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낫 18일차 - 현금과 겨울

아낫
2021-12-0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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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실패담이다. 

이사를 온 이 동네는 내 인생에서 아주 오랜만에 아파트 촌이다. 사람이 아~주 많이 살고 주변에 없는게 없다. 물건을 사려고해도 서비스를 받으려고 해도 동네에서 다 해결되는 것 같다. 편하다. 그리고 가로매점이나 길에 좌판을 차린 그러나 정해진 자리가 틀림없어 보이는 상인분들도 보인다. 몇 번 좌판에서 채소를 사려다 현금이 없어서 슬쩍 지나가곤 했다. 카드는 물론이고 이제 각종 페이들까지 있으니 현금을 쓰지 않는다.

좌판을 그냥 지나치면서 아쉬워... 아무래도 현금을 넣어가지고 다녀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현금을 마련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일부러 출금을 하고 지갑을 바꾸고... 

그리고 오늘, 드디어 한의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 걸어오면서 뭐라도 채소를 사오려고 했는데, 가로매점은 문을 닫았고, 건너편 좌판도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김장철도 지났고 텃밭에서 나올 채소도 없는 계절이다. 

예전에 권정생 선생님인가.. 한살림이 생기고 좋은 방법이라 한살림을 이용하게 되면서 동네 것을 팔아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혼란스럽다고 어딘가에 쓰셨던 것을 읽었던 것 같다. 나도 종종 혼란스럽다.

큰 사거리지만...그리고 대화하고 친해지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저런 끈 하나 없어 보이는, 시스템들하고는 거리가 먼, 한 사람이 아무데나 나와서 뭔가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정말 좋은 세상 아닐까... 이 마음을 따라가고 싶기도하고, 자본주의 큰 흐름에 그래도 대안이 되고 유기농 친환경 농사를 응원하는 구조가 갖춰진 조직을 밀어주어야 한다는, 그리고 유기농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써놓고 보니 너무 거창하다. 그저 한번씩 선택인데.. 

그래도 큰 사거리에서 채소 사는 횟수를 내년에는 늘려가고 싶다. 현금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댓글 3
  • 2021-12-02 10:02

    로얄 스포츠 사거리 근방에서 채소 파시는 분들. 계좌송금 다 받으셔서 현금 없어도 됩니다.

    앉아서 채소 다 다듬어놓고 파셔요. 다이소에서 좀 더 올라가면 수협이 나오는데 거기 앞에 야채 파시는 분도 상주해계십니다^^

    • 2021-12-02 23:23

      그렇군요. ^^;;;; 

  • 2021-12-03 08:26

    오~~ 토토로님의 에코지도 멋집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