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토에 기대어#7> 요가와 단식

띠우
2023-04-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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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토에 기대어 #7> 요가와 단식

 

3월이 시작되면서 나는 어마어마한 결심을 했다. 매일 새벽 6시 30분에 하는 빛내샘의 요가를 신청한 일이다. 사실 요가도 해본 적이 없지만, 그보다는 그 시간에 일어나겠다고 선언한 일이 나에게는 정말정말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난 전형적인 야간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밤의 그 깊어가는 시간을 사랑하고 어스름 밝아오는 새벽에 잠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 시간에 이불 속은 나의 몸을 포근히 감싸주어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어느 틈에 깊숙한 잠으로 빠져들어간다. 거기에 익숙해져 나의 신체는 낮의 어수선한 시간보다 밤 시간에 많은 일들을 하도록 길들여졌다. 그리하여 그 시간에 나는 많은 것을 먹기도 한다^^::

 

2월 중에 요가를 하네마네를 혼자 반복하다가 먼저 하고 있는 분들의 후기에 넘어갔다. 운동 안 하는 몸이라 요가 자세도 어설프고 몸도 뻣뻣하지만, 시작하고 나니 약속은 지켜야하는 몸이라 매일 아침 일어난다. 지금까지 한 번 정도 중간에 들어간 것을 빼고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내 몸은 얼마나 고생이랴. 첫날 마치고 나서 내가 스스로의 몸에 대해 정말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온갖 접히는 곳들은 다 편하지 않았고 내 몸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나도 잘 모르는구나 싶다. 그렇다고 자기 마음은 잘 아느냐, 그것도 아니다. 요가 초짜라서인지 들숨과 날숨을 따라 호흡하는 동안 그 숨을 따라 나는 마음 속을 살피게 된다. 빛내샘의 말투는 그 호흡을 방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해준다. 며칠을 하고 나니 어느 동작이거나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때 힘은 빼셔야 해요”라는 말을 아직은 잘 수행하지 못 한다.

 

- 어제 태양경배자세를 이어서 해봤다.. 동작 따라가지도 못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게 우선이라는 마음으로~ 

 

폐경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고, 운동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몸은 자꾸 불어나고 혈압도 잘 잡히지 않았다. 눈 상태도 점점 나빠진다는 것은 내 몸이 노화하고 있다는 자연스런 모습들이다. 선천적으로 소화기능이 약하면 먹는 것을 조심하기도 하겠지만, 별다른 문제도 없었기에 불규칙한 식생활도 오래되었다. 불편함이 없으면 아마 단식이란 방법을 취하지도 않았겠지. 일상의 습관 자체를 바꾸면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레 해결된다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면... (뒷말은 생략). 그렇게 몸의 불편함을 느껴가던 중에 어쩌다 단식을 하게 되었다. 이번주는 많은 일들이 있는데, 또 그렇게 어쩌다 우리는 모여서 단식을 하고 있다.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일상을 유지한 채 요가도 하고 단식도 한다. 이번에는 늘 같이 하던 기린님이 빠져서 아쉽지만, 그 마음도 안다.

 

오늘로 보식 2일차가 된다. 두통도 이제는 거의 사라져서 이 글도 쓸 수 있다. 어제까지는 몸으로 하는 일은 하겠는데, 책은 집중이 되지 않아 들고 있을 뿐이었고 정리도 안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오늘 아침이 되었다. 익숙해져 버려 의식하지도 못하던 나의 몸을 살피는 일의 중요성을 알아간다.  그것이 주변을 알아가는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옆 사람을 잘 챙긴다고 한다. 부담스럽게... 자꾸 그러니까 엇나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알다시피 내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이 아니다.  많은 존재에게 내가 돌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럼 마음이 어떻겠는가. 주고 받고 답례하기의 삶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감사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밉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서운하다가도 또 감사하고... 이런 일상 속에서 요가도 하고 단식도 하고 살아간다. 어제 올려야 하는 글인데, 구구절절 오늘 아침이 된 사연을 전하며 나는 오늘 친구들과 세종시로 기후정의파업하러 간다. 

댓글 8
  • 2023-04-14 12:40

    왜 몸을 자꾸 괴롭히는지....
    요가와 단식이라....약주고 병주는거 아님? ㅋ
    비나이다, 비나이다, 띠우님이 더이상 단식을 하지 않게 좋은 습관을 어서 가지게해주세요^^

  • 2023-04-15 08:41

    요가하며 아침에 일어나다보면 잠자는 시간이 당겨지고 그러다보면 밤야식도 줄고 단식 안해도 되는 날이 올듯
    띠우가 챙겨주는 옆사람 중 하나라 좋습니다
    늘 챙겨줘서 고마워용!!

  • 2023-04-16 14:01

    정말 부지런한 띠우!

    띠우랑 같이 있으면 늘 엮여요.
    그래서 띠우랑 하는 마니 모임 이름이 '굴비'에요.

    띠우! 화이팅

  • 2023-04-16 18:01

    ㅋㅋㅋ 콕 집어 단식 안했다~~~기록하는 거쥐~~띠우님^^ ㅋㅋㅋㅋ 이제 슬슬 외투 벗을 철~~단식으로 가벼워진 띠우님~조아요~~

  • 2023-04-17 07:29

    요가가 좋죠? ㅋ
    전 요가 매니아에유^^

  • 2023-04-18 16:06

    저 그림 속 자세, 1번부터 12번까지.
    능숙하게, 흐르는 물결처럼 가능해지는 날이 꼭 찾아오길.
    근데 샘~
    요가에 단식까지. 너무 무리하시네요.ㅜㅜ

  • 2023-04-18 18:44

    요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혼자 요가비스므레하는걸 하고있긴하네요..
    시간에 얽매이는 걸 힘들어해서 혼자하고 있는듯
    언젠가 같이 하는 날이 오길~
    몸 잘 챙기셔요
    띠우샘께 많은 돌봄 받은 일인입니다^^

  • 2023-04-19 09:16

    아이고.. 새벽잠, 야식! 그걸 할 수 있는 신체가 부럽기도 하군요.ㅎㅎ
    단식도 좋지만, 야식 안 먹기 양생팀 만들어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고 싶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