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꾼꾼9일차> '식물엄마되기'

블랙커피
2022-04-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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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작물을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작물 키우기의 본격적인 실전은 씨뿌리기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씨뿌리기도 직접 밭에 씨를 뿌리는 직파와 이식재배를 위한 육묘가 있습니다.

육묘는 키우고자 하는 작물을 발아부터 햇빛, 온도, 습도, 통풍 등을 잘 맞춰주어서, 밭에 옮겨심기 위한 전 단계까지의 어린식물을 키우는 과정(모 기르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허브밭에 심을 허브 중 일부(이탈리안 파슬리, 캐모마일, 오레가노, 타임, 펜넬, 홀리바질)와 완두콩, 강낭콩, 봉선화를 육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허브류는 워낙 발아나 초기생육이 까다로와 직파보다 모종으로 많이 심는데요.

그 중에서 시중에서 모종으로 구입하기 어렵거나 너무 모종값이 비싼 허브들을 이번에 맘 먹고 육묘해보기로 했지요.

그리고 5층 테라스 텃밭에 까치가 가끔 출몰하는데, 새들이 콩 씨앗을 먹거나 잘 쪼아 놓는다고 하네요.

하여 강낭콩과 완두콩은 안전하게 육묘를 해서 옮겨심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육묘를 위해 육묘용 상토와 육묘용 플러그트레이를 준비했습니다.

육묘용 상토는 어린모를 키우기에 적합한 성분으로 구성된 흙이고요.

육묘용 플러그트레이는 나중에 옮겨 심을 때 작물의 뿌리가 플러그트레이에 꽉 차야 뿌리내림이 좋다고 하여, 허브에 맞는 작은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저는 4월 3일에 육묘파종을 했는데요.

미리 흙에 물을 부어 살짝 반죽하듯 휘휘 저어 모종 플러그트레이에 하나하나 떠서 흙을 채운 후, 그 위에 씨앗을 올리고 살짝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육묘용 상토를 플러그트레이에 담은 후 물을 부으면 상토는 가볍고 공기층이 많아 물이 쉽게 스며들지 않기에 밑의 흙이 마른 채 있을 수 있다네요.

그리고 허브씨앗 중에는 미세종자/광발아종자가 많은데요. 요런 얘들은 정말 흙을 쬐금만(덮는 둥 마는 둥) 덮어주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씨앗이 흙에 밀착될 수 있도록 물을 쏴~~~악~ 뿌려주고 투명뚜껑까지 덮어주면 끝~~~

 

육묘파종 중에는 직접 플러그트레이에 파종하지 않고 수건(키친타월)에 파종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저는 비교적 씨가 큰 펜넬과 세이지를 수건파종해 보았습니다.

수건파종을 하면 발아시간을 줄일 수 있고, 발아된 것을 확인한 후 흙에 심어주기 때문에 거의 싹이 나옵니다.

수건파종 방법은 간단한데요.

키친타월을 네 겹 정도 겹쳐서 밑에 깔아주고 물을 흠뻑 뿌린 후, 씨앗을 그 위에 올리고 키친타월 한 장을 살짝 덮고 다시 물을 뿌려줍니다.

주의할 점은 씨가 마르지 않도록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물을 너무 흥건하게 하면 산소가 부족해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알맞게(!) 수분을 유지해 주는 게 관건이네요. ㅋㅋ

펜넬은 수분 유지를 위해 살짝 뚜껑을 덮어주었고, 세이지는 암발아종자라 살짝 신문지를 덮은 후 뚜껑을 올려주었습니다.

 

이렇게 육묘파종을 마친 이후...

저는 자고 일어나면, 시시때때로 그리고 자기 전에 모종 플러그트레이를 보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4월 5일에 캐모마일부터 싹이 나왔습니다.

아.............내가 심은 씨앗에서 싹이 나다니!!!!!! ㅎㅎㅎㅎㅎ

정말 처음으로 발아한 새싹들을 보는 그 순간....경이로움과 벅차오름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4월 7일에는 수건파종한 펜넬, 세이지도 발아를 확인한 후 모종 플러그트레이에 옮겨 심었구요.

4월 10일이 되자 모종 플러그트레이에 심은 모든 씨앗들에서 싹이 나왔습니다.

4월 11일에는 강낭콩과 완두콩의 뿌리가 모종 플러그트레이에 가득 차서,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겨주었지요.

 

4월 14일 오늘, 지금까지 큰 모종들을 보여드리자면...

짠~~~~

 

어떤가요?

싹이 제법 잘 나와 잘 자라고 있지요!!! ㅎㅎㅎ

(허브의 모가 워낙 작고 여려서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네요^^;;;  아쉽~)

 

낮이 되면 테라스에 놓아 햇빛을 듬뿍 받게 하고, 기온이 떨어진 날은 보일러도 살짝 틀어주고, 싹이 나오지까지 겉흙이 마르면 안된다고 하여 수시로 살피고 물을 뿌려주고, 모들이 햇빛 방향으로 휘어져 자라지 않게 플러그트레이 방향도 바꿔주고, 한 곳에 너무 많은 싹이 나오면 하나하나 솎아주고...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두 잎이 네 잎이 되고, 여섯 잎이 되었습니다.

4월 3일에 씨를 뿌렸으니, 오늘이 육묘를 시작한지 11일째인데요.

참 얼마되지 않은 기간인데... 저는 이 시간들이 왜이리 길~~~~~~게 느껴지는 걸까요?

뭔가 시간의 깊이가 달라진 느낌이랄까???

암튼 육묘를 시작하고 ‘자나깨나 모종생각! 잘 자라는지 다시 보자!!’가 저의 일상이 되었습다요~ ㅎㅎ

그래서 저는 육묘과정을 ‘식물엄마되기’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이 아이들이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 본 밭에 아주심기할 때 까지...

초보 식물엄마의 노심초사는 계~~~속 될거 같습니다.

 

댓글 8
  • 2022-04-14 13:49

    와ㅡㅡ

    씨씨씨를 뿌리고

    싹싹싹이 났어요!

    와ㅡㅡ

    엄청 존경스럽네요. 블랙커피

  • 2022-04-14 18:57

    식물엄마가 되어가는 블랙커피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는, 거의 식물 할머니쯤 될 듯^^

  • 2022-04-14 21:08

    음..저는 엄마되기 포기할래요 ㅎㅎ

  • 2022-04-14 22:53

    제대로 엄마네요.

    정성가득 쏟은 싹들 아주 잘 자랄 것 같군요.

    훌륭해요!!!!

  • 2022-04-15 06:57

    저는 분양받을 준비하고 있어요~

    얘들아, 새엄마 만나야지, 우리집으로 얼른 오거라ㅋㅋㅋ

  • 2022-04-15 13:10

    와 ~~~~ 설렘설렘설렘이요 !!!

  • 2022-04-17 00:46

    딜을 포함해 여러개의 허브 씨앗을 구입한지 2주가 지났는데...

    전 아직 파종도 못하고 있어요. 

    블랙님 짱! 멋져요.

  • 2022-04-21 18:35

    우와~~~ 감탄이 절로 
    육묘가 뭔지 제대로 알았어요.
    저도 블랙샘 따라서 도전심이 불끈~
    작년에 하다가  내버려둔 모판 부터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