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로 지구와 연결되기 #2/ 미야자와 겐지와 가수 이내, 두 삶을 만나다

블랙커피
2023-04-1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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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삶을 디자인하다

 

바람이 꽤 많이 불던 4월 8일.

PDC과정 2회차가 용인 동백의 ‘마녀의 뜰’에서 진행되었다.

카페이면서 한 켠에는 제로웨이스트 물품과 나눔물품 등을 판매하는 곳도 있고, 다양한 강습이나 장터가 진행되는 '마녀의 뜰'은 재미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2회차 시작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영혼을 달래는 노래를 돌림노래로 부르며 시작했는데, 세 조로 나누어 초집중을 하며 부르는 모습들이 살짝 귀여웠다. ㅎㅎ

 

 

 

갈 길이 먼 이론수업.

오늘은 퍼머컬처의 생태적 원리와 ' 흙 살리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소란샘이 띄운 PPT의 첫 화면은 퍼머컬처의 대표적인 밭의 형태인 만다라형 밭이다.

 

 

퍼머컬처에서 이처럼 곡선형태의 밭을 디자인하는 이유는 자연의 패턴이 곡선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곡선 패턴은 가장자리를 많이 만들어 에너지를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밭의 경관도 매우 이쁘다.

소라샘은 퍼머컬처의 생태적 원리를 10개 정도-다층적 설계, 에너지, 작은 규모, 설계(의도성과 비전), 다양성, 살아있는 흙, 자연을 모방, 투입-산출, 지역순환, 전일성-로 간추려 설명해주셨다.

나는 이 중에서 특히 전일성이라는 원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퍼머컬처를 농사의 한 방법 정도로 생각하는데, 퍼머컬처는 생태학과 농업 그리고 경관디자인이라는 세 요소를 연결하는 농생태학을 기본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여기에 다양한 삶의 활동들이 연결되기도 하면서 지역 공동체 활동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확장성은 퍼머컬처가 모든 것이 각각 역할이 있되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적 세계관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며, 그러하기에 퍼머컬처는 네크워크·공동체로 향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소란샘은 퍼머컬처를 다른 말로 ‘연결된 삶을 디자인하는 것’ 정도로 표현해 볼 수 있다고 얘기해주셨다.

 

말로만 얘기하면 못 알아듣는 우리를 위해 소란샘은 지구 생태계(또는 삶)의 요소들(습지, 밭, 숲, 냉이, 토끼풀, 지렁이, 학교, 공동체, 지렁이, 닭, 꿀벌 등등)을 적은 팻말과 실을 이용해서 전일성을 체현하는 놀이를 진행했다.

 

 

각각의 요소들이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얼기설기 팽팽하게 엮이는 실. 여기서 한 요소가 실을 놓자 그래도 다른 요소들에 의해 실의 엮임은 유지가 되었는데, 또 한 요소가 실을 놓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정말 지구 생태계 또는 삶의 연결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놀이였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흙 살리기’ 부분에 대한 이론 수업을 진행했다.

식물은 잎과 뿌리를 통해 탄소를 저장하는데, 특히 뿌리의 탄소저장은 사실상 미생물들이 한다.

그래서 땅 속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는 것은 탄소저장의 측면에서나 토양의 비옥함이라는 측면에서나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매년 흙을 갈아서 일년생 작물을 위주로 짓는 농사는 탄소를 토양에 가두지 못한다.

 

(10월에는 식물들과 토양생태계의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떨어졌다가, 세계적으로 땅을 가는 시기인 4월이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

 

또한 경운은 지력을 떨어뜨려 인공적이고 화학적인 비료를 첨가해줘야 한다.

퍼머컬처의 농사는 이러한 관행농의 방식을 다시 자연이 일하는 방식으로 바꾸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흙 살리기이다.

 

 

경운을 하지 않고, 다년생 작물을 길러 다년생의 길고 풍부한 뿌리로 토양생태계를 복원하는 것. 퍼머컬처 농사는 이러한 흙농사에 성패를 건다.

 

 

알고 나면 먹거리 천지- 밭 주변의 들풀들

 

오후 이론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올해 우리가 지을 밭도 보고, 밭 주변에서 나는 들풀 채취도 하기 위해 부랴부랴 밭으로 향했다.

소란샘은 밭 주변에서 들풀 하나하나를 뜯어서 이름과, 특징, 효능, 활용 등을 설명하셨는데, 사진 순서대로 대충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개망초 : 소화가 안될 때 먹으면 좋음 / 페스토를 만들면 맛이 있음

냉이꽃 : 겨자맛이 나서 샐러드를 하면 좋음 / 말려서 차로 먹으면 간에 작용하여 눈이 좋아짐

꽃다지 : 심장혈관 질환에 좋음/ 페스토나 말려서 차로 활용

뱀밥 (쇠뜨기 생식줄기) : 뱀밥머리(포자)는 씻지 말고 그대로 말려 차로 활용-> 치매약 / 줄기는 중간, 중간에 있는 비늘을 제거하고(뻣뻣함) 간장에 30초정도 볶아서 먹음->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식재료/ 또는 염증 치료에 탁월하므로 목욕물에 넣어 활용

꽃마리 : 굴맛이 나서 굴소스 대용으로 볶아서 파스파를 만들면 맛있음/ 미네랄,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음

곰보배추 : 폐결핵 약에 쓰이는 풀/ 감기 후 기침이 멈추지 않을 때 먹으면 좋음/ 뿌리까지 소금에 절여 겉절이를 하거나 말려서 활용

지칭개 : 짓이겨서 상처에 바르면 피가 멈춤/ 냉이와 비슷하나 뒤집으면 은색 / 위가 냉해서 설사할 때 먹으면 좋음

뱀딸기 : 후두암 또는 목이 좋지 않을 때 먹으면 좋음 / 차로 먹으면 아토피에도 효과

쇠별꽃 : 철분과 칼슘이 많음 / 짓이겨 얼굴에 바르면 기미에 효과가 있음

민들레(뿌리) :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먹으면 좋음 / 특히 봄의 뿌리가 약성이 좋음/ 흰 민들레, 노란 민들레 약성 차이 거의 없음-> 흰민들레가 더 좋다는 것은 거의 상술

씀바귀 : 독을 빼는데 탁월, 봄에는 생으로 뿌리까지 먹으면 좋음/ 샐러드나 초장

달맞이꽃 : 뿌리까지 효소를 담그면 좋음->그냥은 무척 씀 / 여성 모유성분이 들어 있는 유일한 식물 / 갱년기 장애 등 호르몬 문제 해결에 탁월

* 샐러드 할 때 드레싱은 물, 간장, 설탕, 식초, 기름 모두 1:1:1:1:1

 

 

 

우와~~~~~ 밭 주변에 이렇게 식용 가능한 들풀이 많았다니!!!!

이래서 소란샘은 정말 제대로 알면 꼭 밭농사 안 해도 먹거리 해결하는 데는 지장없다고 얘기하신다.

들풀의 신세계로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미야자와 겐지와 가수 이내

 

이번 퍼머컬처 수업에서 나는 두 사람, 두 삶을 만났다.

이론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소람샘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에 가수 이내가 곡을 붙여 부른 노래인 <비에도 지지 않고>를 들려주셨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집에 와 다시 찾아 보았다.

 

먼저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

 

 

구절구절이 놀랍다.

비, 바람, 가뭄, 냉해 등에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농학자의 마음도 느껴지고, 작은 오두막 안에 차려진 소박한 밥상도 그려지고, 자기 잇속 차리지 않고 사방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려는 삶의 태도도 절절히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이란 구절에 이르러서는 마치 죽비로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몰려왔다.

 

 

이 시를 쓴 미야자와 겐지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소설인 <은하철도의 밤>를 쓴 작가로 알려진 분인데, 동화작가일 뿐 아니라 시인이자 농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1896년 일본 이와테현에서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고향인 이와테현은 옛부터 가뭄이나 냉해가 잦아 대부분의 농민들이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농업고등학교 시절 읽은 ‘법화경’을 자신의 문학 작품 밑바탕으로 삼았던 미야자와 겐지는 오두막집에 살면서 벼농사를 짓고 농민들의 수확을 늘리기 위해 비료 연구도 하고 농민을 위한 농민 예술론 강연도 하며 항상 어려운 사람들의 편에서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급성 폐렴의 악화로 죽는 날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을 진 그.

미야자와 겐지는 침략주의와 제국주의가 팽배한 시절 평화와 생태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그의 시와도 같은 삶을 실천하며 살았던 진정한 바보다.

 

 

그리고 이날 수업에서 만난 또 다른 한 사람 가수 이내.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이내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좋아하여 스스로를 ‘동네가수’라고 부르는 청년이다.(그래서 인지 작은 공동체들의 초청을 제일 반긴다는 소문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다고 하며...

저마다 고유한 다양성이 드러나는 삶, 그렇게 살고 그렇게 사는 걸 응원하는 길 위에 자신의 노래가 있고, 자신의 길도 있기를 바란다는 멋진 얘기도 하고 있다.

가수 이내가 부르는 <비에도 지지 않고>... 꼭 들어보시길~~~

 

PDC 2회차는 퍼머컬처 이론을 더 깊이있게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다양한 들풀의 세계도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를 만나고, 아울러 반짝반짝 빛나는 두 삶을 만나게 된 것이 무한한 기쁨과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댓글 7
  • 2023-04-13 09:33

    아주 옛 사람들이 수렵채집 생활로도 먹고 살 수 있었다는 게 실감나는 식물이야기군요.
    아름다운 사람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가사로 노래를 만들다니...들어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 2023-04-13 14:38

    제가 많이 좋아하는 시인데 블랙도 마음이 닿았군요.
    요즘 제 빵과 어울리는 페스토나 토핑을 연구중인데
    개망초가 꽃다지 페스토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 2023-04-13 14:42

    꼼꼼한 정리네요.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면 후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요.
    레크레이션 프로그램들은 처음엔 어색하더니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 2023-04-13 17:54

    세상에. 들판의 풀듷이 거의 다 먹을수 있는거라니!
    귀여운 꽃마리를 어찌 먹누ㅜㅜ, ㅋㅋㅋ

  • 2023-04-13 19:08

    미야자와 겐지, 한때 일본어 세마나가 사랑한 작가!ㅎㅎ
    벌레들을 먹는 것이 안타까워서 굶어죽어 별이 된 작은 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퍼머걸쳐와 미야자와 겐지가 만나는 것도 참 아름답군요.^^

  • 2023-04-15 08:29

    퍼머컬처의 세계에서 만난 미야자와 겐지
    반가웠어요
    38세 너무 일찍 돌아가셨네요
    그의 삶에 닿은 블랙의 마음이 제게도 일렁임을 주는군요
    존재하지 않으나 사라지지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 2023-05-23 19:19

    뒷북~ 읽고 갑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도 , 가까이 보는 풀들 이름도 .. 맘이 편안해지네요. ^^
    아자 아자!! 샘이 만들어내실 공간들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