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꾼꾼 15일차> 오직 배수!

블랙커피
2022-04-20 19:54
189

이것은 무엇일까요?

마치 무덤처럼 보이는 이것은 저의 허브텃밭의 이랑 안의 작은 이랑들입니다.

저는 왜 이렇게 허브밭을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띠우샘의 공생자행성의 두 번째 글에 달린 문탁샘의 댓글로부터 시작됩니다.

띠우샘은 작년에 베란다 텃밭이 잘되지 않은 것을 아래까지 흙작업을 해주지 않은 것에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나름 추측해보셨는데요.

문탁샘은 댓글로 그 아파트에 살아보고, 뭔가를 키워보신 경험으로 배수의 문제를 얘기하셨습니다.

그 댓글을 보는 순간 저는 건물 안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텃밭이 배수를 잘 생각하지 못한 경우가 많음을 떠올렸습니다.

햇빛과 통풍은 시각적으로 한 눈에 보이는 조건이지만, 배수는 경험해봐야 알 수 있죠.

저의 허브텃밭도 건물 안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화단입니다.

지난 3월에 석회비료를 주며 화단 밑을 살펴보니,

배수판 위에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마사토를 넣고 그 위에 흙을 넣은 구조더군요.

보통 배수판이 깔려 있다면 배수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하는데,

언젠가 흙에 물을 뿌려보니 가장자리 쪽으로 물빠짐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아..그런데 허브텃밭을 계획할 때 그 배수 문제는 놓치고 있었네요.

 

더욱이 그곳에 심을 작물인 허브들은 특히 과습에 약합니다.

허브는 대부분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랐던 것이 많은데, 그곳은 배수력이 좋은 토양이죠.

그리고 여름엔 서늘하고 건조하며 강수량이 적고, 겨울엔 온난합니다.

이러한 기후에서 자랐던 허브를 우리나라의 조건에서 키우면, 여름 장마 때가 최대의 위기라고 하더군요.

너무 과습하여 허브들이 이때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네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허브키우기는 물빠짐을 좋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네요.(책에서...ㅎㅎ)

그런데...아뿔사!

허브텃밭을 만들 곳이 배수가 좋지 않다니.. ㅠㅠ

최대의 난간에 부딪친 저는 그때부터 허브텃밭에서 배수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평평하고 넓게 조성되어 있는 밭의 가운데에 20센티 폭으로 고랑을 만들어 배수로와 이동 통로를 확보한다는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이 정도로는 배수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토요일에 공동작업을 하려고 공동텃밭에 갔다가, 아래와 같은 이랑을 보게 되었죠.

한 이랑 안에서 작물을 심을 곳을 다시 작은 이랑들로 나누어 놓음

 

그것을 보는 순간, 저는 아..............

그리하여 저는 허브텃밭의 퇴비넣기와 흙보충 작업을 진행한 지난 일요일(4월 17일)에 과감히 밭의 모양을 이랑 안에서 또 이랑들을 나누는 방식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비포와 에프터의 차이가 확실하죠? ㅎㅎㅎㅎㅎㅎㅎ

 

오직 배수를 고려한 밭의 형태!

배수가 잘 안되는 밭에서 많은 작물을 심는 것을 포기하고, 갯수는 작지만 키우는 작물이라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선택한 밭의 형태라고 할 수 있죠.

물론 허브를 심으면 두둑의 높이는 지금보다 낮아지고 평평해질 것이지만,

허브를 심은 후의 모습이 어떨지?? 이상하려나요? ^^;;;;

 

아! 그런데 말입니다.

요 며칠 이러한 형태의 이랑의 효과를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보고 있습니다.

허브텃밭을 만들 곳은 까치와 비둘기들이 날아와 사이좋게(?) 흙을 쪼곤 하는데요.

이랑을 저런 형태로 만들고 요 며칠 간 새들이 날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평평하지 않고 올록볼록한 땅이 뭔가 위험하게(?) 또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걸까요?

나름 고심한 이랑의 형태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효과를 발휘하니, 나름 어깨가 으쓱합니다. ㅋㅋ

어쨌든 이렇게 밭을 다 만들고 나니 허브를 심는 날이 몹시 기다려집니다요~

 

댓글 8
  • 2022-04-20 20:17

    똑똑한 까치와 비둘기 ㅋㅋ

    베란다텃밭은 배수가 중요하겠군요

    우리공동텃밭은 그런 걱정 안해서 좋군요

    일주일동안 물 흠뻑 줘야겠어요

     

  • 2022-04-21 07:40

    무슨 발굴작업 하는 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4-21 10:58

    오늘자 공생자행성 올리고 보니 블랙도 물이야기네요ㅋㅋ

    알아갈수록 알아야할 일들이 더 많아지는군요

    물물물ㅋㅋ

  • 2022-04-21 13:30

    집에 저리 큰 텃밭이 있으시군요. 넘넘 부러워요~ 

    저기 텃밭에는 배수층으로 빠진 물이 흘러가는 배수구로 빠지는 형태인가요?? 

    옥상텃밭의 가장 큰 적이 새들이던데 갸들이 안온다하니 완전 1석 2조!!!

    • 2022-04-21 20:54

      화단 밑에 전체적으로 배수판이 있고, 배수판 아래로 한 5센티정도(?)가  공간이 있어요. 그 공간을 통해 물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게 되어 있지요.

      그래서 구조상으로는 배수가 그리 문제가 될 거 같지 않은데...뭐가 문제인지 가장자리 쪽으로 물고임이 있고, 전체적으로 쫘악 빠지는 느낌이 덜해요.

      지금은 이만저만 괜찮을 듯 한데..비가 좀 많이 오면 고이지 싶네요.

  • 2022-04-21 13:31

    뿌듯 흐뭇하실거 같아요^^ 

  • 2022-04-21 18:12

    새로운 형태의 이랑에  새들을 멀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니 솔깃하네요.
    계속 효과 있는 지 ㅋㅋ  경과를 알려주세요.

  • 2022-04-21 22:53

    배수구망에 망을 꼭 씌워 주셔야해요 토사가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