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 #2] 세계 최저 출산율 0.78 앞에서

사이
2023-04-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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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 0.84의 기록을 깨고 출산율 0.78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발표된 이후 연일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꼴찌 출산율에 관련한 주제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저기 뉴스에서는 정책에 관련된 이슈, 국가가 소멸될 위기, 경제 위기에 또 소아청소년과 존폐위기, 어린이집 학대 사건 등등. 듣기만 해도 아이를 낳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진다.

  출산율에 관한 뉴스는 10년 전부터 들어왔고, 작년까지만 해도 출산율 최저를 기록했다고 했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 사회에서 애를 낳으라는 거지?’라는 반항심도 있었다. 하지만, 임신해서 이런 뉴스들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또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올해부터 출산지원금이 많이 늘어나긴 했다. 임신하면 ‘임산부 바우처’ 100만과 임산부 교통비 70만 원이 지원된다. 약국이나 병원에서 쓸 수 있어서 산전 검사 비용은 거의 이 바우처로 커버할 수 있다. 또한 출산 후 ‘첫만남이용권’ 200만 원, 부모 급여가 월 70만 원 1년 동안 지급되고, 아동수당 월 10만 원의 지원을 받는다. 서울시 기준 임산부 연봉은 1,210만 원이다. 올해 출산 타이밍이 맞아 작년보다는 많이 확대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나름 정부가 노력을 하긴 한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돈과 바우처로 확대한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는 풀기 쉽지 않다.

  ‘아이를 낳으면 내 삶은 끝나’ ‘미래에는 희망은 없어’라는 관념이 우리 세대 안에 견고하게 잡혀있다. 89년생인 내가 자라오면서 뉴스에서 보았던 것들은 대부분 갈등과 위기였다. 그 시작은 97년도 IMF였다. 나는 사립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친구들이 전학을 가고, 아빠는 집에서 회사에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남동생은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10년 내내 연일 뉴스에서 들어온 것이 경제는 위기였다. 매년 힘들다 힘들다 하다가 결국 2008년 경제위기까지 찾아왔다. 그러면서 함께 들려오는 지구온난화 뉴스였다. 남극에서 빙하가 무너지고 북극곰이 아슬아슬 얼음판 위에 서있는 장면은 너무 위태로워서 피하고 싶은 뉴스이다.

  그럼 우리가 자라면서 접했던 희망적인 뉴스를 생각해보니 2002년 월드컵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하는 모습, 김연아가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 정도…? 개인의 노력과 성취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국뽕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막상 우리 개인의 현실을 맞닥뜨리면 ‘헬조선’이라는 말을 한다. 그나마 우리 세대가 유일하게 했던 정치적 변화인 ‘촛불집회’는 부동산 상승이라는 배신으로 돌아왔고, 정치와 정책과 더 멀어져갔다. 지난 대선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정권 교체’만 외쳤던 남편, 남동생, 친구들 등등 이제 조용하다. 열심히 보수 유튜브 보시는 70대 우리 아빠만 빼고^^

  유한준 교수는 문화적으로 공통의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공간적으로도 도시에 벤치와 공원이 사라지니 돈을 내고 카페에 가야만 쉴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문화적 사회적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나 또한 분위기 좋은 카페를 좋아한다. 한잔에 6,000~7,000원 하는 음료에 디저트까지 먹으면 카페에 쓴 돈이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또한 이런 카페들은 다 노키즈 존이다. 임신 전에는 편하고 조용하게 어른들만 있을 수 있다는 일차원적으로 생각했지만, 간판에 NO KIDS를 볼 때마다 마음이 씁쓸하다. 이제 유튜브와 sns 시대도 맞물려 개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활하기 때문에 점점 세대 간 소통도 단절되고 있다. 경제, 정치, 문화까지 모든 게 다 얽혀있는 이 복잡한 사회문제에 당장 해답은 없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 공감이 갔던 정준희 교수의 영상을 남기며…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던 임산부의 글을 마칩니다.

 

댓글 6
  • 2023-04-06 08:00

    저도 공감이 가는 말들이네요.. 더불어 이것저것 거미줄치듯 복잡해지는 사이님의 현재를 봅니다. 앞으로도 얽혀있는 거미줄이 쉽게 풀리지 않겠지만^^:;
    뭔 말인가요ㅎㅎㅎ 오늘도 잘 먹고 잘 자고 할일 하면서 좋은 하루 보내시라는 말!
    오랜만에 비가 오니 좋네요~~

  • 2023-04-06 11:45

    아이쿠...술술 읽히는 격동 30년입니다~ 내가 통과해 온 시절을 사이님의 시선으로 보니 또 다르게 보이네요.
    마음복잡한 임산부에게서 에너지와 희망이 느껴지는 건 왜 일까요?
    사이님이 올려주는 공생자 행성 다음 글이 기다려지고,
    자라는 아이들, 또 미래의 아이들의 삶에 폐를 끼치지 말자는 마음이 드는 아침입니다.

  • 2023-04-07 09:41

    사이님 글도 좋구
    정준희님 영상도 좋네요
    영상 2번 봤어요 ㅋㅋ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네요 ㅠ

  • 2023-04-08 19:18

    그래도 꼰대인 저는 새생명이 너무 반갑고 귀합니다.
    맘놓고 자랄 수 있는 좋은 세상을 위해 오늘도 맘 한가득 희망을 담아봅니다.
    요즘 공부하고 있는 퍼머컬처는 뭐든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네요

  • 2023-04-09 19:30

    고전 선생님이신 우응순쌤은 기사가 위기와 갈등, 폭력을 부각시키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하신게 생각나네요.
    어떤 맥락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 글을 보니 아마 인간의 몸과 마음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좋은 정치란 정보의 폭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건가 싶군요

  • 2023-04-10 16:52

    임산부에게 이런 복잡한 걱정을 하게 만드는 사회라니 참 속상하네요
    그래도 생명들은 잘 사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리라 생각합니다~~
    같이 찾아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