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텍스트가 현실을 창조하다 『맹자』를 통해 본 고대 중국의 글쓰기     들어가기   “이 책은 정체政體의 이 텍스트적 대역代役, double, 즉 성인과 군주라는 대응적 형상 속에 구체화된 하나의 대역이 부상하는 과정과 그것이 국가 구조에 결속되는 방식을 다룬다.”(17쪽)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 : 제국으로 가는 글의 여정』(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최정섭 번역, 미토)가 다루는 대상은 한자로 쓰여진 텍스트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자백가의 텍스트나 『시경』, 『주역』, 역사서는 물론이고 행정 법률 문서, 호적부, 청동기 명문이나 묘비문 및 의학서적와 점술서 등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글의 유형들이 국가나 사회에서 어떻게 힘을 발생시키고 또 어떻게 힘을 행사하는지 역사적으로 밝히고 있다.   글은 정치적, 종교적, 지역 영역들을 아우르며 적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영역을 상호 교차한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힘을 갖고 사용되었던 글자는 그것의 정치적 전유술을 통해서 행정 법률 문서나 호적부조차도 정치적으로 국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위를 주었다. 이에 대한 연구가 제1장에서 이뤄진다....
 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텍스트가 현실을 창조하다 『맹자』를 통해 본 고대 중국의 글쓰기     들어가기   “이 책은 정체政體의 이 텍스트적 대역代役, double, 즉 성인과 군주라는 대응적 형상 속에 구체화된 하나의 대역이 부상하는 과정과 그것이 국가 구조에 결속되는 방식을 다룬다.”(17쪽)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 : 제국으로 가는 글의 여정』(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최정섭 번역, 미토)가 다루는 대상은 한자로 쓰여진 텍스트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자백가의 텍스트나 『시경』, 『주역』, 역사서는 물론이고 행정 법률 문서, 호적부, 청동기 명문이나 묘비문 및 의학서적와 점술서 등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글의 유형들이 국가나 사회에서 어떻게 힘을 발생시키고 또 어떻게 힘을 행사하는지 역사적으로 밝히고 있다.   글은 정치적, 종교적, 지역 영역들을 아우르며 적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영역을 상호 교차한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힘을 갖고 사용되었던 글자는 그것의 정치적 전유술을 통해서 행정 법률 문서나 호적부조차도 정치적으로 국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위를 주었다. 이에 대한 연구가 제1장에서 이뤄진다....
자작나무
2024.07.07 | 조회 140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주자의 두 얼굴 첫 번째 책 『인간 주자』, 미우라 쿠니오, 창작과비평사     왜 주자학인가? 내게 주자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2012년 『논어』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주자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읽어주는 『논어』 월드는 심오하고 체계적이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어떻게 이토록 수미상관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낭송 논어』 풀이작업에 참여했다. 이때 나는 『논어』가 누구의 해석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우리말 풀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그리고 내가 열광한 것은 공자의 『논어』가 아니라 주자의 『논어집주』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논어』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텍스트와 내 삶 사이의 괴리감이 커져갔다. 도대체 50대의 아줌마에게 사대부의 문제의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주자로부터 탈주하지 않으면 더 이상 동양고전이 내 삶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감마저 느껴졌다. 과연 어떻게 고전을 철학적으로 재독해할...
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주자의 두 얼굴 첫 번째 책 『인간 주자』, 미우라 쿠니오, 창작과비평사     왜 주자학인가? 내게 주자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2012년 『논어』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주자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읽어주는 『논어』 월드는 심오하고 체계적이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어떻게 이토록 수미상관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낭송 논어』 풀이작업에 참여했다. 이때 나는 『논어』가 누구의 해석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우리말 풀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그리고 내가 열광한 것은 공자의 『논어』가 아니라 주자의 『논어집주』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논어』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텍스트와 내 삶 사이의 괴리감이 커져갔다. 도대체 50대의 아줌마에게 사대부의 문제의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주자로부터 탈주하지 않으면 더 이상 동양고전이 내 삶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감마저 느껴졌다. 과연 어떻게 고전을 철학적으로 재독해할...
두루미
2024.07.01 | 조회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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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생활양식으로서의 철학 첫 번째 책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피에르 아도, 열린책들       올해 나는 문탁 공부방 회원이 되었다. 덕분에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연대 활동이나 주방 밥 당번과 같은 일에도 가끔 참여한다. 문탁에서는 주된 일이 공부여서 그런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선생님들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을 종종 말씀하신다. 최근에는 ‘신유물론’ 이야기가 활발했다. 나는 ‘유물론’과 ‘신유물론’이 어떻게 다른지조차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들뢰즈와 가타리를 알아야 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니체와 칸트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더 거슬러 플라톤까지... 선생님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통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공부를 위해서라도 철학사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것 철학(哲學)은 영어 ‘philosophy’를 번역한 말로,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나는 ‘철학’이라는 단어를 쫓아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책이 피에르 아도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다.  ...
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생활양식으로서의 철학 첫 번째 책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피에르 아도, 열린책들       올해 나는 문탁 공부방 회원이 되었다. 덕분에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연대 활동이나 주방 밥 당번과 같은 일에도 가끔 참여한다. 문탁에서는 주된 일이 공부여서 그런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선생님들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을 종종 말씀하신다. 최근에는 ‘신유물론’ 이야기가 활발했다. 나는 ‘유물론’과 ‘신유물론’이 어떻게 다른지조차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들뢰즈와 가타리를 알아야 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니체와 칸트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더 거슬러 플라톤까지... 선생님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통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공부를 위해서라도 철학사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것 철학(哲學)은 영어 ‘philosophy’를 번역한 말로,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나는 ‘철학’이라는 단어를 쫓아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책이 피에르 아도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다.  ...
효주
2024.06.24 | 조회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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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기술 만능과 기술 거부의 사이에서    정군 기술 만능 VS 反기술 모두에게 익히 알려지고, 실제로 조금씩 체감하는 것처럼 현재 ‘인류’는 큰 위기 상태에 놓여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위기’가 흔히 수식하는 것처럼 지금껏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큰 위기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 위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인지 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모든 ‘위기’는 그 이후를 크게 바꿔놓는다. 이 ‘위기’ 이후 우리의 삶과 이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가장 부정적으로 전망할 경우 지구 상의 생명체들의 상당수가 대멸종에 가까운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반대로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면 문명과 지구 환경 사이의 순환적 균형점을 찾아 오래오래 잘 먹고 잘사는 길이 인류에게 열릴지도 모른다. 물론 이 두 극단 사이에는 꽤 다양한 경로들이 있을텐데, 어찌되었건 우리 앞 놓여 있는 이 문제는 OX퀴즈도, 5지 선다도, 단답형 문제도 아니다. 몹시 까다로운 논술형 답안을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항상 주장하는 바이지만)...
이 글은 2024년 1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기술 만능과 기술 거부의 사이에서    정군 기술 만능 VS 反기술 모두에게 익히 알려지고, 실제로 조금씩 체감하는 것처럼 현재 ‘인류’는 큰 위기 상태에 놓여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위기’가 흔히 수식하는 것처럼 지금껏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큰 위기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 위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인지 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모든 ‘위기’는 그 이후를 크게 바꿔놓는다. 이 ‘위기’ 이후 우리의 삶과 이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가장 부정적으로 전망할 경우 지구 상의 생명체들의 상당수가 대멸종에 가까운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반대로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면 문명과 지구 환경 사이의 순환적 균형점을 찾아 오래오래 잘 먹고 잘사는 길이 인류에게 열릴지도 모른다. 물론 이 두 극단 사이에는 꽤 다양한 경로들이 있을텐데, 어찌되었건 우리 앞 놓여 있는 이 문제는 OX퀴즈도, 5지 선다도, 단답형 문제도 아니다. 몹시 까다로운 논술형 답안을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항상 주장하는 바이지만)...
정군
2024.06.17 | 조회 221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자동화 사회I』,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 정군 독이면서 약이고, 약이면서 독인 것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참된 수사의 기술’에 관해 논한다. 더위를 피해 일리소스라는 강변에 이른 소크라테스에게 파이드로스는 그곳이 아테네의 오레이튀이아가 보레아스에게 납치된 곳이 아닌지 묻는다1).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뜬금없이 오레이튀이아가 납치될 때, ‘파르마케이아’라는 친구와 함께 있었다고 답한다. ‘파르마케이아’는 누구일까? 전설에 따르면 그것은 ‘여자 마법사’를 일컫는 그리스어 일반명사다. 이 외에 ‘제약술’이라는 뜻도 함께 전해진다. 그리스어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파르마-’ 어미를 가진 몇몇 어휘들이 전해지는데, 가령 ‘주술사’를 뜻하는 ‘파르마키우스’, 희생제물을 뜻하는 ‘파르마코스’와 같은 말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든 것, 그리고 동시에 소크라테스를 불멸로 만든 것, 바로 약藥이면서 독毒인 것, ‘파르마콘’도 그렇다.     데리다의 제자로, 스승과 함께 쓴 『에코그라피』(1996, 한국어판2006)로도 잘 알려진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디지털 기술’을 현대에 등장한 ‘파르마콘’으로 사유한다.   “쓰여진 기록은 이미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지식의 모든 외부화에 내포된 프롤레타리아화의 위험을 간파할 수 있도록 해준 바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아날로그 그리고 기계에 의한 기록은 제3차 파지이다. 여기서 지식은 오직 외부화를 통해서만 구성될 수 있다는 명백한 역설이 나타난다."2)   소크라테스, 후설, 데리다로 이어지는 말/글에 관한 복잡한 사유의 층위들이 한꺼번에 녹아있는 구절이기는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 ‘디지털화’는 의식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포착으로서 ‘1차 파지’와 반성적 포착으로서 ‘2차 파지’ 너머의, 의식 외부에서 일어나는 ‘3차 파지’의 궁극적 형태라는 것이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자동화 사회I』,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 - 정군 독이면서 약이고, 약이면서 독인 것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참된 수사의 기술’에 관해 논한다. 더위를 피해 일리소스라는 강변에 이른 소크라테스에게 파이드로스는 그곳이 아테네의 오레이튀이아가 보레아스에게 납치된 곳이 아닌지 묻는다1).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뜬금없이 오레이튀이아가 납치될 때, ‘파르마케이아’라는 친구와 함께 있었다고 답한다. ‘파르마케이아’는 누구일까? 전설에 따르면 그것은 ‘여자 마법사’를 일컫는 그리스어 일반명사다. 이 외에 ‘제약술’이라는 뜻도 함께 전해진다. 그리스어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파르마-’ 어미를 가진 몇몇 어휘들이 전해지는데, 가령 ‘주술사’를 뜻하는 ‘파르마키우스’, 희생제물을 뜻하는 ‘파르마코스’와 같은 말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든 것, 그리고 동시에 소크라테스를 불멸로 만든 것, 바로 약藥이면서 독毒인 것, ‘파르마콘’도 그렇다.     데리다의 제자로, 스승과 함께 쓴 『에코그라피』(1996, 한국어판2006)로도 잘 알려진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디지털 기술’을 현대에 등장한 ‘파르마콘’으로 사유한다.   “쓰여진 기록은 이미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지식의 모든 외부화에 내포된 프롤레타리아화의 위험을 간파할 수 있도록 해준 바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아날로그 그리고 기계에 의한 기록은 제3차 파지이다. 여기서 지식은 오직 외부화를 통해서만 구성될 수 있다는 명백한 역설이 나타난다."2)   소크라테스, 후설, 데리다로 이어지는 말/글에 관한 복잡한 사유의 층위들이 한꺼번에 녹아있는 구절이기는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 ‘디지털화’는 의식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포착으로서 ‘1차 파지’와 반성적 포착으로서 ‘2차 파지’ 너머의, 의식 외부에서 일어나는 ‘3차 파지’의 궁극적 형태라는 것이다....
정군
2023.11.26 | 조회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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