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이는 마을활동가
    그들은 왜 그랬을까     영화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지난달 영화 두 편을 연이어 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서울 남부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가 주최한 열린 영화제에서 상영한 <3학년 2학기>였고, 다른 하나는 주변 선생님들의 좋다는 후일담이 넘쳐나서, 또 자주 보는 유튜브에서 칭찬 일색이어서 ‘영화 보고 싶다는 아주 드문 욕구’를 들게 한 <세계의 주인>이었다. 두 영화 모두 긴 여운을 남겼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 달 오프닝으로까지 남기게 되었다.       두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성민과 해인이었다. 둘 다 주인공이 아니다. 심지어 둘은 대사도 분량도 얼마 없다. 그런데도 그들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들의 행동 때문이다. <3학년 2학기>에서 성민은 주인공 창우와 동갑이지만 먼저 현장실습을 해오던 선배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현장실습을 해오며 세상을 배우고 기술도 배워 병역특례에 전문대 입학까지 보장받았다. 그런데 그 노력의 결실을 따기 직전에 동료의 죽음과 동료의 사고에 대해 노무사에게 말했다. 성민의 ‘참지 않는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영화를 다 본 후 이어진 감독과 배우들의 GV, 주인공 창우역의 유이하배우와 한 컷~       <세계의 주인>에서 주인공 주인이의 동생인 해인이는 그냥 밝고 명랑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마술사 공연을 하는 날, 가족들의 응원과 칭찬을 받고 싶은 그런 아이. 하지만, 해인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가족들이 각자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각자...
    그들은 왜 그랬을까     영화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지난달 영화 두 편을 연이어 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서울 남부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가 주최한 열린 영화제에서 상영한 <3학년 2학기>였고, 다른 하나는 주변 선생님들의 좋다는 후일담이 넘쳐나서, 또 자주 보는 유튜브에서 칭찬 일색이어서 ‘영화 보고 싶다는 아주 드문 욕구’를 들게 한 <세계의 주인>이었다. 두 영화 모두 긴 여운을 남겼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 달 오프닝으로까지 남기게 되었다.       두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성민과 해인이었다. 둘 다 주인공이 아니다. 심지어 둘은 대사도 분량도 얼마 없다. 그런데도 그들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들의 행동 때문이다. <3학년 2학기>에서 성민은 주인공 창우와 동갑이지만 먼저 현장실습을 해오던 선배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현장실습을 해오며 세상을 배우고 기술도 배워 병역특례에 전문대 입학까지 보장받았다. 그런데 그 노력의 결실을 따기 직전에 동료의 죽음과 동료의 사고에 대해 노무사에게 말했다. 성민의 ‘참지 않는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영화를 다 본 후 이어진 감독과 배우들의 GV, 주인공 창우역의 유이하배우와 한 컷~       <세계의 주인>에서 주인공 주인이의 동생인 해인이는 그냥 밝고 명랑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마술사 공연을 하는 날, 가족들의 응원과 칭찬을 받고 싶은 그런 아이. 하지만, 해인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가족들이 각자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각자...
김윤경~단순삶
2025.12.20 | 조회 200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이반 일리치와의 첫 만남     내가 일리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재작년(23년) 겨울이다.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고는 있었지만, 이반 일리치는 모르고 있었다. 파지사유에 일리치 약국이 있어도 그게 사람 이름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인문약방 선생님들에게 일리치세미나 이끔이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으며 일리치에 대한 눈뜸이 일어났다. 양생프로젝트 세미나에서 같이 2년여를 공부해온 호정쌤, 경덕쌤과 함께 하는 것이라 부담 없어 보여 승낙했다. 그 계기를 시작으로 나는 작년, 올해 2년 동안 일리치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일리치 세미나는 격월 홀 수 달에 하고 세 명의 이끔이가 돌아가며 발제하고, 진행은 한 명이 하되 서로 도와서 하는 것으로 정했다. 24년 첫 세미나의 문은 이반 일리치 전집을 출판하고 있는 <사월의 책> 대표 안희곤 선생님이 강의로 힘차게 열어주었다. 자그만치 66명이나 들어온 온라인 강의에서 안희곤 선생님은 성장의 도구로서의 제도, 경제 원리로서의 젠더, 반성장주의 맥락에서의 생태를 키워드로 일리치의 생애와 저작을 균형 있게 훑어 주셨다. 영성이 충만해지는 강의 시간이었다. 강의에 대한 호정쌤의 후기에도 댓글들이 넘쳐나 재미도 충만이었다.       강의에 이어 우리는 『전문가들의 사회』를 읽고 토론했다. 그리고 『깨달음의 혁명』, 『그림자노동』, 『젠더』 마지막에는 『H2O와 망각의 강』을 읽으며 24년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 없는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텍스트의 포도밭』, 그리고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를 읽었다. 장장 2년여를 이어온 여정은 11월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마친다. 그동안 읽은 일리치 책이...
    이반 일리치와의 첫 만남     내가 일리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재작년(23년) 겨울이다.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고는 있었지만, 이반 일리치는 모르고 있었다. 파지사유에 일리치 약국이 있어도 그게 사람 이름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인문약방 선생님들에게 일리치세미나 이끔이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으며 일리치에 대한 눈뜸이 일어났다. 양생프로젝트 세미나에서 같이 2년여를 공부해온 호정쌤, 경덕쌤과 함께 하는 것이라 부담 없어 보여 승낙했다. 그 계기를 시작으로 나는 작년, 올해 2년 동안 일리치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일리치 세미나는 격월 홀 수 달에 하고 세 명의 이끔이가 돌아가며 발제하고, 진행은 한 명이 하되 서로 도와서 하는 것으로 정했다. 24년 첫 세미나의 문은 이반 일리치 전집을 출판하고 있는 <사월의 책> 대표 안희곤 선생님이 강의로 힘차게 열어주었다. 자그만치 66명이나 들어온 온라인 강의에서 안희곤 선생님은 성장의 도구로서의 제도, 경제 원리로서의 젠더, 반성장주의 맥락에서의 생태를 키워드로 일리치의 생애와 저작을 균형 있게 훑어 주셨다. 영성이 충만해지는 강의 시간이었다. 강의에 대한 호정쌤의 후기에도 댓글들이 넘쳐나 재미도 충만이었다.       강의에 이어 우리는 『전문가들의 사회』를 읽고 토론했다. 그리고 『깨달음의 혁명』, 『그림자노동』, 『젠더』 마지막에는 『H2O와 망각의 강』을 읽으며 24년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 없는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텍스트의 포도밭』, 그리고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를 읽었다. 장장 2년여를 이어온 여정은 11월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마친다. 그동안 읽은 일리치 책이...
김윤경~단순삶
2025.11.20 | 조회 244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2025년 10월 민주당 금천구 지역위원회 당원의 날에 국립서울현충원에 방문했다. 나는 교육연수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방문 전에 국립묘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준비해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정리했다. 책 안에 있었던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을 알게 되었다. 국립서울현충원은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응축되어있는 공간이기에 그만큼 둘러볼 공간이 정말 넓었고, 그곳에 묻혀 있는 이야기도 정말 많았다.             나는 이번에 국립서울현충원을 처음 방문했다. 사는 곳에서 서울 동작구 동작동이 멀지도 않은데도 말이다. 현충원은 뉴스 영상에서나 접하는 곳이었지 내가 챙겨가서 기념할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워낙 지리와 지도 부심이 있는 편이니 현충원 뒷산 산책로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고, 몇 번 도전하려고 계획은 짰지만, 그것도 실행은 못했었다. 그러다 이번 당원의 날을 계기로 책을 찾아서 읽고 책에 부족한 내용은 검색하며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에 적잖이 놀랐고 또한 이러한 사실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다.       여자 ○○○, ○○○배위     나라를 잃은 설움은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고 애국도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여성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국립서울현충원의 수많은 무덤 중에 그 주인이 여성인 무덤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왜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무덤의 주인이 되지 못했을까? 이런 의문으로 『현충원 역사 산책』의 저자 김학규님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무덤을 이은 탐방 길을 만들고 ‘여성 길’이라 이름 지었다....
  2025년 10월 민주당 금천구 지역위원회 당원의 날에 국립서울현충원에 방문했다. 나는 교육연수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방문 전에 국립묘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준비해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정리했다. 책 안에 있었던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을 알게 되었다. 국립서울현충원은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응축되어있는 공간이기에 그만큼 둘러볼 공간이 정말 넓었고, 그곳에 묻혀 있는 이야기도 정말 많았다.             나는 이번에 국립서울현충원을 처음 방문했다. 사는 곳에서 서울 동작구 동작동이 멀지도 않은데도 말이다. 현충원은 뉴스 영상에서나 접하는 곳이었지 내가 챙겨가서 기념할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워낙 지리와 지도 부심이 있는 편이니 현충원 뒷산 산책로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고, 몇 번 도전하려고 계획은 짰지만, 그것도 실행은 못했었다. 그러다 이번 당원의 날을 계기로 책을 찾아서 읽고 책에 부족한 내용은 검색하며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에 적잖이 놀랐고 또한 이러한 사실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다.       여자 ○○○, ○○○배위     나라를 잃은 설움은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고 애국도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여성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국립서울현충원의 수많은 무덤 중에 그 주인이 여성인 무덤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왜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무덤의 주인이 되지 못했을까? 이런 의문으로 『현충원 역사 산책』의 저자 김학규님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무덤을 이은 탐방 길을 만들고 ‘여성 길’이라 이름 지었다....
김윤경~단순삶
2025.10.20 | 조회 242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오링난 통장 그리고 세척 알바     남편이 백수가 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월급이 안 들어오니 지출을 줄여서 살아보겠다고 했지만, 지출은 많이 줄지 않았다. 또 아직은 보험료와 연금펀드에도 돈이 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퇴직금 일부와 비상금이 벌써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치동행일자리로 버는 월급으로는 지금 우리의 지출을 감당하기에 부족했던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니 조바심이 났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차에 동네 베프 수쌤이 알바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귀에 꽂혔다. 다회용기 세척 업체인데 설거지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당은 8시간에 십만 원 선. 오~ 나쁘지 않은데, 무조건 고고씽~       8월 어느 무더운 토요일 날, 나와 남편, 그리고 수쌤은 다회용기 세척 업체를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고무장화부터 선택했다. 임자가 없는 목이 긴 흰색 장화를 택해 신고, 2층 휴게실로 올라가 준비되어있는 작업복, 헤어캡, 장갑으로 무장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기했다. 그리고 10시 정각에 1층 세척장으로 내려가 작업 개시. 먼저 수북이 쌓여 있는 배달업체 다회용기를 공략했다. 반납가방에 담겨진 다회용기를 꺼내서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분리하는 작업부터 했다. 용기를 깨끗이 씻어서 내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갖 쓰레기까지 같이 넣어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더운 여름철이라 남은 음식은 부패되어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작업 시작 전 아직은 해맑다. ㅡ..ㅡ       그렇게 분리한 용기는 세척대에서 2인 1조로 먼저 용기를 분리하고 그다음 애벌 설거지했다. 나는 설거지쪽을 맡았는데,...
  오링난 통장 그리고 세척 알바     남편이 백수가 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월급이 안 들어오니 지출을 줄여서 살아보겠다고 했지만, 지출은 많이 줄지 않았다. 또 아직은 보험료와 연금펀드에도 돈이 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퇴직금 일부와 비상금이 벌써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치동행일자리로 버는 월급으로는 지금 우리의 지출을 감당하기에 부족했던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니 조바심이 났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차에 동네 베프 수쌤이 알바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귀에 꽂혔다. 다회용기 세척 업체인데 설거지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당은 8시간에 십만 원 선. 오~ 나쁘지 않은데, 무조건 고고씽~       8월 어느 무더운 토요일 날, 나와 남편, 그리고 수쌤은 다회용기 세척 업체를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고무장화부터 선택했다. 임자가 없는 목이 긴 흰색 장화를 택해 신고, 2층 휴게실로 올라가 준비되어있는 작업복, 헤어캡, 장갑으로 무장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기했다. 그리고 10시 정각에 1층 세척장으로 내려가 작업 개시. 먼저 수북이 쌓여 있는 배달업체 다회용기를 공략했다. 반납가방에 담겨진 다회용기를 꺼내서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분리하는 작업부터 했다. 용기를 깨끗이 씻어서 내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갖 쓰레기까지 같이 넣어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더운 여름철이라 남은 음식은 부패되어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작업 시작 전 아직은 해맑다. ㅡ..ㅡ       그렇게 분리한 용기는 세척대에서 2인 1조로 먼저 용기를 분리하고 그다음 애벌 설거지했다. 나는 설거지쪽을 맡았는데,...
김윤경~단순삶
2025.09.20 | 조회 394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Special thanks to: 지난달 댓글로 아이디어를 주신 도라지 쌤, 『제철 행복』을 추천해주신 금천의 수 쌤)         입추 매직     올해의 입추(立秋)는 8월 7일이었다. 불볕더위 한가운데에 입추가 있다. “오늘이 입추야~ 그러니 조금만 더 견디면 돼”라고 말하니, 남편은 “입추? 이렇게 더운데?”라며 무슨 헛소리야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나는 느낀다. 여전히 덥지만, 여전히 습하지만, 바람이 하늘이 달라졌다는 걸. 요즘 읽고 있는 책 작가는 이런 걸 ‘입추 매직’,‘입추 사이언스’라고 불렀다. 신기하게 올해에도 입추 매직은 일어났다. 기후 위기로 지구가 달궈지고,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경고해도 아직은 절기 매직이 작동되고 있다. 다행이다. 또한 겁난다. 절기 매직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날이 갑자기 다가올까 싶어서. 그러나 지금의 나는 지금을 산다. 걱정은 넣어두고 지금의 입추 매직을 즐기고 싶다. 높다란 푸른 하늘을, 시원한 입추 바람을~             ‘철들다’라는 말의 ‘철’은 ‘절기’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 활동과 관련된 시기를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 철이 든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지혜를 갖추는 것을 뜻했다. 한마디로 때를 알고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야 대부분 농사를 짓지 않으니 사계절에 딱 맞는 행동양식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가짐 양식이라도 지녀야 계절을 지혜롭게 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지혜와 성숙함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때에 맞게’ 사는 것에서 나오는...
(Special thanks to: 지난달 댓글로 아이디어를 주신 도라지 쌤, 『제철 행복』을 추천해주신 금천의 수 쌤)         입추 매직     올해의 입추(立秋)는 8월 7일이었다. 불볕더위 한가운데에 입추가 있다. “오늘이 입추야~ 그러니 조금만 더 견디면 돼”라고 말하니, 남편은 “입추? 이렇게 더운데?”라며 무슨 헛소리야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나는 느낀다. 여전히 덥지만, 여전히 습하지만, 바람이 하늘이 달라졌다는 걸. 요즘 읽고 있는 책 작가는 이런 걸 ‘입추 매직’,‘입추 사이언스’라고 불렀다. 신기하게 올해에도 입추 매직은 일어났다. 기후 위기로 지구가 달궈지고,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경고해도 아직은 절기 매직이 작동되고 있다. 다행이다. 또한 겁난다. 절기 매직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날이 갑자기 다가올까 싶어서. 그러나 지금의 나는 지금을 산다. 걱정은 넣어두고 지금의 입추 매직을 즐기고 싶다. 높다란 푸른 하늘을, 시원한 입추 바람을~             ‘철들다’라는 말의 ‘철’은 ‘절기’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 활동과 관련된 시기를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 철이 든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지혜를 갖추는 것을 뜻했다. 한마디로 때를 알고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야 대부분 농사를 짓지 않으니 사계절에 딱 맞는 행동양식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가짐 양식이라도 지녀야 계절을 지혜롭게 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지혜와 성숙함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때에 맞게’ 사는 것에서 나오는...
김윤경~단순삶
2025.08.20 | 조회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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