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후기 스토아학파 에픽테토스Epiktetos의 《강의Discourses》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스토아학파 그중에서도 에픽테토스의 글을 읽고 꽂힌 부분은 가령 이런 구절이다.     사람들을 심란하게 하는 것은 그 사안 자체가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크라테스에게도 역시 그렇게 여겨졌을 것이지만, 죽음에 관한 믿음, 즉 두렵다는 것, 바로 이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방해를 받거나 심란하거나 슬픔을 당할 때에도 결코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고, 나 자신을, 즉 나 자신의 판단을 탓해야만 한다.(<앵케이리디온Encheiridion>, 제5장)   *헬라스어로 ‘획득된’이라는 의미인 에픽테토스(AD.55?~135?)는 노예 출신으로 한쪽 다리가 불구였다고 한다.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 주자인 그의 작품으로 남아 있는 《강의/담화록》(4권)과 《앵케이리디온(핸드북)》(52개의 짧은 장)은 제자인 아리아누스Arrianus가 그의 강의를 들으며 필기한 것을 출판한 것이다. 여기서 인용한 책은 《에픽테토스 강의 1.2/ 3.4/ 엥케이리디온》(김재홍 옮김, 그린비, 2023)이다.     에픽테토스의 《강의》는 대개 대화의 형식을 띠는데, 제자의 질문에 에픽테토스가 답을 한다. 제자의 질문은 가족, 직업, 가난, 명성에서 병이나 죽음에 관한 질문에까지 다양하다. 잘 짜여진 대화록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형식으로 이뤄진 강의에서, 결국 에픽테토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내게 달려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가 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 내가 갱년기를 보내면서 내...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후기 스토아학파 에픽테토스Epiktetos의 《강의Discourses》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스토아학파 그중에서도 에픽테토스의 글을 읽고 꽂힌 부분은 가령 이런 구절이다.     사람들을 심란하게 하는 것은 그 사안 자체가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크라테스에게도 역시 그렇게 여겨졌을 것이지만, 죽음에 관한 믿음, 즉 두렵다는 것, 바로 이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방해를 받거나 심란하거나 슬픔을 당할 때에도 결코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고, 나 자신을, 즉 나 자신의 판단을 탓해야만 한다.(<앵케이리디온Encheiridion>, 제5장)   *헬라스어로 ‘획득된’이라는 의미인 에픽테토스(AD.55?~135?)는 노예 출신으로 한쪽 다리가 불구였다고 한다.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 주자인 그의 작품으로 남아 있는 《강의/담화록》(4권)과 《앵케이리디온(핸드북)》(52개의 짧은 장)은 제자인 아리아누스Arrianus가 그의 강의를 들으며 필기한 것을 출판한 것이다. 여기서 인용한 책은 《에픽테토스 강의 1.2/ 3.4/ 엥케이리디온》(김재홍 옮김, 그린비, 2023)이다.     에픽테토스의 《강의》는 대개 대화의 형식을 띠는데, 제자의 질문에 에픽테토스가 답을 한다. 제자의 질문은 가족, 직업, 가난, 명성에서 병이나 죽음에 관한 질문에까지 다양하다. 잘 짜여진 대화록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형식으로 이뤄진 강의에서, 결국 에픽테토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내게 달려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가 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 내가 갱년기를 보내면서 내...
자작나무
2023.08.28 | 조회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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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락시아를 향해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을 읽고   쾌락에 대한 오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끝은 쾌락이라고 했다. 쾌락이라니... 아마도 사람들은 쾌락이 고상한 철학자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쾌락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향락, 방탕함 등을 자연스레 떠올리면 말이다. 그렇지만 사전적 의미의 쾌락은 유쾌하고 즐거움. 또는 그런 느낌을 뜻한다. 그리고 사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도 이런 의미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래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에피쿠로스주의’가 전용되어 감각적 향락주의, 즉 육체 탐닉이라든가 식도락 등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네이버)   실제 에피쿠로스 당대에도 에피쿠로스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티몬은 에피쿠로스에 대해 “자연철학자 중에서 가장 후안무치한 자, 사모스에서 온 문법학교 교사, 모든 살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완고하고 다루기 힘든 자”라고 평했다. 에피쿠로스에 적대적이었던 스토아학파 철학자 디오티모스는 에피쿠로스가 50통의 음란한 서신을 썼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에픽테토스는 에피쿠로스를 음탕한 말을 늘어놓는 자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심지어 에피쿠로스 학교에서 수학하다가 중도에 떠난 티모크라테스는 에피쿠로스가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삶 때문에 하루에 두 번이나 토했고, 밤늦게까지 벌어지는 철학 토론과 비밀 회합을 자신도 지긋지긋해했다고 주장했다. 비난의 이유 중 매춘도 빠지지 않았다. 물론 이런 비난은 에피쿠로스의 쾌락의 의미를 알면 믿을 수 없는 것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퍼부어댄 이유는 아마도 에피쿠로스학파가 ‘정원’을 꾸려 공동체생활을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신비주의는 때로 황당한 소문을 낳게 마련이니까.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많은...
아타락시아를 향해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을 읽고   쾌락에 대한 오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끝은 쾌락이라고 했다. 쾌락이라니... 아마도 사람들은 쾌락이 고상한 철학자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쾌락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향락, 방탕함 등을 자연스레 떠올리면 말이다. 그렇지만 사전적 의미의 쾌락은 유쾌하고 즐거움. 또는 그런 느낌을 뜻한다. 그리고 사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도 이런 의미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래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에피쿠로스주의’가 전용되어 감각적 향락주의, 즉 육체 탐닉이라든가 식도락 등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네이버)   실제 에피쿠로스 당대에도 에피쿠로스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티몬은 에피쿠로스에 대해 “자연철학자 중에서 가장 후안무치한 자, 사모스에서 온 문법학교 교사, 모든 살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완고하고 다루기 힘든 자”라고 평했다. 에피쿠로스에 적대적이었던 스토아학파 철학자 디오티모스는 에피쿠로스가 50통의 음란한 서신을 썼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에픽테토스는 에피쿠로스를 음탕한 말을 늘어놓는 자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심지어 에피쿠로스 학교에서 수학하다가 중도에 떠난 티모크라테스는 에피쿠로스가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삶 때문에 하루에 두 번이나 토했고, 밤늦게까지 벌어지는 철학 토론과 비밀 회합을 자신도 지긋지긋해했다고 주장했다. 비난의 이유 중 매춘도 빠지지 않았다. 물론 이런 비난은 에피쿠로스의 쾌락의 의미를 알면 믿을 수 없는 것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퍼부어댄 이유는 아마도 에피쿠로스학파가 ‘정원’을 꾸려 공동체생활을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신비주의는 때로 황당한 소문을 낳게 마련이니까.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많은...
토용
2023.08.28 | 조회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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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피터 고프리스미스, 『아더 마인즈』       나의 문어 선생님 친정집 제사상에는 늘 삶은 문어가 올라왔다. 제사가 끝나면 문어를 먹기 좋게 잘라 음복을 한 뒤 술안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곤 했다. 그렇게 내게 문어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숙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넷플릭스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을 통해 만난 문어는 한낱 먹거리가 아니었다. 문어는 한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연의 신비와 생명에 대한 경이를 되살려 그를 다시 살게 한 신비롭고 놀라운 존재였다.   다시 문어를 만났다. 이번에는 영화가 아니라 책 <아더 마인즈>로. 이 책의 저자인 철학자 피터 고프리스미스 역시 <나의 문어 선생님>의 주인공과 같은 스쿠버 다이버다. 그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문어를 만났고, 문어를 관찰하고, 문어의 마음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은 마음의 탄생에 대한 탐구로까지 나아갔다. <아더 마인즈>에서 시작한 그의 물음은 더 심화되어 의식과 마음의 진화 그리고 생명의 의미를 탐색하는 <후생동물>을 쓰게 되기에 이르렀다. 두 권의 책 모두 진화론의 관점에서 마음과 의식의 문제에 접근한다. 그는 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서 있다고 보는 관점에 매우 비판적이다. 두권의 책 모두에서 마음과 의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최근의 과학과 철학의 첨예한 담론들을 건드리며 전개된다. 사실 이 담론들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마음과 의식의 진화보다는 문어를 알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마음과 의식의 진화 문제는 살펴보아야 할 쟁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관련한 공부가...
문어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피터 고프리스미스, 『아더 마인즈』       나의 문어 선생님 친정집 제사상에는 늘 삶은 문어가 올라왔다. 제사가 끝나면 문어를 먹기 좋게 잘라 음복을 한 뒤 술안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곤 했다. 그렇게 내게 문어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숙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넷플릭스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을 통해 만난 문어는 한낱 먹거리가 아니었다. 문어는 한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연의 신비와 생명에 대한 경이를 되살려 그를 다시 살게 한 신비롭고 놀라운 존재였다.   다시 문어를 만났다. 이번에는 영화가 아니라 책 <아더 마인즈>로. 이 책의 저자인 철학자 피터 고프리스미스 역시 <나의 문어 선생님>의 주인공과 같은 스쿠버 다이버다. 그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문어를 만났고, 문어를 관찰하고, 문어의 마음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은 마음의 탄생에 대한 탐구로까지 나아갔다. <아더 마인즈>에서 시작한 그의 물음은 더 심화되어 의식과 마음의 진화 그리고 생명의 의미를 탐색하는 <후생동물>을 쓰게 되기에 이르렀다. 두 권의 책 모두 진화론의 관점에서 마음과 의식의 문제에 접근한다. 그는 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서 있다고 보는 관점에 매우 비판적이다. 두권의 책 모두에서 마음과 의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최근의 과학과 철학의 첨예한 담론들을 건드리며 전개된다. 사실 이 담론들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마음과 의식의 진화보다는 문어를 알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마음과 의식의 진화 문제는 살펴보아야 할 쟁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관련한 공부가...
요요
2023.06.17 | 조회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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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스티븐 핑거, 동녘 사이언스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수 없는 생각들, 웃고 화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두려움, 걱정, 사랑, 충동이나 욕구 등은 모두가 마음작용이다. 종교나 철학에 대한 신념, 관계의 형성,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의식도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그리고 마음을 가진 존재는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가? 20세기 들어 마음을 더 이상 신비 혹은 형이상학의 영역 속에 남겨두지 않고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세기 중반의 인공지능 연구에서부터 신경생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와 최근의 진화심리학까지.     스티븐 핑커가 정의하는 마음이란   스티븐 핑커Pinker는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How The Mind Works란 책에서 인지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기타 다른 과학적 논문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관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체계이다’(p.48)라는 것이다.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마음은 뇌의 활동이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Demon,악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進化史)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스티븐 핑거, 동녘 사이언스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수 없는 생각들, 웃고 화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두려움, 걱정, 사랑, 충동이나 욕구 등은 모두가 마음작용이다. 종교나 철학에 대한 신념, 관계의 형성,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의식도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그리고 마음을 가진 존재는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가? 20세기 들어 마음을 더 이상 신비 혹은 형이상학의 영역 속에 남겨두지 않고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세기 중반의 인공지능 연구에서부터 신경생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와 최근의 진화심리학까지.     스티븐 핑커가 정의하는 마음이란   스티븐 핑커Pinker는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How The Mind Works란 책에서 인지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기타 다른 과학적 논문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관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체계이다’(p.48)라는 것이다.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마음은 뇌의 활동이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Demon,악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進化史)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마솥
2023.06.14 | 조회 251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대칭적 창조를 위하여       1.   <대칭성 인류학>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예전에 진행했던 <도시와 영성> 세미나 인터뷰를 했을 때부터였다. 그때 같이 읽는 사람들이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었고, 예전부터 신화나 종교가 궁금했기 때문에 막연히 <대칭성 인류학>이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나니 음 재밌긴 한데… 책에서는 생각보다 광범위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신화와 종교뿐만 아니라 경제와 문화, 고고학, 인간의 마음 등등. <대칭성 인류학>을 포함한 [카이에 소바주* 전집]에는 인간의 사상 전반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시도하려는 신이치의 다양한 ‘시도’들이 담겨있었다. ‘시도’라고 강조하는 것은 신이치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굉장히 촘촘하고 세밀한 내용이기보다는 하나의 공리를 제시해보는, 이론을 세워가는 과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문제의식에는 너무나 깊이 공감이 되면서도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 자체를 흔들리며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신이치는 911테러를 목도하고 오늘날 이런 야만적이고 윤리적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세상의 ‘대칭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이슬람 문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야만적이라고 칭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보복으로 발생하는 ‘야만’에 대해 질문한다. 인간의 야만스러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가로수를 돌보지 않고 그냥 잘라버리는 공공기관들, 공장식 축산으로 불필요하게 도살당하는 수많은 동물들, 정의라는 이름으로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는 전쟁. 신이치는 오늘날의 이 수많은 행위가 과거의 문화가 사라지면서 대칭성과 비대칭성의 균형이 무너져 비대칭적인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어...
  대칭적 창조를 위하여       1.   <대칭성 인류학>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예전에 진행했던 <도시와 영성> 세미나 인터뷰를 했을 때부터였다. 그때 같이 읽는 사람들이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었고, 예전부터 신화나 종교가 궁금했기 때문에 막연히 <대칭성 인류학>이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나니 음 재밌긴 한데… 책에서는 생각보다 광범위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신화와 종교뿐만 아니라 경제와 문화, 고고학, 인간의 마음 등등. <대칭성 인류학>을 포함한 [카이에 소바주* 전집]에는 인간의 사상 전반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시도하려는 신이치의 다양한 ‘시도’들이 담겨있었다. ‘시도’라고 강조하는 것은 신이치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굉장히 촘촘하고 세밀한 내용이기보다는 하나의 공리를 제시해보는, 이론을 세워가는 과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문제의식에는 너무나 깊이 공감이 되면서도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 자체를 흔들리며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신이치는 911테러를 목도하고 오늘날 이런 야만적이고 윤리적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세상의 ‘대칭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이슬람 문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야만적이라고 칭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보복으로 발생하는 ‘야만’에 대해 질문한다. 인간의 야만스러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가로수를 돌보지 않고 그냥 잘라버리는 공공기관들, 공장식 축산으로 불필요하게 도살당하는 수많은 동물들, 정의라는 이름으로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는 전쟁. 신이치는 오늘날의 이 수많은 행위가 과거의 문화가 사라지면서 대칭성과 비대칭성의 균형이 무너져 비대칭적인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어...
동은
2023.06.13 | 조회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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