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교실과 우리

요요
2016-02-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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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10여군데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기억의 교실과 

우리의 마음을 기록한 흔적들을 모아

2월 23일부터 3주간 느티나무 도서관에 전시하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 파지사유에서는 

곧 떠나게 될 기억의 교실에 대해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파지사유에서 점심먹고

기억의 교실에 대해 마음을 나누기 위해 남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먼저 잠시 눈을 감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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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지난 한 달 간 기억의 교실과 함께 하면서 느낀 것, 생각한 것을

서로에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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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다..

미안했다..

아직도 차마 그 의자에 앉을 수가 없다.

기억의 교실을 통해 아이들 얼굴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 이름을 부르면서

세월호가 더욱 더 깊게 마음 속에 들어올 수 있었다.. 오롯이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채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는 중음신처럼 살고 있는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했다.

파지사유가 공사하고 이사하며 어수선한 가운데 기억의 교실을 두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기도 했다.

어느 날은 챙기고, 어느 날은 잊고 그렇게 한 달이 갔다.

기억의 교실과 함께 하면서 일상 속에서 세월호와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세월호와 관련하여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서로 같은 이유로, 혹은 서로 다른 이유로

우리의 마음은 아직 편안할 수 없나 봅니다.

아니! 불편한 것이 당연합니다.

무엇을 하든 그저 무엇을 하고 있다는 느낌, 자기 위안이어서는 아니지 않을까. 

자기자신을 향해, 친구들을 향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유가족은 잊지 않고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스스로를 향한 칼날을 거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교실존치문제로 흘러갔습니다.

아마도 교실 모두를 보존하는 것은 힘들듯하다고 합니다.

한 두 개 교실이라도 남긴다면, 그곳을 순례의 장소, 기억의 장소, 추모의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배움과 공부가 일어나는 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교실이 학교가 되고, 현장이 될 때, 순례도 기억도 추모도 진짜 투쟁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주기를 맞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416의 사상이랄까 철학이랄까

지성의 힘으로 세월호를 만나는 길은 무엇일까..

그러나.. 우리는 어리석고 천학비재한지라..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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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의 삶을 기억의 교실이 되게하는 공부는, 활동은 무엇일까.. 

문탁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게 될까.

그런 질문 하나 마음에 품었습니다.

오늘 기억의 교실과 함께 한 한 달을 되짚어보며 우리는 세월호와 우리의 일상을 묻는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2학년 7반, 기억의 교실이 느티나무 도서관으로 옮겨가기까지 아직도 시간이 있습니다.

오며 가며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마음의 결단, 질문 등을 노트에 적어주세요.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세월호와 어떻게 다시 만날지 천천히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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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016-02-06 14:54

    여럿이 모여 기억의 교실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혼자서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위로도 되고, 새롭게 마음을 내는 계기도 되고...

    이렇게 보내기 미안했는데 더 우리곁에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2016-02-16 20:19

    2월 23일이면 이 책상이 파지에서는 떠나지만 느티나무 도서관, 성남, 광화문 그리고 안산에서 또 많은 분들을 만날 겁니다.

    많은 분들의 손길이 희생자 아이들과 유가족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해준 문탁식구들과

    '기억의 교실'이 무사히 파지에서 잘 보존되도록 돌봐주신 큐레이터 건달바님과 파지 매니저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