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모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미투(#Me Too) 보고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 없다』를 읽었다. 그 학교에 한때나마 깊숙이 관여한 사람으로서 난 맘이 매우 복잡해졌다. 어떻게 대안학교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따위의 놀람이나 한탄은 전혀 아니었고, 이 일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과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더 묻고 싶었고 더 알고 싶었고 더 많이 듣고 싶었고, 더 많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칫 한마디라도 잘못 내뱉다가는 그 길로 엄청난 비판/비난 (2차 가해다, 젠더감수성이 떨어진다, 역시 올드팸이다...나아가 “제발 공부 좀 해라”)을 들을 게 뻔한지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전전긍긍(戰戰兢兢)’ ‘여리박빙(如履薄氷)’하면서 사태를 조용히 관전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글에 대한 응답의 의무는 과연 그 학교에만 있는 것일까, 그 밀려오는 파도를 맞이하는 곳이 과연 그 학교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주 오래 전 일이 하나 떠올랐다.     ‘가리 늦게’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 난, 덕분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조교를 시키면 된다”로 요약되는 대학원 특유의 권위주의적 사제문화(師弟文化) 밖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성골’ 혹은 ‘진골’로 불리는 이너 써클 출신도 아니었고, 딱히 학맥을 형성할 의지도 욕구도 없었고, 지도교수한테 잘 보여 아카데미에서 출세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운동권 출신 쎈 여자’라는 꼬리표가 주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대학원생이면 으레 해야 하는 온갖 프로젝트나 관례처럼 맡겨지던 온갖 잡심부름에서 언제나 열외였다....
 모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미투(#Me Too) 보고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 없다』를 읽었다. 그 학교에 한때나마 깊숙이 관여한 사람으로서 난 맘이 매우 복잡해졌다. 어떻게 대안학교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따위의 놀람이나 한탄은 전혀 아니었고, 이 일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과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더 묻고 싶었고 더 알고 싶었고 더 많이 듣고 싶었고, 더 많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칫 한마디라도 잘못 내뱉다가는 그 길로 엄청난 비판/비난 (2차 가해다, 젠더감수성이 떨어진다, 역시 올드팸이다...나아가 “제발 공부 좀 해라”)을 들을 게 뻔한지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전전긍긍(戰戰兢兢)’ ‘여리박빙(如履薄氷)’하면서 사태를 조용히 관전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글에 대한 응답의 의무는 과연 그 학교에만 있는 것일까, 그 밀려오는 파도를 맞이하는 곳이 과연 그 학교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주 오래 전 일이 하나 떠올랐다.     ‘가리 늦게’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 난, 덕분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조교를 시키면 된다”로 요약되는 대학원 특유의 권위주의적 사제문화(師弟文化) 밖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성골’ 혹은 ‘진골’로 불리는 이너 써클 출신도 아니었고, 딱히 학맥을 형성할 의지도 욕구도 없었고, 지도교수한테 잘 보여 아카데미에서 출세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운동권 출신 쎈 여자’라는 꼬리표가 주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대학원생이면 으레 해야 하는 온갖 프로젝트나 관례처럼 맡겨지던 온갖 잡심부름에서 언제나 열외였다....
문탁
2020.08.20 | 조회 106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한 달에 한 번 문탁을 오가는 젊은 청년들과 밥을 먹는다. 이름하여 <빅마마스 테이블(Big Mama’s Table)>! 다섯 명 정도가 고정 멤버이고 열 명쯤 모일 때도 있다. 문탁 혹은 길드다에서 세미나를 하거나 했던 친구들, <달밤더치>라는 커피사업팀에서 일을 하거나 <새초롬>이라는 디자인팀에서 포스터를 만드는 친구들이다.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대부분 대학을 안 가거나 중도에 그만 두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작파한 친구도 있다. 이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달은 뭘 먹지?”이다. 어떤 때는 길드다 스토아에서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문탁 식구들의 최애식당 <어장>에서 회를 먹기도 하고, 어떤 때는 타이 음식점엘 가기도 한다. 맛있는 것을 같이 먹고 수다 떠는 일 이외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모임은 보통 근황토크로 시작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잠시 먹는데 집중한다. 그러다가 다시 근황토크로 돌아가는데 ‘샤이’한 친구들이 많은지라 이야기는 잘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긴다. 그러면 주로 내가 묻는다. 요즘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프로가 재밌는지, 유튜브에선 주로 뭘 보는지. 운이 좋으면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유튜브의 어떤 프로그램을 말하면, “어, 그거 나도 봐” 라면서 말이다. 물론 그 이후 오가는 이야기 대부분을 난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씩 나도 좋은 정보를 줍는다. <굿 걸>(엠넷)이라는 프로그램이나 ‘슬릭’이라는 여성페미니스트 래퍼에 대한 소식 같은 것이다. 이후 난 <굿 걸>을 본방 사수했고, 덕분에 두어 달은 <굿 걸>과 거기 출연하는 이영지, 슬릭, 그리고 ‘플렉스’로...
 한 달에 한 번 문탁을 오가는 젊은 청년들과 밥을 먹는다. 이름하여 <빅마마스 테이블(Big Mama’s Table)>! 다섯 명 정도가 고정 멤버이고 열 명쯤 모일 때도 있다. 문탁 혹은 길드다에서 세미나를 하거나 했던 친구들, <달밤더치>라는 커피사업팀에서 일을 하거나 <새초롬>이라는 디자인팀에서 포스터를 만드는 친구들이다. 연령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대부분 대학을 안 가거나 중도에 그만 두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작파한 친구도 있다. 이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달은 뭘 먹지?”이다. 어떤 때는 길드다 스토아에서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문탁 식구들의 최애식당 <어장>에서 회를 먹기도 하고, 어떤 때는 타이 음식점엘 가기도 한다. 맛있는 것을 같이 먹고 수다 떠는 일 이외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모임은 보통 근황토크로 시작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잠시 먹는데 집중한다. 그러다가 다시 근황토크로 돌아가는데 ‘샤이’한 친구들이 많은지라 이야기는 잘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긴다. 그러면 주로 내가 묻는다. 요즘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프로가 재밌는지, 유튜브에선 주로 뭘 보는지. 운이 좋으면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유튜브의 어떤 프로그램을 말하면, “어, 그거 나도 봐” 라면서 말이다. 물론 그 이후 오가는 이야기 대부분을 난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씩 나도 좋은 정보를 줍는다. <굿 걸>(엠넷)이라는 프로그램이나 ‘슬릭’이라는 여성페미니스트 래퍼에 대한 소식 같은 것이다. 이후 난 <굿 걸>을 본방 사수했고, 덕분에 두어 달은 <굿 걸>과 거기 출연하는 이영지, 슬릭, 그리고 ‘플렉스’로...
문탁
2020.08.20 | 조회 110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소위 ‘조국 사태’ 때였다. 딸의 대학 입학문제가 불거졌고 한쪽에서는 마녀사냥이라고 다른 쪽에서는 ‘내로남불’이라고 난리가 났다. 그때는 일부 대학교에서 반(反)조국 촛불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분노한 것과 비슷한 것일까? 주변의 청년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지방대에 다니는 조카는 “저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우리는 그 이야기 거의 안 해요.”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딸에게 물었다. 그 반응도 의외였다. “우리는 예능 나부랭이나 만드는 사람들이야. 조국 이야기 같은 건 한 마디도 안 해.” 길드다 청년들은? 다섯 명 중 두 명은 대화 내내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그러니 할 이야기도 없다는 것이었다.      ‘정의연 사태’ 때도 비슷했다. 이번엔 후원금 문제가 불거졌는데 싱글이고 대학교수인 여동생은 ‘배신감’을 호소하고 당장 시민단체에 대한 모든 후원을 끊겠다고 펄펄 뛰었다. 반면 대안학교 학부모인 남동생은 ‘가짜뉴스’에 분노하며 정의연 30년 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폄하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양극단의 주장이 거의 분, 초 단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서슬 퍼렇게 ‘페삭’을 날리고 있었다. 그때도 청년들의 의견이 궁금했던 나는 스무 살 언저리 청년들과의 모임에서 “너넨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대부분은 묵묵부답. 역시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이번 ‘박원순 사태’ 때 주변 청년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직관적으로 분노했다. 누군가는 이런 사회에서 절대 아이 같은 건 낳을 수 없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소위 ‘조국 사태’ 때였다. 딸의 대학 입학문제가 불거졌고 한쪽에서는 마녀사냥이라고 다른 쪽에서는 ‘내로남불’이라고 난리가 났다. 그때는 일부 대학교에서 반(反)조국 촛불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분노한 것과 비슷한 것일까? 주변의 청년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지방대에 다니는 조카는 “저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우리는 그 이야기 거의 안 해요.”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딸에게 물었다. 그 반응도 의외였다. “우리는 예능 나부랭이나 만드는 사람들이야. 조국 이야기 같은 건 한 마디도 안 해.” 길드다 청년들은? 다섯 명 중 두 명은 대화 내내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그러니 할 이야기도 없다는 것이었다.      ‘정의연 사태’ 때도 비슷했다. 이번엔 후원금 문제가 불거졌는데 싱글이고 대학교수인 여동생은 ‘배신감’을 호소하고 당장 시민단체에 대한 모든 후원을 끊겠다고 펄펄 뛰었다. 반면 대안학교 학부모인 남동생은 ‘가짜뉴스’에 분노하며 정의연 30년 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폄하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양극단의 주장이 거의 분, 초 단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서슬 퍼렇게 ‘페삭’을 날리고 있었다. 그때도 청년들의 의견이 궁금했던 나는 스무 살 언저리 청년들과의 모임에서 “너넨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대부분은 묵묵부답. 역시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이번 ‘박원순 사태’ 때 주변 청년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직관적으로 분노했다. 누군가는 이런 사회에서 절대 아이 같은 건 낳을 수 없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문탁
2020.07.20 | 조회 160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올해 나는 길드다에서 <청년철학학교>를 시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품고 있었다. 그동안은 문탁 프로그램에 길드다 청년들을 참여시켰는데 이제부터는 길드다에서 독자적으로 철학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피노자, 니체, 푸코, 들뢰즈, 논어, 장자를 기본으로 하여 최소한 각 1년씩 ‘제대로’, ‘빡세게’ 읽히리라. 하여 6년 정도가 지나면 사유의 ‘검은 띠’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파란 띠’는 딸 수 있게 훈련시키리라.        자, 그러면 올해는 작년에 이어 들뢰즈를 좀 더 읽혀야겠다! 청년들에게 제안했다. “작년에 『천의 고원』을 읽었으니 올해는 『안티 오이디푸스』를 읽고 『철학이란 무엇인가』 등 들뢰즈 책 몇 권을 더 읽자!” 그리고, 나의 제안은 공손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청년들은 나에게 문탁의 커리큘럼은 너무 올드하다고, 자신들은 좀 더 최신 이론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헐~~ 얘들아 이 분들은 올드한 분들이 아니라 클래식한 분들이야. 그리고 원래 클래식은, 베토벤이 그렇듯이 당대엔 가장 신박한 스타일이었어. 그래도 청년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대신 청년들은 올해 ‘포스트 휴머니즘’을 읽겠다고 했다. 가져온 목록들을 보니 텍스트도 저자들도 낯설었다. 그래? 그럼 난 잘 모르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커리큘럼을 짜봐. 그렇게 <2020 길드다 청년강학원>이 만들어졌다. (청년들은 ‘철학학교’라는 이름이 ‘구리다’고 ‘강학원’으로 바꿨다.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건데^^) 첫 번째 시즌은 <미디어와 신체>라는 주제로 슈타이얼, 키틀러, 위베르만을 읽는단다. 얼핏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는데 세상에나 공지를 올리자마자 스무 명이나 신청을 했다. 심지어 서울 강북, 일산에서도 청년들이 왔다.     히토 슈타이얼    ...
  올해 나는 길드다에서 <청년철학학교>를 시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품고 있었다. 그동안은 문탁 프로그램에 길드다 청년들을 참여시켰는데 이제부터는 길드다에서 독자적으로 철학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피노자, 니체, 푸코, 들뢰즈, 논어, 장자를 기본으로 하여 최소한 각 1년씩 ‘제대로’, ‘빡세게’ 읽히리라. 하여 6년 정도가 지나면 사유의 ‘검은 띠’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파란 띠’는 딸 수 있게 훈련시키리라.        자, 그러면 올해는 작년에 이어 들뢰즈를 좀 더 읽혀야겠다! 청년들에게 제안했다. “작년에 『천의 고원』을 읽었으니 올해는 『안티 오이디푸스』를 읽고 『철학이란 무엇인가』 등 들뢰즈 책 몇 권을 더 읽자!” 그리고, 나의 제안은 공손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청년들은 나에게 문탁의 커리큘럼은 너무 올드하다고, 자신들은 좀 더 최신 이론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헐~~ 얘들아 이 분들은 올드한 분들이 아니라 클래식한 분들이야. 그리고 원래 클래식은, 베토벤이 그렇듯이 당대엔 가장 신박한 스타일이었어. 그래도 청년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대신 청년들은 올해 ‘포스트 휴머니즘’을 읽겠다고 했다. 가져온 목록들을 보니 텍스트도 저자들도 낯설었다. 그래? 그럼 난 잘 모르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커리큘럼을 짜봐. 그렇게 <2020 길드다 청년강학원>이 만들어졌다. (청년들은 ‘철학학교’라는 이름이 ‘구리다’고 ‘강학원’으로 바꿨다.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건데^^) 첫 번째 시즌은 <미디어와 신체>라는 주제로 슈타이얼, 키틀러, 위베르만을 읽는단다. 얼핏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는데 세상에나 공지를 올리자마자 스무 명이나 신청을 했다. 심지어 서울 강북, 일산에서도 청년들이 왔다.     히토 슈타이얼    ...
문탁
2020.06.20 | 조회 99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나는 길드다 사장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 난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터트업’의 사장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배움과 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보겠다는 이 실험적 공동체 안에서, 유일하게 50대인 나는,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나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길드다 활동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청년들은 이런 저런 자리에서 길드다를 소개할 때 대체로 나를 ‘제낀다’. 길드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도 나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길드다에서의 사장은 일종의 명예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꽤 많은 일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길드다 조직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한 해의 사업계획을 짜는 일을 한다. 전형적인 CEO의 임무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사업계획은 청년들에게 자주 ‘까인다’^^) 실제로는 궁색한 길드다 살림이 ‘빵꾸’나지 않게 여기 저기 협박도 하고 읍소도 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청년들에게 푸코니 들뢰즈니 장자니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때론 회계장부 쓰는 법, 공지 올리는 법 등 각종 실무와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수(射手)이기도 하고, 또 때론 청년들을 전국으로 보내 <북 콘서트>라는 행사를 뛰게 하는 기획사 매니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음, 아주 가끔씩은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는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 노릇도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청년쉐어하우스 <선집> 대청소를 하면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커버를 몽땅 벗겨 집으로 가져와 빨아서 다시 갖다...
      나는 길드다 사장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 난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터트업’의 사장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배움과 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보겠다는 이 실험적 공동체 안에서, 유일하게 50대인 나는,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나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길드다 활동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청년들은 이런 저런 자리에서 길드다를 소개할 때 대체로 나를 ‘제낀다’. 길드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도 나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길드다에서의 사장은 일종의 명예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꽤 많은 일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길드다 조직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한 해의 사업계획을 짜는 일을 한다. 전형적인 CEO의 임무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사업계획은 청년들에게 자주 ‘까인다’^^) 실제로는 궁색한 길드다 살림이 ‘빵꾸’나지 않게 여기 저기 협박도 하고 읍소도 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청년들에게 푸코니 들뢰즈니 장자니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때론 회계장부 쓰는 법, 공지 올리는 법 등 각종 실무와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수(射手)이기도 하고, 또 때론 청년들을 전국으로 보내 <북 콘서트>라는 행사를 뛰게 하는 기획사 매니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음, 아주 가끔씩은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는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 노릇도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청년쉐어하우스 <선집> 대청소를 하면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커버를 몽땅 벗겨 집으로 가져와 빨아서 다시 갖다...
문탁
2020.05.20 | 조회 14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