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 #17] 바다의 첫 브로콜리

사이
2023-12-1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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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제 처음 음식을 먹게 될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걸 이유식이라고 부르는 건지도 임신 후에 알게 되었다. 주변에서 이유식 시작하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나도 겁이 났다. 이유식을 이주 남겨두고 부랴부랴 이유식을 찾아보았다. 요즘엔 정보가 넘쳐서 이유식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엄마가 떠먹여 주는 이유식이 아니라 아기가 처음부터 선택하고 손에 쥐는 자기 주도 이유식으로 시작해 보기로 결정했다. 먹는 것도 세세한 손 근육과 뇌의 엄청난 협업 운동이고, 이것을 위해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먹는다는 행위를 배우기 위해 음식을 탐색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유식 첫날 어떤 크기로 잘라야 하는지 얼마나 쪄야 하는지 등등 허둥지둥했다. 또 바다를 의자에 앉히고 가운을 입히는 것도 너무 어색했다. 바다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브로콜리, 당근, 파프리카, 고기를 쪄서 앞에다 놓아주었다. 바다의 손은 식판으로 쭉 뻗고 헤집으면서 어떤 것이든 쥐어 보려고 했지만 미끄덩거려서 바닥에 주르륵 떨어졌다. 겨우 고기를 손에 집었는데 입에 넣지 못하고 볼과 코에 육즙이 묻었다. 그렇게 힘겹게 집어서 입에 넣은 건 바로 브로콜리였다. 브로콜리 모양이 대가 있고 송이가 있어서 아이들이 잡기 먹기 쉽다고 들었는데 바다도 브로콜리 송이를 오물오물 거린다. 아직은 치아도 없어서 씹는것이 아니라 오물오물 거리고 그 안에 즙을 빤다. 그리고 음식물을 삼키는 법을 모르니 오물거리다가 뱉는다. 혼자 집고 먹는 모습을 보니 대견했다.

 

  물론 자기주도 이유식에서 단점도 있는데 일단 바닥과 식판과 아이 옷까지 다 더러워져 치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루 대부분을 플라스틱 장남감이나 실리콘 치발기를 가지고 노는데, 하루에 30분이라도 자연에서 온 음식을 하나하나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 소중할 것 같아 이런 수고를 감내하기로 했다. 또 다른 걱정은 이러다 목에 걸려서 질식하지는 않을까이다. 이유식 이틀째 되던 날 바다가 기침과 헛구역질을 했다. 남편이 그걸 보더니 이 방법이 너무 위험한거 같다고 말했다. 나도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었다. 대부분 이유식을 나 혼자 할 텐데 그때 만약 질식해서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찾아보니 구역질 반사는 아기가 음식을 안전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울 기회라고 한다. 오히려 일찍 자기가 음식을 선택하고 먹어볼수록 얼마나 입에 넣어야 하는지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남편에게 이 책의 구절을 읽어주었고 다음 날도 우리는 자기주도 이유식으로 음식을 준비했다. 바다는 고기를 집어들고, 육즙을 즙즙 빨았다. 이제 이유식을 시작한 지 10일정도 되었는데 오늘도 캑캑거리면서 밥스틱, 비트, 고구마, 파프리카 등등 입에 넣어보았다. 하루에 몇 cc 먹는지 신경쓰지 않고, 바다의 음식을 탐험을 따라가고 있다. 

 

댓글 7
  • 2023-12-14 13:29


    자기주도이유식이라는 것도 있군요.
    아가도 신기방기
    아가 키우는 방법도 신기방기^^

    그러나저러나 워찌 치워?......ㅋㅋㅋㅋㅋㅋㅋ

  • 2023-12-14 14:48

    다시 애를 키운다면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잠_____시 생각하다가,
    핫! 정신차리자! 정신차렷! ㅋㅎㅎ 그랬지요.
    애기 얼굴 보는것만으로도 좋네요.^^

  • 2023-12-14 16:59

    바다! 엄청 컸네요.

    벌써 이유식을 ㅋㅋ

    우리 막내는 브로콜리 싫어하는디 ㅠ
    이유식때 안 먹여서 그런가 ㅠ

    사이님 글 자주 보니까
    넘 좋아요!

  • 2023-12-15 06:59

    세상 변화가 이유식에서도 보이다니ㅎㅎ
    손으로 만나는 음식의 세상이 얼마나 놀라울까~
    이뽀라~~

  • 2023-12-15 10:55

    바다둥절 ㅋㅋㅋ
    바다의 자연탐색 여행...멋져요^^

  • 2023-12-15 15:58

    이유식의 신세계군요!! 손으로 먹는 것으로 시작하다니.. 새로운 방식이 놀랍고 신기해요.^^

  • 2023-12-15 18:28

    신기방기 2~ 오늘 24세 기혼녀가 와서 아기 갖고 싶다는소망을 들었는데~ 그는 또 어떤 육아의 물결을 탈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