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에세이1] 매일 같지 않다

나래
2022-08-22 09:25
398

*단짠단짠 글쓰기 클래스 시즌2는 '여행'이 주제였습니다. 시즌2을 마치며 쓴 에세이 가운데 두 편을 북앤톡에 올립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합니다. 

 

나를 부르는 망우산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239)

생기 있는 푸른 하늘과 군청색의 대지, 자연이 부여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선명한 농담을 발산하는 나뭇잎들. 숲에 있는 모든 나무들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존재가 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참으로 놀라웠다. 나는 열정적으로, 원기 왕성하게 신선한 대기와 광채에 들떠서 등산을 즐겼다.(387)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까치, 2018년)에서 빌과 카츠는 처음 계획대로 애팔래치아 트레일 3520킬로미터 전부를 걷지는 못했지만 두 번에 걸쳐 시도했고 시도한 만큼 예상 밖의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 중 트래킹을 마친 후 빌과 카츠가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알고 누리게 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빌처럼 내게도 산에서 단순한 기쁨을 누리며 등산을 즐긴 적이 최근에 있었나? 떠올려보니 올 여름이 되어서는 더워서 없었고 장마가 시작되자 더욱 산에 갈 생각조차 안 했다. 더위와 비 때문이 아니어도 산 자체를 여유 있게 마음껏 즐겼던 기억이 없다.

 

왜 없을까? 나는 10년 전 2030산악회 막내 회원으로 활동하며 설악산, 지리산 종주도 가 보았고 혼자서 템플 스테이를 다니며 지방 곳곳 산행도 했고 고민이 있을 때에는 서울 불암산, 수락산도 종종 등산했는데 말이다. 함께 산행 했을 때에는 웃고 떠들고 나누다가 혼자서는 현실의 고민과 걱정이 가득차서 산 자체를 온전히 즐길 여유는 없었다.

 

『나를 부르는 숲』을 읽고서는 산에 가보고 싶어졌다. 가고 싶은 산은 빌과 카츠가 등산했던 애팔래치아 산맥이나 설악산, 지리산도 아닌 바로 우리집 앞 망우산이다. 우리집 50미터 정도 앞에 있는 망우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걸 알기에 오히려 봄과 가을 잠깐을 제외하고는 잘 가지 않았다. 운동의 효율의 측면에서 보면 필라테스나 요가를 하거나 집에서 유튜브 운동 동영상을 틀어놓고 홈트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여겼다. 망우산 둘레길을 가더라도 언제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정신은 들려오는 컨텐츠에 팔려있어 망우산은 그저 야외 운동장 정도였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망우산 자체를 즐겨보자. 잘 보아야 하니 안경도 쓰고 잘 들어야 하니 이어폰은 빼고 다른 데 정신이 팔리지 말아야 하니 핸드폰 데이터도 끄고 나는 이번주 매일 아침 망우산에 갔다. 산책 후에는 간단히 기록도 해봤다.

 

 

 

매일 같지 않다

첫째 날: 때마침 전날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흐리기는커녕 햇볕이 쨍쨍하니 화창했다. 뭐든 처음일 때의 재미가 있다. 나는 처음 효과로 힘차게 올랐고 오르막도 크게 힘들지 않게 가다 둘레길 말고 사이 오르막 산길로 계속 올라갔다. 축축한 흙냄새, 촉촉한 풀과 나무 내음도 맡고 비가 그친 후 기회를 놓칠세라 맹렬히 노래하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나무 사이로 하늘도 구름도 자주 올려다 보았다. 장마철 이후로 처음으로 숨이 가쁘고 심장박동이 빠르게 뛰었다. 닥스훈트, 푸들, 말티즈도 만나고 제 몸의 백 배는 족히 넘을 거미줄을 만들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며 활짝 핀 무궁화도 마주치다보니 심심할 틈이 없었다.

 

둘째 날: 어제의 활력은 어디갔나. 근육통이 있고 전신이 찌뿌둥하다. 어제 반가웠던 나무들은 오늘 보니 마치 바야바처럼 울창하고 무성해서 징그럽고 무섭기까지 하다. 오늘은 제초기까지 곳곳에 세 대나 작동하고 있어서 시끄럽고 주위를 지날 때 풀비린내도 난다. 이것은 풀 입장에서 보면 피비린내 아닌가. 나무 위에서 송충이까지 거의 땅에 닿을 듯이 내려와있고 나는 질색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30분만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래도 내려올 때 눈에 맑은 기운이 퍼지고 한결 몸이 가뿐하다.

 

셋째 날: 오늘은 몸도 가볍고 움직임이 가뿐하다. 망우산 둘레길 경사가 가파른 쪽으로 올라 덜 가파른 쪽으로 내려오며 운동 효과는 높이고 부상 위험은 최소화하기로 한다. 활기차게 걸으며 두 팔을 양옆으로 벌려보니 온 몸에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시원하니 좋다. 3일차만에 체력이 이렇게 올라올 수 있나 싶게 신나게 걷고 있는데 요가로도 필라테스로도 완전히는 없어지지 않은 좌골통증이 없어진 것 같아 더 신나게 걸었다. 눈이 맑고 통증도 없고 좋다 좋아.

 

넷째 날: 컨디션은 하루 걸러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것인가. 오늘은 늦잠도 잤고 갑작스런 일도 처리하고 오전 10시경에 나섰더니 세상 환하고 무덥다. 망우산에 닿기도 전에 지칠 것 같다. 숲에 접어드니 양달과 응달의 반전이 크다. 망우산 둘레길은 나무들이 양쪽에서 우거져 시원했지만 시끄러웠다. 매미도 오전 7시 대에는 잠이 덜 깼던 것인가. 오전 10시 대에 더욱 맹렬하게 앞선 3일 동안 들었던 볼륨의 세 배 정도로 노래한다. 매미뿐만 아니라 등산 온 할아버지도 산책 온 아주머니도 마스크를 낀 채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신다. 한 할머니와 함께 온 손녀가 ‘할머니 내려가자, 배고프다.’는 소리를 듣고 내 공복도 알아차리고는 내려왔다. 내려올 때 바람은 또 상당히 시원해서 동요 가사처럼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주었다.

 

다섯째 날:어제는 오른쪽 외측인대가 약간 불편하더니만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으니 어제보다 더 숲을 거닐 수 있겠다. 오늘은 어제와 같이 둘레길 오른쪽으로 가다가 아차산 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50분쯤 가다 깔딱고개까지 가려니 공복에 힘들 것 같아 되돌아 나왔다. 한 할아버지께서 “왜 더 가지 않고 돌아서냐”며 다른 멋진 길이 있다고 알려주신다. 오르막길이지만 계단은 아닌 오솔길! 새로운 길에 오르니 바람결에 차르르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도 들리고, 더 귀 기울이니 어제 매미 소리라고 싸잡은 소리에는 적어도 세 가지 종류의 매미와 두 가지 이상의 새 소리가 섞여 있다. 삼천포인줄 알았던 길은 내가 그제 갔던 둘레길과 연결되어 있었고 심지어 나는 가을에 이 길을 반대 방향으로 와 본 적도 있다. 오색찬란했던 색이 초록빛으로 바뀌어 아까는 못 알아봤다. 이 초록이란 색도 나무마다 초록의 명암과 채도가 제각각이었고 햇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연둣빛까지 다른 빛깔을 자아냈다. 오늘은 계획하지 않은 길로 들어섰더니 망우산이 또 새롭고 탐험하는 것 같다. 망우산은 앞으로 매일 와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겠다.

 

이번 주 아침마다 망우산을 걷거나 산행하며 재미와 매력을 느껴서 되도록 자주 거닐어보고 싶다. 살을 빼기 위해 혹은 운동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내일의 망우산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익숙했던 망우산은 내가 자세히 볼 준비를 하고 즐길 자세를 하고 집중해서 매일 만났더니 재미있는 구석이 많았다. 매일 망우산의 요모조모가 달랐고 나의 상태도 달랐기에 조금씩 다른 변주가 생겨났다. 심지어 망우산은 용마산 아차산과도 연결되어 있어 루트의 변주도 가능하다. 컨디션과 기분, 여건에 따라 짧으면 1시간~길어도 1시간 50분이 넘지 않게 경험했기에 무리되지 않아 매일 갈 수 있었다. 얼굴 한 번 잠깐이라도 보려고 먼 길 달려오는 연인처럼 나도 그날의 상황, 여건, 능력에 따라 시간은 조절하되 평일에는 되도록 자주 망우산과 만나고 싶다. 나머지 여름과 가을 동안 망우산에 있는 나무들 하나하나, 공기, 소리, 온도, 냄새가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되어 나는 지금 들떠있다.

 

애팔래치아 트래킹 후 알코올 중독자였던 카츠는 술을 끊은 명징한 삶으로 돌아갔고, 빌은 집에 돌아와서도 산을 즐기게 되었고 무엇보다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산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바라보게 되었다. 둘을 따라서 멀리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까지 가지 않아도 산은 내 집 앞에서도 매일 즐길 수 있다. 자세히 자주 보아줄 마음과 걸음이 있다면.

 

 

계속 하고 있다.

올해로 나는 2년째 2세를 위해 시험관 시술을 받고 있다. 작년에는 하루빨리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시험관 시술을 삶의 최우선으로 삼았다. 나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핑계삼아 지루해졌던 일도 1/3로 줄이고 평소 식단도 건강하게 운동도 했다. 언제 원하는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벌이지 않기로 했다. 1년을 겪어보니 매달 신체주기에 맞춰 배란유도 주사를 직접 배에 찌르고 기다리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또 다시 반복해야 했다. 나는 평소 건강하고 활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난소는 내 나이보다 더 먹었고 기능도 지지부진했다. 작년은 내 노력과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가장 모호하고 불확실한 시기였다. 매달 F라는 성적표를 받는 듯한 기분에 몸과 마음은 늘어졌다. 이 지루한 과정은 건너뛰고 원하는 결과만 얻고 싶었다. 오히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진행하기보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결과를 기다리며 비슷한 일상을 굴리는 것은 상당히 지난한 일이었다. 어제와 오늘이 비슷하고 내일도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은 나를 더욱 괴롭혔다.

 

결혼 전에는 새로운 일을 주기적으로 시작하거나 벌이며 활력과 동기를 얻었는데 작년에는 그 반대의 일상을 살아보니 대비가 컸다. 2-30대에는 마음이 동하면 맨땅에 헤딩하듯 일단 시작하고 S.M.A.R.T(구체적, 측정가능한, 실천가능한, 현실적인, 기한이 있는)하게 목표를 세워 실행하며 초급까지는 빠르게 성과를 냈다. 그러다 중급 직전이나 중급 초반에 지겨워지면 또 다른 분야로 진입하며 일도 하고 짬짬이 놀기도 잘 놀았다. 그동안 좌충우돌하며 사건이 많아 역동적이고 재미도 쾌감도 있고 여한도 억울함도 없지만, 어느 분야 중급 이상의 실력은 쌓지 못했고 불안도 했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일을 찾는 방식에 이제 질리기도 지치기도 했다.

 

그러다 36살에 놓칠 수 없는 짝꿍을 만나 결혼을 한 김에 2세도 꿈꿔봤지만 될 때까지 계속하기에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시험관 시술을 받는 데 있어 남성은 평소보다 건강을 챙기고 정자를 채취할 때를 제외하고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짝꿍도 시험관 시술 성공이 쉽지 않고 내 쪽에서만 신체적, 정신적 고생을 하게 되며 노력을 해봤는데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우리는 상의 끝에 올해까지만 시험관 시술을 받기로 했다. 2세가 없으면 지금처럼 둘이 살면 된다. 나는 올해는 시험관 시술은 받되 전념하지 않기로 했다. 결혼 전보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계획하는 일이 적어지니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이 김에 여태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꾸려보면 어떨까? 이번에는 작정하고 목표를 세우고 효율을 따지지 말고 일단 그냥 재미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일상을 꾸려보자.

 

올해 2월부터 나는 우연히 이웃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감정 사회학 세미나를 시작했다. 혼자라면 읽다 말았을 벽돌 같은 감정사회학 책을 매주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며 1학기를 마쳤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다 보니 한 주일은 금방 갔고 혼자서 밋밋하게 읽었던 책도 나와 경험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다 보면 풍성해졌고 시야도 넓어지고 재미도 커졌다. 어떻게 해서든 머릿속에 몽글거리는 생각과 느낌을 손끝으로 흘려보내 한 땀 한 땀 문장으로 담아내고, 멘토쌤과 학인들의 조언을 듣고 다시 첨삭하여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따로 또 같이 에세이를 완성해나가는 과정도 각기 다른 결과물도 재미있고 끝내고 나니 뿌듯했다. 사부작사부작 하다 보니 1학기는 훌쩍 갔다. 혼자서 작정하고 계획하고 효율을 우선으로 실행하지 않아도 함께 재미와 의미가 있게 일상을 채울 수 있었다.

 

세미나를 하며 활력을 얻고 무리가 없어 나는 세미나를 하나 더 신청하고 『나를 부르는 숲』을 읽고 망우산에도 올라가보게 되었다. 자세히 자주 보아줄 마음으로 망우산에 오르니 어제와 오늘이 같고 내일도 같을 것 같아 지겹다고 느낀 건 착각이었다. 망우산은 매일 달랐고 나도 매일 달랐다. 살아 있는 한 매일이 같을 수 없는데도 매일 같다며 지루하다는 나의 느낌이 있을 뿐이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어느 때건 찾아가면 망우산의 생명들은 제 할 일을 그냥 계속하고 있다. 내 삶도 계속되고 나도 계속 뭔가를 하고 있다.

 

댓글 13
  • 2022-08-22 10:07

    머리에 몽글거리는 생각과 느낌을 한땀 한땀 글로 만들어 내는 선생님의 모습과  지루함 속에서 일상의 다름을 깨달아 가는 나래님의 통찰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나래님의 글을 통해 저도 다시 생동감 가득한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 2022-08-22 10:19

    나래님! 우리 세미나 박카스!! 덕분에 활력있게 여름을 났습니다. 고마워요~~

  • 2022-08-22 10:32

    나래님 글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요! 

    글 좋네요~~

    저도 건강해지려 산에 가는데 산 자체를 즐겨봐야겠어요~~~

  • 2022-08-22 10:40

    망우산 기록을 읽으며 마치 제가 등산한 기분?^^  귀차니스트인 저를 간질간질하게 만들어주시네요. 작은 균열을 찾아내고 그러면서도 꿋꿋이 걸어가는, 나래샘이 조금 더 보여지는 멋진 글 넘 잘읽었습니다~~  

  • 2022-08-22 11:08

    아, 이 글을 읽는 동안 한동안 가지 않았던 뒷산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 2022-08-22 11:32

    시간과 관심 내어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제 그 동안 제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시적인 목표와 효율에 따라 주로 일을 해왔다는 점도 깨달았어요. 지금부터는 망우산 산책처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조금씩 더 정성을 들이고 싶어요!

  • 2022-08-22 16:17

    쌤님 하루가 다르죠. 하루 하루가 다르더라구요. 

    하지만 매일 다른 하루에서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고 또 새 힘을 얻으시길.. 

     

    멀리서 응원합니다 !!!!!!! 여름의 싱그러운 한국산이 그립네요. 

  • 2022-08-22 20:12

    망우군과 연애하는 느낌이 였네요(망우양인가..?)

    중간중간 재미있는 포인트를 넣어주셔서 웃으며 읽었습니다

    저의 하루하루도 매일이 다르네요 기분도 몸 컨디션도🙂

    살면서 설레고 신나고 좋은일도 있지만 어렵고 힘든일도 있겠지요🤢

    안되면 새로운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면 되지요 

    인생은 시도와 선택의 연속.  잘헤쳐나가 봅시다

  • 2022-08-23 15:33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망우산을 오르는 상쾌함이 잘 느껴지는 글이네요.

  • 2022-08-23 17:17

    나래님의 재치 넘치는 글솜씨에 여러 번 감탄했습니다. 우와~! 이런 표현을?! 하고 놀랬네요~! 저도 집 근처 산에 가고 싶어졌어요~^^ 산책이라고 시작해볼까요? 배울 점이 참 많은 나래님의 좋은 글 감사해요~!!

  • 2022-08-23 17:45

    같이 산책하는 상쾌한 느낌이었어요. 좋은 호흡으로 쓰여서 단숨에 물 흐르듯 읽었습니다. 고적하게 망우산을 산책하는 삶에 다다르기까지 나래님의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았어요. '좌충우돌하며 사건이 많아 역동적이고 재미도 쾌감도 있고 여한도 억울함도 없지만, 어느 분야 중급 이상의 실력은 쌓지 못했고 불안도 했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일을 찾는 방식에 이제 질리기도 지치기도 했다.'라고 그 시간들을 정리해버리는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문장의 절반 정도는 내 얘기 같기도 했습니다.
    지난한 시험관 시술과 매달 F를 받는 기분을 인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 아플 때도 있는데, 2세에 전념하지 않고 새로운 일상을 꾸려보려는 의지에서 역시 늘 봐왔던 나래다운 방향타 조정 능력에 안심합니다. 나래가 매우 좋은 둥지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래에게는 늘 어떠한 시기나 질투도 섞이지 않은 200% 순수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게 됩니다.

  • 2022-08-23 23:18

    초록이란 색도 나무마다 초록의 명암과 채도가 제각각이라고 했듯 너도 너만의 예쁜 색으로 삶을 물들여가고 있다고 생각해. 항상 너를 응원해. 그리고 지지해. 보고싶어. 화이팅!

  • 2022-08-23 23:42

    옆에서 얘기하는 듯한 매끄러운 글 잘 읽었어. 여전히 생기 넘치지만 더 여유가 생긴 모습이 보기 좋네.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어느 때건 찾아가면 너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마!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단짠단짠 글쓰기 클래스 시즌2는 '여행'이 주제였습니다. 시즌2을 마치며 쓴 에세이 가운데 두 편을 북앤톡에 올립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합니다.    나를 부르는 망우산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239쪽) 생기 있는 푸른 하늘과 군청색의 대지, 자연이 부여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선명한 농담을 발산하는 나뭇잎들. 숲에 있는 모든 나무들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존재가 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참으로 놀라웠다. 나는 열정적으로, 원기 왕성하게 신선한 대기와 광채에 들떠서 등산을 즐겼다.(387쪽)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까치, 2018년)에서 빌과 카츠는 처음 계획대로 애팔래치아 트레일 3520킬로미터 전부를 걷지는 못했지만 두 번에 걸쳐 시도했고 시도한 만큼 예상 밖의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 중 트래킹을 마친 후 빌과 카츠가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알고 누리게 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빌처럼 내게도 산에서 단순한 기쁨을 누리며 등산을 즐긴 적이 최근에 있었나? 떠올려보니 올 여름이 되어서는 더워서 없었고 장마가 시작되자 더욱 산에 갈 생각조차 안 했다. 더위와 비 때문이 아니어도 산 자체를 여유 있게 마음껏 즐겼던 기억이 없다.   왜 없을까? 나는 10년 전 2030산악회 막내 회원으로 활동하며 설악산, 지리산 종주도 가 보았고 혼자서 템플 스테이를 다니며 지방 곳곳 산행도 했고 고민이 있을 때에는 서울 불암산, 수락산도 종종 등산했는데 말이다. 함께 산행 했을 때에는 웃고 떠들고 나누다가 혼자서는 현실의 고민과 걱정이 가득차서 산 자체를 온전히 즐길 여유는...
*단짠단짠 글쓰기 클래스 시즌2는 '여행'이 주제였습니다. 시즌2을 마치며 쓴 에세이 가운데 두 편을 북앤톡에 올립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합니다.    나를 부르는 망우산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239쪽) 생기 있는 푸른 하늘과 군청색의 대지, 자연이 부여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선명한 농담을 발산하는 나뭇잎들. 숲에 있는 모든 나무들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존재가 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참으로 놀라웠다. 나는 열정적으로, 원기 왕성하게 신선한 대기와 광채에 들떠서 등산을 즐겼다.(387쪽)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까치, 2018년)에서 빌과 카츠는 처음 계획대로 애팔래치아 트레일 3520킬로미터 전부를 걷지는 못했지만 두 번에 걸쳐 시도했고 시도한 만큼 예상 밖의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 중 트래킹을 마친 후 빌과 카츠가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알고 누리게 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빌처럼 내게도 산에서 단순한 기쁨을 누리며 등산을 즐긴 적이 최근에 있었나? 떠올려보니 올 여름이 되어서는 더워서 없었고 장마가 시작되자 더욱 산에 갈 생각조차 안 했다. 더위와 비 때문이 아니어도 산 자체를 여유 있게 마음껏 즐겼던 기억이 없다.   왜 없을까? 나는 10년 전 2030산악회 막내 회원으로 활동하며 설악산, 지리산 종주도 가 보았고 혼자서 템플 스테이를 다니며 지방 곳곳 산행도 했고 고민이 있을 때에는 서울 불암산, 수락산도 종종 등산했는데 말이다. 함께 산행 했을 때에는 웃고 떠들고 나누다가 혼자서는 현실의 고민과 걱정이 가득차서 산 자체를 온전히 즐길 여유는...
나래
2022.08.22 | 조회 398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산지 20년이 넘었다. 타지에서 생활하면 자주 뵙기 힘든 부모님에 대한 ‘효’는 더욱 간절해진다. 나와 사정이 비슷한 남편은 혼자 계신 시어머니가 걱정되어 나에게도 안부 전화를 드리는지 자주 확인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일도 누가 시켜서 하려면 마음이 달아나는 법. 나는 미루다 미루다 마지못해 한 번씩 전화를 드리곤 한다. 아무래도 이건 ‘효’라고 말하기 좀 그렇다. 얼마 전 친정엄마의 칠순을 기념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왕이면 더 멋진 장소, 더 맛있는 음식, 기준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딜까 고민했고 그에 따라 여행 일정은 빡빡해졌다. 다행히 별다른 다툼 없이 여행을 잘 마쳤고 ‘고마운 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문득 그때 내가 ‘효’라고 믿고 행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효’를 말하다.   <논어>를 보면 여러 사람이 공자를 찾아와 효에 대해 묻는다. 당시에도 효를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공자의 대답은 명쾌하지 않다. 효는 구체적인 행위들로 드러나는 것이지, 하나의 본질로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자는 일정한 형식(禮)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격식에 맞는 행동이라도 마음이 빠져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공자는 효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한번은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물었다.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합니다.” 孟武伯問孝. 子曰: "父母唯其疾之憂." (위정 6)...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산지 20년이 넘었다. 타지에서 생활하면 자주 뵙기 힘든 부모님에 대한 ‘효’는 더욱 간절해진다. 나와 사정이 비슷한 남편은 혼자 계신 시어머니가 걱정되어 나에게도 안부 전화를 드리는지 자주 확인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일도 누가 시켜서 하려면 마음이 달아나는 법. 나는 미루다 미루다 마지못해 한 번씩 전화를 드리곤 한다. 아무래도 이건 ‘효’라고 말하기 좀 그렇다. 얼마 전 친정엄마의 칠순을 기념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왕이면 더 멋진 장소, 더 맛있는 음식, 기준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딜까 고민했고 그에 따라 여행 일정은 빡빡해졌다. 다행히 별다른 다툼 없이 여행을 잘 마쳤고 ‘고마운 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문득 그때 내가 ‘효’라고 믿고 행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효’를 말하다.   <논어>를 보면 여러 사람이 공자를 찾아와 효에 대해 묻는다. 당시에도 효를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공자의 대답은 명쾌하지 않다. 효는 구체적인 행위들로 드러나는 것이지, 하나의 본질로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자는 일정한 형식(禮)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격식에 맞는 행동이라도 마음이 빠져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공자는 효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한번은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물었다.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합니다.” 孟武伯問孝. 子曰: "父母唯其疾之憂." (위정 6)...
곰곰
2022.07.11 | 조회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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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근본에 힘을 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 효도와 우애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다.” (학이-2/낭송논어 p.35)   공자가 지향한 인간상은 ‘군자’다. 위 문장은 군자가 인(仁)을 실천하는 근본이 효도와 우애라고 말하고 있다. 가족 안에서 효와 우애로 다진 마음을 세상을 향해 꺼내어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서 ‘인’의 가능성은 숨 쉬고 있다. 뭐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군자가 아니라서 싱거울 정도지만 어쨌거나 ‘인’은 발아하지 못했을 뿐 내 주변 일상에 잠재해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는 것이 ‘인’한 것일까? 하지만 논어에서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것에 관련된 이야기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보편윤리라서 공자는 이야기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사랑’의 이름으로 자식을 망치거나, 혹은 서로 미워하는 부모 자식 관계를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금쪽같은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엄마란 가장 가까이에서 스치는 칼날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삼가함(愼)을 예(禮)로 삼아   공자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이름은 공리(孔鯉). 백어(伯魚)라고도 한다. 스무 살에 얻은 아들이었으니 나이로 치면 1기 제자와 2기 제자들 중간쯤 되는 연배다. 공자가 69세일 때 50세의 나이로 (안회보다 1년 먼저)아버지보다 먼저 죽었다. 계씨편에 진강(자금)과 백어의 대화가 나온다.   진강이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백어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일찍이 아버님께서 홀로 서 계실 때 제가 종종...
“군자는 근본에 힘을 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 효도와 우애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다.” (학이-2/낭송논어 p.35)   공자가 지향한 인간상은 ‘군자’다. 위 문장은 군자가 인(仁)을 실천하는 근본이 효도와 우애라고 말하고 있다. 가족 안에서 효와 우애로 다진 마음을 세상을 향해 꺼내어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서 ‘인’의 가능성은 숨 쉬고 있다. 뭐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군자가 아니라서 싱거울 정도지만 어쨌거나 ‘인’은 발아하지 못했을 뿐 내 주변 일상에 잠재해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는 것이 ‘인’한 것일까? 하지만 논어에서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것에 관련된 이야기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보편윤리라서 공자는 이야기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사랑’의 이름으로 자식을 망치거나, 혹은 서로 미워하는 부모 자식 관계를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금쪽같은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엄마란 가장 가까이에서 스치는 칼날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삼가함(愼)을 예(禮)로 삼아   공자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이름은 공리(孔鯉). 백어(伯魚)라고도 한다. 스무 살에 얻은 아들이었으니 나이로 치면 1기 제자와 2기 제자들 중간쯤 되는 연배다. 공자가 69세일 때 50세의 나이로 (안회보다 1년 먼저)아버지보다 먼저 죽었다. 계씨편에 진강(자금)과 백어의 대화가 나온다.   진강이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백어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일찍이 아버님께서 홀로 서 계실 때 제가 종종...
도라지
2022.07.11 | 조회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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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가 시골에서 보내준 것이라며 호랑이 콩을 나누어 주었다. 호랑이 콩은 알이 큼직한 게 특징인데, 크기가 작았다. 가뭄 때문이라고 했다. 가뭄에 산불까지, 올 봄도 참 힘겹게 지나갔다.   어차피, 파멸인데....   관심만 있었던 환경문제에 대해 이제 실천적 대응을 해보자며 삼년 전부터 ‘에코 000’ 운동을 호기롭게 시작하였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쓰레기 덜 만들고 자동차 덜 타고 전기 아껴 쓰고. 주로 덜 하고 덜 사고, 소박하게 먹고 살면 되는 것이어서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멋쩍은 것들 이었다. 운동이란 게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해야 힘이 나는 법이라 같이 하자고 여러 사람을 부추기기도 하였다. (작년에 나는 문탁 내 에코 챌린지 매니저였다.) https://moontaknet.com/?pageid=4&page_id=244&uid=36826&mod=list 그런데 공부를 통해 지구 생태계가 처한 실태를 알아갈수록 부정적 예측을 떨칠 수 없었다. 전 지구적으로 대변혁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부분적인 개개인들의 소소한 변화로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까.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설명은 더욱 암담했다. 지금의 늘어난 온실가스와 기온 상승은 2000년 이전 산업 활동의 결과이며, 현재의 결과물은 30년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각고의 노력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해도 몇 십 년 뒤 상태는 지금보다 끔찍할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각국은 이기주의에 빠져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행여나 부자나라가 감축할 탄소는 저개발국가가 떠안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바다를 떠다니는 그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또 어쩔 건가. 이건 도저히 해결 불가능. 임계점을 이미...
며칠 전 친구가 시골에서 보내준 것이라며 호랑이 콩을 나누어 주었다. 호랑이 콩은 알이 큼직한 게 특징인데, 크기가 작았다. 가뭄 때문이라고 했다. 가뭄에 산불까지, 올 봄도 참 힘겹게 지나갔다.   어차피, 파멸인데....   관심만 있었던 환경문제에 대해 이제 실천적 대응을 해보자며 삼년 전부터 ‘에코 000’ 운동을 호기롭게 시작하였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쓰레기 덜 만들고 자동차 덜 타고 전기 아껴 쓰고. 주로 덜 하고 덜 사고, 소박하게 먹고 살면 되는 것이어서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멋쩍은 것들 이었다. 운동이란 게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해야 힘이 나는 법이라 같이 하자고 여러 사람을 부추기기도 하였다. (작년에 나는 문탁 내 에코 챌린지 매니저였다.) https://moontaknet.com/?pageid=4&page_id=244&uid=36826&mod=list 그런데 공부를 통해 지구 생태계가 처한 실태를 알아갈수록 부정적 예측을 떨칠 수 없었다. 전 지구적으로 대변혁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부분적인 개개인들의 소소한 변화로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까.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설명은 더욱 암담했다. 지금의 늘어난 온실가스와 기온 상승은 2000년 이전 산업 활동의 결과이며, 현재의 결과물은 30년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각고의 노력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해도 몇 십 년 뒤 상태는 지금보다 끔찍할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각국은 이기주의에 빠져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행여나 부자나라가 감축할 탄소는 저개발국가가 떠안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바다를 떠다니는 그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또 어쩔 건가. 이건 도저히 해결 불가능. 임계점을 이미...
토토로
2022.07.11 | 조회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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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하면 유가 경전을, 공자를 떠올리고 또 인(仁), 예(禮),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때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 문장들, 그것도 단편적인 구절들의 집합. 거기다 위대하신 공자님 말씀들의 개념들을 파악하느라 내겐 여느 철학책 못지않게 어려웠다. 이번 ‘고전학교’에서 다시 만난 ‘논어’는 역사상 실존했던 공자와 그의 사상들을 파헤치기보다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논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행하기는 어렵구나.”(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나의 벗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인하지는 못하다.”(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위 두 문장은 모두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면 자장이라는 사람은 공자가 지향하는 인(仁)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친다. 자장은 공자 만년의 제자로 공자와 48세 차이가 난다. 공자가 54세가 되던 해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절에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 무렵 자하, 자유, 증자, 자장이 공자 학단의 제자가 되었다. 이들은 출신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위나라, 오나라, 노나라, 진나라), 나잇대는 비슷비슷하며 이 중 자장이 가장 어렸다.(자하보다 4살 연하) 왜 자장은 동문수학하는 문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얼마나 나쁜 일을 하였기에? 『논어』에는 이렇다 할 자장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지인 인을 거론하면서까지 교우를 비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 학단 내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지, 선배인 자공이 나서서 아예 대놓고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냐고 물어본다. 이에 공자는...
『논어』 하면 유가 경전을, 공자를 떠올리고 또 인(仁), 예(禮),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때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 문장들, 그것도 단편적인 구절들의 집합. 거기다 위대하신 공자님 말씀들의 개념들을 파악하느라 내겐 여느 철학책 못지않게 어려웠다. 이번 ‘고전학교’에서 다시 만난 ‘논어’는 역사상 실존했던 공자와 그의 사상들을 파헤치기보다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논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행하기는 어렵구나.”(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나의 벗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인하지는 못하다.”(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위 두 문장은 모두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면 자장이라는 사람은 공자가 지향하는 인(仁)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친다. 자장은 공자 만년의 제자로 공자와 48세 차이가 난다. 공자가 54세가 되던 해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절에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 무렵 자하, 자유, 증자, 자장이 공자 학단의 제자가 되었다. 이들은 출신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위나라, 오나라, 노나라, 진나라), 나잇대는 비슷비슷하며 이 중 자장이 가장 어렸다.(자하보다 4살 연하) 왜 자장은 동문수학하는 문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얼마나 나쁜 일을 하였기에? 『논어』에는 이렇다 할 자장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지인 인을 거론하면서까지 교우를 비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 학단 내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지, 선배인 자공이 나서서 아예 대놓고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냐고 물어본다. 이에 공자는...
마음
2022.07.11 | 조회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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