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얼마 전에 길드다 청년들과 일민미술관 전시에 다녀왔다. 사정인즉 이렇다.      일민미술관이 <운명상담소 : Fortune Telling>이라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길드다의 친구인 티슈오피스(청년 디자인 스타트업)에 이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게임형 모바일 전시 어플리케이션 ‘Fortune Telling Center’를 맡겼고, 티슈오피스는 그것을 게임으로 구현하면서 주제를 주역으로 잡았고, 그 게임에 들어갈 텍스트 (주역 괘 해설)를 길드다에 요청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길드다는 이 전시에 아주 부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또 어쩌다보니 “이런 신박한 청년들(길드다)”을 신기하게 본 일민미술관 측에서 새로 기획하는 온라인 전시 웹페이지에 글을 기고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무조건 한다” 였다. 운명에 대해 어떤 글을 쓸 것인가는 뭐 차차 생각해보면 되지 않겠는가? 일단 전시를 먼저 보자. 하여, 평생에 걸쳐 몇 번 가본 적이 없는 미술관을 이번에 가게 된 것이다. 반쯤은 의무방어전으로.          내가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젊은 시절을 한참 지나서였다. 고미숙샘 덕분에 우연히 사주명리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유용했다. 처음으로 나의 신체적 운명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고, 덕분에 내가 왜 비위가 약한지 (난 편식이 심하고 그래서 늘 주변에서 놀림을 받는다^^) 왜 계속 넘어지고 발이 삐끗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에너지를 쓰는 패턴도 알게 되었다. 아, 나는 본투비 오지라퍼구나. 그러니 사는 게 이렇게 고달프지. 그렇다면 계속 이렇게 살면서 끊임없이 남 탓, 세상 탓을 할 것인가? 사주명리를 공부한...
    얼마 전에 길드다 청년들과 일민미술관 전시에 다녀왔다. 사정인즉 이렇다.      일민미술관이 <운명상담소 : Fortune Telling>이라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길드다의 친구인 티슈오피스(청년 디자인 스타트업)에 이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게임형 모바일 전시 어플리케이션 ‘Fortune Telling Center’를 맡겼고, 티슈오피스는 그것을 게임으로 구현하면서 주제를 주역으로 잡았고, 그 게임에 들어갈 텍스트 (주역 괘 해설)를 길드다에 요청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길드다는 이 전시에 아주 부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또 어쩌다보니 “이런 신박한 청년들(길드다)”을 신기하게 본 일민미술관 측에서 새로 기획하는 온라인 전시 웹페이지에 글을 기고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무조건 한다” 였다. 운명에 대해 어떤 글을 쓸 것인가는 뭐 차차 생각해보면 되지 않겠는가? 일단 전시를 먼저 보자. 하여, 평생에 걸쳐 몇 번 가본 적이 없는 미술관을 이번에 가게 된 것이다. 반쯤은 의무방어전으로.          내가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젊은 시절을 한참 지나서였다. 고미숙샘 덕분에 우연히 사주명리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유용했다. 처음으로 나의 신체적 운명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고, 덕분에 내가 왜 비위가 약한지 (난 편식이 심하고 그래서 늘 주변에서 놀림을 받는다^^) 왜 계속 넘어지고 발이 삐끗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에너지를 쓰는 패턴도 알게 되었다. 아, 나는 본투비 오지라퍼구나. 그러니 사는 게 이렇게 고달프지. 그렇다면 계속 이렇게 살면서 끊임없이 남 탓, 세상 탓을 할 것인가? 사주명리를 공부한...
문탁
2021.05.20 | 조회 168
지난 연재 읽기 해완이의 쿠바통신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돌파구를 찾아서   스물네 살이 되었을 때 M은 인생을 다시 계획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오 년 간의 긴 투병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M은 아버지가 쉰 살에 얻은 막둥이였고, 이미 가정을 꾸린 다섯 명의 손위형제들은 오 년 전 병 구환을 도맡을 사정이 안 된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결국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M이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처음에는 슬픔과 당혹감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곧 틀에 박힌 일상이 모든 것을 덮었다. 어떤 마음이든 일상에 편입되면 얼마간은 무감각해진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자 갑자기 자유가 찾아왔다. M은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계획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전환기, 그는 돈 벌기와 병 구환에만 몰두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을 뺀 모두가 앞으로 나가고 있는 듯했다. 물론 M의 생존력은 어떤 친구들보다도 강했다. 그는 소소한...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돌파구를 찾아서   스물네 살이 되었을 때 M은 인생을 다시 계획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오 년 간의 긴 투병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M은 아버지가 쉰 살에 얻은 막둥이였고, 이미 가정을 꾸린 다섯 명의 손위형제들은 오 년 전 병 구환을 도맡을 사정이 안 된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결국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M이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처음에는 슬픔과 당혹감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곧 틀에 박힌 일상이 모든 것을 덮었다. 어떤 마음이든 일상에 편입되면 얼마간은 무감각해진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자 갑자기 자유가 찾아왔다. M은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계획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전환기, 그는 돈 벌기와 병 구환에만 몰두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을 뺀 모두가 앞으로 나가고 있는 듯했다. 물론 M의 생존력은 어떤 친구들보다도 강했다. 그는 소소한...
관리자
2021.05.19 | 조회 400
지난 연재 읽기 지원의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파지사유 공사일지: 공간은 무엇으로 공간이 될까요?     “잡동사니에 대한 강조가 가장 중요하다. 도시란 바로 이런 것, 즉 서로를 보완하고 지탱해주는 잡동사니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얽히고설킨 질서는 여러모로 대단히 경이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호 의존하는 여러 용도들의 생생한 집합체, 이런 자유와 이런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안타까운 공간   공간 디자인을 시작한 뒤로, 나는 어떤 공간이든 한 번씩 더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식당이든 카페든 사적인 공간이든 공적인 공간이든, 나는 그곳을 ‘공간’으로써 본다. 친구의 집은 한편으로 그냥 친구의 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점에선 ‘잘 계획된 공간’, 어떤 점에선 ‘디자인되지 못한 공간’이다. 후자의 시선으로 볼 때, 나는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는지,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 분석한다. 어떤 것을 지향하고, 어떤 것을 지양해야할지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눈을 가지고 보면, 많은―어쩌면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공간들이 잘 계획되어있지 못하다. 거의 모든 공간들이 ‘되는대로’ 만들어져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들은 우리의 생활, 우리의 일상과 관계없이 만들어져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춘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맞추어 산다. 상업 공간 역시 크게 다르지...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파지사유 공사일지: 공간은 무엇으로 공간이 될까요?     “잡동사니에 대한 강조가 가장 중요하다. 도시란 바로 이런 것, 즉 서로를 보완하고 지탱해주는 잡동사니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얽히고설킨 질서는 여러모로 대단히 경이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호 의존하는 여러 용도들의 생생한 집합체, 이런 자유와 이런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안타까운 공간   공간 디자인을 시작한 뒤로, 나는 어떤 공간이든 한 번씩 더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식당이든 카페든 사적인 공간이든 공적인 공간이든, 나는 그곳을 ‘공간’으로써 본다. 친구의 집은 한편으로 그냥 친구의 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점에선 ‘잘 계획된 공간’, 어떤 점에선 ‘디자인되지 못한 공간’이다. 후자의 시선으로 볼 때, 나는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는지,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 분석한다. 어떤 것을 지향하고, 어떤 것을 지양해야할지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눈을 가지고 보면, 많은―어쩌면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공간들이 잘 계획되어있지 못하다. 거의 모든 공간들이 ‘되는대로’ 만들어져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들은 우리의 생활, 우리의 일상과 관계없이 만들어져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춘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맞추어 산다. 상업 공간 역시 크게 다르지...
지원
2021.04.25 | 조회 488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난 이번 보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왜? 서울(부산)시민이 아니니까. 핫, 썰렁. 농담이고, 서울시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지리멸렬 정치소음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하여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선거 이야기는 빠르게 패스, 선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선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서울에 강의를 가는 길에 우연히 기본소득당 신지혜씨의 선거플랜카드를 봤다. 그녀의 공약은 ‘무상생리대’와 ‘미프진’ 공급이었다. 와, 간만에 신박하네. 갑자기 흥미가 솟구침. 그런데 미프진이 뭐지? 검색 결과 그건 먹는 낙태약이었다. 하하, 난 이제 진짜 꼰대구나. 그녀들 덕분에 그렇게 잠시 즐거웠다. 그것으로 끝.         그런데 선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선거가 끝난 후 오히려 증폭되었다. 바로 ‘이남자(이십대 남자)’ 때문이었다. 모든 언론에서 오세훈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이남자’를 꼽았다. ‘이남자’의 마음이, 무려 72.5%의 마음이 오세훈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심?!에 대한 분석이 분분했다.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변심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라 도대체 ‘이남자’가 누군지가 진짜 궁금했다. ‘이남자’는 내가 아는 남자인가? 내가 모르는 남자인가?     일단 주변의 ‘이남자’들을 꼽아본다. 우선 길드다 청년들이 있다. (앗, 모두 ‘이남자’는 아니네~ ) 어쨌든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이들 셋, 그러니까 20대 초반인 우현과 30대 초반인 지원, 명식은 너무 다르다. 입맛도 다르고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돈 쓰는 법도 다르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다르다. 물었다. 너희가 서울시민이었으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 같니? 명식과 우현은 투표를 안했을 것 같다고 하고 지원은 오태양한테 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안다. 명식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와 우현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차마 여기에 그 이유를 쓰지는 못하겠다)     음, 또 내 주변의 ‘이남자’는 누가 있을까? 앗, 악어떼1)1기 졸업생들이 있다. 시설에서 자랐고 지금은 사회복지사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LH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그 녀석들은...
    난 이번 보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왜? 서울(부산)시민이 아니니까. 핫, 썰렁. 농담이고, 서울시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지리멸렬 정치소음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하여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선거 이야기는 빠르게 패스, 선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선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서울에 강의를 가는 길에 우연히 기본소득당 신지혜씨의 선거플랜카드를 봤다. 그녀의 공약은 ‘무상생리대’와 ‘미프진’ 공급이었다. 와, 간만에 신박하네. 갑자기 흥미가 솟구침. 그런데 미프진이 뭐지? 검색 결과 그건 먹는 낙태약이었다. 하하, 난 이제 진짜 꼰대구나. 그녀들 덕분에 그렇게 잠시 즐거웠다. 그것으로 끝.         그런데 선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선거가 끝난 후 오히려 증폭되었다. 바로 ‘이남자(이십대 남자)’ 때문이었다. 모든 언론에서 오세훈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이남자’를 꼽았다. ‘이남자’의 마음이, 무려 72.5%의 마음이 오세훈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심?!에 대한 분석이 분분했다.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변심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라 도대체 ‘이남자’가 누군지가 진짜 궁금했다. ‘이남자’는 내가 아는 남자인가? 내가 모르는 남자인가?     일단 주변의 ‘이남자’들을 꼽아본다. 우선 길드다 청년들이 있다. (앗, 모두 ‘이남자’는 아니네~ ) 어쨌든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이들 셋, 그러니까 20대 초반인 우현과 30대 초반인 지원, 명식은 너무 다르다. 입맛도 다르고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돈 쓰는 법도 다르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다르다. 물었다. 너희가 서울시민이었으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 같니? 명식과 우현은 투표를 안했을 것 같다고 하고 지원은 오태양한테 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안다. 명식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와 우현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차마 여기에 그 이유를 쓰지는 못하겠다)     음, 또 내 주변의 ‘이남자’는 누가 있을까? 앗, 악어떼1)1기 졸업생들이 있다. 시설에서 자랐고 지금은 사회복지사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LH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그 녀석들은...
문탁
2021.04.20 | 조회 85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공동체 밥상을 책임지겠어!    2017년 말 워크샵에서 다음 해의 공동체 주방을 운영하는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할 파트너를 찾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당시 공동체 주방이었던 주술밥상 매니저와 마주쳤다. 회계 등등의 인수인계 잡무와 내년 운영 계획 등이 오가는데 분위기가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은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 그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여섯이나 했다는 거야?! 나: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없잖아! 그럼 혼자서라도 해야지!   우리 둘은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구는 기존의 매니저 여섯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물색해보자고 했다. 이미 그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던 나는 다들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그날 나와 함께 공동체 밥상을 맡을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는 상황, 그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적절한 말도 찾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2016년 공동체 밥상이 파지사유로 내려오면서 ‘주술밥상’ 시대가 열렸다. 주술밥상은 공동체의 밥상과 단품요리를 만드는 찬방을 함께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음식을 잘 하는 친구들과 기획력 있는 친구까지 합심해서 예술작품 같은 요리로 대박을 내보자는 야심찬 밥상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2018년 봄 나는 그 주방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저런 사단이 났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잘 해보자는 마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날 우리는 제각각 마음이 좀 상했다. 나는 그 친구와 헤어져...
공동체 밥상을 책임지겠어!    2017년 말 워크샵에서 다음 해의 공동체 주방을 운영하는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할 파트너를 찾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당시 공동체 주방이었던 주술밥상 매니저와 마주쳤다. 회계 등등의 인수인계 잡무와 내년 운영 계획 등이 오가는데 분위기가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은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 그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여섯이나 했다는 거야?! 나: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없잖아! 그럼 혼자서라도 해야지!   우리 둘은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구는 기존의 매니저 여섯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물색해보자고 했다. 이미 그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던 나는 다들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그날 나와 함께 공동체 밥상을 맡을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는 상황, 그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적절한 말도 찾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2016년 공동체 밥상이 파지사유로 내려오면서 ‘주술밥상’ 시대가 열렸다. 주술밥상은 공동체의 밥상과 단품요리를 만드는 찬방을 함께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음식을 잘 하는 친구들과 기획력 있는 친구까지 합심해서 예술작품 같은 요리로 대박을 내보자는 야심찬 밥상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2018년 봄 나는 그 주방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저런 사단이 났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잘 해보자는 마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날 우리는 제각각 마음이 좀 상했다. 나는 그 친구와 헤어져...
기린
2021.04.19 | 조회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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