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사지마라>

둥글레
2022-10-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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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간만에 밥당번을 하면서 도토리묵과 오이를 샀다.

도토리묵 무침을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기린샘은 <사지마라> 중이니 재료비를 주방에서 내주마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사지마라>의 취지는 무조건 안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무엇을 사지 말까? 이런 질문을 계속하게 되었다.

 

당근마켓에서 여러 토분을 저렴하게 파는 사람이 있어서 한참 고민하다 안샀다.

집에는 번식 중인 식물들이 많아서 토분이 필요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사야지 했다.

그러면서 또 같은 질문을 했다. 무엇을 사고 무엇을 사지 말까?

 

그러다 오늘 문탁샘이 올려준 다큐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을 보았다.

앗! 그런데 2~3년전에 봤던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의 출연자와 같은 사람들이 만든 다큐다.

이전과 비슷한 주제이지만 이번 영화는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물건 중독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우리의 취향을 물건으로 표현하고 추억들을 물건에서 찾고 성공 이미지를 위해 물건을 사고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외부에서 심어졌을 가능성이 많다.

나는 아직도 못버리는 책들과 일기장, 카세트테이프, 시디 등이 있다.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조슈아 필즈 밀번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집을 정리하다,

자신의 초등학교때부터 과제 등을 어머니가 박스에 보관하고 있었던 걸 보고 깨닫는다.

추억은 물건에 담긴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물건을 못버리는 것과 물건들을 필요 이상으로 사들이는 것은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알고리즘으로 광고가 뜨고 클릭 한 번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한 세상에서 물건을 안 사고 살긴 힘들다.

게다가 신용카드 빚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니까.

광고들은 ‘결핍’을 강조한다. 이 제품을 사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해서 지금 사람들은 50, 60대가 되어도 감정적으로 미숙하다.

 “지금 당장 갖고 싶어!”

영화에 나온 한 사람이 이런 감정 미숙을 떼쓰는 4살 아이에 비교했다.

 

미니멀리즘 너무 지겨운 말이 되긴 했지만, 

늘 짐을 늘리지 않으려 신경썼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먼저 버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쓸데없는 물건이 많아질수록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우울함과 공허감을 더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의미 없는 물건을 정리하면 사고 싶다는 욕망이 좀 줄어들 것 같다!

 

오늘은 오래된 사전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안 본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

댓글 6
  • 2022-10-08 22:27

    저도 그 다큐 꼭 봐야겠어요.

    버리기 실천도 해야하는디 ㅡㅡ

    오늘은 그간 모아온 쿠폰을 가지고 커피를 먹었답니다 ㅋㅋ

    친구들과 잠깐 롯데몰에 다녀왔는데 뭘 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니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ㅋㅋ

  • 2022-10-08 22:39

    오 이 다큐 얼마전에 다큐보고 글 하나씩 올리기 할때 제가 올렸던 다큐네요.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었어요. ㅎㅎ

    미니멀리즘은 무엇을 버리느냐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무엇이 진정 중요한가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라는 점.

  • 2022-10-09 09:29

    종이 사전. 카세트 테이프!

    쓸모를 다한 과거의 물건들. 

    어쩔수 없이 애물단지 되는 건가요.

    헤어지기도 아쉽겠네요.

  • 2022-10-09 10:36

    뜨끔하는 내용이네요.   저는 시할머니사진첩도 섹권인가 가지고 있어요.  25년동안 한번도 안 펴본..결혼앨범도 그러네요

  • 2022-10-10 13:23

    오래된거 의미있는거 그런건 버리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버리면 어디로가요? 쓰레기 늘리는걸테고..빈 것만큼 채우고 싶어할테고..기냥 가지고 있는것도 미니멀리즘이란 생각이어요. 

  • 2022-10-12 16:26

    안본지 10년 넘은 사전들 

    어떤 흔적들이 남아있나 궁금하네요

    손때나 메모, 낙서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