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4 <들꽃>

토토로
2023-04-0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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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버기샘에게 올해 4월은 그야말로 잔혹한 달이다. 생태팀에서도, 생업에서도, 중요한 일이 줄.줄.줄. 뚜버기샘의 리얼 생태맹 일지를 기다리시는 분들은 조금 더 기다려 주시길....)

 

꽃길만 걷고 있네~

흔한 인삿말로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멘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꽃길만 걸으라니.  진흙탕도 걷고, 자갈밭도 걸을 줄 알아야지!! 나는 이렇게 시크한 마음을 품고 산다.

하지만 봄이 되자 나는 그야말로 꽃길만 걷고 있다.  봄 거리는 어딜가나  꽃 천지여서 꽃길 아닌 곳이 없으니 말이다.  눈 위로는 목련, 벚꽃, 개나리, 라일락, 철쭉... 아래로는 민들레, 제비꽃, 애기똥풀, 별꽃, 냉이꽃.. 온갖 꽃들이 만발해서  모든 길이 낭만적이다.

꽃들은 모두 화려하고 예쁘지만, 이번일지에는 특별히 발치에 피는 것들에 관해 말해보고 싶다.

 

생태맹답게 나는 식물이름을 잘 모르는데, 다행스럽게  봄 꽃 이름은 그나마 좀 안다. ㅋ   몇 년전  봄에 피는 풀, 꽃에 관한 책을 한 권 샀었다.  반도 제대로 못봤지만,  그래도 그 책  덕분에 이름만은 쫌 알게 되었다. 들풀들의 이름이 쉽고, 예쁜데다가, 아주 입에 착착 달라붙는 다는 점이 좋았다.

 

 

이건 하천가에 핀 '쇠뜨기'의 모습이다.  양쪽의 모습이 달라서 '오잉?  저 둘이 같은 거라고? ' 하실지도 모르겠다. ㅋㅋ 나도 그랬으니까.

왼쪽은 추운 3월초에 찍은 것이고 오른쪽은 며칠전 찍은 사진이다.  그러니까 왼쪽이---->초록초록한 오른쪽 으로 변한 것이다.

둘이 같은 들풀의 모습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닮은데가 없어 보인다. 암만 봐도 신기방기!!!  '쇠뜨기'라는 이름은 '소가 뜯어먹는 풀'이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쇠뜨기는 여전히 들판에 지천이건만, 이젠  우적우적 뜯어 먹어 줄 소가 없다.  소 없이 남겨진 쇠뜨기는 소에게 뜯겨 먹던 옛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다음으로는 보도블록 사이를 삐집고 나오는 꼬마들.

나는 돌 블록들 틈 사이로 삐죽 자라난 들풀들을 정말 좋아한다. 누가 보든 말든 씩씩하게 좁은 틈을 뚫고 나와 잎과 꽃을 피우는 생명력을 보노라면 저들의 고군분투에 감복하게되고, 감히  어떠한 '질투심'조차 생기지 않는다.  그냥 좋다.

 

 

민들레/  제비꽃/ 꽃마리

'꽃마리'는 꽃의 끝이 둥글게 말려서 지어진 이름이다.

(어렵게 근접 촬영 하면서 들풀과 더 친해지는 중이다^^;;;;)

 

 

다음으로는 재밌는 이름을 지닌 들풀. '애기똥풀'이다.

 

애기똥풀의 줄기를 꺽으면 속에서 노란 즙이 나오는데,  그게 아기 똥색과 같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나도 모처럼 애기똥풀을 꺽어 손등위에 발라보았다.   처음엔 연노랑이었는데, 금새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애기똥풀도 하천에 널리고 널렸다. 

 

쇠뜨기, 민들레, 애기똥풀, 꽃마리...

우리말로 지어진 들풀 이름들.  입에 착착 달라붙어 부르기 좋다.  간결한데다 함축적이라 기억하기도 좋다. 정말 잘 지어진 이름이다.

이쯤에서 우리말의 간결함과 전달력의 우수성을 극찬하셨던 윤구병 선생님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잘 계시려나.... 

돈 주고 사는 꽃보다 거리에 제멋대로  핀 꽃들이 좋다.   관심갖고 바라만 본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들판의 꽃. 고맙다!!

이번 만큼은 봄의 들풀들처럼 나에게도 생태감성이 쭉욱~~쭉 자라나는 느낌이다.  히힛!!

 

 

 

댓글 10
  • 2023-04-10 09:32

    토토로님 덕에~~ 봄꽃을 만끽^^ 땡쓰요~~

  • 2023-04-10 11:41

    꽃길만 걷고있네~ 과연, 그렇군요!! ㅎㅎㅎ

  • 2023-04-10 16:35

    이번에 퍼머컬처에서 배웠는데
    쇠뜨기 뱀머리는 말려서 차로 마시면 기억력에 좋다고 합디다.
    조금 뜯어다 말리고 있는데 나중에 같이 맛 봅시다.
    쇠뜨기도 샐러드나 나물로도 먹는다고 합니다.
    민들레, 씀바귀, 달맞이꽃, 냉이꽃 등등
    밭두렁, 논두렁의 봄풀과 봄꽃들은 몸에 좋은 약이래요. ㅋ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으면 안돼요~~~

    • 2023-04-10 19:43

      이번에 쇠뜨기 검색을 하면서 저 초록 쇠뜨기를 먹기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근데 저 갈색 쇠뜨기(뱀머리?)도 달여 먹는 다는 사실은 느티샘 덕분에 알게 되는군요. (조상님들은 진짜 별별 풀을 다 무쳐먹고, 달여먹고, 부쳐먹고..안먹는 게 없네요...ㅋㅋㅋ)
      쇠뜨기 뱀머리는 무슨 맛일까요? 기억력에 좋다니 특히 제가 마셔야 할듯..ㅋㅋ 나중에 꼭 맛 보여주세요.

  • 2023-04-10 16:57

    이번엔 토토로님의 생태감성이 쭈~~~욱 자라났다니 참 반갑네요
    덕분에 제 감성도 자라나는듯 ㅋㅋ

  • 2023-04-10 18:02

    오~ 덕분에 제 들꽃 리스트도 업뎃 됩니당~ 꽃마리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넘 귀엽고 예쁘네요 유심히 찾아봐야겠어욥!!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3-04-13 09:23

      꽃마리는 저의 최애 들꼿인데 (아는 척) ㅎㅎ

  • 2023-04-11 07:37

    아.. 봄을 선물받네요 ㅎㅎ
    색이 참 고운 봄~

  • 2023-04-11 08:19

    정말 쇠뜨기는 있는데 소는 없군요…
    사진들이 근접촬영해서인지 정말 좋아요
    저 좀 주세요^^

  • 2023-04-13 09:22

    토토로님 감사^^ 꼴찌반에서 우등생반으로 올라가셨네요~ 저는 꼴찌반 잘 지키고 있을게요 ㅎㅎ
    요거 읽고 어제 오후 광교산 갔다가 쇠뜨기 보고 아는척 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