 들면, 연전에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이다. 외교부 출신 동창생은 지금 주변의 외교가 얼마나 심각하고 힘든가를 말하면서, 애국하는 심정으로 주변국인 일본의 입장에서도 보아야 한다며, “그 오염수를 내가 마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욱이 IAEA 사무총장이 방한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한다고 말하는 데에도 믿지 않는다고 혀를 찬다. 해수부 출신 동창생은 피해유무가 명확히 판명되지 않았는데,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여 우리 어민들의 피해를 주는 무분별한 여론몰이는 안된다며 자중하기를 요구한다. 질문을 했다. 애국이란 무엇인가? 또 일반인보다 (외무)공무원이 더 애국자라는 전제는 어디에 근거된 것인가? 근거없는 일방적 일반화의 허점에 물음표를 던졌다. 또 피해자를 어민으로 한정하면 그럴 수 있지만, 문제를 우리 국민 전체의 안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문제 설정이 달라짐을 상기시켰다. 몇 번의 이야기가 오간 뒤에, 내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쳤다. 40여년의 터전이었던 직장을 대변하는 마음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사태를...
세상이 하수선한가 보다. 친구들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제법 뜨겁게 자리 잡는 시간이 많아 졌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니 정치 성향이 대부분 비슷한데, 사안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는 친구가 등장하고 토론이 뜨거워진다. 토론이 아니라 논쟁으로 바로 번진다.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은 대략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서, 조금 좁혀보면 직업과 관련되어 보인다. 특히 고위 공직자로 은퇴한 친구들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서곤 한다. 그럴테지..... 그런데, 그 방식이 좀 의아하다. 예를 들면, 연전에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이다. 외교부 출신 동창생은 지금 주변의 외교가 얼마나 심각하고 힘든가를 말하면서, 애국하는 심정으로 주변국인 일본의 입장에서도 보아야 한다며, “그 오염수를 내가 마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욱이 IAEA 사무총장이 방한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한다고 말하는 데에도 믿지 않는다고 혀를 찬다. 해수부 출신 동창생은 피해유무가 명확히 판명되지 않았는데,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여 우리 어민들의 피해를 주는 무분별한 여론몰이는 안된다며 자중하기를 요구한다. 질문을 했다. 애국이란 무엇인가? 또 일반인보다 (외무)공무원이 더 애국자라는 전제는 어디에 근거된 것인가? 근거없는 일방적 일반화의 허점에 물음표를 던졌다. 또 피해자를 어민으로 한정하면 그럴 수 있지만, 문제를 우리 국민 전체의 안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문제 설정이 달라짐을 상기시켰다. 몇 번의 이야기가 오간 뒤에, 내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쳤다. 40여년의 터전이었던 직장을 대변하는 마음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사태를...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친구들이 다음 번 운동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병원을 목요일에 쉬는 친구가 있어서 “목요일 콜?”하고 청한다. “난 안 돼. 그 날 세미나가 두 개나 있어.” “아니, 이 나이에 왠 공부?” "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ㅎㅎ“ 두 다리 생생할 때에 놀러 다니기도 바쁜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하느냐고 은퇴한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헌데, 그 속에는 부러움도 섞여 있다. 내게 묻는다. 무슨 공부를 하는데? 서양철학하고 동양고전을 읽지. 혼자서 ? 아니! 혼자서는 못하지. 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보면 그 들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다. 도서관을 가기도 하는데, 나처럼 공부를 하는 게 아니어서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다. 읽을 만한 것으로 이 책, 저 책 뒤지다 보면, 할 일없이 시간 때우러 온 것 같은 시선을 스스로 느끼기도 해서...... TV가 고장 났다. 은퇴 후 서너 달은 집에서 마냥 빈둥거렸다. 정년을 꽉 채운 직장생활이었고, 가족들은 그 간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지만, 내게는 무언가 모를 허탈함? 상실감? 그런 것이 있었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었다. 은퇴를 말해야 하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지내?”에 대답하기 마뜩찮다. 마당일을 조금 하고 나면 바로 TV를 켰다. 자세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채널을 돌린다. 스포츠, 유투브, 영화, BBC 다큐, CNN 방송까지 시청한다.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 리그는...
친구들이 다음 번 운동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병원을 목요일에 쉬는 친구가 있어서 “목요일 콜?”하고 청한다. “난 안 돼. 그 날 세미나가 두 개나 있어.” “아니, 이 나이에 왠 공부?” "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ㅎㅎ“ 두 다리 생생할 때에 놀러 다니기도 바쁜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하느냐고 은퇴한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헌데, 그 속에는 부러움도 섞여 있다. 내게 묻는다. 무슨 공부를 하는데? 서양철학하고 동양고전을 읽지. 혼자서 ? 아니! 혼자서는 못하지. 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보면 그 들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다. 도서관을 가기도 하는데, 나처럼 공부를 하는 게 아니어서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다. 읽을 만한 것으로 이 책, 저 책 뒤지다 보면, 할 일없이 시간 때우러 온 것 같은 시선을 스스로 느끼기도 해서...... TV가 고장 났다. 은퇴 후 서너 달은 집에서 마냥 빈둥거렸다. 정년을 꽉 채운 직장생활이었고, 가족들은 그 간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지만, 내게는 무언가 모를 허탈함? 상실감? 그런 것이 있었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었다. 은퇴를 말해야 하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지내?”에 대답하기 마뜩찮다. 마당일을 조금 하고 나면 바로 TV를 켰다. 자세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채널을 돌린다. 스포츠, 유투브, 영화, BBC 다큐, CNN 방송까지 시청한다.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 리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