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양생 10회> 나만의 아침시간 활용법

기린
2021-10-26 08:58
467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잡고 세미나 책을 읽었다.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공간이 하루 종일 북적대는 것은 아니어서 제법 한가한 시간도 있었다. 그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약국 일 사이 한가한 시간, 소란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난 시간이면 몸도 거기에 맞춰 좀 나른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 좀 늘어져 쉬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하면 책은 세미나 전날 벼락치기로 허겁지겁 읽을 수밖에 없다. 한숨 돌리는 몸과 책을 읽을 몸 사이의 조절이 문제였다. 저녁에 퇴근하고 혹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집중해서 책을 읽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집에 오면 대체로 더 산만해졌다. 동시에 집에는 유혹이 더 많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궁금하고 때로는 피곤하니 일찍 자고 싶기도 한 것이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다르게 쓰는 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 아침 시간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면 책상 앞에 앉았다. 오랫동안 공부 해온 동양 경전을 펼쳤다. 요즘 읽고 있는 경전은 <논어>다. 저절로 읽히는 문장으로 뇌를 워밍업 시킨다. 이 워밍업은 대부분 10분 이상을 넘기지 않았다. 그 대신 소리 내어 읽으면서 문장에 집중한다. 그렇게 한 편이 술술 암송될 때까지 계속 읽었다. 그 다음은 팟캐스트를 위해 선정된 책이나, 읽고 싶었던 신간 등을 읽는다. 이 책들을 읽는 시간도 20분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쉽게 읽히는 문장이라도 꼼꼼하게 읽으면서 집중한다. 10분정도 암송하고, 20분정도 다른 책 읽으면서 이 집중에서 저 집중으로 옮겨가 보았다. 그리고 세 번째로 세미나 책을 읽었다. 그건 출근 준비 전까지 계속 읽는다. 여섯시 무렵에 일어나면 한 시간 정도 읽을 수 있고, 늦잠을 자면 30분 정도밖에 못 읽는다. 어쨌든 아침에 일어나 세 번에 걸쳐 각각 다른 책을 나누어 읽었다. 그러고 나서 여덟시 사십 분이 지나면 출근을 준비 한다.

 

 출근 후에 약국 일을 하는 사이 시간이 비면 될 수 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화요일부터 세미나가 있는 토요일 전까지 주로 세미나 책만 읽었다. 예전에 공부방에서는 일을 하고나서 공부를 하려면 예열하는 시간이 길었다. 이제는 환경이 바뀌어 그렇게 예열하는데 시간을 쓰다가는 할 일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틈이 나는 대로 세미나 준비에만 집중하면 그 예열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퇴근을 해서 저녁까지 먹고 나면 여덟시가 훌쩍 넘어 있다. 그러면 별다른 예열 없이 세미나 책이나 글쓰기 등에 진입하기가 좀 더 수월했다. 열한시를 넘기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끝났다.

 

그러나 나의 일과를 온통 약국 일과 세미나 준비만으로 채울 수 없다. 부모님 간병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 친구가 마음을 가누기 위해 파지사유에 들렀다. 그 친구와 마주 앉아 차 한 잔 마시는 시간도 필요하다. 손 작업장에 작업하러 오는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일상의 수다를 푸는 시간도 있다. 파지사유에 장이라도 서는 날에는 그 왁자함에서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공동체 밥상에서 벌어지는 갖은 일에 참견하고 살피고 빈틈을 메우는 일도 해야 한다. 더구나 공간에서는 예정에 없던 일들도 수시로 벌어진다. 반가운 손님이 오기도 하고, 육아에 지친 친구가 아기를 안고 나타나기도 한다. 그 때 아기와 눈 맞추고 놀다보면 시간은 잘도 간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 안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아침의 시간을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나누어 써보는 실행을 한 지가 석 달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아침의 루틴을 만드는 방법으로 암송을 해보기도 했고, 매일 아침 글쓰기를 하느라 컴퓨터 앞에서 보내본 시간도 있었다. 그런 시도들이 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흔적이 되어 내 몸 어디엔가 장착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의 이런 실행들도 시간이 쌓여가다 보면, 어느 샌가 일의 한가운데서 그 순간에 집중하는 몸이 되어있기를 상상해본다. 그런 일상이 곧 자연스럽게 사는 양생의 순간일 것이라는 상상 말이다.

 

댓글 8
  • 2021-10-26 13:27

    나만 (혹은 우리들만 - 직장인들) 직장인이라고 징징대고 있었네요.

    반장님도 직장인인데.... 그래도,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건 역쉬 반장임을 입증하심입니다요. 

    "일상이 곧 자연스럽게 사는 양생의 순간일 것" 

    매번 번다하게 일어나는 정념들을 잡아당겨야겠습니다. 양생이니까 ^^

    • 2021-10-27 09:03

      그러게요. 저도 직장인이라고 징징징했는데...

      갑자기 공생자 행성을 담달에 못한다고 말씀드린게 마음에 걸리네요 ㅠ 다음번에는 꼭 참여한다는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바쁜 스케줄에도 변화하는 흐름을 파악하고 몸을 변형하시는 기린샘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내려주신 쌍화탕~항상 감사드립니다~~^^ 


       

  • 2021-10-26 13:34

    근무일을 줄여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

  • 2021-10-26 17:44

    일하고 공부하고

    틈틈이 사람들과 만나는 기린샘~

    응원합니다!

  • 2021-10-28 16:00

    밤 보다는 아침이 좋고,

    아침에 생기있는 사람인지라,

    아침 일찍 깨는 또다른 누군가가 생겼다는게 반갑네요. 아침에 청소당번이라 일찍 갈때마다 기린샘이 먼저 와계셔서 저는 늘 안심입니다. 기린샘 노고에 감사!

     

     

  • 2021-10-29 14:41

    이렇게 새로운 공간에서 서서히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군요....

    기린쌤의 변화!!! 다음번이 매번 궁금한 건 저만이 아니죠? ㅋㅋ 

    • 2021-10-29 22:44

      저희도 물방울 샘이 궁금합니다. 잘 지내시죠?ㅎㅎ

  • 2021-11-01 12:15

    나랑 비슷하네 ㅋㅋㅋ

    나는 직장으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삼시세끼 챙기느라 바빠서 틈틈이 짬짬이 세미나 책 읽어요 ㅎ

    특히 아침시간 활용. 근데 그것도 내 시간이 많이 날아가버렸다는 ㅠㅠㅠ

    9시쯤 일찍 잠이드는 날이 있는데 그러면 3시쯤 깨지더라구요

    이때부터 약 3시간이 황금같은 시간.ㅎㅎㅎ

    점점 더 일찍 일어나야하는건가???  

    기린은 4대보험 되는 정규직이니까 그렇다치고 나는 뭐란 말입니까~~ 켁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올해 초 54에서 53킬로그램 정도 나가던 몸무게가 이제 50에서 49킬로그램 정도이니, 5킬로그램 정도 감량했다. ‘신장병환우회카페’에 올라오는 빠른 회복에 대한 간증들 가운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체중감량이었다. 하루 2만보에서 3만보쯤 걷고, 하루 두 끼 저염저단백식단을 칼같이 지켰더니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빠졌고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등등 모든 수치가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간증의 주인공들은 대개 중년 남성들이다(10킬로그램을 감량하고도 괜찮으려면 과체중 상태여야 한다). 불규칙적인 생활과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으로 이어졌던 중년 남성들에게 질병은 체중감량을 요구했고, 그 결과는 모두 대만족이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성인병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나는 체중감량을 위해 일단 국물을 포기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 미역국, 육개장, 감자탕, 순댓국……이 밥상에서 떠나갔다. 국물 없이 마른 밥을 먹는 일이 뻑뻑하기는 했지만 염분은 확실히 줄여줬다. 염분을 줄이니 몸의 붓기는 저절로 빠졌다. 그 다음 저염저단백 식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어려웠다. 아예 소금과 단백질을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줄여서’ 먹으라는 것인데 도대체 얼마를 줄여야 할까? 물론 병원에서 나눠준 책자에는 하루 적정 소금의 양을 5그램(티스푼 1개), 단백질의 양을 40그램으로 알려줬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양인지 실제로 감을 잡기는 어려웠다. 그걸 또 세 끼에 나누어 먹으려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이제는 안다. 그 소금의 양은 거의 무염에 가깝다.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단백질의 양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경우 손바닥 하나 정도의 크기이고, 두부는 1/6모, 달걀 1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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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목
2021.11.22 | 조회 404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두세 달 전 친구 S가 인슐린 저항성과 혈압에 대해 물어온 적이 있었다. S는 자신이 왜 고혈압인지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비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짜게 먹지도 않는데 왜 고혈압이냐며 약간의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사실 고혈압의 경우는 원인이 확실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S의 고혈압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우연히 방문한 한 약국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건강식품을 권해서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간단히 말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서 세포 속으로 포도당을 넣어주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결국 당뇨가 생긴다. S가 당뇨는 아니고 해서 난 알아본다고 하고 잊어버렸다.      그러다 <일리치약국에 놀러와> 갱년기 편에서 실시한 세미나를 하다 그녀의 질문이 문득 생각났다. 세미나 텍스트였던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는 갱년기의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증상들 및 대처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세미나에 참여한 여러 여성들의 갱년기에 대한 ‘간증’을 들으면서, 훨씬 입체적으로 갱년기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나 폐경으로 몸의 증상들을 퉁쳐버리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갱년기 세미나를 통해서 내가 주목하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에스트로겐 저하뿐만 아니라 프로게스테론의 저하가 가져오는 몸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갱년기에 늘어나는 체지방이 갖는 장단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
      두세 달 전 친구 S가 인슐린 저항성과 혈압에 대해 물어온 적이 있었다. S는 자신이 왜 고혈압인지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비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짜게 먹지도 않는데 왜 고혈압이냐며 약간의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사실 고혈압의 경우는 원인이 확실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S의 고혈압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우연히 방문한 한 약국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건강식품을 권해서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간단히 말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서 세포 속으로 포도당을 넣어주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결국 당뇨가 생긴다. S가 당뇨는 아니고 해서 난 알아본다고 하고 잊어버렸다.      그러다 <일리치약국에 놀러와> 갱년기 편에서 실시한 세미나를 하다 그녀의 질문이 문득 생각났다. 세미나 텍스트였던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는 갱년기의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증상들 및 대처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세미나에 참여한 여러 여성들의 갱년기에 대한 ‘간증’을 들으면서, 훨씬 입체적으로 갱년기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나 폐경으로 몸의 증상들을 퉁쳐버리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갱년기 세미나를 통해서 내가 주목하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에스트로겐 저하뿐만 아니라 프로게스테론의 저하가 가져오는 몸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갱년기에 늘어나는 체지방이 갖는 장단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
둥글레
2021.11.09 | 조회 447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잡고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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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2021.10.26 | 조회 467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영화 <노회찬 6411>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회찬 6411>이 개봉되었다. 볼까 말까 망설였다. 봐야 하는 이유는 많았다. 한때 몸담았던 진영과 옛 동지들에 대한 의리, 그와의 개인적 인연, 노회찬 재단에서 애쓰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 그러나 걱정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성격과 관련된 것. 이것은 어떤 영화일까? 회고? 애도? 질문? 회고라고 하기에는 그를, 그의 시대를 객관적으로 다룰 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공적 애도와 관련해서도 그의 죽음 직후의 거대한 애도 행렬, 신문과 방송에서의 각종 특집이 이미 있었다. 혹시 이 영화가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라는 손석희의 그 유명한 앵커 브리핑 4분53초를 127분으로 늘려놓은 것이면 어쩌지? 이런 것들과 연결된 것이지만 노회찬 지지자들에 의한 노회찬의 재현이 노무현 지지자들에 의한 노무현의 재현, 혹은 박정희 지지자들에 의한 박정희 재현과 정말 다른 것일 수 있을까, 라는 영화적 질문도 있었다. 나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나는 그 영화의 수많은 인터뷰이처럼 그와 일정 기간 사적으로, 공적으로 깊이 연루된 관객이다. 회고와 애도 없이 그를 이야기하는 게 애당초 불가능하다. 울지 않고 그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추억과 감성을 소비하지 않는 영화 보기가 가능할까? 그런데 울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또 얼마나 웃기는 일일까?  그러나 그 모든 사려(思慮)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봉 당일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움이 모든 걸 압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려한 만큼 나쁘진 않았다. 영웅서사나 신파를 배제하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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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2021.10.20 | 조회 344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타고난 기혈이 약해요. 허약체질이에요. 비위가 약해서 잘 못 먹어서 그런 건데, 그러다 보니 에너지를 쓸 수가 없죠. 게다가 내성적이고 치밀해서 스트레스에 약하군요." 얼마 전 동네 한의원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피곤이 쌓이고 기력이 바닥을 쳐 거의 좀비처럼 며칠을 지낸 후 죽지 않으려면 산에라도 가야겠다고 집을 나섰다가 맘을 바꿔 아무 데나 가장 가까운 한의원으로 간 날이었다. 그날 난 부황, 뜸, 침, 3종 세트의 치료를 받고 겨우 회생했다.   타고난 기혈이 약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도 오랫동안 꽤 많은 일을 감당하며 살아왔다. 아니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순간순간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그다음에 번아웃되는 식의 삶은 나에게는 이념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기운을 정미롭게 쓰는 방식을 터득해왔다. 인간관계는 단순하고 쇼핑, 관광 같은 번다한 일에도 힘을 쏟지 않는다. 지인의 생일 등 기념일을 챙기는 이벤트 따위는 거의 안 한다.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바로바로 잊어버리는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다. 불필요한 동선을 만들지 않는 것, 감정의 잉여를 남기지 않는 것, 이것이 저질 체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양껏 하면서 살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그런데 올해 ‘삑사리’가 났다. 부실하나마 수십 년간 잘 지탱해온 삼발이의 한쪽 다리가 부러진 느낌이다. 자주 열이 났고 두통이 왔으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눈의 알레르기가 심해졌고, 잇몸은 ‘맛이 갔다’. 별 것 아닌...
"타고난 기혈이 약해요. 허약체질이에요. 비위가 약해서 잘 못 먹어서 그런 건데, 그러다 보니 에너지를 쓸 수가 없죠. 게다가 내성적이고 치밀해서 스트레스에 약하군요." 얼마 전 동네 한의원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피곤이 쌓이고 기력이 바닥을 쳐 거의 좀비처럼 며칠을 지낸 후 죽지 않으려면 산에라도 가야겠다고 집을 나섰다가 맘을 바꿔 아무 데나 가장 가까운 한의원으로 간 날이었다. 그날 난 부황, 뜸, 침, 3종 세트의 치료를 받고 겨우 회생했다.   타고난 기혈이 약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도 오랫동안 꽤 많은 일을 감당하며 살아왔다. 아니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순간순간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그다음에 번아웃되는 식의 삶은 나에게는 이념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기운을 정미롭게 쓰는 방식을 터득해왔다. 인간관계는 단순하고 쇼핑, 관광 같은 번다한 일에도 힘을 쏟지 않는다. 지인의 생일 등 기념일을 챙기는 이벤트 따위는 거의 안 한다.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바로바로 잊어버리는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다. 불필요한 동선을 만들지 않는 것, 감정의 잉여를 남기지 않는 것, 이것이 저질 체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양껏 하면서 살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그런데 올해 ‘삑사리’가 났다. 부실하나마 수십 년간 잘 지탱해온 삼발이의 한쪽 다리가 부러진 느낌이다. 자주 열이 났고 두통이 왔으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눈의 알레르기가 심해졌고, 잇몸은 ‘맛이 갔다’. 별 것 아닌...
문탁
2021.10.12 | 조회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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