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주역이야기 7회] 어려움에 빠지면 물처럼 흘러라, 중수감

봄날
2022-07-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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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 연거푸 닥칠 때

나는 최근 부득이하게 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았다. 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그 운영과 사업은 사회적으로, 즉 공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사회의 일원이던 내가 대표를 맡은 것은 이같은 공적인 기능의 유지를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고, 나를 이어서 누군가가 또 그 역할을 맡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맡은 역할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회사재정이 출렁거렸다. 적자로 시작한 회사재정 상황은 나의 임금은 둘째로 치고, 매달 직원들의 월급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 앵벌이하는 사람처럼 나는 매일같이 입출금장부를 들여다보며 노심초사했다. 한 두달 사이 이제 숨통이 트인다 싶었는데, 이번엔 일 잘하던 직원이 퇴사하겠다고 나섰다. 성격이 싹싹하고 부지런해서 고객응대는 물론이고 연차에 비해 디자인 실력도 뛰어났다. 그 사람을 대신할 새 직원을 뽑는 일은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어깨가 천근처럼 무거워졌고, 입맛이 똑 떨어졌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일에 신경질을 냈고, 모든 일에 심드렁해졌다. 도대체 내게 왜 이런 고난이 찾아오는 걸까. 나는 이런 상황을 넘겨주고 쏙 빠진 전임대표가 원망스러웠다. 전화해서 화풀이라도 해볼까 하는 쪼잔한 생각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고난에 고난이 겹쳐 힘겨운 때가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갈수록 태산’ 같은 말은 이런 경우를 가리킨다. 주역의 중수감(重水坎)괘는 바로 이처럼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몰려오는 상황을 말하는 괘이다. 감(坎)은 물을 뜻하는데 중수감괘는 물(水)이 중복된다(重)는 뜻을 가진다. 주역에서 물, 즉 감괘는 험함, 고난, 어려움, 빠짐을 뜻한다. 그러므로 중수감괘는 험함이 겹치고 연달아 빠진다는 뜻이니 고난의 강도가 세다. 주역에는 이른바 4대 난괘(難卦)가 있다. 4대 난괘는 택수곤(澤水困), 수뢰둔(水雷屯), 수산건(水山蹇), 그리고 중수감(重水坎)괘이다. 네 개의 괘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감괘, 즉 물이 들어있다. 흔히 주역점을 쳐서 이 네 괘 중 하나가 나오면 점을 친 사람은 매우 낙담하고 불안해한다. 감괘가 험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중수감처럼 위아래 괘가 똑같이 중복되는 괘는 주역에서 모두 8개인데, 이렇게 상하괘가 같은 경우, 그 성질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러니까 물이 험함, 어려움의 상징이라면 특히 중수감괘는 그 어려움의 끝판왕인 셈이다.

 

험한데 형통하고 가상하다니

그런데 중수감괘의 괘사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 심지어 형통하고 가상함이 있다고 한다.

“습감은 믿음이 있어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가면 가상함이 있을 것이다(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尙)”

괘의 의미를 해석하는 단전에서는 “습감은 거듭 험함이다”라고 말한다. 이때 ‘습(習)’은 ‘익히다’의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거듭한다’의 뜻으로 해석한다. 물이 거듭한다는 것은 물이 상징하는 성질, 즉 어려움, 고난이 두 배라는 소리다. 괘사의 ‘유부(有孚, 믿음이 있다)’에 대해서 단전은 “물이 흘러가서 고이지 않으며 험함을 행하니 믿음을 잃지 않는다(水流而不盈 行險而不失其信)”고 풀어내고 있다. 이 구절은 정확히 물의 성질에 비유해 사람의 실천을 제안하는 것이다. 물이 한곳에 고이지 않고 흐르는 것을 보고 사람은 험함을 향해 (움직여)나아가고 그 믿음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믿음이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밀려오는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것을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이때 물은 인간 실천의 본보기가 된다. 구덩이의 얕고 깊음에 상관없이 예외없이 구덩이를 채우면 거침없이 다시 흐르는 물처럼 사람들이 험함(고난) 앞에서 지레 겁먹거나 슬퍼하지 않고 오직 고난을 벗어나는 방향을 향해 조금씩 움직여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오직 마음이 형통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아무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괘사의 뒷부분인 ‘유심형(維心亨)’에 대한 단전의 해석을 보자. “오직 마음이 형통한 것은 굳셈이 가운데 있기 때문”이라고 할 때, 이것은 상하괘가 똑같은 감괘의 가운데 양효를 가리키는 것이다. 중수감괘에서는 이효와 오효가 양효이다. 정이천은 감괘의 양효의 역할에 대해 “굳센 양이 중도(中道)로써 행하면 험난함을 구제하여 형통할 것”이라고 말한다. 중도로서 행하는 주체는 바로 구오이다. 구이도 양효이기는 하지만 시기적으로나 역량으로 봤을 때, 그 굳센 정도가 구오에 미치지 못한다. 구오처럼 굳센 양의 성질과 올바른 도를 펼 수 있는 중정(中正)의 존재 정도가 되어야 이 일을 해낼 수 있다.

 

구오의 효사는 “구오는 (물이)고이지 않고 평지에 이르니 허물이 없다.(九五 坎不盈 祗旣平 无咎)”이다. 감불영(坎不盈)은 물이 구덩이에 차지 않았다는 뜻이고, 지기평(祗旣平)은 이윽고 구덩이를 채우고 넘쳐 흐르는 물이 평지에 이른 모습이다. 서서히 험함의 상황을 벗어나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구오의 자리에 선 사람이 이 어려움을 벗어나려면 앞에서 말했던 물의 덕성을 따라 험함을 벗어나려는 굳센 의지와 믿음을 가져야 한다.

 

감괘가 험한 것은 이미 주어진 상황이다. 그것을 푸는 실마리는 구오가 쥐고 있고, 구오는 군자에 비유된다. 상전에는 감괘에 임하는 군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물이 연거푸 이르는 것이 거듭 험함이니, 군자가 그것을 보고 덕행을 항상되게 하며 가르치는 일을 익힌다(水洊至, 習坎, 君子以 常德行 習敎事).” 정이천은 물의 성질을 자세히 보라고 말한다. 물은 한 방울로부터 시작해서 계속 모여 한 길이 되고, 결국 강이나 바다에 이른다. 여기서 다루는 물에는 두가지 성질이 있다. 첫째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가는 도중 바위나 나무가 가로막는 일이 있어 그것을 돌아 흐르는 일은 있어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움직인다. 둘째, 물은 모든 구덩이를 채우고 흐른다. 빈틈을 남기고 흐르는 일은 없다. 군자는 예외없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모든 구덩이를 채우고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자신의 실천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위기에 위기가 이어지는 것은, 습감, 구덩이가 거듭되는 것이다. 이때 한 번의 위기, 하나의 구덩이는 요행으로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거듭해서 만나는 구덩이를 운좋게 거듭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눈앞의 구덩이를 메우고 평지로 쉽게 흐를 수 있을 때까지 힘(정성)을 다해 헤쳐나가겠다는 마음이 중수감괘 전체를 형통하게 한다.

 

가면 가상함이 있을 것이다

요컨대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나의 위기를 벗어날 수도,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대개의 사람들은 한번 구덩이에 빠지면, 빠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힘이 든다. 빠지기 싫은데 빠졌으니 낭패감이 들고, 일단 패닉에 빠지면 구덩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앞의 구덩이를 넘겠다는 마음을 먹을 때, 비로소 구덩이 너머를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회사에 닥친 거듭된 어려움을 당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이것이 중수감괘가 말하는 구덩이에 빠진 상태, 험함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전임대표에게 화풀이하는 것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그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고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 더 깊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었다. 하찮은 일에 신경질을 부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구오인 군자가 실천하는 올바름의 도, 중도(中道)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내가 구오라면 중도의 덕행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구덩이를 벗어나 형통함으로 향하는 일일까.

 

우선 나에게 닥친 고난이 어떤 것인지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업체를 꾸려가면서 직원들의 퇴사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적자를 메꾸는 상황에 비교하면, 위기라 할 수도 없었다. 우선 잡코리아나 인쿠르트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등록을 했다. 퇴사하겠다는 직원과 함께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챙겨나가는 사이, 전임대표를 원망하고, 사소한 일에 신경질부리던 내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절대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은 너무 가까운 곳에서 구해졌다. 지인의 딸이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찾아왔다. 언제 위기가 찾아왔냐 싶게 나는 구덩이를 훌쩍 넘어 거침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이 모든 어려움의 근원이 내 마음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나와 회사의 모든 사람이 한동안 빠졌던 그 황망함과 괴로움은 우리 것이 아니었을 텐데. 중수감괘 괘사의 마지막 구절, “행유상(行有尙, 가면 가상함이 있을 것이다)”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시선을 구덩이 너머에 두고 나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다.

머물지 말고 물처럼 흘러라

지금 당장은 해피앤딩이지만 좌충우돌, 내가 사업체 대표로서 맞이할 고난은 도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눈앞에 닥친 고난은 지나가게 마련이고 고난을 헤쳐나가는 것은 바로 나의 마음에 있다. 마음의 방향타를 바꾸는 것만으로 실제 고난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많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려는 나의 마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마음을 형통한 방향으로 잡을 때 나를 둘러싼 관계들이 변하기 시작하고 고난의 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위기가 거듭해서 닥칠 때마다 믿음을 잃지 않고 위기 너머를 향해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새 고난의 절정을 지나 서서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소한 우리 일상에서도 어려움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 그럴 때마다 메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넘쳐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일을 멈추지 말라는 중수감괘를 기꺼이 떠올려야겠다.

댓글 8
  • 2022-07-26 08:28

    하하... 이거 CEO들의 주역으로 널리널리 알려야겠어요^^

    • 2022-08-02 14:15

      고민끝에 달아주신 댓글에 감사드립니다.ㅎㅎ

  • 2022-07-26 14:16

    저는 매일매일 주문을 외우듯 외워야할 듯요.

    • 2022-08-02 14:16

      어려운 일이 늘상 주위에 있는 것 같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2022-07-27 22:53

    넵! 멈추지 않고 흘러보겠습니다

    • 2022-08-02 14:17

      누군지 알 것 같은 '중수감괘가 올해 운수인 자'에게 응원의 몸짓을 보냅니다.

      네 그렇게 흘려보내다 보면 어느새 평지에 이를 거라니까요!

  • 2022-07-31 22:39

    얼마 전에 우현이가 수산건을 뽑았는데, 그 괘사도 나쁘지 않은 것이 신기했어요. 나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주니 오히려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봄날쌤처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막힌 지점을 뚫을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니.. 정이 가네요 주역 후후

    • 2022-08-03 01:33

      주역은 한없이 낙관적이라면 낙관적인 텍스트같아요.

      인간이 원래 고난앞에 쉽게 무너지잖아요...그 가운데 어디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점에서 주역이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하죠! 모두에게 세상 살아가는 힘을, 위기에 처했을 때 조금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지혜를 주는 주역의 세계...이때문에 주역을 사랑하고 공부하는가 봅니다.

봄날의 주역이야기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친구가, 자기가 직접 심어 싹을 틔웠다며 작은 아보카도 화분을 하나 주었다. 단단한 아보카도 씨앗 한가운데가 쩍 벌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싹이 나고 줄기가 한 뼘만 한 길이로 자라나 있었다. 친구의 말로는 아보카도는 싹을 틔우기가 어렵지, 한번 싹이 나오면 쑥쑥 잘 자랄 것이니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씨앗에서 싹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까지 이 식물은 얼마나 힘든 고난을 견뎌냈을까.   만물의 시작, 수뢰둔괘 주역 64괘의 세 번째인 수뢰둔(水雷屯)괘는 주역에서 시간과 공간이 열린 후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지점을 가리킨다. 하늘을 뜻하는 건괘(乾卦)와 땅을 뜻하는 곤괘(坤卦)의 다음에 나오는 괘가 바로 둔괘이다. 서괘전에서 “천지가 있은 뒤에 만물이 있다”고 했으니 둔괘는 하늘과 땅이 열리고 난 후 바야흐로 사물들이 생겨나기 이전, 혼돈(chaos)의 세상에서 무언가가 생겨나는, 우주생성의 드라마 현장이다. 원시지구의 대기상황처럼 둔괘의 상괘는 물이고, 하괘는 우레이다. 천지가 검은 먹구름으로 꽉 차있고 순간순간 그 속에서 ‘번쩍’하며 천둥과 번개가 친다. 모든 것이 시작되는 때. 둔괘는 크건 작건 모든 시작에서 만나는 고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우선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 또 언제 닥칠지 예감하는 것이 어렵고, 실천하는 것이 또 어렵다. 주역의 대표적인 난괘인 둔괘는 그 어려움이 바로 ‘시작’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다른 난괘와 비교된다. 주역이 말하는 시작의 어려움은 과연 무엇이고, 그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자.   판단하기 어려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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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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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주역이야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통해 이제는 전세계적인 놀이가 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이 문장을 말하고 뒤돌아보는 순간, 사람들은 전력질주 하다가 즉시 멈춰야 한다. 이때 앞으로 나가는 관성을 막지 못하고 움직이면 지게 된다. 움직임과 멈춤 사이를 절묘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이 놀이의 관건이다. 난괘 중의 난괘로 꼽히는 수산건(水山蹇)괘의 상황이 꼭 이렇다. 마구 앞으로 달려 나가도 안되지만, 그저 멈춰 있기만 해도 패한다. 만약 사업을 하거나, 이성을 만나거나, 어떤 큰 일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점을 쳐서 수산건괘를 얻었다면, 당장 그 일을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 그만큼 수산건괘는 어떤 일을 강행하는 것이 어려운 때임을 강조한다. 이 어려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가. 수산건(水山蹇), 앞으로 가지도 말고, 절망하지도 말라 주역에서 ‘물’은 험함, 고난의 상징이다. 그래서 주역의 괘 중에 ‘안좋은 괘’ ‘어려운 괘’라고 불리는 괘에는 항상 물을 뜻하는 감괘(坎卦)가 들어있다. 수산건괘도 상괘가 감괘이다. 위는 물, 아래는 산이 놓여 있는 형상의 수산건괘는 높은 산을 간신히 넘었는데, 다시 물을 만나는 고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앞은 험한 강이고, 뒤는 내가 넘어온 산이 있으니,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   괘의 순서로 볼 때 수산건(水山蹇)괘는 화택규(火澤睽)괘의 다음에 나온다. 주역 64괘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서 해석하는 서괘전은 “규(睽)는 어긋남이니 어긋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수산건괘(蹇卦)로 받았다”고 말한다. 규는 ‘사팔눈’처럼 서로 눈을 맞추지 못하고 반목하는 형상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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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22.11.10 | 조회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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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 조회 510
봄날의 주역이야기
전쟁에 정당한 명분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가 매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와의 개전선언 이래, 우크라이나, 특히 동남부 돈바스, 마리우폴을 비롯한 각 지역은 포화에 휩싸여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러시아의 예상은 빗나갔고, 강력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전쟁은 석달째로 접어들었다. 이 지역의 90%이상의 집들은 파괴됐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길 위에 내던져졌다. 많은 지역에서, 어제는 러시아의 탱크가 도로를 질주했다가 오늘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탈환하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지옥에 다름없다. 얼마 전, 이 전쟁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니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알자는 심정으로 <봄날의 살롱>이 열렸다. 속시원한 대답이나 해결책이 있을리 만무였고, 우리는 전쟁이라는 참상 앞에서 무기력한 슬픔을 나눌 뿐이다.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번 전쟁의 원인에 대해 여기저기 말이 많다. 그 원인은 간단하지 않다. 전쟁의 대의는 아주 복잡하고 오래된 역사적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기도 하고, 나토-미국의 연합과 러시아-유라시아 진영간의 격돌의 장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떤 명분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전쟁이 참혹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명분이건 간에 먼저 전쟁을 도발한 자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국민이라는 이유로, 하릴없이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매일을 견뎌야 하는 운명,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고 집을 잃고 굶주림과 공포에 떨어야 하는 운명을 지운 사태에 대해 어떤 명분이 정당한가.  ...
전쟁에 정당한 명분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가 매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와의 개전선언 이래, 우크라이나, 특히 동남부 돈바스, 마리우폴을 비롯한 각 지역은 포화에 휩싸여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러시아의 예상은 빗나갔고, 강력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전쟁은 석달째로 접어들었다. 이 지역의 90%이상의 집들은 파괴됐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길 위에 내던져졌다. 많은 지역에서, 어제는 러시아의 탱크가 도로를 질주했다가 오늘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탈환하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지옥에 다름없다. 얼마 전, 이 전쟁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니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알자는 심정으로 <봄날의 살롱>이 열렸다. 속시원한 대답이나 해결책이 있을리 만무였고, 우리는 전쟁이라는 참상 앞에서 무기력한 슬픔을 나눌 뿐이다.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번 전쟁의 원인에 대해 여기저기 말이 많다. 그 원인은 간단하지 않다. 전쟁의 대의는 아주 복잡하고 오래된 역사적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기도 하고, 나토-미국의 연합과 러시아-유라시아 진영간의 격돌의 장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떤 명분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전쟁이 참혹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명분이건 간에 먼저 전쟁을 도발한 자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국민이라는 이유로, 하릴없이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매일을 견뎌야 하는 운명,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고 집을 잃고 굶주림과 공포에 떨어야 하는 운명을 지운 사태에 대해 어떤 명분이 정당한가.  ...
봄날
2022.05.12 | 조회 415
봄날의 주역이야기
  대학 졸업반때 처음으로 이력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 ‘00고 졸업’ ‘00대 졸업예정’이 내 이력의 전부였다. 이후 내 이력서에는 다양한 경험들이 한 줄씩 추가됐다. 줄과 줄 사이, 수많은 관계 속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던 내력을 이력서에 표현할 길은 없지만, 어쨌든 이력서를 쓰는 것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효과는 있다. 이력서의 끝에는 ‘위의 내용은 사실과 틀림없음을 증명하며, 사실과 다를 경우 그에 따른 피해를 감수한다’는 서약까지 붙어있다. 주역 천택리(天澤履)괘의 이(履)라는 글자는, 바로 자신의 살아온 내력을 거짓없이 써야 하는 이력서의 이(履)자이다. 이 글자는 ‘밟는다’ ‘신발’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천택리괘는 나 또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택리괘는 위는 하늘, 아래는 연못의 형상을 하고 있다. 또 상괘는 굳세고 하괘는 기뻐함이라는 각각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상체가 가진 곧은 품새를 하체가 기뻐하며 따르는 것이 천택리괘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하늘의 올곧음을 기뻐하면서 기꺼이 따르는 모습’을 주역은 리호미(履虎尾),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이때 상체인 건괘는 호랑이를, 하체인 택괘는 사람을 상징한다. 사람이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뜻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내가 천택리괘를 흥미롭게 느낀 건, 괘사와 효사에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똑같은 구절이 세 번이나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구절은 세 번 모두 각각 다르게 해석되고 각각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것은 예(禮)의 실천이다 천택리괘의 괘사는 ‘리호미(履虎尾) 부질인(不咥人) 형(亨)’이다. “호랑이...
  대학 졸업반때 처음으로 이력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 ‘00고 졸업’ ‘00대 졸업예정’이 내 이력의 전부였다. 이후 내 이력서에는 다양한 경험들이 한 줄씩 추가됐다. 줄과 줄 사이, 수많은 관계 속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던 내력을 이력서에 표현할 길은 없지만, 어쨌든 이력서를 쓰는 것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효과는 있다. 이력서의 끝에는 ‘위의 내용은 사실과 틀림없음을 증명하며, 사실과 다를 경우 그에 따른 피해를 감수한다’는 서약까지 붙어있다. 주역 천택리(天澤履)괘의 이(履)라는 글자는, 바로 자신의 살아온 내력을 거짓없이 써야 하는 이력서의 이(履)자이다. 이 글자는 ‘밟는다’ ‘신발’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천택리괘는 나 또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택리괘는 위는 하늘, 아래는 연못의 형상을 하고 있다. 또 상괘는 굳세고 하괘는 기뻐함이라는 각각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상체가 가진 곧은 품새를 하체가 기뻐하며 따르는 것이 천택리괘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하늘의 올곧음을 기뻐하면서 기꺼이 따르는 모습’을 주역은 리호미(履虎尾),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이때 상체인 건괘는 호랑이를, 하체인 택괘는 사람을 상징한다. 사람이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뜻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내가 천택리괘를 흥미롭게 느낀 건, 괘사와 효사에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똑같은 구절이 세 번이나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구절은 세 번 모두 각각 다르게 해석되고 각각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것은 예(禮)의 실천이다 천택리괘의 괘사는 ‘리호미(履虎尾) 부질인(不咥人) 형(亨)’이다. “호랑이...
봄날
2022.04.03 | 조회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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