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꾼꾼6일차> 마치 삼신할매처럼~

블랙커피
2022-04-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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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준비했으니, 이제 어떤 작물을 어디에 심을지를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지난 글에서 얘기한 바 있지만, 올 해 허브밭과 채소밭을 따로 꾸미려고 합니다.(완벽하게 구분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5층 테라스 텃밭이 허브밭인데요.

저는 작년에 은평의 퍼머컬처학교를 다니며 허브의 세계를 알게 되었지요.

꽃이 아름다워 보기에도 좋고, 향기도 좋고, 잎이나 꽃, 씨앗등은 인체에 여러 효과를 주어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고, 주변 작물에 이로운 영향도 주고... 거기에 더해 기르는 즐거움까지!!

정말 허브의 매력은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심고 싶은 허브는 너무 많습니다.

많고 많은 허브 중에서 올 해 키울 허브를 추리는데 3월부터 시작한 약차세미나가 많은 도움을 주었답니다.

 

일단 허브텃밭의 작물 배치도를 보실까요~

오늘 오후에 아낫샘이 톡에 올리신 채소 정원 디자인은 작물 그림이 형형색색 그려져 있어 예쁘고 멋지던데...

에고..저의 작물배치도는 허접하기 짝이 없네요. ㅠㅠ

 

그래도 에헴~ 나름 심혈을 기울인 배치도랍니다. ㅎㅎㅎㅎㅎ

먼저 허브텃밭의 앞쪽 길이가 310cm이고, 뒤쪽이 260cm라...

밭관리를 위한 통로확보와 배수의 용이성을 위해 가운데에 통로(고랑)를 만들고, 그 양쪽으로 허브를 심으려고 합니다.

맨 앞부터 뒤까지 전체적으로 작물 키높이를 고려했구요.

애플민트와 레몬밤은 반그늘을 좋아한다고 하여 허브밭 중 가장 그늘진 곳에 위치시켰습니다.

그리고 한련화는 배수가 잘되고 척박한 땅을 좋아한다고 하여 가장 배수가 잘되고 해가 잘 들어 겉흙이 가장 빨리 마르는 곳에 배치했습니다.

키가 50~60cm 정도인 세이지, 홀리바질, 스테비아는 포기 간격도 넓게 심으려고 하고요.

제일 뒤의 펜넬은 100cm이상 크고 옆으로 퍼지는 아이들이라 양쪽으로 한 개씩만 심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왼쪽 끝에 키가 큰(60cm정도) 캐모마일을 심을 건데요. 캐모마일은 주변의 관목의 병을 치유해준다고 하니 쥐똥나무 쪽 화단 위에도 심으려고 합니다.

열매채소인 방울토마토와 키가 큰 강낭콩, 완두콩은 토심이 30cm이상이면 좋은데, 4층 텃밭의 화분 토심이 20cm정도여서 관목이 있는 화단의 여유공간에 심으려고 합니다.

또 바질과 토마토, 강낭콩은 같이 심으면 상호작용이 좋은 작물들이라 함께 배치했습니다.

바질은 토마토의 병충해를 방지하고 맛도 좋게하며, 강낭콩은 토마토에게 질소를 공급하여 열매를 튼실하게 키웁니다.

음...이 정도면 허브들과 방울토마토, 강낭콩, 완두콩이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요?

 

다음으로 4층 채소텃밭을 볼건데요.

여기는 제가 좋아하는 쌈채소가 주입니다.

열매채소인 고추도 토심을 30cm이상으로 해주면 좋은데...5층에 자리가 없어 여기에 심으려고 하죠. 근데 완두콩 수를 줄이고 고추를 위로 올려야 하지 않나...고민이 되네요.ㅎㅎ

4층 텃밭은 모두 화분으로 이루어졌기에 작물 배치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 화분에 함께 심는 작물의 키높이를 대강 맞추어주면 되거든요.

1번 화분에서 5번 화분으로 갈수록 키가 커지는 순으로 배치했다고 보면 되구요.

로즈마리와 라벤더, 딜은 허브인데 4층의 화분으로 내려왔습니다.

여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는데요.

로즈마리와 라벤더는 물빠짐이 좋아야 해서 흙을 준비할 때 마사토를 많이 섞어주어야 하고, 물 주는 것을 잊으면 잘 자랄 정도로 과습에 약한 허브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따로 화분에 키우는 것을 권장하더군요.

그리고 딜은 5층의 펜넬과 마찬가지로 미나리과 허브인데, 서로 교잡이 잘 일어나 가까이 심지 말라고 하여, 딜을 아래로 내렸답니다.

봉선화는 나연이가 꼭 심어달라고 해서 추가하였구요~ ㅋ~

 

여기까지 작물 배치는 허브와 채소를 다른 공간에서 대부분 키우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장 난이도 높은 작물 배치 디자인은 생태공방 공동텃밭이었죠.

일단 공동텃밭 작물 배치도를 보실까요~

공동텃밭은 6개의 이랑과 1개의 보너스 공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공동텃밭은 한 이랑에 같이 심는 작물과 주변 작물들을 서로 상생하는 작물들(허브 포함)로 배치해 보려고 했습니다.

또 쌈채소, 배추과채소, 반찬채소, 열매채소 등을 구분하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꽃이 피는 다양한 허브를 밭 끝에 배치하여 심미적인 부분도 고려하였습니다.

 

이랑별로 설명해보자면요~

1번 이랑은 잎채소를 키 순으로 배치했고, 끝에 잎채소와 궁합이 좋은 미나리과 허브인 펜넬을 위치시켰습니다.

2번 이랑은 잎채소를 키순으로 배치하고, 깻잎은 활용도가 놓아 조금 넓게 배치했지요. 뒤의 베르가못은 고마리샘이 가지고 오실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키가 커서 옆에 관목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3번 이랑은 배추과 채소인 열무와 얼갈이를 배치했는데요. 열무 옆에 길게 당근을 심으려고 합니다. 당근은 열무의 벌레를 퇴치하고, 열무와 다른 양분을 흡수하여 같이 심으면 좋다고 합니다.

4번 이랑은 앞에 반찬채소인 시금치와 아욱을, 뒤에 고추를 키순으로 배치했고요. 뒤의 캐모마일은 옆 이랑의 방울토마토 진딧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5번 이랑은 앞에 상추, 뒤에 방울토마토를 배치했는데요. 상추가 그늘을 좋아하여 토마토로 그늘을 만들어주면 생장기간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방울토마토 옆의 강낭콩은 좀 전에 설명드렸죠? ㅎㅎ

맨 뒤의 한련화는 향이 토마토의 진딧물을 막아줍니다. 그리고 옆 이랑의 가지의 벌레도 막아준다고 하네요.

6번 이랑은 래디쉬와 파슬리가 앞에 위치하고 있고, 뒤에 가지가 있는데요. 가지가 파슬리 해충(호랑나비)를 막아준다고 합니다.

7번은 지금은 안쓰는 땅인데, 저희가 잘 갈아서 세 자매밭으로 만들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세 자매는 <향모를 땋으며>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인디언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함께 심으면 좋은 작물인데요.

옥수수, 콩, 호박이 그것이죠. 옥수수는 콩을 지지해주고, 콩은 옥수수에게 질소를 공급해주며, 호박은 그늘을 만들어 잡초를 물리칩니다.

드뎌 저희도 세 자매 작물을 심어볼 수 있는 순간이 왔네요. 과연 소문대로 잘 될지 모르지만, 즐겁게 심어봅시다요~~

여기서 열매채소(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옥수수, 호박) 모두와 한련화는 모종으로 구입하고, 펜넬와 캐모마일은 제가 육묘을 하여 가져오려고 하고, 베르가못은 고마리샘이 가져오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모두는 밭에 직접 씨를 뿌리려고 하는데요. 하필 씨뿌리기를 하기로 한 이번 주 수요일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한 주 미뤄 씨뿌리기를 해야 할 듯 하네요.

조금은 아쉽지만, 많은 분들이 씨뿌리기부터 함께하며 올 한 해 밭을 가꾸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보시길~~~

 

아......그런데 말입니다.

세 자매 뿐 아니라 나름 배치도까지 그리며 세밀하게(?) 준비해도...현장은 엄청 많은 변수들이 출몰할 것이고, 우리는 우왕좌왕할 때가 많겠지요?

그래도 배치도를 그리며 엄청 재밌었습니다. 마치 삼신할매가 생명을 점지하며 기쁨을 느끼듯이...

다음 글은 삼신할매에서 내려와 식물 엄마되기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댓글 10
  • 2022-04-11 21:39

    블랙샘은 다 계획이 있구나!!!!!!!!!

    엄청 치밀하네요. 감탄했어요.

  • 2022-04-11 21:48

    와우!! 블랙 대다나다!!

    저희 집 밭도 요대로 베껴 심어야겠어요.

    블랙이 먼저 고민해주니 넘 좋네요.

    올해 농사 재미날 것 같은 기대감이 쑤욱 올라옵니다~~~~

  • 2022-04-12 00:12

    우와ㅡㅡㅡ

    진짜 대다나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요 ㅋㅋ

  • 2022-04-12 14:35

    신나네요~~ 얼마나 많은 변수 놓고 고민하셨을까요? ㅎㅎ 그래도 고민 중에 즐거움도 충분하셨을 것 같아요! 세자매 밭을 살펴보는 것도 기대되고 앞으로 텃밭활동 너무나 기대됩니다. 

    톡에 올렸던 사진 붙여봅니다. 종종 공부했던것(15년 전인가.. ㅎㅎ ..) 정리하면 여기에도 올릴께요. 가물 가물 기억을 떠올리면서 매번 오년 뒤에 십년 뒤에 하는 농사짓는 생활을 준비 해보고 싶네요. ^^;;
    아래 채소정원은 허브랑 혼작이고 북쪽과 동쪽은 건물 벽으로 막혀있었어요. 그래서 북쪽에 키위나무를 심고 건물 옥상에서 줄을 내려서 뻗게 만들었었어요. 남서로는 고랑이 있어서 가장자리에 스노우폴(흰꽃) 심고 부대자루에 감자를 심어서 줄줄이 가장자리에 놨던 기억이 있네요. 울타리콩은 대나무 세개 구해서 세워놓고 올렸고 한련화(나스터츔)을 그 둘레에 심어서 울타리콩 두둑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었던 게 기억납니다. 아.. 아련하네요. 보리지 꽃을 좋아하는데 다시 보고싶네요.. 씨앗이 엄청 비쌌던것 같은데... 10개도 안들었는데 당시 육천원이었나... 지금은 어떨지.. 보리지 잎에서 오이맛이 났던것 같아요. 아.. 그립네용 ㅋㅋ

    • 2022-04-12 16:26

      채소정원 디자인만 봐도 얼마나 예쁘고 멋진 밭인지 상상이 되네요~~

      제가 보리지꽃을 잘 몰랐는데...찾아보니 굉장히 매력적인 허브이네요.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능있어 일명 '쾌활초'라고 불리고, 다른 작물과 함께 심으면 해충방지 효과도 있네요.

      씨앗이든, 모종이든 구해서 공동텃밭에 심어봐요~~

    • 2022-04-12 19:54

      우아~~ 농사계획을 요렇게 알록달록 예뿌게 하다니 귀엽기까지!!

      요 밭 탐나는군요.

      난 못할 것 같은데 가까이 있어서 매일 보고는 싶은 ,, 욕심이 과하죠? ㅋㅋㅋ

      • 2022-04-12 21:39

        다들 이걸 같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아낫님의 에너지와 함께 따뜻한 온기가 가득합니다^^

        디자인 보기에도 너무 이뻐요, 같이 볼 수 있게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2-04-12 21:38

    하나하나 그리고 써 넣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봅니다~

    올해 재미있네요ㅋㅋ

  • 2022-04-12 22:07

    저기서 자랄 친구들 빨리 보고싶네요^^

  • 2022-04-13 10:14

    오호! 텃밭디자인 정원디자인 이런 게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