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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 사장칼럼
난 이번 보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왜? 서울(부산)시민이 아니니까. 핫, 썰렁. 농담이고, 서울시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지리멸렬 정치소음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하여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선거 이야기는 빠르게 패스, 선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선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서울에 강의를 가는 길에 우연히 기본소득당 신지혜씨의 선거플랜카드를 봤다. 그녀의 공약은 ‘무상생리대’와 ‘미프진’ 공급이었다. 와, 간만에 신박하네. 갑자기 흥미가 솟구침. 그런데 미프진이 뭐지? 검색 결과 그건 먹는 낙태약이었다. 하하, 난 이제 진짜 꼰대구나. 그녀들 덕분에 그렇게 잠시 즐거웠다. 그것으로 끝. 그런데 선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선거가 끝난 후 오히려 증폭되었다. 바로 ‘이남자(이십대 남자)’ 때문이었다. 모든 언론에서 오세훈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이남자’를 꼽았다. ‘이남자’의 마음이, 무려 72.5%의 마음이 오세훈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심?!에 대한 분석이 분분했다.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변심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라 도대체 ‘이남자’가 누군지가 진짜 궁금했다. ‘이남자’는 내가 아는 남자인가? 내가 모르는 남자인가? 일단 주변의 ‘이남자’들을 꼽아본다. 우선 길드다 청년들이 있다. (앗, 모두 ‘이남자’는 아니네~ ) 어쨌든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이들 셋, 그러니까 20대 초반인 우현과 30대 초반인 지원, 명식은 너무 다르다. 입맛도 다르고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돈 쓰는 법도 다르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다르다. 물었다. 너희가 서울시민이었으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 같니? 명식과 우현은 투표를 안했을 것 같다고 하고 지원은 오태양한테 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안다. 명식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와 우현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차마 여기에 그 이유를 쓰지는 못하겠다) 음, 또 내 주변의 ‘이남자’는 누가 있을까? 앗, 악어떼1)1기 졸업생들이 있다. 시설에서 자랐고 지금은 사회복지사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LH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그 녀석들은...
난 이번 보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왜? 서울(부산)시민이 아니니까. 핫, 썰렁. 농담이고, 서울시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지리멸렬 정치소음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하여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선거 이야기는 빠르게 패스, 선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선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서울에 강의를 가는 길에 우연히 기본소득당 신지혜씨의 선거플랜카드를 봤다. 그녀의 공약은 ‘무상생리대’와 ‘미프진’ 공급이었다. 와, 간만에 신박하네. 갑자기 흥미가 솟구침. 그런데 미프진이 뭐지? 검색 결과 그건 먹는 낙태약이었다. 하하, 난 이제 진짜 꼰대구나. 그녀들 덕분에 그렇게 잠시 즐거웠다. 그것으로 끝. 그런데 선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선거가 끝난 후 오히려 증폭되었다. 바로 ‘이남자(이십대 남자)’ 때문이었다. 모든 언론에서 오세훈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이남자’를 꼽았다. ‘이남자’의 마음이, 무려 72.5%의 마음이 오세훈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심?!에 대한 분석이 분분했다.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변심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라 도대체 ‘이남자’가 누군지가 진짜 궁금했다. ‘이남자’는 내가 아는 남자인가? 내가 모르는 남자인가? 일단 주변의 ‘이남자’들을 꼽아본다. 우선 길드다 청년들이 있다. (앗, 모두 ‘이남자’는 아니네~ ) 어쨌든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이들 셋, 그러니까 20대 초반인 우현과 30대 초반인 지원, 명식은 너무 다르다. 입맛도 다르고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돈 쓰는 법도 다르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다르다. 물었다. 너희가 서울시민이었으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 같니? 명식과 우현은 투표를 안했을 것 같다고 하고 지원은 오태양한테 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안다. 명식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와 우현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차마 여기에 그 이유를 쓰지는 못하겠다) 음, 또 내 주변의 ‘이남자’는 누가 있을까? 앗, 악어떼1)1기 졸업생들이 있다. 시설에서 자랐고 지금은 사회복지사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LH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그 녀석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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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완이의 쿠바통신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병원 가는 날 오늘은 Y가 가족주치의와 약속이 있는 날이다. 꼰술또리오는 벌써 엄마와 아기들로 득실거릴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소아과의사와 산부인과의사가 찾아오는 정기검진 날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 바쁜 날에 진찰을 예약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Y는 동네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거실에 나오니 식탁 위에는 Y를 위한 빵과 커피가 올려져 있다. 옆방에서 하숙하는 학생이 아침식사로 준비해놓은 것이다. 이 친구는 현재 Y의 유일한 가족이다. 전공 수련을 위해서 쿠바로 유학 온 볼리비아 의사인데 올해 2년차 레지던트가 되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정신 쏙 빠져서 살더니, 올해는 의사가 된 티가 좀 난다. Y보고 주치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라고, 혹은 이 약 저 약을 처방해달라고 해보라며 참견을 해댄다. 그럴 때마다 Y는 깔깔 웃는다. 자기는 의사 복이 많아서 집 안팎 어디에서도 아플 수가 없겠단다. ...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병원 가는 날 오늘은 Y가 가족주치의와 약속이 있는 날이다. 꼰술또리오는 벌써 엄마와 아기들로 득실거릴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소아과의사와 산부인과의사가 찾아오는 정기검진 날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 바쁜 날에 진찰을 예약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Y는 동네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거실에 나오니 식탁 위에는 Y를 위한 빵과 커피가 올려져 있다. 옆방에서 하숙하는 학생이 아침식사로 준비해놓은 것이다. 이 친구는 현재 Y의 유일한 가족이다. 전공 수련을 위해서 쿠바로 유학 온 볼리비아 의사인데 올해 2년차 레지던트가 되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정신 쏙 빠져서 살더니, 올해는 의사가 된 티가 좀 난다. Y보고 주치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라고, 혹은 이 약 저 약을 처방해달라고 해보라며 참견을 해댄다. 그럴 때마다 Y는 깔깔 웃는다. 자기는 의사 복이 많아서 집 안팎 어디에서도 아플 수가 없겠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