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지원의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처음 목공소에서 독립한 즈음 여덟 평 남짓의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돈은 많지 않지만 멋진 걸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난 예산을 맞추겠다며 세 달여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 혼자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일을 한다고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일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숙달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수도배관, 주방설비, 미장, 페인트 칠, 타일, 금속…. 나 혼자서는 평생을 해도 다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현장부터는 다양한 공정을 함께 만들어 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 공정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이 사람을 통해 다른 공정의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혼자서 일을 할 수 없듯이 각 공정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조건이라서, 여기엔 일종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에겐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세계에 적응해 갈 즈음, 그러니까 네트워크에서 나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일을 ‘물어오는’ 사람으로 한 사람의 몫을 할 즈음부터 나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이 네트워크에는 여성이 없을까?...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처음 목공소에서 독립한 즈음 여덟 평 남짓의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돈은 많지 않지만 멋진 걸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난 예산을 맞추겠다며 세 달여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 혼자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일을 한다고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일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숙달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수도배관, 주방설비, 미장, 페인트 칠, 타일, 금속…. 나 혼자서는 평생을 해도 다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현장부터는 다양한 공정을 함께 만들어 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 공정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이 사람을 통해 다른 공정의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혼자서 일을 할 수 없듯이 각 공정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조건이라서, 여기엔 일종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에겐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세계에 적응해 갈 즈음, 그러니까 네트워크에서 나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일을 ‘물어오는’ 사람으로 한 사람의 몫을 할 즈음부터 나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이 네트워크에는 여성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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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완이의 쿠바통신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숭고한 청소부 여자는 A를 숭고한 청소부라고 부른다. A는 자신의 딸 뻘인 여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계속 알아왔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할머니가 이곳에 살았었다. 이제는 여자가 집의 주인이다. A는 여자가 나이를 먹은 햇수만큼 이 집 열쇠를 가지고 살았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하며, 사람이 있든 없든 집안 구석구석 청소한다. 바닥난 세제를 채우고 오래된 빗자루를 바꿔놓는 것도 A의 몫이다. 긴 세월 동안 도난당한 물건은 없다. 집안의 일이 집 밖의 소문이 되어 흘러나간 적도 없다. A의 행실은 몇 십 년째 한결같다. 여자가 그에게 숭고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남들이 보기에 A는 말 없는 청소부다. 무뚝뚝하지는 않다. 오랜 이웃들은 A가 청소를 하러 오는 날이면 아는 체를 하고, A는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띠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숭고한 청소부 여자는 A를 숭고한 청소부라고 부른다. A는 자신의 딸 뻘인 여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계속 알아왔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할머니가 이곳에 살았었다. 이제는 여자가 집의 주인이다. A는 여자가 나이를 먹은 햇수만큼 이 집 열쇠를 가지고 살았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하며, 사람이 있든 없든 집안 구석구석 청소한다. 바닥난 세제를 채우고 오래된 빗자루를 바꿔놓는 것도 A의 몫이다. 긴 세월 동안 도난당한 물건은 없다. 집안의 일이 집 밖의 소문이 되어 흘러나간 적도 없다. A의 행실은 몇 십 년째 한결같다. 여자가 그에게 숭고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남들이 보기에 A는 말 없는 청소부다. 무뚝뚝하지는 않다. 오랜 이웃들은 A가 청소를 하러 오는 날이면 아는 체를 하고, A는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띠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