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업시간에도 비누 만들고 정리하는 일이 한창입니다.

곰곰은 물비누를 처음 만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제형이 나와서 당황하는 중입니다. ㅋㅋ

저는 썬스틱을 만들었습니다.

언젠가 뚜버기쌤이 흥얼거렸어요. 주문을 말해봐~~
참이 참다못해 물었던가, 곰곰이 곰곰 생각하다 물었던가, 소원을 말해봐 ~ 아닌가요?ㅋㅋ

해서 올 상반기 활동 컨셉은 에코 연구활동, 주문을 말해봐~이고, 1탄은 썬스틱입니다.

우리 썬크림은 담는 용기 관련 장구한 비화, 골치 아프고, 눈물 나는 역사가 있습니다.

처음(그러니까 십사오년전) 많이 보던 모양으로 썬크림 담을 튜브를 주문했습니다.

다 만든 썬크림을 담으려고 뚜겅을 열던 순간, 경악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네요.

이런 모양인데...뚜껑을 열면..주둥이가..말잇못입니다. (예전 색상은 다릅니다.)

겉모습만 보고 실상을 보지 못한 우둔함이랄까요,
둥글둥글 넉넉한 입담인 줄 알았더니 폐부를 찌르는 입담의 주둥이를 마주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찌르는 대로 아파야 하는 운명이랄까요...

그 때 심정이 그랬습니다. ㅋㅋ

지름이 6mm 랍니다. AAA건전지보다 작습니다. 분노했지요.

아니 저기로 어떻게 넣으라는거야!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가잖아요?

알고봤더니 원래는 손으로 짜는 쪽이 열려 있고 내용물을 넣은 뒤에 압착기로 눌러서 닫는 거였어요.
그렇다고 소량으로 제작하면서 압착기를 살 수도 없고...대략난감이었지요.

그 때 미션은 6mm 이상의 주둥이를 찾는 거였습니다.
간신히 간신히 14mm를 찾아서 안착했습니다.

14미리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크림의 점성으로는 저 주둥이를 통과하기가 언감생심입니다.
주사기를 동원하기도했지만 조금만 차면 토해냅니다.
안에 공기가 차있는데 주사기가 입구를 막아서 빠져나가지 못해서입니다.
짤순이 등도 무력합니다.

도구가 마땅치 않자 그냥 직접 따르게 되면서, 따르는 솜씨가 중요해졌습니다.
점성이 조금이라도 묽은 시점에서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저 주둥이를 통과할 것인가!! ㅋㅋㅋ
주둥이를 비켜가서 흘리고, 점성이 커져서 흘리고..
어쨋든 그 난리부르스를 치르면서 각자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게 됐는데요
가장 안정적인 기술을 선보인 사람이 바로 뚜버기였습니다.
뚜버기의 영도하에 오랜 시간 14미리의 시대를 이어왔는데요,
오래되면 아픔도 흐려지고 잊혀지는거라 그런걸까요?
뚜버기가 저 6미리 용기를 다시 주문했습니다. 뚜껑을 열고 우리는 허허 웃었지요.

뚜버기는 왜 14미리의 오랜 인연을 버리려 했을까요?
...끝까지 쓰기에는 잘 안짜진다는 얘기(컴플레인?)를 계속 들어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썬스틱을 만들까?
작년 세종시 기후정의파업 다녀오는 차 안에서 우연히 알게 된게,
썬스틱을 애용하는 친구들이 꽤 있더라구요. 주로 쫌 젊은?

그래서 썬스틱을 몇 개만 만들어서 쫌 젊은 세 명에게 써보라고 했습니다.

많이 젊은 한 친구는 너무 끈적거린다고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제형이 썬크림과 달리 거의 오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틱으로 단단하게 굳히는 역할을 왁스(칸데릴라 왁스)가 하거든요.

오일리 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시중에 파는 건 어떻게 하는걸까요?
갑자기 연구 의지가 활활 타오릅니다. 하하하

이상, 주문을 말해봐 1탄은 당분간 주문을 받지 않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참고로 우리 썬크림은 무기자차입니다. 자외선 차단 기능으로 무기물만 씁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