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대소 19일차> 속옷? 겉옷?

관리쟈
2022-03-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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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을 사용하기전 삶아야 할까, 과탄산소다를 써야할까를 알아보려고 어설픈 취재를 시작했었습니다.

이걸 찾으면 저걸 모르겠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식을 찾아다니다보니, 새삼 인류가 한 일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네요.

이제 처음 질문으로 가보기 위해 정련과정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정련은 Scouring의 번역어로 精鍊이라 쓰고 정제와 같은 뜻입니다.

주로 석유 정련처럼 천연물질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정작 천연 목화로 솜을 만들고 천을 짜는 과정까지에는 정련이란 과정이 특별히 없습니다.

주로 후가공에서, 특히 염색가공에서 정련을 하게 되더군요.

아마도 정련은 화학적 처리의 전단계라서, 천연물질의 끝이라 그런 이름을 붙였나보다 추측을 해봅니다.

 

염색은 매우 까다로운 과정입니다. 많이 하는 식물성 섬유 염색법은 이러합니다.

섬유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염료들이 섬유의 빈틈에 들어가 더부살이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불안정한 동거라 떨어지기도 쉽고 색이 잘나오지도 않습니다.

천연염색의 복잡한 기술이 부족했던 영국 직물업계는 오랜시간 염료들을 개발해왔지요.

19세기는 화학의 시대라 각종 실험과 시도들이 있었고, 1856년 처음으로 한 화학자가 합성염료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염색이 얼룩덜룩해지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 가성소다에 넣으면 해결되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천연섬유는 대체로 누런 색을 띠는 색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색을 잘 내려면 이 색소를 파괴해주어야 합니다.

이 탈색의 과정은 표백과 비슷한데 여기에 많이 쓰이는 표백제는 락스에 들어가는 차아염소산소다라는 성분입니다.

현재 시중에서는 락스의 문제점이 대두되어 대체되었는데, 주로 과탄산소다가 사용됩니다.

 

염료, 가성소다, 매염제, 과탄산소다 등 염색에는 그 전후로 매우 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특히 ‘~소다’가 쓰이지요. 나트륨을 말합니다.

보통 천연으로 많이 있다고 말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이런 합성물질은 단일함? 순수함?이라 부를 만한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천연물질은 여러 기능과 요소들이 섞여서 다양성을 통해 균형잡힌 활동 속도를 갖는다 할 수 있습니다.

천연염료는 색을 내면서도 조직을 튼튼하게 하는 등의 균형을 이룹니다. 오랜시간 공들여 만들어낸 속도들이지요.

단일 염료는 색을 잘 내려면 조직을 약화시켜야 하고, 약화된 조직을 보완하는 다른 약물을 또 추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시작한 화학산업은 개발을 멈출 수 없습니다.

 

어쨌든 현재의 염색공정을 더 들여다보니, 정련과정에는 계면활성제가 쓰이고 표백과정에는 ~소다가 쓰입니다.

그러므로 과탄산소다는 표백을 위해 쓴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소창 정련시 굳이 표백을 할게 아니라면 물에 담그었다가 비누로 빨기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삶는 것은 섬유 조직의 뻣뻣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초기 흡수성을 높이기 위해 뻣뻣함을 풀어주는 것은 필요할 듯 하지만 이것도 여러번 빨면 풀어지긴 합니다.

속도의 문제일 뿐이지요.

 

그러면 사용하다가 더러워졌을 때 과탄산소다를 넣고 삶는 건 어떨까요?

과탄산소다는 표백제이므로 때를 벗기는 효과는 크지 못합니다.

삶는 건 때를 옷감에서 떨어지게 하는데 효과가 있으니 이 역시 비누칠을 해서 삶으면 될 것 같습니다.

결론은 차라리 비누로~이네요 ㅎㅎ

그런데 소다류를 사용하면 오염물질도 표백이 되어서 하얗게 되니, 때가 없어져 보이는 착시효과는 있습니다.

 

사실 착시효과는 색감에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소창을 흰색으로 표백하고자 해도 순수한 흰색은 어렵답니다.

그래서 가시광선에서 황색의 반대편인 보라색쪽을 강화시켜서 흰색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을 쓴다는군요.

빛은 모든 색을 골고루 섞으면 흰색이 되니까요.

형광증백제라는 물질을 쓰면 자외선 영역을 이용해서 보라색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난다는군요.

이 형광증백제는 종이부터 천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논란이 많습니다.

입술과 닿는 종이컵에는 쓸 수 없게 규제가 되어 있다는군요.

한편으로는 유해성 여부를 인체뿐 아니라 땅과 공기, 그리고 물로 삼자는게 생태적 사유입니다.

화학비료는 농업혁명을 가져왔다고 말해질 때, 그 원리를 처음 알아내었던 과학자 리비히는 몹시 분노해서 책도 썼다고 합니다. 땅을 망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누런 소창을 쓰는 것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연결점들이 있네요.

소창을 자꾸 보고 만지다보니 정이들었는지 이제는 그 색도 좋아보입니다.

원래 누런색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속옷으로 입으려고 런닝을 만들었는데, 다 만들고 나니 겉옷으로 입어도 될 것 같네요

한겹으로는 속옷, 두겹으로는 여름 실내복, 이렇게 사용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탄산소다를 만들거나 2차상품을 만드는 회사에 들어가보니 이런 설명이 있는데,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요약해봅니다. ‘과탄산소다는 엄밀히 말한면 천연물질이 아니다. 공장에서 제조공정을 거쳐서 만든다. 분말상태이고 물에 금방 녹지 않으므로 많이 쓰이면 축적되어 생태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햇빛을 이용한 표백 아이디어도 있는데, 한번 실험해 보고 언제 기회가 되면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상으로 어설픈 취재를 마칩니다. 누대소 아자!!

 

댓글 6
  • 2022-03-28 22:25

    우와~~ 마지막까지 알찬 취재 고맙습니다 ~~
    결국 비누가 제일 좋다는거죠??

    빨래비누 만들어주세요~~

  • 2022-03-29 09:33

    저는 EM 비누 만들어주세요 !!!

    EM 주방용과 세탁용 

  • 2022-03-29 09:33

    지난번 면화. 면직산업 히스토리는 조금 슬프기도 했어요. 

    그래도 탐구자같았던 자누리샘 덕분에 소창 관련 과학. 역사. 산업등등 많이 배웠습니다.

    민소매 저 옷. 입고 자면 부드러워서 단잠에 빠질거같아요.

  • 2022-03-29 13:44

    그동안 연재 잘 봤습니다 저도 덕분에 많이 배웠구요 연재와 더불어 소개해주신 소창 아이들에게서 (의외로 ㅋㅋ) 자누리샘의 솜씨까지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도 누런색이 좋아질 것 같아요. 수고 많으셨어요!

  • 2022-03-29 14:28

    샘의 취재 덕분에 섬유, 소창, 염색, 세제 등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과탄산소다는 천연이 아니지만, 생태계에는 무해하다..정도로 알고 있었는데요.

    샘의 얘기를 들어보니 많이 쓰지 않는게 좋겠군요.

    도로 자누리 주방비누로 정착해보렵니다~~ㅋㅋ

  • 2022-03-29 20:34

    ㅋㅋ 자누리 세탁비누로 의견이 통일되나요.

    아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