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광합성
2015-11-1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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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별로 준비도 못하고 몸만 조용히 다녀왔지만 그래도 참 좋았습니다.

 

추수시기도 지나고 감도 다 땄고, 올해는 한평텃밭에 배추를 심지 못해서 김장도 못하고.

김정회 위원장님 & 박은숙 샘 댁 농사일을 돕고 왔습니다.

첫째날은 파를 수확하고 둘째날은 양배추를 수확했습니다. 언제나 일은 많습니다.

동화전마을에는 송전탑 싸움에 직접 참여하는 분이 김정회위원장님 박은숙 샘 권귀영 샘  뿐이어서

세분은 언제나 바쁘십니다. 위원장님 댁은 그래서 농사일을 크게 줄일 예정이라고 하시네요.

작년에 키우던 소를 모두 팔고 축산업은 폐업 신고를 하셨습니다.

농사와 오랜 싸움을 병행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공유하고 싶은 몇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휴대폰사업을 하는 김정회입니다'

축제 즈음인가 김정회 위원장님 전화번호로 '휴대폰 사업을 하는 김정회입니다. 핸드폰 바꾸실때 연락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위원장님 번호가 어딘가 노출되서 피싱에 사용되나 했었는데 위원장님은 정말로 휴대폰 사업을 하시더라고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소비자조합 형태라고 하시더라고요. 위원장님은 돈을 많이 벌어서 송전탑을 사버리는 것으로 싸움의 전략을 바꾸셨다고 합니다. 문탁에서는 카톡을 쓰지 말자는 말이 나오는 와중이지만,,, 깨진 액정을 보며 위원장님을 통해 핸드폰을 바꿔볼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위원장님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동화전 마을은 올해 통장이 바뀌면서 몇몇 주민들이 추가로 보상을 받으셨다고 하네요.

지난해 이맘 때쯤은 20명정도가 보상을 안받고 계셨는데 올해 그 중 10분정도가 합의를 하셨고 10분 정도가 남았다고 합니다. 사랑방에서 길을 건너 있는 집 주민도 올해 보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작년에 김장행사 때도 오셨었는데 말이죠. 보상비는 250만원 정도입니다. 어차피 송전탑도 세워졌고 받을 수 있을 때 받으라는 통장의 꼬임(권유)에 몇몇 분들이 합의 보상으로 돌아섰던 것입니다.

위원장님은 돈이 있으면 그깟 250만원 내가 대신 주고 합의하지 말라고 했을 거라고 하십니다. 2500만원이면 10명이 합의를 안할 것이고 25천만원이면 100명이 합의를 안할 것이라고 그 돈 내가 대신 주고 싶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돈 더 많이 벌어서 한전으로부터 철탑을 사겠다고도 하셨습니다. 돈으로 철탑을 살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마음이 오죽 답답할까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10분이 보상으로 돌아섰지만 밀양에는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운이 전국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밀양 분들이 영덕에서 삼척에서 주민들에게 힘을 주고 계십니다.

화요일 수요일 잠시 영덕 주민투표 현장에 다녀왔는데 밀양 분들도 영덕에서 맹활약하셨습니다. 저희가 갔던 곳은 포항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저희보다 위쪽 지역에는 밀양분들이 가셨다고 하네요. 박은숙 선생님도 영덕군청 근처에서 투표 자원활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영덕에서 활동가들로부터도 고리나 밀양에서 온 주민들의 이야기가 영덕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상해준다 말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에게 가는 돈은 거의 없다. 다 거짓말이다

먼저 경험했던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현장에서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무척이나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밀양을 제 손으로 지켜온 밀양할매들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덕에 다녀오신 후로 밀양 할매들만큼 지역에서 주인처럼 싸우는 사람들이 없더라. 투표소를 20개나 운영하는데 밀양할매들처럼 주민들이 나서서 밥해주는 곳이 하나도 없더라.  밀양처럼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싸우는데가 없더라.’ 하면서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맞습니다. 밀양 할매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은숙 샘도 한수원 직원들이 투표소를 얼쩡거리는 것에 대해 목청을 높이시면서 밀양할매 같았어봐라 가만안두지 어딜 얼쩡거리노 그걸 왜 가만히 보고 있노! OOO를 비틀어버리지하면서 답답하다 하셨습니다.

영덕에도 그런 밀양 주민들 할매 할배들의 기운이 전해졌을까요? 그렇겠지요? 아마 긴 싸움이 될 영덕 핵발전소 싸움은 이제 시작이고 주민투표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니.. 이렇게 또 다른 밀양이 계속 나오겠지요 

 

# 밀양도 주민투표를 했으면 어땠을까?

촛불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박은숙 선생님은 밀양도 송전탑이 세워지기 전에 주민투표를 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럼 이렇게 행정집행으로 밀고 들어와 무차별적으로 주민들을 해하고 마구잡이로 송전탑을 짓지 못했을 거라고 씁쓸한 듯이 이야기하셨습니다. 밀양에서도 정부의 계획이 미리 알려지고 또 주민투표를 했으면 지금과 무척 달랐겠지요?

안타깝긴 하지만 밀양이 있었기에 삼척과 영덕의 주민투표가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또 그런 삼척과 영덕이 있기에 앞으로 제 2의 제 3의 밀양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6월 계획했던 밀양송전탑 싸움 시즌2 이야기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삼척에서 영덕에서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곳에서. 

 

그리고 대책위에서는 지금 시즌 3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즌 3가 궁금하신 분들은 123일  저녁 프란체스코 회관과 125일 밀양역에서 열리는

밀양싸움 10주년 행사에 함께 가시면 좋겠습니다. 이 날에 맞추어 아마 백서도 발간될 것입니다.  

# 그리고..

농활을 다녀와서 참 좋았지만 농사 일을 돕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또 어떻게 다르게 밀양을 만나고 영덕을 만날까 같이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녹색다방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그래왔지만 저는 농활 갈때 반짝, 회의갈때 반짝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4월에 영덕에서 한 탈핵퍼레이드 일 수도 있고, 공연일 수도 있고,  글일 수도 있고,

친구 세명 꼬셔서 가는 다단계 프로그램 일수도 있고...

2030에서 농활을 다녀오긴 했지만 밀양 싸움이나 핵발전소, 에너지 문제에 대해 따로 공부하거나

밀양농활 후기를 모으는 모임을 한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그런 걸 해보면 어떨까도 생각했습니다.

비록 소규모로 갔다왔지만... 또 뭐가 있을까요? 



 PS. 위원장님이 양배추와 직접 정미한 쌀을 택배로 보내주신다고 하셨어요.

사양하지 않고 넙죽 '네에~' 하고 대답했습니다.  ㅋㅋ

잘했지요??



....................

<사진으로 보는 2015 가을. 밀양농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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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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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다듬기 전문가 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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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마당 식구들이 없이 조촐한 촛불집회가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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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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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송곳 대사를 패러디하는 지원이. 드라마 송곳 시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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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파리 테러 소식을 듣고 파리에 있는 지영이와 영상통화를 해써요.

다행히 지영이는 무사히 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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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즐거운 간식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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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은 즐거웠지만 돌아오는 무궁화호는 hell이었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사람이 그나마 조금빠진 대전에서 찍은 사진. 처음 밀양에서 기차를 탔을때 이건 중국저리가라 였습니다.

단풍과 김장 이슈가 겹쳐서 그랬던듯 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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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열차에서 내리고 해맑게 웃는 명식이 사진이 마지막 샷이네요^^

밤에  쓰니 감상적인 후기가 되었네요 오글오글.  

댓글 8
  • 2015-11-18 09:09

    오! 김작가! 후기도 감동이요~~ ^^ 또다른 길벗이네. ...

  • 2015-11-18 09:38

    좋구나. 기특하구.

  • 2015-11-18 13:51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 2015-11-18 15:02

    12월엔 프란치스코회관이든 밀양이든 한 번 가봐야겠어요^^

     

    • 2015-11-18 17:33

      기왕가는김에밀양으로*^^*

       

      파지사유 구석에 짱박혀서 소외받고있는 우리 만들었던 탈, 들고가서 행진할 때 써요!

      우리 탈들 첫 외근? 출장?ㅎㅎ

      • 2015-11-18 18:34

        오홋! 좋은 생각^^

  • 2015-11-19 21:27

    수고 했슈~

     hell무궁화호도 함께라서 견딜만 했겠지?

    다들 이뽀!

  • 2015-11-25 20:16

    밀양에서 박은숙 샘이 양배추랑 대파를 한 가득 보내주셨어요.

    뽑고 다듬고 포대에 담고 옮기고 씨름을 했던 그 양배추입니다.

    당분간 문탁주방에서 양배추 요리를 계속 만나게 되실듯~~

    맛있게 드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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