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랩의 참견과 나의 꼽사리

청량리
2024-02-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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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랩<꼴+lab>은 ‘다른 방식의 드러냄’을 함께 실험하는 연구소이다. 느티나무 아래 달팽이 옆을 우연(현)이 지나가던 봉옥은 동은이가 참 고마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꼴랩 연구원들. 나른해진 파지사유의 공기를 다양한 에너지로 채워나갔던 지난 1년의 느슨하지만 끈끈했던 작업의 결과물이 지금 전시되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책읽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일상에서 ‘만들기’는 더 쉽지 않다. 각 잡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과 판화와 작곡 등의 작업을 위해 여러 도구들을 필요로 한다. ‘신체’를 활용하여 ‘도구’를 갖고 하는 ‘만들기’는 만드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어떤 ‘감응’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꼴랩의 작업들은 ‘파지사유’라는 공간에 성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유리 파티션 안쪽의 공간이 이번에는 전시실로 ‘변신’하였다. 작업을 하는 시간, 그리고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이 시간 동안, 그들은 작업은 종이 위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꼴랩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신체, 그리고 그들의 작업결과 너머, 제3의 만들기를 ‘공간’ 위에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꼴랩과 같이 작업한 시간도 없었는데, ‘꼽사리’끼듯 은근슬쩍 갖다 놓은 사진 몇 장에 흔쾌히 옆자리를 내어 준 친구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심지어 포스터에도 이름을 넣어 주셨다. 예전에 ‘틈 갤러리’에 ‘내가그린기린그림’이라는 제목으로 혼자서 채우려니 다소 어색했던 시간도 생각이 났다.

 

손잡일 살짝 들고 돌려서 안으로 들어섰을 때 깜짝 놀랐다. 한참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방명록에 몇 자 적으려고 했었다. 그러다 펜을 놓고 급하게 적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직 난 우현의 신곡도 듣지 못했다. 사진 인화가 늦어져 금요일 저녁에야 올 수 있었다. 동은, 우현 그리고 참(그리고 정군)이 많은 ‘도움’과 ‘참견’을 주었다. 제목인데 A4지가 말이 되냐 다시 뽑아라, 사진의 캡션은 옆에 붙이면 보기 싫다, 한 줄에 6개는 너무 많다, 벽에 붙이는 게 낫냐 아니면 선반 위에 세우는 게 낫냐 등등. 문탁샘이 쓴 밀양 후기에서 읽은 ‘잔소리가로 서로의 삶에 개입’한다는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꼴랩 연구원들이 옆에 있어 고맙고 든든했다. 

 

 

2024 꼴랩 첫번째 전시- 꼴림

 

•전시기간 : 2월 15일~ 2월 22일

•전시일정 : 2월 15일~ 2월 21일 자유 관람

                              2월 22일 발표회(14시~ 16시)

 

 

 

댓글 3
  • 2024-02-18 08:20

    ㅋㅋㅋ
    그대는 웬만한 잔소리엔 끄덕도 하지 않는 강적 아닌가유?

    오늘 파지사유 가니 그대의 사진을 보겠구료~~

  • 2024-02-19 11:57

    청량리님이 계셔서 공간의 다른 색 다른 결로
    생동감이 더해지네요.
    참견에도 꿈쩍하는 꼽사리가 있어
    저는 이상하게 편안해집니다.

  • 2024-02-19 14:33

    사진 멋지더라고요! 소도 넘 귀엽구 ㅋㅋㅋㅋ
    뭘 사야할까 고민중입니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