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카메오 열전
관중은 인한 사람입니까   자로가 말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죽이자 소홀은 죽었고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인하지 못한 것이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환공이 제후를 규합하면서도 군사력으로 하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었다.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논어』「헌문」17   관중(管仲)은 제(齊)나라의 정치가로 이름은 이오(夷吾)이고 중(仲)은 자이다. 우리에게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려운 시절, 친구인 포숙아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던 관중은 후에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것은 포숙아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라는 말로 그와의 두터운 우정을 보여주었다. 포숙아는 제나라의 공자 규와 소백이 군주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규를 지지하던 관중과 달리 소백을 모시고 있었다. 후에 소백이 제 환공의 자리에 오르자 포숙아는 관중을 추천하여 그를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이에 관중은 제 환공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만들고, 제나라를 제후국 중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게 하였다. 제 환공은 관중을 높여 중부(仲父)라 불렀다고 한다.     공자는 칭찬에 인색하다. 『논어』에 누가 인(仁)하냐고 물으면 대체로 “인한지 모르겠다.(不知其仁也)”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로가 관중은 인하지 못한 사람이지 않느냐고 물을 때 공자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如其仁)”라고 대답한 것은 대단한 칭찬으로 볼 수 있다. 공자는 관중과 제 환공이 쇠약해진 주(周)나라를 대신해, 제후들을 규합하여 주 왕실을 받들게 하고, 북쪽의 융족이 침략했을 때 그를 막아냄으로써 중원의 문화를 지킨 것을 높게 평가했다. 춘추전국시대를...
관중은 인한 사람입니까   자로가 말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죽이자 소홀은 죽었고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인하지 못한 것이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환공이 제후를 규합하면서도 군사력으로 하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었다.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논어』「헌문」17   관중(管仲)은 제(齊)나라의 정치가로 이름은 이오(夷吾)이고 중(仲)은 자이다. 우리에게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려운 시절, 친구인 포숙아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던 관중은 후에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것은 포숙아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라는 말로 그와의 두터운 우정을 보여주었다. 포숙아는 제나라의 공자 규와 소백이 군주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규를 지지하던 관중과 달리 소백을 모시고 있었다. 후에 소백이 제 환공의 자리에 오르자 포숙아는 관중을 추천하여 그를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이에 관중은 제 환공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만들고, 제나라를 제후국 중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게 하였다. 제 환공은 관중을 높여 중부(仲父)라 불렀다고 한다.     공자는 칭찬에 인색하다. 『논어』에 누가 인(仁)하냐고 물으면 대체로 “인한지 모르겠다.(不知其仁也)”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로가 관중은 인하지 못한 사람이지 않느냐고 물을 때 공자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如其仁)”라고 대답한 것은 대단한 칭찬으로 볼 수 있다. 공자는 관중과 제 환공이 쇠약해진 주(周)나라를 대신해, 제후들을 규합하여 주 왕실을 받들게 하고, 북쪽의 융족이 침략했을 때 그를 막아냄으로써 중원의 문화를 지킨 것을 높게 평가했다. 춘추전국시대를...
진달래
2021.09.22 | 조회 367
지난 연재 읽기 길드다 아젠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전태일 힙합 음악제>. 전태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힙합 음악제로,  재작년의 1회에서는 1차 온라인 예선 때 탈락했었다. 하지만 이소선 여사의 10주기를 추모하며 그분의 말씀 '살아서 싸워라, 하나가 되어라'를 주제로 한 올해에는 온라인, 실연심사, 본선을 뚫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집에 올 때마다 보이는 트로피 덕에 아주 헤벌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래퍼들의 현실     우승도 좋지만, 나에겐 여러 동료 래퍼들을 만났다는 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총 12명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본선 진출자들이니만큼 실력은 모두 출중했고 19세부터 3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으며 음악 스타일도 가지각색이었다. 모두 음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똑같았지만 말이다.   이건 아마추어 래퍼들이 처한 현실의 조건이다. 주 6일 알바를 뛰면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작업하거나, 쌀국수집 매니저로 있으면서 매일 9시에 퇴근하고 새벽까지 작업하는 일상. 아니면 빚을 져가며 앨범을 만들고 활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불안정한 직업이고 우리가 미디어로 접하는 ‘돈 많은 래퍼’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런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언젠간 뭐라도 되지 않겠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트렌디 래퍼’, ‘언더 래퍼’, 그리고 ‘아마추어 래퍼’   음악제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한 줄’을 쓰게 했는데 그 소개 문구에 ‘반년 뒤에 성공’이라고 적어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 포부만큼이나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탈색한 머리, 팔 쪽에 살짝...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전태일 힙합 음악제>. 전태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힙합 음악제로,  재작년의 1회에서는 1차 온라인 예선 때 탈락했었다. 하지만 이소선 여사의 10주기를 추모하며 그분의 말씀 '살아서 싸워라, 하나가 되어라'를 주제로 한 올해에는 온라인, 실연심사, 본선을 뚫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집에 올 때마다 보이는 트로피 덕에 아주 헤벌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래퍼들의 현실     우승도 좋지만, 나에겐 여러 동료 래퍼들을 만났다는 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총 12명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본선 진출자들이니만큼 실력은 모두 출중했고 19세부터 3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으며 음악 스타일도 가지각색이었다. 모두 음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똑같았지만 말이다.   이건 아마추어 래퍼들이 처한 현실의 조건이다. 주 6일 알바를 뛰면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작업하거나, 쌀국수집 매니저로 있으면서 매일 9시에 퇴근하고 새벽까지 작업하는 일상. 아니면 빚을 져가며 앨범을 만들고 활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불안정한 직업이고 우리가 미디어로 접하는 ‘돈 많은 래퍼’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런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언젠간 뭐라도 되지 않겠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트렌디 래퍼’, ‘언더 래퍼’, 그리고 ‘아마추어 래퍼’   음악제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한 줄’을 쓰게 했는데 그 소개 문구에 ‘반년 뒤에 성공’이라고 적어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 포부만큼이나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탈색한 머리, 팔 쪽에 살짝...
관리자
2021.09.22 | 조회 368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앗, 저....저... 저 춤! 저 춤 뭐야? 뭔데 저렇게 멋있어? 왁킹(Waacking)? 아, 팔을 저렇게 흔들어대면서 추는 걸 왁킹이라고 하는구나. 음, 나도 원숭이처럼 팔이 긴데, 나도 저거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혹시 알아? 고질적인 어깨통증이 해결될 수도 있잖아. 헐, 저건 비걸(B-girl)? 맞아, 비보이가 있는데 비걸이 왜 없겠어? 와우, 저 언니 뭐지? 모니카? 전형적인 쎈언니 캐릭터네…. 근데 나이도 꽤 들어 보이는데 춤을 겁나 잘 추네. 그리고 저 보이쉬하고 유쾌하고 재치 있는 저 친구는 뭐야? 아이키? 크루(crew)이름이 훅? 큭!! 핑크 가발 쓰고 포미닛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잘한다. 왜 이렇게 귀엽고 멋진 거야?.... 그렇다, 난 요즘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덕질 중이다             생각해보니 바람은 늘, 내 친구 요요 같은 영적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온갖 잡기(雜技)에 빠져 허우적대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이다. 무엇보다 영화! 몇 년 전,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를 보러 강남의 인디플러스까지 가는 나를 보고 요요는 “너도, 참, 병이다”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영화는 여전히 나의 최애 장르이다. 뿐만 아니다. 나는 ‘쇼미’를 본방사수하고, ‘슈퍼밴드’를 애정하며, ‘굿걸’을 사랑했다. 심지어 ‘굿걸’ 방영 때는 매주 문화평론가인 양,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과 소녀시대의 효연의 콜라보에 대해, 래퍼 퀸 와사비의 트월킹Twerking1)에 대해, 페미니즘 정치학 운운하며 매주 친구들에게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댔다.     ...
   앗, 저....저... 저 춤! 저 춤 뭐야? 뭔데 저렇게 멋있어? 왁킹(Waacking)? 아, 팔을 저렇게 흔들어대면서 추는 걸 왁킹이라고 하는구나. 음, 나도 원숭이처럼 팔이 긴데, 나도 저거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혹시 알아? 고질적인 어깨통증이 해결될 수도 있잖아. 헐, 저건 비걸(B-girl)? 맞아, 비보이가 있는데 비걸이 왜 없겠어? 와우, 저 언니 뭐지? 모니카? 전형적인 쎈언니 캐릭터네…. 근데 나이도 꽤 들어 보이는데 춤을 겁나 잘 추네. 그리고 저 보이쉬하고 유쾌하고 재치 있는 저 친구는 뭐야? 아이키? 크루(crew)이름이 훅? 큭!! 핑크 가발 쓰고 포미닛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잘한다. 왜 이렇게 귀엽고 멋진 거야?.... 그렇다, 난 요즘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덕질 중이다             생각해보니 바람은 늘, 내 친구 요요 같은 영적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온갖 잡기(雜技)에 빠져 허우적대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이다. 무엇보다 영화! 몇 년 전,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를 보러 강남의 인디플러스까지 가는 나를 보고 요요는 “너도, 참, 병이다”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영화는 여전히 나의 최애 장르이다. 뿐만 아니다. 나는 ‘쇼미’를 본방사수하고, ‘슈퍼밴드’를 애정하며, ‘굿걸’을 사랑했다. 심지어 ‘굿걸’ 방영 때는 매주 문화평론가인 양,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과 소녀시대의 효연의 콜라보에 대해, 래퍼 퀸 와사비의 트월킹Twerking1)에 대해, 페미니즘 정치학 운운하며 매주 친구들에게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댔다.     ...
문탁
2021.09.20 | 조회 241
요요와 불교산책
두 번째 화살에 맞지 않으려면   번뇌의 화살을 뽑아 집착 없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모든 슬픔을 뛰어 넘어 슬픔 없는 님으로 열반에 들 것입니다. (『숫타니파타』 3품 8 『화살의 경』)   최근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삶이 고해(苦海)라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작년 가을, 긍정과 명랑의 아이콘이었던 어머니에게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이 왔다. 추운 겨울날 새벽 어머니는 자살충동을 느끼고 집을 나섰다. 천만 다행으로 길에 쓰러져 있던 어머니를 찾은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급히 어머니를 입원시켰다. 이번에는 치매가 진행 중이던 아버지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는 무조건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시도 때도 없이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내며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아버지도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받아야했다.   퇴원한 날 어머니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낙상사고를 당해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살얼음을 딛는 것 같은 몇 개월을 보내고 이제 겨우 한숨 돌리나 했는데 얼마 전 어머니의 직장과 질 사이에 누공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망설이고 주저하다 수술을 결정했는데 수술 후 어머니는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내 마음은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탄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다가오는 일들에 대처하고 싶은데, 그것이 참, 쉽지 않다.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   내 부모님이 그렇듯이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생로병사의 사건들은 결국 닥쳐오고야 만다. 2500년 전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가...
두 번째 화살에 맞지 않으려면   번뇌의 화살을 뽑아 집착 없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모든 슬픔을 뛰어 넘어 슬픔 없는 님으로 열반에 들 것입니다. (『숫타니파타』 3품 8 『화살의 경』)   최근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삶이 고해(苦海)라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작년 가을, 긍정과 명랑의 아이콘이었던 어머니에게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이 왔다. 추운 겨울날 새벽 어머니는 자살충동을 느끼고 집을 나섰다. 천만 다행으로 길에 쓰러져 있던 어머니를 찾은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급히 어머니를 입원시켰다. 이번에는 치매가 진행 중이던 아버지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는 무조건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시도 때도 없이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내며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아버지도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받아야했다.   퇴원한 날 어머니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낙상사고를 당해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살얼음을 딛는 것 같은 몇 개월을 보내고 이제 겨우 한숨 돌리나 했는데 얼마 전 어머니의 직장과 질 사이에 누공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망설이고 주저하다 수술을 결정했는데 수술 후 어머니는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내 마음은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탄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다가오는 일들에 대처하고 싶은데, 그것이 참, 쉽지 않다.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   내 부모님이 그렇듯이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생로병사의 사건들은 결국 닥쳐오고야 만다. 2500년 전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가...
요요
2021.09.08 | 조회 619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는 집순이다. “둥글레가 집순이라니 믿어지지 않아!”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뽀시락 거리며 뭘 만드는 걸 좋아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집안에서 걷지 않고 굴러다닌 적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운동하기를 싫어했다. 그런데 형제들도 그렇고 운동신경은 발달한 편이어서 운동을 하면 곧 잘 배운다. 스노보드도 하루 만에 뒤로 내려오는 것까지 마스터했다. 이런 나의 성향들이 합해져 나오는 결과는 늘 정해졌다. 어떤 운동에 꽂히면 빨리 배워서 오버하다 금방 질리고 만다. 결국 운동이 루틴이 되질 못한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버티다가 작년에 문제가 생겼다. 작년이 운기적으로 폐나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기 쉬운 해였다. 코로나 유행만큼이나 내 기관지 염증도 계속되었다. 기관지가 좁아져서 나오는 천명음에 잠을 깨다 보니 푹 잘 수가 없었다. 54일간 지속된 장마에 기관지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기침과 가래를 달고 살았다. 운동을 해서 습을 말리고 기운을 돌리지 않으면 천식은 더욱 심해질 거라는 판단이 섰다. 해서 큰맘 먹고 필라테스 PT를 시작했다. 인도 여행을 하겠다고 모아 둔 목돈이 들어갔다. 스스로 만들지 못한 운동 루틴을 남들처럼 돈의 힘을 빌어서 시도해본 거다.    처음에 돈의 힘은 효과가 있었다. 운동을 하니 호흡을 깊게 하게 되었고 몸의 순환이 좋아졌다. 하지만 주 2회로 한정된 운동 횟수와 비싼 기구와 트레이너에 의존적인 상황은 내게 자율성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운동이 일상화가 되지 못하고 이벤트가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운동 센터가...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는 집순이다. “둥글레가 집순이라니 믿어지지 않아!”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뽀시락 거리며 뭘 만드는 걸 좋아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집안에서 걷지 않고 굴러다닌 적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운동하기를 싫어했다. 그런데 형제들도 그렇고 운동신경은 발달한 편이어서 운동을 하면 곧 잘 배운다. 스노보드도 하루 만에 뒤로 내려오는 것까지 마스터했다. 이런 나의 성향들이 합해져 나오는 결과는 늘 정해졌다. 어떤 운동에 꽂히면 빨리 배워서 오버하다 금방 질리고 만다. 결국 운동이 루틴이 되질 못한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버티다가 작년에 문제가 생겼다. 작년이 운기적으로 폐나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기 쉬운 해였다. 코로나 유행만큼이나 내 기관지 염증도 계속되었다. 기관지가 좁아져서 나오는 천명음에 잠을 깨다 보니 푹 잘 수가 없었다. 54일간 지속된 장마에 기관지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기침과 가래를 달고 살았다. 운동을 해서 습을 말리고 기운을 돌리지 않으면 천식은 더욱 심해질 거라는 판단이 섰다. 해서 큰맘 먹고 필라테스 PT를 시작했다. 인도 여행을 하겠다고 모아 둔 목돈이 들어갔다. 스스로 만들지 못한 운동 루틴을 남들처럼 돈의 힘을 빌어서 시도해본 거다.    처음에 돈의 힘은 효과가 있었다. 운동을 하니 호흡을 깊게 하게 되었고 몸의 순환이 좋아졌다. 하지만 주 2회로 한정된 운동 횟수와 비싼 기구와 트레이너에 의존적인 상황은 내게 자율성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운동이 일상화가 되지 못하고 이벤트가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운동 센터가...
둥글레
2021.09.06 | 조회 36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