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와 불교산책
      나의 명상 입문 30대 후반이었다. 직장일과 육아에 쫓기며 마치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기계의 부속품 같다고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요즘 같으면 자기 착취로 인한 번아웃이라고 표현할 만한 상황이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졌지만 계속 약을 먹을 수는 없었다. 그럴 때 혼자 108배를 시작했다. 처음 엎드려 절을 하던 날, 왈칵 눈물이 났다. 구원을 간구하며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신이든 권력이든 돈이든 그 무엇에도 고개 숙이지 않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근대적 자아관에 균열이 시작된 사건이었다.   그 뒤 불교를 공부하게 되었고 인연이 닿아 위빠사나 명상을 배우게 되었다. 지도법사는 태국에서 출가하여 남방불교의 교리와 수행법을 공부하고 돌아온 한국인 스님이었다. 위빠사나는 단전에 집중하는 단전호흡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숨을 쉬면서 들숨 날숨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수행법이었다. 그런데 그 간단한 지시를 따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몸에서 문제가 생겼다. 몸 여기저기에서 벌레가 기어가듯 스멀스멀 가려움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한 번 긁고 잊어버리고 말 일이었다. 그러나 반응하지 말고 일어나는 것을 그저 지켜보라고 하니 가려움은 더 참기 힘들었다. 가려움이 지나가면 다리가 저려왔다. 몸을 지켜보면서 알았다. 잠깐 사이에도 온갖 변화가 일어나는 몸에 주의를 기울인 적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마음은 또 어떤가?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하고, 땀이 나면 닦고 싶어하고, 저려오는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나간...
      나의 명상 입문 30대 후반이었다. 직장일과 육아에 쫓기며 마치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기계의 부속품 같다고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요즘 같으면 자기 착취로 인한 번아웃이라고 표현할 만한 상황이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졌지만 계속 약을 먹을 수는 없었다. 그럴 때 혼자 108배를 시작했다. 처음 엎드려 절을 하던 날, 왈칵 눈물이 났다. 구원을 간구하며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신이든 권력이든 돈이든 그 무엇에도 고개 숙이지 않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근대적 자아관에 균열이 시작된 사건이었다.   그 뒤 불교를 공부하게 되었고 인연이 닿아 위빠사나 명상을 배우게 되었다. 지도법사는 태국에서 출가하여 남방불교의 교리와 수행법을 공부하고 돌아온 한국인 스님이었다. 위빠사나는 단전에 집중하는 단전호흡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숨을 쉬면서 들숨 날숨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수행법이었다. 그런데 그 간단한 지시를 따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몸에서 문제가 생겼다. 몸 여기저기에서 벌레가 기어가듯 스멀스멀 가려움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한 번 긁고 잊어버리고 말 일이었다. 그러나 반응하지 말고 일어나는 것을 그저 지켜보라고 하니 가려움은 더 참기 힘들었다. 가려움이 지나가면 다리가 저려왔다. 몸을 지켜보면서 알았다. 잠깐 사이에도 온갖 변화가 일어나는 몸에 주의를 기울인 적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마음은 또 어떤가?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하고, 땀이 나면 닦고 싶어하고, 저려오는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나간...
요요
2026.09.30 | 조회 65
요요와 불교산책
  김성로 作 <인드라망>     올여름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더웠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 앞에서는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흘렀다. 땀을 흘리면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되어 체온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저 땀이 흐르기만 하고 열기가 배출되지 않을 때는 맥을 출 수가 없었다. 그건 그냥 덥다는 정도를 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몸으로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50년대부터 ‘인간의 산업활동의 결과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과학의 이름으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자 기후변화 부정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고 숲을 파괴하고 가축을 대량 사육하는 활동자체가 지질학적 힘으로 작용하여 행성의 대기순환과 생태계 전체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세에 대한 지구적 관점 vs 행성적 관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첸은 2000년에 현생대의 지질학적 시간대의 이름을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바꾸자는 주장을 했다. 인류세라는 명명이 기후변화의 책임소재를 인류라는 이름 아래에 숨기는 효과가 있으므로 누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자본세가 더 적절한 이름이라는 주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는 사이에 이미 인류세는 현시대를 명명하는 것으로 이미 과학과 인문학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시민권을 얻었다.   차크라바르티는 근대의 유럽 중심적이고 발전론적인 역사관을 비판하며 반식민주의 입장에서 불평등 문제를...
  김성로 作 <인드라망>     올여름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더웠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 앞에서는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흘렀다. 땀을 흘리면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되어 체온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저 땀이 흐르기만 하고 열기가 배출되지 않을 때는 맥을 출 수가 없었다. 그건 그냥 덥다는 정도를 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몸으로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50년대부터 ‘인간의 산업활동의 결과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과학의 이름으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자 기후변화 부정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고 숲을 파괴하고 가축을 대량 사육하는 활동자체가 지질학적 힘으로 작용하여 행성의 대기순환과 생태계 전체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세에 대한 지구적 관점 vs 행성적 관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첸은 2000년에 현생대의 지질학적 시간대의 이름을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바꾸자는 주장을 했다. 인류세라는 명명이 기후변화의 책임소재를 인류라는 이름 아래에 숨기는 효과가 있으므로 누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자본세가 더 적절한 이름이라는 주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는 사이에 이미 인류세는 현시대를 명명하는 것으로 이미 과학과 인문학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시민권을 얻었다.   차크라바르티는 근대의 유럽 중심적이고 발전론적인 역사관을 비판하며 반식민주의 입장에서 불평등 문제를...
요요
2026.08.31 | 조회 134
요요와 불교산책
      힙불교와 텍스트힙의 교차점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가 올해 6월과 7월 사이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민음사 TV를 검색했더니 <싯다르타>를 다룬 두 편의 영상이 있었다. 하나는 <싯다르타>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역주행 도서로 소개하는 2024년 봄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년 가을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던 중 따라 하고 싶은 어떤 것을 뜻하는 ‘추구미’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아하! 책읽기가 추구미 있어 보이는 힙한 트렌드의 하나가 되어 MZ들의 텍스트 힙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2024년은 MZ세대의 힙불교 열풍과 텍스트힙 트렌드가 뚜렷하게 부각된 해이다. 그해 봄에 열린 불교박람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이 젊은 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이 현상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힙불교와 텍스트힙이 만나는 교차점에 <싯다르타> 역주행이 있었다.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났지만 두 열풍은 여전하다. <싯다르타>는 역주행 도서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드디어 연속 2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다. 20대와 30대가 밀고 당긴 베스트셀러였다.   나는 궁금했다. 인생 전체에 걸친 영적인 구도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이 책에 대한 인기가 3년 동안 식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100년 전에 나온 책 <싯다르타>의 어떤 점이 청년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지금 내가 다시 <싯다르타>를 읽으면 이 책이 왜 청년들의 마음을 끄는지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르침을 떠나 직접 체험으로 아직 <싯다르타>를 읽지 않은 사람은 이 책이...
      힙불교와 텍스트힙의 교차점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가 올해 6월과 7월 사이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민음사 TV를 검색했더니 <싯다르타>를 다룬 두 편의 영상이 있었다. 하나는 <싯다르타>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역주행 도서로 소개하는 2024년 봄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년 가을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던 중 따라 하고 싶은 어떤 것을 뜻하는 ‘추구미’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아하! 책읽기가 추구미 있어 보이는 힙한 트렌드의 하나가 되어 MZ들의 텍스트 힙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2024년은 MZ세대의 힙불교 열풍과 텍스트힙 트렌드가 뚜렷하게 부각된 해이다. 그해 봄에 열린 불교박람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이 젊은 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이 현상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힙불교와 텍스트힙이 만나는 교차점에 <싯다르타> 역주행이 있었다.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났지만 두 열풍은 여전하다. <싯다르타>는 역주행 도서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드디어 연속 2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다. 20대와 30대가 밀고 당긴 베스트셀러였다.   나는 궁금했다. 인생 전체에 걸친 영적인 구도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이 책에 대한 인기가 3년 동안 식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100년 전에 나온 책 <싯다르타>의 어떤 점이 청년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지금 내가 다시 <싯다르타>를 읽으면 이 책이 왜 청년들의 마음을 끄는지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르침을 떠나 직접 체험으로 아직 <싯다르타>를 읽지 않은 사람은 이 책이...
요요
2026.07.31 | 조회 116
요요와 불교산책
  극락도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천국이 있다면 불교에는 극락이 있다. 천국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상상되었을까? 예수는 “부활 때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고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다”고 설했다. 그 천국은 남자 여자는 있지만 섹슈얼리티 없는 세계다. 반면 <꾸란>의 천국은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들에 둘러싸여 영원한 쾌락을 즐기는 곳인 동시에, 무슬림 여성들 또한 질투심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불교의 극락은 어떨까? 불교의 극락은 종점이 아니라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행복한 수행처다. 그런데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극락의 수행자는 모두 남자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고대 인도 사회에서 출산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쉽게 폭력에 노출되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여자에게는 자주적인 결정권도 없었다. 그러니 여자에게 극락의 구원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불교의 교리 중에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이 있다. 그 내용은 여자는 아라한, 붓다, 전륜성왕, 대범천, 마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맛지마니까야115<다계경>) 아라한과 붓다는 수행자의 이상이고, 전륜성왕은 이상적 통치자이고, 대범천은 욕계 천상의 최고신이며, 마라는 악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의 이념과 현실이 불교에 스며든 결과였다. 행복한 수행자들의 정토인 극락에 여자가 없다는 것은 성차별 속에 살아가던 여성들에게 구원의 약속이었을까, 질곡의 연장이었을까. 참으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있다? 없다? 초기 경전에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없다는 말만 있는 것은...
  극락도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천국이 있다면 불교에는 극락이 있다. 천국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상상되었을까? 예수는 “부활 때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고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다”고 설했다. 그 천국은 남자 여자는 있지만 섹슈얼리티 없는 세계다. 반면 <꾸란>의 천국은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들에 둘러싸여 영원한 쾌락을 즐기는 곳인 동시에, 무슬림 여성들 또한 질투심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불교의 극락은 어떨까? 불교의 극락은 종점이 아니라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행복한 수행처다. 그런데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극락의 수행자는 모두 남자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고대 인도 사회에서 출산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쉽게 폭력에 노출되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여자에게는 자주적인 결정권도 없었다. 그러니 여자에게 극락의 구원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불교의 교리 중에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이 있다. 그 내용은 여자는 아라한, 붓다, 전륜성왕, 대범천, 마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맛지마니까야115<다계경>) 아라한과 붓다는 수행자의 이상이고, 전륜성왕은 이상적 통치자이고, 대범천은 욕계 천상의 최고신이며, 마라는 악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의 이념과 현실이 불교에 스며든 결과였다. 행복한 수행자들의 정토인 극락에 여자가 없다는 것은 성차별 속에 살아가던 여성들에게 구원의 약속이었을까, 질곡의 연장이었을까. 참으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있다? 없다? 초기 경전에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없다는 말만 있는 것은...
요요
2026.06.30 | 조회 173
요요와 불교산책
      2026 불교박람회에 전시된 불상       힙불교라는 트렌드 불교에 대한 2030세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힙불교’를 검색어로 넣었더니 수많은 기사와 영상이 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불교박람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기사다.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했는데, 방문자 중 73%가 2030세대였다.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서 봉은사까지 줄을 서고, 불교굿즈를 사기 위한 오픈런까지 있었다니, 대체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다.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24년 ‘재밌는 불교’를 컨셉으로 디제잉, 출가상담 등의 체험형 이벤트와 번뇌청산 양말 등의 굿즈가 본격 등장한 이후부터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였다. 어렵게 느껴지던 불교가 재미있는 불교가 되고, 엄숙한 불교가 '힙불교'가 되었다.   불교굿즈라고 하면 절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나 인사동에서 볼 수 있는 염주와 불상 등 불자들을 위한 소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박람회에서 대히트를 친 굿즈는 번뇌 닦는 수건, 목탁 키링. ‘깨닫다’라는 문구가 프린팅 된 티셔츠 등이다. 이런 굿즈를 만든 곳 역시 청년들이 만든 젊은 회사다. 이들의 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이런! ‘번뇌를 없애는 수건’ ‘탐욕을 없애는 수건’이라는 글자가 궁서체로 인쇄된 수건이 보인다. 키링도 다양하다. ‘극락도 락이다’ ‘깨닫다’ 등의 문구들이 눈에 띈다. 수영하는 부처님, 스키 타는 부처님, 서핑하는 부처님, 운전하는 부처님이 그려진 티셔츠도 인기였다. 서핑하는 부처님 그림에는 ‘Go with the flow’가 쓰여 있다. 애쓰지 말고 파도를 타라!...
      2026 불교박람회에 전시된 불상       힙불교라는 트렌드 불교에 대한 2030세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힙불교’를 검색어로 넣었더니 수많은 기사와 영상이 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불교박람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기사다.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했는데, 방문자 중 73%가 2030세대였다.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서 봉은사까지 줄을 서고, 불교굿즈를 사기 위한 오픈런까지 있었다니, 대체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다.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24년 ‘재밌는 불교’를 컨셉으로 디제잉, 출가상담 등의 체험형 이벤트와 번뇌청산 양말 등의 굿즈가 본격 등장한 이후부터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였다. 어렵게 느껴지던 불교가 재미있는 불교가 되고, 엄숙한 불교가 '힙불교'가 되었다.   불교굿즈라고 하면 절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나 인사동에서 볼 수 있는 염주와 불상 등 불자들을 위한 소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박람회에서 대히트를 친 굿즈는 번뇌 닦는 수건, 목탁 키링. ‘깨닫다’라는 문구가 프린팅 된 티셔츠 등이다. 이런 굿즈를 만든 곳 역시 청년들이 만든 젊은 회사다. 이들의 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이런! ‘번뇌를 없애는 수건’ ‘탐욕을 없애는 수건’이라는 글자가 궁서체로 인쇄된 수건이 보인다. 키링도 다양하다. ‘극락도 락이다’ ‘깨닫다’ 등의 문구들이 눈에 띈다. 수영하는 부처님, 스키 타는 부처님, 서핑하는 부처님, 운전하는 부처님이 그려진 티셔츠도 인기였다. 서핑하는 부처님 그림에는 ‘Go with the flow’가 쓰여 있다. 애쓰지 말고 파도를 타라!...
요요
2026.05.31 | 조회 199
요요와 불교산책
붓다는 공동체 내부의 불화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나는 절에 가면 법당을 찾아 불상 앞에서 삼배를 올린다. 세 번 절하는 삼배는 불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歸依)의 의례다. 귀의란 몸과 마음을 다해 신뢰하고 공경하며 의지한다는 의미다. 귀의는 자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을 요구한다. 삼보를 구성하는 불(佛)은 깨달음으로 안내하는 스승인 붓다, 법(法)은 붓다의 가르침 그리고 승(僧)은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어온 수행공동체 승가를 가리킨다. 승가는 모임, 단체 등을 뜻하는 빨리어 상가(Sangha)를 음역한 말이다.    6년간의 수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자신과 함께 고행했던 다섯 명의 수행자를 찾아가 법을 전하고, 그들이 붓다를 스승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상가는 시작되었다. 붓다를 따르는 출가자들이 늘어나자, 공동체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규칙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다. 그 규칙이 계(戒)와 율(律)이다. 계가 수행자 개개인의 윤리의 기준이라면 율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규칙이라 할 수 있다. 불교 상가의 규칙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내용을 기록해 놓은 경전을 『율장(律藏)』이라고 한다. 『율장(律藏)』은 붓다 재세시에 수행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담긴 이야기책이면서 당시의 공동체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상가는 수행자로 구성된 공동체였지만 아무런 흠결 없이 무구한 공동체는 아니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먹는 것, 입는 것에서 생겨나는 논쟁도 있었고, 성적 욕망과 관련해서도 온갖 일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불화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 단적인...
붓다는 공동체 내부의 불화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나는 절에 가면 법당을 찾아 불상 앞에서 삼배를 올린다. 세 번 절하는 삼배는 불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歸依)의 의례다. 귀의란 몸과 마음을 다해 신뢰하고 공경하며 의지한다는 의미다. 귀의는 자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을 요구한다. 삼보를 구성하는 불(佛)은 깨달음으로 안내하는 스승인 붓다, 법(法)은 붓다의 가르침 그리고 승(僧)은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어온 수행공동체 승가를 가리킨다. 승가는 모임, 단체 등을 뜻하는 빨리어 상가(Sangha)를 음역한 말이다.    6년간의 수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자신과 함께 고행했던 다섯 명의 수행자를 찾아가 법을 전하고, 그들이 붓다를 스승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상가는 시작되었다. 붓다를 따르는 출가자들이 늘어나자, 공동체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규칙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다. 그 규칙이 계(戒)와 율(律)이다. 계가 수행자 개개인의 윤리의 기준이라면 율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규칙이라 할 수 있다. 불교 상가의 규칙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내용을 기록해 놓은 경전을 『율장(律藏)』이라고 한다. 『율장(律藏)』은 붓다 재세시에 수행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담긴 이야기책이면서 당시의 공동체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상가는 수행자로 구성된 공동체였지만 아무런 흠결 없이 무구한 공동체는 아니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먹는 것, 입는 것에서 생겨나는 논쟁도 있었고, 성적 욕망과 관련해서도 온갖 일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불화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 단적인...
요요
2026.05.01 | 조회 233
요요와 불교산책
            전쟁 반대 오체투지   전쟁의 시대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국 군인 사상자가 200만에 육박하고 있다는데 여전히 소모적인 상호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나라들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무차별 살상으로 4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고, 가자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난 뒤에야 끝이 났다. 얼마전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에 연이어 미국이 전쟁의 당사자가 된 만큼 지난 두 번의 전쟁에 비해 훨씬 더 큰 충격으로 온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란의 독재자를 제거한다는 화려한 명분도 잠깐, 테헤란의 여자 초등학교에 떨어진 폭탄으로 7세~12세의 아이들 170여명이 죽었지만 공격당사자 중 누구도 참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앤스로픽의 클로드가 좌표를 설정하고, 타격 시뮬레이션을 한 뒤 이루어졌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전회의를 하며 전략전술을 결정하던 시대는 갔다. AI가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결정하는 AI 전쟁이 시작되었다. 오늘날의 전쟁은 군인들이 직접 총을 들고 싸우지 않는다. AI가 설정한 좌표를 기반으로 미사일이 날고 드론이 날아 표적을 맞추고, 파괴하고 사람을 죽인다.   몇년째 살상, 폭격, 파괴 소식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오폭으로 수백명의 아이들이 죽어도,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는 핵시설을 공격한다고 해도...
            전쟁 반대 오체투지   전쟁의 시대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국 군인 사상자가 200만에 육박하고 있다는데 여전히 소모적인 상호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나라들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무차별 살상으로 4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고, 가자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난 뒤에야 끝이 났다. 얼마전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에 연이어 미국이 전쟁의 당사자가 된 만큼 지난 두 번의 전쟁에 비해 훨씬 더 큰 충격으로 온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란의 독재자를 제거한다는 화려한 명분도 잠깐, 테헤란의 여자 초등학교에 떨어진 폭탄으로 7세~12세의 아이들 170여명이 죽었지만 공격당사자 중 누구도 참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앤스로픽의 클로드가 좌표를 설정하고, 타격 시뮬레이션을 한 뒤 이루어졌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전회의를 하며 전략전술을 결정하던 시대는 갔다. AI가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결정하는 AI 전쟁이 시작되었다. 오늘날의 전쟁은 군인들이 직접 총을 들고 싸우지 않는다. AI가 설정한 좌표를 기반으로 미사일이 날고 드론이 날아 표적을 맞추고, 파괴하고 사람을 죽인다.   몇년째 살상, 폭격, 파괴 소식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오폭으로 수백명의 아이들이 죽어도,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는 핵시설을 공격한다고 해도...
요요
2026.03.30 | 조회 314
요요와 불교산책
        요즘 자주 찾아보는 OTT 프로그램이 있다. <취미는 과학>이다. 얼마 전 빅뱅편을 보고 나서 빅뱅이 우주의 기원을 설명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우주가 고온 고밀도였던 어떤 시점으로부터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팽창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었다. 그러니 138억년은 전체 우주의 역사가 아니라 다만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시공간이 빅뱅 이후 흘러온 시간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팽창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고온 고밀도 상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빅뱅 이론은 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러니 빅뱅을 우주 창조의 제1원인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다.   제1원인을 탐구하는 것이 형이상학이다. 플라톤은 신화의 구조를 빌려 우주의 제작자 데미우르고스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데미우르고스는 엄밀한 의미의 제1원인은 아니었다. 제작에 앞서 이미 설계도(이데아)와 재료(코라와 질료)가 주어졌다고 가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1원인을 보다 엄밀하게 정의함으로써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세계를 움직이게 한 ‘부동의 원동자’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기독교는 그것을 창조주 하나님으로 신학화 했다. 성경의 <창세기>는 창조주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고 하자 빛이 생겼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누구인가? 모세의 물음에 하나님 자신이 답한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과학은 물리법칙으로 세계의 생성과 파괴를 설명한다. 신학은 신의 목적과 계획에 의해 세계가 건립되었다고 본다. 세계의 파괴 역시 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불교의 창세기는 괴멸로 시작한다 모든 것이 상호 의존하여 생성하고 소멸하는 무시무종의 연기를 설하는 불교에는 제1원인이 없다. 서구 형이상학이 최초의 원인에 주목했다면 불교는 관계의 그물망에...
        요즘 자주 찾아보는 OTT 프로그램이 있다. <취미는 과학>이다. 얼마 전 빅뱅편을 보고 나서 빅뱅이 우주의 기원을 설명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우주가 고온 고밀도였던 어떤 시점으로부터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팽창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었다. 그러니 138억년은 전체 우주의 역사가 아니라 다만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시공간이 빅뱅 이후 흘러온 시간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팽창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고온 고밀도 상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빅뱅 이론은 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러니 빅뱅을 우주 창조의 제1원인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다.   제1원인을 탐구하는 것이 형이상학이다. 플라톤은 신화의 구조를 빌려 우주의 제작자 데미우르고스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데미우르고스는 엄밀한 의미의 제1원인은 아니었다. 제작에 앞서 이미 설계도(이데아)와 재료(코라와 질료)가 주어졌다고 가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1원인을 보다 엄밀하게 정의함으로써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세계를 움직이게 한 ‘부동의 원동자’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기독교는 그것을 창조주 하나님으로 신학화 했다. 성경의 <창세기>는 창조주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고 하자 빛이 생겼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누구인가? 모세의 물음에 하나님 자신이 답한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과학은 물리법칙으로 세계의 생성과 파괴를 설명한다. 신학은 신의 목적과 계획에 의해 세계가 건립되었다고 본다. 세계의 파괴 역시 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불교의 창세기는 괴멸로 시작한다 모든 것이 상호 의존하여 생성하고 소멸하는 무시무종의 연기를 설하는 불교에는 제1원인이 없다. 서구 형이상학이 최초의 원인에 주목했다면 불교는 관계의 그물망에...
우현
2026.03.01 | 조회 23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