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고전중
          사건은 돌출된 고요한 변화이다 새해 들어 두 권의 책을 읽었다. 하나는 로이 스크랜턴의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이고 또 하나는 프랑수아 줄리앙의 『고요한 변화』이다.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는 3월에 발행되는 웹진 'MOON*MAG'을 위한 사전 세미나 용이었고, 『고요한 변화』는 지난해 ‘주역 철학사’ 공부의 보충으로 기획된 것이었다. 그런데 별로 관련이 없어 보였던 두 책이 문탁네트워크의 ‘이사’라는 사건으로 서로 엮이게 되었다.       “거대한 빙하의 움직임처럼, 커다란 사건은 고요한 변화에서 돌출한다.” 프랑수아 줄리앙, 『고요한 변화』       『고요한 변화』에서 줄리앙은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이행’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변화라고 말할 때는 A와 A′로의 변화, 그러니까 A라는 상태에서 A′로 달라짐을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 변화는 A에서 A′로 이행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구 사유에서 변화는 존재를 중심으로 하기에 ‘그 사이’ 즉 이행과정을 사유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사유의 침묵을 줄리앙은 ‘고요한 변화’라고 칭했다. 여기서 줄리앙은 변화에 대한 동양적 사유에 주목한다. 동양에서는 변화가 전반에 걸쳐 조금씩 지속성 있게 일어나며, 여러 요소의 상호 관계에서 비롯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에서는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결코 지각될 만큼 충분히 구별되지 않는다.”   변화를 우리는 하나의 단어로 쓰고 있지만 고전(古典)에서는 변(變)과 화(化)를 구분해서 쓴다. 변(變)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처럼 ‘달라진 상태’를 말하고 있다면 화(化)는 고요한 변화처럼 비가시적 영역을 나타낸다. 이렇듯 우리가 말하는 ‘변화’에는 이 두 영역, 즉...
          사건은 돌출된 고요한 변화이다 새해 들어 두 권의 책을 읽었다. 하나는 로이 스크랜턴의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이고 또 하나는 프랑수아 줄리앙의 『고요한 변화』이다.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는 3월에 발행되는 웹진 'MOON*MAG'을 위한 사전 세미나 용이었고, 『고요한 변화』는 지난해 ‘주역 철학사’ 공부의 보충으로 기획된 것이었다. 그런데 별로 관련이 없어 보였던 두 책이 문탁네트워크의 ‘이사’라는 사건으로 서로 엮이게 되었다.       “거대한 빙하의 움직임처럼, 커다란 사건은 고요한 변화에서 돌출한다.” 프랑수아 줄리앙, 『고요한 변화』       『고요한 변화』에서 줄리앙은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이행’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변화라고 말할 때는 A와 A′로의 변화, 그러니까 A라는 상태에서 A′로 달라짐을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 변화는 A에서 A′로 이행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구 사유에서 변화는 존재를 중심으로 하기에 ‘그 사이’ 즉 이행과정을 사유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사유의 침묵을 줄리앙은 ‘고요한 변화’라고 칭했다. 여기서 줄리앙은 변화에 대한 동양적 사유에 주목한다. 동양에서는 변화가 전반에 걸쳐 조금씩 지속성 있게 일어나며, 여러 요소의 상호 관계에서 비롯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에서는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결코 지각될 만큼 충분히 구별되지 않는다.”   변화를 우리는 하나의 단어로 쓰고 있지만 고전(古典)에서는 변(變)과 화(化)를 구분해서 쓴다. 변(變)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처럼 ‘달라진 상태’를 말하고 있다면 화(化)는 고요한 변화처럼 비가시적 영역을 나타낸다. 이렇듯 우리가 말하는 ‘변화’에는 이 두 영역, 즉...
우현
2026.03.01 |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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