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낫 19차 - 마지막, 떠 먹는 당근케이크, 그리움

아낫
2021-12-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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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1시 30분이 다 되어가고... 10분 전에 집에 왔지만,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니 몇 자 남겨본다. 

우선 당근케이크.. 유투브에서 생채식을 검색하다가 아침나무..라는 계정에서 본 레시피다. 당근, 현미가루, 계피, 마스코바도..(오늘은 설탕없이) .. 떠먹는다. 보기보다 꽤 디저트 역할을 한다. ^___^ 

  

 

저녁 수업이 있어서 오늘도 도시락을 싸갔다. 고구마의 계절이라 고구마랑 키위다. 그리고 커다란 치아바타도 한덩이 다 먹었는데 사진찍는걸 잊었다. 

 

유기농 과일을 먹으면 껍질째 먹어보려고 한다. 키위 귤 등은 맛도 더 좋다! 특히 귤은 껍질째 먹어야 제 맛!!..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요건 무를 말려서 소금을 덜 쓰고 만드는 비건 깍두기다. 어쩌다 자체개발했는데 아주 뿌듯하다. 게시판에 올린다고 이쁘게 담아봤다. 

 

한달을 내가 하는 소위 '에코적'인 생활을 나열해보니 주로 비건지향으로 채식하는 것이었다. 

비건을 지향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동물을 대하는 폭력이 집대성된, 인간중심주의가 가장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현장이 축산, 낙농업이고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 1 이상이고, 이중 83%가 축산업, 낙농, 계란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축산업을 하겠다고 열대우림은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블랙카본은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2530배에 달한다고한다. 블랙카본이 빙하에 내려앉으면 열 흡수를 높여 빙하가 엄청 빨리 녹는다고 한다. 

툰베리 말처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내 집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움직여야할 이유가 태반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는 몇가지 에코적인 선택을 통해 나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안주하고 싶지 않다. 위로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 이런 선택들은 그동안 내가 해온 그리고 앞으로 내 삶을 지금의 의식과 습관들에 기대어 살 때 생기게 될, 자연에 미래 세대에 지는 빚을 생각하면.. 내가 남겨둘, 남긴 쓰레기.. 수백년을 나보다 더 살아갈 이 프라스틱들을 보면 .. 나의 부채는 어마 어마한 것이다. 그러니 뭘 하든 내가 진 빚에 이자에 이자도 갚지 못하는 셈이라고 본다. 

 

작년부터 나는 비건지향이거나 동물권 운동을 하는 젊은 분들의 목소리가 더 잘 들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하는 다른 프로그램보다 저렴하게 의사소통 워크숍을 열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채식지향인들과 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한다. 1년 했다. 어쩌면 내가 하는 여러 일 중 나는 이 일이 가장 '공생자 행성'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이 자신의 아픔, 슬픔에 치여 넘어지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계속 운동도 하시면서 사는 데 함께하고 싶다. 

비질이라는 동물권 활동가들의 활동이 있다. 가축이 된 생명들이 죽는 현장에 증인이 되어주는 활동이다. 고귀한 활동이지만 그 활동가의 삶이 어떨지 생각해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런 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공감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메시지를 펼쳐내기는 정말 어려울 수 있다. 해야된다는 당위로 굳은 얼굴로 절망으로 다가가기 쉽다. 그래서 나는 이분들을 위한 워크숍을 따로 연다.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이나, 동물권을 말하시는 주변 분들이 별나보이거나.. 좀 급진적으로 느껴지시더라도.. 혹은 부글거리는 속내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비난으로 들리고 잘난척 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그저 언아더 레벨이라거나 대단하네.. 하지 마시고 여기 공생자 행성 게시판을 오가시는 분들께서는 내 일로, 정말 우리 집 일로 보고 연대해주시길 바란다. 

 

2050년까지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한다면..  식품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60%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붉은 고기 소비 사라지는 경우고.. (채식) 완전 채식(비건)으로 전환한다면 70%가 감소한다고 한다. 2050년은 먼 미래라 .... 나랑 상관없다 하실 분이 계시려나? 거기에 하루 빨리 가는데 우리 한명 한명의 전력질주가 필요하다고!! 이 연사 ㅋㅋ 주장하면서 에코챌린지를 마치련다. 

 

(정말 좋아하는 책 '공생자 행성'.. 이렇게 또 다른 공생자 행성을 알게 되어서 저는 든든했어요, 토토로샘 응원, 기린샘 초대 감사했어요!)

 

 

 

댓글 13
  • 2021-12-03 08:31

    아낫님의 슬기로운 채식생활~ 그리고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들~ 연대하려는 마음 모두모두 응원해요^^

    아낫님의 경험이 더 많은 친구들에게도 전해지길 ~~

    저도 아낫님이 응답해줘서 고마웠습니다~~

    • 2021-12-04 12:49

      저야말로 머릿속에서만 왔다가 사라지는 것들을 끄적끄적하면서 귀한 시간 보냈습니다. 기린님 감사해요.

  • 2021-12-03 14:40

    오오오 멋져요. 아낫님 !

    저도 응원해요.  응원을 입으로 해서 될 게 아니라, 아니 비건은 입으로 하는 거니까

    입으로 응원하는 게 맞기도 한가요 ? ㅋ

    지금의 환경문제에 대해 저는 굉장히 비관적이었는데, 아낫님을 보니 생각을 좀 고쳐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이 어눌해짐요. 어려운 일이라..)

    • 2021-12-04 12:49

      아.. 정말 그러네요. 입으로 하는 운동 ^___^ 

  • 2021-12-03 15:27

    2021년이 되어서야 일생에 처음으로 비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너무 늦은만큼 더 가열차게 채식지향하고,

    채식인들을 향한 (무지에서 나온)편견도 거둬버리겠어요. 

    아직은 제일 낮은 출발선 단계지만,

    무거운 마음보다는 유쾌하게 가보렵니다.

    아낫님!!  한달간 좋은 만남.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1-12-04 12:50

      토토로님~~ 미소가 보이는 듯 해요. 유쾌함이 빠지면 오래 못가지요. ^^ 

  • 2021-12-04 09:11

    그동안 아낫쌤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한동안 쌤의 일지를 못 본다는 생각에 아쉬울 것 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 2021-12-04 12:51

      감사합니다. 도라지님~ 오고 가며 앞으로 댓글에서 뵙겠습니다. ^^

  • 2021-12-04 09:43

    비건생활을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네요.

    정성스러운 마음, 실천 고맙습니다~~

    • 2021-12-04 12:53

      속상하지만 현실이 그런가보더라구요...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잎사귀님~ 

  • 2021-12-04 10:54

    아낫님의 하루 하루 진심인 에코 챌린지, 읽을 때마다 매번 뭉클했습니다.

    정말 감사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 2021-12-04 12:55

      이곳에서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주는 것 같아서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요요님! 

  • 2021-12-07 11:24

    키위를 껍질 째 먹는 실천이라니!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