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쓰고 저렇게쓰고 끝까지쓰기-8> 문탁에서 빌려쓰기

곰곰
2023-11-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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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이 제목 아래 일지를 쓴다는 것이 좀…(사실은 아주) 부담스럽지만... 오늘님이 잠깐 쉬시는 사이 살짝 틈을 노려봅니다. ㅋㅋ

 

저는 ‘빌려쓰기’입니다. 

 

언젠가 문탁 홈피에서 유리창 청소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집에 꼭 닦고 싶은 유리창이 하나 있거든요. 행방을 수소문하다 동은씨 다음으로 얼른 예약을 하고 드디어 만난,,, 유리창 로봇 청소기. 가마솥님께서 친절하게 사용법을 알려주셨어요. 이렇게 저렇게 걸레를 끼우면 되고 물칠 하면 접착력이 떨어지니까 세정제만 넣어서 쓰라 등등. 걸레도 부족할까봐 따로 사서 많이 넣어두셨더라구요.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가져왔습니다. 주방쪽에 큰 창이 있는데, 유리창이 더러워서 늘… 답답했거든요. 그렇다고 깨끗하게 닦을 방법도 마땅찮고, 괜히 나섰다가 힘만 들 거 같아서… 미루고 미루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청소기의 생김새에 남편은 기대조차 없는 것 같더군요. 잘못해서 기계가 추락하기라도 하면 어쩌냐, 십년 넘게 안 닦은 유리창이 깨끗해지겠냐… 뭐 잔소리만 늘어 놓았습니다. 

 

 

사용법도 익힐 겸, 시험적으로 안쪽 유리창을 먼저 닦았습니다. 와… 희한하더군요. 누가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어쩜 그렇게 알.아.서. 자.알. 닦나요?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위로 아래로 왼쪽, 오른쪽 움직이는 모습은… 기특하달까, 멋있다랄까. 우리 식구들은 그 앞에서 서서 감탄해 마지 않았습니다. 와… 이것이야말로 신문물이구나… 와… 진짜 잘 닦는다… 와…세정제 찍- 뿌리는 것 좀 봐…  씰룩씰룩하면서 내려올 때는 너무 귀엽다! 우리는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불멍, 물멍, 다 좋지만, 청소기멍을 때리게 될 줄은 몰랐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렇게 닦은 창문입니다. 이제 바깥이 훤히 보입니다. 나름 이쪽 뷰가 좋은데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다 로봇청소기 덕분입니다. 빌려주신 가마솥님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너무 감사드립니다~ ㅎㅎ

 

 

그리고 빌려다 쓴 대형 양푼이. 이제 묵은 김치는 맛이 없고 겉절이가 먹고 싶더군요. 배추 한포기를 사다가 간단하게 양념 몇가지만 넣어서 버무려 보려는데… 생각보다 배추가 좀 컸어요. 집에 있는 대접으로는 어림도 없더군요. 평소에 김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라, 쓸지 안 쓸지도 모를 큰 양푼이는 짐만 되니까요. 대접 몇 개에 나눠서 할까, 근데 대접이 더 있나… 어쩔까… 사실 겉절이를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겨우 두어번 해본 거라, 나누고 어쩌고 하다가 괜히 망할 것만 같았어요.

 

그러다 파지사유 주방에 있는 큰 양푼이가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주말이니 잠깐 빌려왔다가 월요일에 반납하면 되겠다 싶었죠. 나를 놀리는 것이 즐거움이자 낙인 딸아이가 한 마디 하더군요. 엄마, 그건 아니지 않아? 훔치는 거랑 뭐가 다르지?? 그 말에 또 작아진 저는… 주방지기인 여울아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쌤- 혹시 양푼이 빌려가도 될까요...? 여울아샘은 그러시더군요. “다~ 가져가서 쓰세요” 요즘은 빌려가는 사람이 너무 없다고. 얼마든지 빌려가도 된다고. 딸에게 문자 보여주며 큰소리 좀 쳤어요. 문탁은 다르거든! 

 

 

그리고 양푼이를 가져다가 겉절이를 담았습니다. 요렇게... ㅋ

 

 

맛있게 해서 문탁 주방에도 좀 가져다 두겠다는 야심을 불태워봤는데… 안타깝게도 짜더군요. 너무 정성을 들이다 망한건지… ㅋ 집에 맵찔이만 둘이 있어서 고추가루 적게 넣었더니 비쥬얼도 좀 별루고… 그냥 저희가 다 먹었습니다. ㅎㅎㅎ 다음번에는 꼭! 맛있게 담아서 주방에도 선물할 날이 곧… 오기를 기원하면서…  

댓글 7
  • 2023-11-06 17:05

    와~ 곰곰이 김치도 담근다니~ 놀라운데요~
    빌려쓰고 돌려쓸 친구들이 있고 공유지가 있어서 좋아요!
    자주 빌려가서 김치담기 실력 쑥쑥 키우길 기대합니다~떡고물을 바라면서 ㅎㅎ

  • 2023-11-06 17:52

    곰곰샘 글은 지인이가 등장할 때 더욱 재밌네요.
    엄마 옆에서 시크한 말로 은근 뼈 때리는 지인이!
    곧 170센티 넘는 키로 엄마를 압도할 지인이!
    곰곰 엄마와 지인이의 케미가 좋아보여요.

  • 2023-11-06 19:21

    가마솥님이 청소기로 문탁2층 대강의실과 보라방 창문 닦을 때 우리도 모두 입을 헤~벌리고 청소기멍을 했더랬는데..ㅋㅋ
    그리고 곰곰님 김치 맛볼 날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하하

  • 2023-11-07 12:50

    좋군요, 좋아요~ 깨끗해진 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저도 얼마 전에 김치 담궜는데 짜요ㅠㅠ
    성공할 날을 기약해봅니다~ 하하하

  • 2023-11-07 23:13

    김치가 약간 희멀건(?) 하지만 순박하게 맛있어 보입니다.
    처음 간이 살짝 세다 싶어도 맛 들면 딱 맞죠.
    곧 문탁에서 곰곰 겉절이 영접하겠군요! 기대기대~~~

  • 2023-11-08 22:44

    창문닦이 저도 멍해볼랍니다
    지인이 목소리 들리는듯 ㅋㅋㅋ

  • 2023-11-10 10:07

    오잉? 이런게 있었나요?
    저희 집 창문을 보며 장비를 사야하나..자주 쓰지도 않는데.. 고민하고 있었는데, 빌려서 써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