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얼굴들       비질을 다녀온 후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몸부림, 울부짖음, 가쁜 호흡, 헐떡거림, 충혈된 눈, 절뚝거리는 다리. 그런 몰골로 그들은 도살장으로 들어갔다. 비질이 끝나고 나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와 말끔해졌다. 그들은 부위별로 해체되어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멀쩡한 몸으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축산농장에서 태어나 좁은 철장 속에서 오물, 악취와 함께 자랐을 것이다. 그러다 태어난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마셨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로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향했을 것이다.    축산업의 세계에서 '6개월'은 효율적인 고기 생산을 위한 기간이다. 그리고 인간의 쓸모에 따라 부여한 돼지의 수명이다.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로 활동한며 <여섯 달>이라는 영화를 만든 김지원 감독은 서울동물영화제(SAFF)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돼지의 수명은 대략 10년에서 15년이라고 해요. 하지만 인간 손아귀에서 고기로 태어난 돼지의 수명은 6개월이죠. (...) 돼지의 '여섯 달'은 결코 흐르는 시간이 아닙니다. 태어남으로써 이미 도축되었으니 그것은 그저 텅 빈 시간 속에서 듣는 이 없이 쌓여갔던 비명의 한 덩이 무덤 같은 것이죠. (...) 그 여섯 달에, 새벽이와 잔디라는 어떤 돼지들은 여전히 살아 삶을 증명하고 있다는 진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1)     [SAFF 2023 Trailer] 여섯 달 6 Months 캡처   ...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얼굴들       비질을 다녀온 후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몸부림, 울부짖음, 가쁜 호흡, 헐떡거림, 충혈된 눈, 절뚝거리는 다리. 그런 몰골로 그들은 도살장으로 들어갔다. 비질이 끝나고 나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와 말끔해졌다. 그들은 부위별로 해체되어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멀쩡한 몸으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축산농장에서 태어나 좁은 철장 속에서 오물, 악취와 함께 자랐을 것이다. 그러다 태어난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마셨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로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향했을 것이다.    축산업의 세계에서 '6개월'은 효율적인 고기 생산을 위한 기간이다. 그리고 인간의 쓸모에 따라 부여한 돼지의 수명이다.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로 활동한며 <여섯 달>이라는 영화를 만든 김지원 감독은 서울동물영화제(SAFF)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돼지의 수명은 대략 10년에서 15년이라고 해요. 하지만 인간 손아귀에서 고기로 태어난 돼지의 수명은 6개월이죠. (...) 돼지의 '여섯 달'은 결코 흐르는 시간이 아닙니다. 태어남으로써 이미 도축되었으니 그것은 그저 텅 빈 시간 속에서 듣는 이 없이 쌓여갔던 비명의 한 덩이 무덤 같은 것이죠. (...) 그 여섯 달에, 새벽이와 잔디라는 어떤 돼지들은 여전히 살아 삶을 증명하고 있다는 진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1)     [SAFF 2023 Trailer] 여섯 달 6 Months 캡처   ...
경덕
2023.10.23 | 조회 450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탄천에는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걷는다. 살랑 살랑 잉어들을 감상하며 걷는 사람도 있지만, 팔을 크게 휘두르며 걷는 사람, 속도를 내어 걷는 사람, 경보하는 듯이 걷는 사람,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걷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아무 말도 없이 집중하며 걷는다. 그 들은 걷는 것이 운동인 듯 하다. 연전에 나도 한 동안 탄천을 걸었다. 마눌님이 허리가 나빠졌는데, 걷는 운동을 해야 한단다. 나의 당뇨수치를 걸고 넘어져서 하는 수 없이 ‘함께’ 걸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걸어 드렸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난 그냥 이유없이 걷는 것이 무언가 어색하다. 아니지, 건강을 위해서 걷는다는 것이 싫다. 목적지를 위하여,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운동하기 위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같은 길을 걸어서 되돌아오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다. 자고로 운동이란 축구, 야구, 탁구, 스키, 마라톤 등등 뭔가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맛이 있어야......         몸과 마음사이   한 동안 주말 축구를 하였다. 어릴 적부터 숨이 차고 헐떡거리며 뛰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아는 사람들끼리 함께 땀 흘리며 호흡을 맞춰 보는 것이 마냥 좋았다. 힘들 때에는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골키퍼를 보면 된다. 몇 년을 그렇게 놀았다. 그런데, 점점 다치는 사람들이 생긴다. 전문적으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소위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자기 분수를 넘는 움직임을 하려다가 다치는 것이다. 나도 팔이 부러진 적이 있다....
  탄천에는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걷는다. 살랑 살랑 잉어들을 감상하며 걷는 사람도 있지만, 팔을 크게 휘두르며 걷는 사람, 속도를 내어 걷는 사람, 경보하는 듯이 걷는 사람,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걷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아무 말도 없이 집중하며 걷는다. 그 들은 걷는 것이 운동인 듯 하다. 연전에 나도 한 동안 탄천을 걸었다. 마눌님이 허리가 나빠졌는데, 걷는 운동을 해야 한단다. 나의 당뇨수치를 걸고 넘어져서 하는 수 없이 ‘함께’ 걸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걸어 드렸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난 그냥 이유없이 걷는 것이 무언가 어색하다. 아니지, 건강을 위해서 걷는다는 것이 싫다. 목적지를 위하여,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운동하기 위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같은 길을 걸어서 되돌아오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다. 자고로 운동이란 축구, 야구, 탁구, 스키, 마라톤 등등 뭔가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맛이 있어야......         몸과 마음사이   한 동안 주말 축구를 하였다. 어릴 적부터 숨이 차고 헐떡거리며 뛰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아는 사람들끼리 함께 땀 흘리며 호흡을 맞춰 보는 것이 마냥 좋았다. 힘들 때에는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골키퍼를 보면 된다. 몇 년을 그렇게 놀았다. 그런데, 점점 다치는 사람들이 생긴다. 전문적으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소위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자기 분수를 넘는 움직임을 하려다가 다치는 것이다. 나도 팔이 부러진 적이 있다....
가마솥
2023.10.22 | 조회 393
몸의 일기
        해야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국을 탈주한 퀴어다. 판에 박힌 일상과 화폐 증식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새 밀레니엄의 시작인 2000년대는 다른 세상이 열릴 거라 기대했다. 누구나 갖게 된 휴대 전화와 전국 구석구석까지 뻗친 인터넷 덕택에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난 세상 밖으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오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디지털 세상이 오자 수십만의 동성애자들이 익명에 기대어 온라인 공간에 모여들었다. 거기서 정보를 주고 받고 낯선 이들과 연결을 시도했다. 비록 맨얼굴을 내밀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게 되자 거센 역풍이 불었다. 동성애자들의 온라인 거점었던 웹사이트들이 청소년 유해사이트로 지정되는 소위 ‘엑스존사태’가 일어났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이반’이나 ‘게이’ 등의 단어도 인터넷 검색 금지어로 지정되었다. 동성애자들이 양지로 나오지 못하도록 정부와 보수세력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내가 음란, 반인륜, AIDS그 자체라고 우겼다. 새 밀레니엄 시대에 동성애자들이 존재가 아닌 사회악이나 질병으로 공식화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일로 인해 난 많이 낙담했다. 권력과 보수 세력들을 더욱 혐오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 사회는 내게 노답 그 자체였다.     2015년 소위 엑스존 사태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627     이들에게 대항할 힘은 미약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은 초기 단계였고 소규모 조직에 머물렀다. 참여자를 모으기 어려웠다. 당시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가족과 직장을 잃는...
        해야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국을 탈주한 퀴어다. 판에 박힌 일상과 화폐 증식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새 밀레니엄의 시작인 2000년대는 다른 세상이 열릴 거라 기대했다. 누구나 갖게 된 휴대 전화와 전국 구석구석까지 뻗친 인터넷 덕택에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난 세상 밖으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오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디지털 세상이 오자 수십만의 동성애자들이 익명에 기대어 온라인 공간에 모여들었다. 거기서 정보를 주고 받고 낯선 이들과 연결을 시도했다. 비록 맨얼굴을 내밀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게 되자 거센 역풍이 불었다. 동성애자들의 온라인 거점었던 웹사이트들이 청소년 유해사이트로 지정되는 소위 ‘엑스존사태’가 일어났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이반’이나 ‘게이’ 등의 단어도 인터넷 검색 금지어로 지정되었다. 동성애자들이 양지로 나오지 못하도록 정부와 보수세력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내가 음란, 반인륜, AIDS그 자체라고 우겼다. 새 밀레니엄 시대에 동성애자들이 존재가 아닌 사회악이나 질병으로 공식화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일로 인해 난 많이 낙담했다. 권력과 보수 세력들을 더욱 혐오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 사회는 내게 노답 그 자체였다.     2015년 소위 엑스존 사태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627     이들에게 대항할 힘은 미약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은 초기 단계였고 소규모 조직에 머물렀다. 참여자를 모으기 어려웠다. 당시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가족과 직장을 잃는...
문탁
2023.10.20 | 조회 347
먼불빛의 웰컴 투 60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나는 원래 체구가 작고 동그란 얼굴 덕에 어려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작년 정년퇴직을 한 이후 일정하게 반복되던 루틴이 사라지자 나는 부쩍 더 늙어보였다. 나름 운동도 하고 바삐 지낸다고 했지만 일 할 때보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일 할때만 해도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언닌 아직 너무 젊어 보여, 더 일해야지...” 했는데, 늙음은 마치 나의 정년퇴직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속적으로 덮쳐 왔다 온 몸으로. 온 몸에서 노화의 징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 거울을 보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었다.           머리카락이 늙었다     그 중에서 얼굴의 팔자 주름도, 탄력 떨어진 팔뚝과 뱃살도 아닌 단연코 가슴 아픈 나의 나이듦의 징후는 바로 ‘머리카락’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양치할 때마다 하얀 세면기에는 3초에 하나씩 머리카락이 뚝뚝 떨어진다. 샴푸하면서 샤워기 물 따라 빠져나가 수북히 쌓이는 머리카락을 보며, 이제 내 머리에 붙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보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집은 엄마, 오빠와 그리고 나, 동생까지 숱이 많고 윤기 있는 머리로 늘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있는 숱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인데 그 와중에 새로 자라나는 잔머리까지 많아 늘 삐죽삐죽 삐져나와 곱게 땋아지지 않을 정도로 넘치던 숱. “와! 너 지~인~짜...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나는 원래 체구가 작고 동그란 얼굴 덕에 어려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작년 정년퇴직을 한 이후 일정하게 반복되던 루틴이 사라지자 나는 부쩍 더 늙어보였다. 나름 운동도 하고 바삐 지낸다고 했지만 일 할 때보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일 할때만 해도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언닌 아직 너무 젊어 보여, 더 일해야지...” 했는데, 늙음은 마치 나의 정년퇴직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속적으로 덮쳐 왔다 온 몸으로. 온 몸에서 노화의 징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 거울을 보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었다.           머리카락이 늙었다     그 중에서 얼굴의 팔자 주름도, 탄력 떨어진 팔뚝과 뱃살도 아닌 단연코 가슴 아픈 나의 나이듦의 징후는 바로 ‘머리카락’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양치할 때마다 하얀 세면기에는 3초에 하나씩 머리카락이 뚝뚝 떨어진다. 샴푸하면서 샤워기 물 따라 빠져나가 수북히 쌓이는 머리카락을 보며, 이제 내 머리에 붙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보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집은 엄마, 오빠와 그리고 나, 동생까지 숱이 많고 윤기 있는 머리로 늘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있는 숱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인데 그 와중에 새로 자라나는 잔머리까지 많아 늘 삐죽삐죽 삐져나와 곱게 땋아지지 않을 정도로 넘치던 숱. “와! 너 지~인~짜...
먼불빛
2023.10.14 | 조회 366
남어진의 현장분투기
          남어진 밀양에서 작은 목공소를 합니다. 밀양에서 765kV 초고압 송전탑 반대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도, 마음이 사는 일도 어렵고 괴롭다는 생각을 자주 하며 지냅니다.           노동자가 아닌 사장이 되다 ​ 나에게는 함께 일하는 좋은 동료 직원이 있다. 직원은 작년 봄, 목수 일을 배우고 싶다며 대구에서 밀양까지 나를 찾아왔다. 첫 만남 후에 그는 일이 있으면 불러 달라는 연락을 종종 하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 “보기처럼 멋있지 않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 “서울에 한 달 다녀와야 할 일이 있다” 등의 핑계를 대며 함께 일하기를 피했다. 일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맡은 일들도 많아지는 상황이었지만 누군가를 고용하여 안정적인 고용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친동생이나, 동생의 친구들을 잠깐씩 알바로 쓰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 그러다가 그를 불렀다. 전시용 가벽을 만드는 작업이 있었는데, ‘그렇게 해 보고 싶다니 하루 같이 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여태껏 같이 일해 본 초보자들 중에 가장 이해도 빠르고, 손재주도 좋았다. 나는 책임감 있게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일 중독자인 나에게 ‘좋은 동료’의 기준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일을 잘 하는 것’이다. 나를 쏙 빼닮은 사람이 나타났다. 눈치가 빠르고, 성실하고, 끈기도 있고, 악도 있고, 게다가 손재주도 좋은 사람이다. ​ 어느덧 그와...
          남어진 밀양에서 작은 목공소를 합니다. 밀양에서 765kV 초고압 송전탑 반대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도, 마음이 사는 일도 어렵고 괴롭다는 생각을 자주 하며 지냅니다.           노동자가 아닌 사장이 되다 ​ 나에게는 함께 일하는 좋은 동료 직원이 있다. 직원은 작년 봄, 목수 일을 배우고 싶다며 대구에서 밀양까지 나를 찾아왔다. 첫 만남 후에 그는 일이 있으면 불러 달라는 연락을 종종 하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 “보기처럼 멋있지 않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 “서울에 한 달 다녀와야 할 일이 있다” 등의 핑계를 대며 함께 일하기를 피했다. 일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맡은 일들도 많아지는 상황이었지만 누군가를 고용하여 안정적인 고용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친동생이나, 동생의 친구들을 잠깐씩 알바로 쓰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 그러다가 그를 불렀다. 전시용 가벽을 만드는 작업이 있었는데, ‘그렇게 해 보고 싶다니 하루 같이 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여태껏 같이 일해 본 초보자들 중에 가장 이해도 빠르고, 손재주도 좋았다. 나는 책임감 있게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일 중독자인 나에게 ‘좋은 동료’의 기준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일을 잘 하는 것’이다. 나를 쏙 빼닮은 사람이 나타났다. 눈치가 빠르고, 성실하고, 끈기도 있고, 악도 있고, 게다가 손재주도 좋은 사람이다. ​ 어느덧 그와...
문탁
2023.10.10 | 조회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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