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약방 에세이
    바람     1. 간병살인을 부르는 사회   "의료 전달 체계와 건강보험 수가의 난맥상으로 수술 이후의 돌봄은 사실상 가족 및 보호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로 남는다. 가족 사이에 도리가 강조되고 며느리의 ‘나홀로’ 돌봄은 간과되며 노인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를 통한 가족의 오래된 질서를 돌보고 있다."  (『각자도사 사회 』 78쪽)   2021년 11월 21일 자 한겨레 신문에는 ”뇌출혈 아버지 ‘간병살인’ 논란 20대, 항소심도 유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소된 내용은 청년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대구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 때문에 퇴원했으나 퇴원 이튿날부터 식사와 물, 처방약을 주지 않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결국 살인을 하게 된 현실로 주목받았다.   『간병살인 154명의 고백』에 따르면 간병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간병살인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독박 간병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며 평균 6년 5개월이라는 간병기간 동안 경제적 압박으로 가정불화 같은 또 다른 고통에 노출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간병인을 쓰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하루에 15만원이나 하는 간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며 마음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간병살인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다정한 부부이거나 헌신적인 부모이거나 효자, 효부로 불린 이들이었다고 한다.   가족주의를 등에 업은 돌봄 노동의 현실은 돌덩이를 정상에 끌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이미지와...
    바람     1. 간병살인을 부르는 사회   "의료 전달 체계와 건강보험 수가의 난맥상으로 수술 이후의 돌봄은 사실상 가족 및 보호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로 남는다. 가족 사이에 도리가 강조되고 며느리의 ‘나홀로’ 돌봄은 간과되며 노인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를 통한 가족의 오래된 질서를 돌보고 있다."  (『각자도사 사회 』 78쪽)   2021년 11월 21일 자 한겨레 신문에는 ”뇌출혈 아버지 ‘간병살인’ 논란 20대, 항소심도 유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소된 내용은 청년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대구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 때문에 퇴원했으나 퇴원 이튿날부터 식사와 물, 처방약을 주지 않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결국 살인을 하게 된 현실로 주목받았다.   『간병살인 154명의 고백』에 따르면 간병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간병살인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독박 간병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며 평균 6년 5개월이라는 간병기간 동안 경제적 압박으로 가정불화 같은 또 다른 고통에 노출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간병인을 쓰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하루에 15만원이나 하는 간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며 마음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간병살인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다정한 부부이거나 헌신적인 부모이거나 효자, 효부로 불린 이들이었다고 한다.   가족주의를 등에 업은 돌봄 노동의 현실은 돌덩이를 정상에 끌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이미지와...
문탁
2023.05.02 | 조회 261
인문약방 에세이
  김영선     "'수술을 받게 하시면 안 돼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나는 엄마의 수술을 막지 못했다. 오랜 고통으로 인해 환자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았을 때, 나는 그런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환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 같으면 환자를 죽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처음으로 이러한 시련이 닥쳐오자 나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내 개인적인 양심을 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양심에 극복한 것이다. 사르트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 당신은 의학의 기술에 가장 굴복한 거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지.” 사실이었다.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과 예측, 그리고 결정을 무력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악순환에 갇힌 셈이었다. 환자는 의사들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니 그들의 손아귀에서 환자를 빼내 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수요일에는 수술과 안락사 중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p73)     1.아버지의 수술과 회한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으며 부모님의 수술을 할 때를 기억하며 보부아르가 되었다가, 보부아르의 엄마가 되었다가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간다. 그리고 의사에 의해 선택이 강요된다. 수술받지 않으면 죽음으로 즉결되기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고 만다. 수술을 선택하지 않으면 마치 내가 돌아가시게 한 것 같은 불효의 마음이 든다. 하지만 수술 도중 돌아가실 수도 있고, 수술 후 여생이 수술하지 않은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돌아가실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영선     "'수술을 받게 하시면 안 돼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나는 엄마의 수술을 막지 못했다. 오랜 고통으로 인해 환자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았을 때, 나는 그런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환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 같으면 환자를 죽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처음으로 이러한 시련이 닥쳐오자 나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내 개인적인 양심을 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양심에 극복한 것이다. 사르트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 당신은 의학의 기술에 가장 굴복한 거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지.” 사실이었다.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과 예측, 그리고 결정을 무력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악순환에 갇힌 셈이었다. 환자는 의사들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니 그들의 손아귀에서 환자를 빼내 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수요일에는 수술과 안락사 중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p73)     1.아버지의 수술과 회한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으며 부모님의 수술을 할 때를 기억하며 보부아르가 되었다가, 보부아르의 엄마가 되었다가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간다. 그리고 의사에 의해 선택이 강요된다. 수술받지 않으면 죽음으로 즉결되기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고 만다. 수술을 선택하지 않으면 마치 내가 돌아가시게 한 것 같은 불효의 마음이 든다. 하지만 수술 도중 돌아가실 수도 있고, 수술 후 여생이 수술하지 않은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돌아가실 수 있기 때문이다.  ...
문탁
2023.05.02 | 조회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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