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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마을경제학
2020년 월든공방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 공유지 파지사유 한 켠에는 월든공방이 있다. 여기엔 갖가지 옷감과 가죽, 그리고 실과 바늘, 재봉틀과 다리미, 제법 널따란 작업대와 거기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손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요즘 그 공간이 가장 북적이는 날은 목요일이다. 목요일은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는데, 그 첫 순서는 철학읽기 + 업사이클링 손인문학이다. 손인문학은 새롭게 실험하고 있는 작업과 세미나의 콜라보 프로그램이다. 손인문학을 하면서 우리는 손작업이 우리에게 어떤 배움을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해 탐구한다. 이번 시즌에는 이제 막 돌 지난 아기의 엄마 유가 참여 하고 있어 함께 아기 키우기 실험까지 자연스럽게 병행하고 있다. 지난 주 우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고, 아름다움(美)은 앎 바로 깨달음에서 온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작업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어진 작업은 작은 가죽 조각들을 이어 패치워크 필통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실과 바늘이 구멍을 통과하면서 만들어낸 가지런한 바느질 선을 보며 즐거워했다. 손인문학이 마무리 될 시간 쯤 월든공방 일꾼들의 공동작업이 시작됐다. 올해는 주 1회 작업을 하고 있어 작업시간이 빠듯하다. 작업은 네 가지였는데, 달팽이는 고로께가 주문한 스테디셀러 파우치를, 띠우는 블랙이 주문한 패치워크 크로스백을, 최근 공방에 다시 합류한 바람은 친구에게 주문받은 가죽 슬리퍼를 만들었다. 새롭게 발굴된 인턴 초빈은 꼼꼼한 재봉실력으로 여름용 마스크를 만들었다. 공방이 매일 이렇게 북적이진 않지만 이제 공방을 시작한 지 9년차, 제법...
2020년 월든공방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 공유지 파지사유 한 켠에는 월든공방이 있다. 여기엔 갖가지 옷감과 가죽, 그리고 실과 바늘, 재봉틀과 다리미, 제법 널따란 작업대와 거기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손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요즘 그 공간이 가장 북적이는 날은 목요일이다. 목요일은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는데, 그 첫 순서는 철학읽기 + 업사이클링 손인문학이다. 손인문학은 새롭게 실험하고 있는 작업과 세미나의 콜라보 프로그램이다. 손인문학을 하면서 우리는 손작업이 우리에게 어떤 배움을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해 탐구한다. 이번 시즌에는 이제 막 돌 지난 아기의 엄마 유가 참여 하고 있어 함께 아기 키우기 실험까지 자연스럽게 병행하고 있다. 지난 주 우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고, 아름다움(美)은 앎 바로 깨달음에서 온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작업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어진 작업은 작은 가죽 조각들을 이어 패치워크 필통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실과 바늘이 구멍을 통과하면서 만들어낸 가지런한 바느질 선을 보며 즐거워했다. 손인문학이 마무리 될 시간 쯤 월든공방 일꾼들의 공동작업이 시작됐다. 올해는 주 1회 작업을 하고 있어 작업시간이 빠듯하다. 작업은 네 가지였는데, 달팽이는 고로께가 주문한 스테디셀러 파우치를, 띠우는 블랙이 주문한 패치워크 크로스백을, 최근 공방에 다시 합류한 바람은 친구에게 주문받은 가죽 슬리퍼를 만들었다. 새롭게 발굴된 인턴 초빈은 꼼꼼한 재봉실력으로 여름용 마스크를 만들었다. 공방이 매일 이렇게 북적이진 않지만 이제 공방을 시작한 지 9년차, 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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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 사장칼럼
모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미투(#Me Too) 보고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 없다』를 읽었다. 그 학교에 한때나마 깊숙이 관여한 사람으로서 난 맘이 매우 복잡해졌다. 어떻게 대안학교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따위의 놀람이나 한탄은 전혀 아니었고, 이 일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과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더 묻고 싶었고 더 알고 싶었고 더 많이 듣고 싶었고, 더 많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칫 한마디라도 잘못 내뱉다가는 그 길로 엄청난 비판/비난 (2차 가해다, 젠더감수성이 떨어진다, 역시 올드팸이다...나아가 “제발 공부 좀 해라”)을 들을 게 뻔한지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전전긍긍(戰戰兢兢)’ ‘여리박빙(如履薄氷)’하면서 사태를 조용히 관전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글에 대한 응답의 의무는 과연 그 학교에만 있는 것일까, 그 밀려오는 파도를 맞이하는 곳이 과연 그 학교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주 오래 전 일이 하나 떠올랐다. ‘가리 늦게’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 난, 덕분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조교를 시키면 된다”로 요약되는 대학원 특유의 권위주의적 사제문화(師弟文化) 밖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성골’ 혹은 ‘진골’로 불리는 이너 써클 출신도 아니었고, 딱히 학맥을 형성할 의지도 욕구도 없었고, 지도교수한테 잘 보여 아카데미에서 출세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운동권 출신 쎈 여자’라는 꼬리표가 주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대학원생이면 으레 해야 하는 온갖 프로젝트나 관례처럼 맡겨지던 온갖 잡심부름에서 언제나 열외였다....
모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미투(#Me Too) 보고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 없다』를 읽었다. 그 학교에 한때나마 깊숙이 관여한 사람으로서 난 맘이 매우 복잡해졌다. 어떻게 대안학교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따위의 놀람이나 한탄은 전혀 아니었고, 이 일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과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더 묻고 싶었고 더 알고 싶었고 더 많이 듣고 싶었고, 더 많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칫 한마디라도 잘못 내뱉다가는 그 길로 엄청난 비판/비난 (2차 가해다, 젠더감수성이 떨어진다, 역시 올드팸이다...나아가 “제발 공부 좀 해라”)을 들을 게 뻔한지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전전긍긍(戰戰兢兢)’ ‘여리박빙(如履薄氷)’하면서 사태를 조용히 관전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글에 대한 응답의 의무는 과연 그 학교에만 있는 것일까, 그 밀려오는 파도를 맞이하는 곳이 과연 그 학교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주 오래 전 일이 하나 떠올랐다. ‘가리 늦게’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 난, 덕분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조교를 시키면 된다”로 요약되는 대학원 특유의 권위주의적 사제문화(師弟文化) 밖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성골’ 혹은 ‘진골’로 불리는 이너 써클 출신도 아니었고, 딱히 학맥을 형성할 의지도 욕구도 없었고, 지도교수한테 잘 보여 아카데미에서 출세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운동권 출신 쎈 여자’라는 꼬리표가 주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대학원생이면 으레 해야 하는 온갖 프로젝트나 관례처럼 맡겨지던 온갖 잡심부름에서 언제나 열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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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 사장칼럼
한 달에 한 번 문탁을 오가는 젊은 청년들과 밥을 먹는다. 이름하여 <빅마마스 테이블(Big Mama’s Table)>! 다섯 명 정도가 고정 멤버이고 열 명쯤 모일 때도 있다. 문탁 혹은 길드다에서 세미나를 하거나 했던 친구들, <달밤더치>라는 커피사업팀에서 일을 하거나 <새초롬>이라는 디자인팀에서 포스터를 만드는 친구들이다.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대부분 대학을 안 가거나 중도에 그만 두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작파한 친구도 있다. 이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달은 뭘 먹지?”이다. 어떤 때는 길드다 스토아에서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문탁 식구들의 최애식당 <어장>에서 회를 먹기도 하고, 어떤 때는 타이 음식점엘 가기도 한다. 맛있는 것을 같이 먹고 수다 떠는 일 이외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모임은 보통 근황토크로 시작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잠시 먹는데 집중한다. 그러다가 다시 근황토크로 돌아가는데 ‘샤이’한 친구들이 많은지라 이야기는 잘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긴다. 그러면 주로 내가 묻는다. 요즘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프로가 재밌는지, 유튜브에선 주로 뭘 보는지. 운이 좋으면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유튜브의 어떤 프로그램을 말하면, “어, 그거 나도 봐” 라면서 말이다. 물론 그 이후 오가는 이야기 대부분을 난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씩 나도 좋은 정보를 줍는다. <굿 걸>(엠넷)이라는 프로그램이나 ‘슬릭’이라는 여성페미니스트 래퍼에 대한 소식 같은 것이다. 이후 난 <굿 걸>을 본방 사수했고, 덕분에 두어 달은 <굿 걸>과 거기 출연하는 이영지, 슬릭, 그리고 ‘플렉스’로...
한 달에 한 번 문탁을 오가는 젊은 청년들과 밥을 먹는다. 이름하여 <빅마마스 테이블(Big Mama’s Table)>! 다섯 명 정도가 고정 멤버이고 열 명쯤 모일 때도 있다. 문탁 혹은 길드다에서 세미나를 하거나 했던 친구들, <달밤더치>라는 커피사업팀에서 일을 하거나 <새초롬>이라는 디자인팀에서 포스터를 만드는 친구들이다.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대부분 대학을 안 가거나 중도에 그만 두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작파한 친구도 있다. 이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달은 뭘 먹지?”이다. 어떤 때는 길드다 스토아에서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문탁 식구들의 최애식당 <어장>에서 회를 먹기도 하고, 어떤 때는 타이 음식점엘 가기도 한다. 맛있는 것을 같이 먹고 수다 떠는 일 이외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모임은 보통 근황토크로 시작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잠시 먹는데 집중한다. 그러다가 다시 근황토크로 돌아가는데 ‘샤이’한 친구들이 많은지라 이야기는 잘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긴다. 그러면 주로 내가 묻는다. 요즘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프로가 재밌는지, 유튜브에선 주로 뭘 보는지. 운이 좋으면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유튜브의 어떤 프로그램을 말하면, “어, 그거 나도 봐” 라면서 말이다. 물론 그 이후 오가는 이야기 대부분을 난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씩 나도 좋은 정보를 줍는다. <굿 걸>(엠넷)이라는 프로그램이나 ‘슬릭’이라는 여성페미니스트 래퍼에 대한 소식 같은 것이다. 이후 난 <굿 걸>을 본방 사수했고, 덕분에 두어 달은 <굿 걸>과 거기 출연하는 이영지, 슬릭, 그리고 ‘플렉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