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꾼꾼4일차> 이 미스터리가 궁금하다

띠우
2022-04-09 20:32
167

작년에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만들면서 마음이 한없이 부풀었던 기억이 납니다.

방울토마토, 고추, 바질, 아욱, 열무, 상추에 분양받은 딸기, 고수, 깻잎까지

나름 고랑을 만들어서 줄줄줄 심었고 싹이 나거나 꽃이 피면 박수도 치고 아주 잠깐 좋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잎채소 약간을 먹었고, 바질이 오래도록 살아남았으며

오늘까지 방울토마토 하나가 연명하고 있네요(앞에 쓴 글에 사진 있음).

처음에는 다른 것들처럼 저러다 죽겠지 싶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에 있는 비닐봉지 하나 덮어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야, 라며

그랬더니 자꾸 꽃이 피고 열매를 맺더군요. 서 너번 따먹는 사이 토마토란 존재감을 뿜뿜 뿜어냅니다. 

 

- 2022년 4월 6일 생존중인 방울토마토

 

그렇게 가끔 서로를 챙기며 겨울을 보내다 전 생각했습니다.

봄이 오는데 다년생도 아닌 방울토마토, 도대체 왜 살아있을까... 왜~~에?

게다가 몇 주가 지나도록 물 한 번 주지 않다가 생각날 때 한 번씩 주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생각 끝에 베란다가 흙이 깊지 않으니 일찍 죽어간 것들은 뿌리를 깊이 못 내렸던 게 아닐까 싶어졌죠.

왜냐하면 대를 세워주었던 것들은 일찌감치 말라가며 죽어갔고

대를 세우지 않고 방치해둔 방울토마토 하나만이 옆으로 계속 퍼져갔거든요

아, 뿌리를 옆으로 이어가는구나. 옳다구나! 베란다 흙깊이가 얕아서로구나.

 

이제 수요일에 받은 배양토이야기를 이어가야겠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베란다텃밭이지만 올해 생태공방 농사를 시작하면서

나의 농사계획에는 우리집 베란다텃밭 키우기가 주된 활동이었죠.

작년 경험상 올해는 흙을 많이 섞어서 올려줄 생각으로

배양토를 밭 크기에 세배쯤 주문했습니다(아, 나는 성공하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뭐든 많이 심지 말고 흙자리를 넓게 확보해주어야지, 하고 말입니다.

 

-내 스따~~일대로  뿌리를 살살 다뤄가며 옮겨두고 이 안에서 일주일간 살아남기를  

 

마지막 생존 방울토마토를 어떻게 해야하나 꽤나 고민을 했겠지요.

배양토 뿌리고 1,2주는 아무것도 심지 말라고 했으니 그냥 두면 좋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다른 곳에 옮겨심으면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것 같으니 엎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살려보자고 결정하고

54kg의 배양토를 좌아아악 펼쳐놓기 전에 방울토마토를 옮겨놓았습니다.

제 생각대로 뿌리가 옆으로 이어져있더군요. 약하디 약해보이는 뿌리들... 옳다구나!

 

-상우에게 삽질을 시키는 중~ 너나 나나ㅋ 둘이서 번갈아가며 깊은 흙을 부숴주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작은 호미와 꽃삽을 이용해 흙을 섞기 시작~

아이고아이고... 이런 된장, 우리집도 돌들이 있었습니다. 꽃삽에 꽁꽁 부딪힙니다.

흙을 섞다보니 10cm정도 아래흙이 아주 딱딱하고 돌들도 많이 나오더군요

돌들은 일부러 공기 들어가라고 넣어둔 것인지 모르겠지만...

2000년 초에 분양된 이 아파트는 건축당시 베란다텃밭을 옵션이었나본데

우리집주인은 흙을 그대로 둔 채 살았는데 오랫동안 베란다텃밭을 방치해둔 듯합니다.

 

-흙을 파면서 옆모습을 찍어보았는데 물이 아래까지 스며들려면 엄청 많이 줘야 했다

 

좀 힘을 내서 흙을 깊이 파보았습니다.

돌보다는 약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땅도 호미나 꽃삽이 잘 들어가지 않네요

아!!!!!

실제로는 베란다 흙높이가 낮아서가 아니라

오래도록 단단해진 아래흙을 뿌리가 뚫지 못해서 옆으로 움직인 것...이 아닐까요???

저는 혹시 작년에 베란다 전체 흙 중에서 윗부분만 배양토와 섞어서 모종과 씨를 뿌렸던 것인지도..

이렇게까지 흙이 단단한 기억이 없으니 대충 흉내만 내면서 씨앗과 모종을 심었던 것도 같고.

문탁 텃밭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자꾸 떠올려가며 저는 지금 추리중입니다~

 

-배양토섞은 후 모습! 뭘 심을지 이제 생각해봐야지

 

 

 

 

댓글 10
  • 2022-04-09 21:35

    오~~ 흙의 비포와 에프터 차이가 확실하네요 ~

    이렇게 정성을 들여 흙작업을 했으니 올 농사는 잘 될거예요. ㅎㅎ 채광도 아주 좋은 곳이네요^^

  • 2022-04-10 07:20

    추리가 흥미진진~~

    돌들이 많긴 하군요. 뿌리들이 고생했겠어요.

    올해는 뿌리들 화이팅합시다!!

  • 2022-04-10 07:22

    1년 넘게 살아남은 방울토마토의 앞으로의 생존도 궁금해지는군요 ㅋㅋ

    생각보다 넓은 베란다 텃밭!

    도시농부들의 도전!

     

  • 2022-04-10 08:58

    베란다 텃밭에서 푸른잎과 열매가 번성하길 바래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처럼. ㅎㅎㅎ

  • 2022-04-10 09:13

    블랙도 띠우도 농사에 마음을 다하는게 느껴지네요.

    텃밭농사만이 아니라 테라스텃밭과 베란다 텃밭까지, 올 한 해 기대됩니다.^^

  • 2022-04-10 22:28

    흙을 요렇게 잘 섞어 포슬포슬하게 만들어줬으니 올 농사 반은 이미 지어놓은 듯

    다들 농사에 진심이시군요.

    전 오늘도 하루종일 나무 보고, 사고, 심느라 허리가 휘었어요 ㅠㅠ

  • 2022-04-11 11:43

    역시 미스테리를 애정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베란다 흙도 그냥 지나치시지 않았군요 ㅋㅋㅋ 돌도 많고 흙도 단단했던 척박(?)한 환경에서도 토마토와 허브를 저렇게 키워내셨으니 포슬포슬 좋은 흙에선 농사도 엄청 번창하실듯! 

  • 2022-04-11 16:59

    삽질이 어설프다고 뭐라했더니 자기는 도시녀자라서 그렇다고 했다.

    도시녀자의 토마토 살리기와 한 해 농사 기대해도 되겠지요? ㅋ ㅋ

  • 2022-04-17 00:32

    도움이 될까 해서

    '상자텃밭 만들기' 자료 첨부파일로 올려 놓습니다.

    • 2022-04-17 01:53

       

      상자 텃밭 만들기

      고마리샘이 올려주신 것 바로 볼 수 있게~

       

      상자텃밭 만들기

      ∙ 토심 : T/R율을 맞추고 뿌리가 내려갈수 있는 화분의 깊이

      ∙ T/R율 : 뿌리의 길이와 잎과 줄기의 길이가 같은 것.

       

      ∙ 식물이 깊이

      - 10CM : 상추, 양파, 시금치 등 잎채류

      - 15CM : 완두콩

      - 20CM : 브로콜리, 양배추

      - 25CM : 오이, 가지, 고추

      - 30CM ~ 35CM : 토마토, 호밖

      ∙ 상자텃밭은 경량토를 이용하여 가벼우나 물주기가 어렵고 흙의 양이 줄어 보충이

      필요함.

      ∙ 상자텃밭의 흙은 배합비율 : 피트니스2, 버미클라이트1, 벌라이트1, 흙 4~5의 비율

      - 상토 4포(50L), 분갈이 흙 1포, 유박 1/10의 비율로 만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