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약방 에세이
  석공1 - 안녕하세요? 앙코르석공님. 석공2 - 네. 안녕하세요, 앙코르석공님.   석공1 - 저는 나이듦연구소의 일일기자 앙코르석공이라고 합니다. 우리 나이듦연구소에서는 나이듦과 자기서사라는 주제로 에세이쓰기 시즌3를 진행하고 있으며, 앙코르석공님의 에세이쓰기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앙코르석공님과 나이듦에 관한 개인적 경험에 대해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편의를 위해 이제부터는 앙코르석공님을 그냥 석공님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그냥 석공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리고 석공님, 거짓이나 왜곡만 없다면 과장이나 미화 정도는 인정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석공2 - 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팔이 안으로 굽듯이 아무리 거짓이 없이 말하려고 하여도 본의 아니게 좋게만 말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었는데, 이제 조금 편하게 이야기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석공1 - 우선 석공님께서는 언제쯤부터 나이듦을 의식하기 시작하셨나요? 석공2 - 내가 그때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쉰아홉 살 때부터 나이듦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순 살이 되는 게 싫어서, 우스갯소리로 6학년이 되는 게 싫어서 그해 이후로는 나이를 세지도 얘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나이를 모르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내 나이를 물어보면, 몇 년간 계속 쉰아홉이라고 대답하고 나서 마음속으로 플러스알파라고 덧붙였습니다. 아, 이제는 그것도 낯간지러워서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석공1 - 석공님, 이곳 나이듦연구소에서는 나이듦에 관해 특히 인문학을 중심으로 많이 사유하게 됩니다. 석공님은 석공님의 나이듦에 인문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석공2 - 저는 살아오는 동안 몇...
  석공1 - 안녕하세요? 앙코르석공님. 석공2 - 네. 안녕하세요, 앙코르석공님.   석공1 - 저는 나이듦연구소의 일일기자 앙코르석공이라고 합니다. 우리 나이듦연구소에서는 나이듦과 자기서사라는 주제로 에세이쓰기 시즌3를 진행하고 있으며, 앙코르석공님의 에세이쓰기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앙코르석공님과 나이듦에 관한 개인적 경험에 대해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편의를 위해 이제부터는 앙코르석공님을 그냥 석공님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그냥 석공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리고 석공님, 거짓이나 왜곡만 없다면 과장이나 미화 정도는 인정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석공2 - 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팔이 안으로 굽듯이 아무리 거짓이 없이 말하려고 하여도 본의 아니게 좋게만 말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었는데, 이제 조금 편하게 이야기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석공1 - 우선 석공님께서는 언제쯤부터 나이듦을 의식하기 시작하셨나요? 석공2 - 내가 그때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쉰아홉 살 때부터 나이듦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순 살이 되는 게 싫어서, 우스갯소리로 6학년이 되는 게 싫어서 그해 이후로는 나이를 세지도 얘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나이를 모르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내 나이를 물어보면, 몇 년간 계속 쉰아홉이라고 대답하고 나서 마음속으로 플러스알파라고 덧붙였습니다. 아, 이제는 그것도 낯간지러워서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석공1 - 석공님, 이곳 나이듦연구소에서는 나이듦에 관해 특히 인문학을 중심으로 많이 사유하게 됩니다. 석공님은 석공님의 나이듦에 인문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석공2 - 저는 살아오는 동안 몇...
문탁
2023.12.11 | 조회 80
인문약방 에세이
      1.인물들이 고통 앞에서 취한 태도   테드 창의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단편소설 <지옥은 신의 부재>는 주인공 닐의 생애를 보여준다. 닐은 다리에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그는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됐지만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장애 때문에 생기는 갈등 상황에도 꽤 잘 대응하며 살아내는 인물이다.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던 그는 천사의 강림이라는 사건으로 아내(사라)를 잃는다.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강림’은 마치 자연재해와 비슷하다. 불시에 일어나고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다. 차이점이라면 기적도 있다는 것이다. ‘강림’으로 불치병이 치유되거나 장애가 사라지거나 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라의 영혼은 천국으로 갔다. 닐은 아내가 없는 삶을 견딜 수 없었고 그녀와의 재회를 위해 천국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 헤맨다.   아내를 잃고 좌절한 닐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썼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강림’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공감과 위로로 아픔을 극복하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연대의 방법을 통해 신에 대한 사랑을 성취하면 천국으로 가서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닐을 설득했지만, 닐은 그 방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은 삶을 그 가능성 하나에 걸어야 하는데다가 도대체가 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다. ‘강림’ 때 새어 나오는 천상의 빛을 보고 천국에 간 범죄자의 사례를 알게...
      1.인물들이 고통 앞에서 취한 태도   테드 창의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단편소설 <지옥은 신의 부재>는 주인공 닐의 생애를 보여준다. 닐은 다리에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그는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됐지만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장애 때문에 생기는 갈등 상황에도 꽤 잘 대응하며 살아내는 인물이다.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던 그는 천사의 강림이라는 사건으로 아내(사라)를 잃는다.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강림’은 마치 자연재해와 비슷하다. 불시에 일어나고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다. 차이점이라면 기적도 있다는 것이다. ‘강림’으로 불치병이 치유되거나 장애가 사라지거나 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라의 영혼은 천국으로 갔다. 닐은 아내가 없는 삶을 견딜 수 없었고 그녀와의 재회를 위해 천국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 헤맨다.   아내를 잃고 좌절한 닐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썼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강림’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공감과 위로로 아픔을 극복하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연대의 방법을 통해 신에 대한 사랑을 성취하면 천국으로 가서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닐을 설득했지만, 닐은 그 방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은 삶을 그 가능성 하나에 걸어야 하는데다가 도대체가 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다. ‘강림’ 때 새어 나오는 천상의 빛을 보고 천국에 간 범죄자의 사례를 알게...
문탁
2023.12.11 | 조회 149
인문약방 에세이
      1. 죽음을 탐구하고 싶었던 청년   나이듦과 자기서사의 세 번째 시즌, 마지막 교재인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서른 여섯 살의 신경외과 7년차 레지던트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면서 22개월 후인 2015년 3월 9일에 죽기 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어릴 때 뉴욕 북동부에 살다가 열 살에 사막도시인 애리조나의 킹맨으로 이사를 간다. 폴은 사막의 자유를 사랑했고 친구들과 사막을 탐험했다. 의사인 아버지가 늘 바쁜걸 보고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고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을 문학으로 여겼다. 폴은 문학을 전공하면서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월트 휘트먼의 작품을 연구했다. 하지만 학위논문을 마치면서 문학공부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들고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폴은 의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의과 대학원에 입학한다.   폴은 의과 대학원에서 신경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다. 신경외과의 특성상 완벽을 추구하고 “가장 도전적으로 또한 가장 직접적으로 의미, 정체성, 죽음과 대면”하게 해준다는 것이 폴이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였다. 이후에 폴은 암 진단을 받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죽음을 탐구하고 싶었던 청년이 죽음을 맞았으니 선물이 아닌가라고.     2. 사명감으로 신경외과의로 복직   신경외과의는 폴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것 중에 중요한 하나다. 병으로 레지던트를 그만두고 나왔을 때 폴은 정체성을 잃었다. 환자복을 입은 폴은 주어에서 직접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폴은 죽음을 이해하고...
      1. 죽음을 탐구하고 싶었던 청년   나이듦과 자기서사의 세 번째 시즌, 마지막 교재인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서른 여섯 살의 신경외과 7년차 레지던트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면서 22개월 후인 2015년 3월 9일에 죽기 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어릴 때 뉴욕 북동부에 살다가 열 살에 사막도시인 애리조나의 킹맨으로 이사를 간다. 폴은 사막의 자유를 사랑했고 친구들과 사막을 탐험했다. 의사인 아버지가 늘 바쁜걸 보고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고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을 문학으로 여겼다. 폴은 문학을 전공하면서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월트 휘트먼의 작품을 연구했다. 하지만 학위논문을 마치면서 문학공부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들고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폴은 의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의과 대학원에 입학한다.   폴은 의과 대학원에서 신경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다. 신경외과의 특성상 완벽을 추구하고 “가장 도전적으로 또한 가장 직접적으로 의미, 정체성, 죽음과 대면”하게 해준다는 것이 폴이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였다. 이후에 폴은 암 진단을 받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죽음을 탐구하고 싶었던 청년이 죽음을 맞았으니 선물이 아닌가라고.     2. 사명감으로 신경외과의로 복직   신경외과의는 폴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것 중에 중요한 하나다. 병으로 레지던트를 그만두고 나왔을 때 폴은 정체성을 잃었다. 환자복을 입은 폴은 주어에서 직접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폴은 죽음을 이해하고...
문탁
2023.12.11 | 조회 72
기린의 걷다보면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양생을 위한 담론을 생산하고 생업도 마련하는 기회를 잡아 소속을 인문약방 팀으로 옮겨 일리치 약국 정규직이 되었다.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에 도전중이다.       12월 4일 아침 6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사방이 컴컴할 때 집을 나섰다. 혜화역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기자회견에 지지 방문을 가는 길이었다. 올해 다섯 번째 방문이다. 전장연에서는 2021년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시작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권리와 관련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라고 요구하는 행동이었다. 2월에는 경복궁역에서 치러진 삭발식에 참석했었다. 역 승강장안 출근인파가 뒤섞이는 현장에서 삭발하는 장애인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했다.    내가 둘레길을 걷기 위해 준비하는 첫 단계는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검색이다.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은 둘레길의 입구까지 지하철과 마을버스 등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은 공기처럼 당연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이동권을 투쟁해서야 겨우 얻을 수 있는데다, 그마저도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지 않아 권리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듣고 있자니 내가 누리고 있는 당연함이 특권으로 느껴졌다.           이번 기자회견은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한 특별교통수단 예산과 관련 국토교통위원회가 증액한 금액(271억원)을 포함해서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달라고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아침 8시 혜화역 5-3번 승강장...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양생을 위한 담론을 생산하고 생업도 마련하는 기회를 잡아 소속을 인문약방 팀으로 옮겨 일리치 약국 정규직이 되었다.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에 도전중이다.       12월 4일 아침 6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사방이 컴컴할 때 집을 나섰다. 혜화역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기자회견에 지지 방문을 가는 길이었다. 올해 다섯 번째 방문이다. 전장연에서는 2021년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시작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권리와 관련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라고 요구하는 행동이었다. 2월에는 경복궁역에서 치러진 삭발식에 참석했었다. 역 승강장안 출근인파가 뒤섞이는 현장에서 삭발하는 장애인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했다.    내가 둘레길을 걷기 위해 준비하는 첫 단계는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검색이다.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은 둘레길의 입구까지 지하철과 마을버스 등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은 공기처럼 당연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이동권을 투쟁해서야 겨우 얻을 수 있는데다, 그마저도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지 않아 권리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듣고 있자니 내가 누리고 있는 당연함이 특권으로 느껴졌다.           이번 기자회견은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한 특별교통수단 예산과 관련 국토교통위원회가 증액한 금액(271억원)을 포함해서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달라고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아침 8시 혜화역 5-3번 승강장...
기린
2023.12.05 | 조회 344
인문약방 에세이
    1.몸은 흐른다 _노년과 장애   요즘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과 ‘장애를 만드는 사회구조’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이동할 때 겪는 불편함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평균’이라는 몸을 기준으로 사회가 암묵적으로 지정한 특정한 속도에 대해서 질문하는 조사이다. 예를 들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의 신호 변경이 자신의 보폭에 적당하지, 지하철이나 버스 승차시의 단차에서는 어떤지 등을 묻는다. 한 번은 동네 공원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계신 노인 분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였다. 80대의 한 할머니께서는 우리의 질문을 듣고는 ‘횡단보도 신호가 너무 빨리 바뀐다’, ‘안내판의 글자들은 너무 작아서 보기가 힘들다’고 맞장구를 치셨다. 또 이런 조사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며, 사탕까지 주고 가셨다.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쉽게 특정 연령층의 사람들로부터 ‘무릎이 아파서 오래 걷기 힘들다, 핸드폰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잘 안 들린다’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이것이 각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장애와 무관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시력도 저하되고, 귀도 어두워지고, 무릎도 아프게 된다. 말하자면 누구나 장애를 갖게 되기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평균 몸의 속도’를 기준으로 구축된 사회에서는 노년층이 스스로를 ‘정상신체’에서 배제된 몸으로 살게 만든다. 나이 듦은 우리 모두가 맞이할 존재 상태이다. 우리의 질문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신 할머니의 말씀은 노년의 존재 상태가 어떻게 배제되고, 비가시화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노년의 존재 상태는 장애와도 교차한다. ‘전국장애인투쟁보고서_버스를타자’(2002) 다큐를 본 적이 있다....
    1.몸은 흐른다 _노년과 장애   요즘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과 ‘장애를 만드는 사회구조’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이동할 때 겪는 불편함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평균’이라는 몸을 기준으로 사회가 암묵적으로 지정한 특정한 속도에 대해서 질문하는 조사이다. 예를 들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의 신호 변경이 자신의 보폭에 적당하지, 지하철이나 버스 승차시의 단차에서는 어떤지 등을 묻는다. 한 번은 동네 공원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계신 노인 분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였다. 80대의 한 할머니께서는 우리의 질문을 듣고는 ‘횡단보도 신호가 너무 빨리 바뀐다’, ‘안내판의 글자들은 너무 작아서 보기가 힘들다’고 맞장구를 치셨다. 또 이런 조사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며, 사탕까지 주고 가셨다.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쉽게 특정 연령층의 사람들로부터 ‘무릎이 아파서 오래 걷기 힘들다, 핸드폰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잘 안 들린다’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이것이 각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장애와 무관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시력도 저하되고, 귀도 어두워지고, 무릎도 아프게 된다. 말하자면 누구나 장애를 갖게 되기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평균 몸의 속도’를 기준으로 구축된 사회에서는 노년층이 스스로를 ‘정상신체’에서 배제된 몸으로 살게 만든다. 나이 듦은 우리 모두가 맞이할 존재 상태이다. 우리의 질문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신 할머니의 말씀은 노년의 존재 상태가 어떻게 배제되고, 비가시화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노년의 존재 상태는 장애와도 교차한다. ‘전국장애인투쟁보고서_버스를타자’(2002)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문탁
2023.12.04 | 조회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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