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약방 에세이
슬픔이 자산이 되려면 겸목 1.슬픔, 내 서사가 비틀거린다 「“병가 한 번만 줬어도……” 20대 청년 앗아간 ‘아파도 출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내려 했으나, 대체인력이 없어 3조2교대로 일하던 20대 화장품 판매원이 사망했다. SPC 제빵사의 끼임 사망사고가 떠오르지만, 이내 「전세사기 피해자 79% 생활고 심화…… 절반 이상 야근/부업 늘었다」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고, 「임신하면 취업허가 종료 가사노동자 ‘쓰다 버리는’ 싱가포르」라는 기사가 겹쳐지고, 대치동의 ‘초등의대반’을 성토하는 칼럼과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아파트 광고에 경악하는 기사를 읽을 때쯤 정신이 멍해졌다. 놀라기도 민망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겨버리는 뉴스들인데, 무감각해진 건 맞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신문을 보다, 습관처럼 임대아파트 모집공고 앱을 살펴본다. 올해 1월부터 나는 앱을 깔고 임대주택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국민임대, 장기전세, 매입임대, 행복주택, 뉴홈 등등 매주 뜨는 공고를 보며, 이들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뭐가 우리 집에 유리한 것일까 따져보지만, 너무 어렵다. 가구원과 세대원이 어떻게 다른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공고문을 읽기에 나의 문해력은 현저히 낮다. 첫 번째 신청에서는 경쟁률이 15:1로 나왔다. 어렵다는 입시와 취업의 경쟁률만큼 ‘넘사벽’으로 느껴지는 숫자였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세상에 살아남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심란해졌다.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을 읽다, 누군가의 죽음을 매일 신문에서 읽으며 참담하고, 집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슬픔이 자산이 되려면 겸목 1.슬픔, 내 서사가 비틀거린다 「“병가 한 번만 줬어도……” 20대 청년 앗아간 ‘아파도 출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내려 했으나, 대체인력이 없어 3조2교대로 일하던 20대 화장품 판매원이 사망했다. SPC 제빵사의 끼임 사망사고가 떠오르지만, 이내 「전세사기 피해자 79% 생활고 심화…… 절반 이상 야근/부업 늘었다」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고, 「임신하면 취업허가 종료 가사노동자 ‘쓰다 버리는’ 싱가포르」라는 기사가 겹쳐지고, 대치동의 ‘초등의대반’을 성토하는 칼럼과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아파트 광고에 경악하는 기사를 읽을 때쯤 정신이 멍해졌다. 놀라기도 민망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겨버리는 뉴스들인데, 무감각해진 건 맞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신문을 보다, 습관처럼 임대아파트 모집공고 앱을 살펴본다. 올해 1월부터 나는 앱을 깔고 임대주택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국민임대, 장기전세, 매입임대, 행복주택, 뉴홈 등등 매주 뜨는 공고를 보며, 이들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뭐가 우리 집에 유리한 것일까 따져보지만, 너무 어렵다. 가구원과 세대원이 어떻게 다른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공고문을 읽기에 나의 문해력은 현저히 낮다. 첫 번째 신청에서는 경쟁률이 15:1로 나왔다. 어렵다는 입시와 취업의 경쟁률만큼 ‘넘사벽’으로 느껴지는 숫자였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세상에 살아남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심란해졌다.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을 읽다, 누군가의 죽음을 매일 신문에서 읽으며 참담하고, 집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안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