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읽기/논어1] 사람이 보이네

마음
2022-07-11 09:27
323

『논어』 하면 유가 경전을, 공자를 떠올리고 또 인(仁), 예(禮),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때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 문장들, 그것도 단편적인 구절들의 집합. 거기다 위대하신 공자님 말씀들의 개념들을 파악하느라 내겐 여느 철학책 못지않게 어려웠다. 이번 ‘고전학교’에서 다시 만난 ‘논어’는 역사상 실존했던 공자와 그의 사상들을 파헤치기보다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논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행하기는 어렵구나.”(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나의 벗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인하지는 못하다.”(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위 두 문장은 모두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면 자장이라는 사람은 공자가 지향하는 인(仁)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친다. 자장은 공자 만년의 제자로 공자와 48세 차이가 난다. 공자가 54세가 되던 해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절에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 무렵 자하, 자유, 증자, 자장이 공자 학단의 제자가 되었다. 이들은 출신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위나라, 오나라, 노나라, 진나라), 나잇대는 비슷비슷하며 이 중 자장이 가장 어렸다.(자하보다 4살 연하) 왜 자장은 동문수학하는 문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얼마나 나쁜 일을 하였기에? 『논어』에는 이렇다 할 자장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지인 인을 거론하면서까지 교우를 비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 학단 내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지, 선배인 자공이 나서서 아예 대놓고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냐고 물어본다. 이에 공자는 그들 각각이 가진 결이 다른 것이지 우열이나 순위를 따질 수 없다고 대답해준다. 그렇다면 그들의 결이 어떻게 다른지 한번 보자.

 

사람 사귀는 법에 대해서 자하는 “사귈 만한 사람과 사귀고, 사귀어서는 안 될 사람을 사귀지 말라”고 말하고, 자장은 자하의 말을 의식하며 “군자는 현명한 사람을 존중하고 많은 사람을 포용하며 유능한 사람을 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불쌍히 여긴다. 내가 크게 현명하면 어찌 남을 포용하지 못하겠는가? 내가 현명하지 못하면 남이 나를 거절할 텐데, 어찌 내가 남을 거절하겠는가?”라고 말한다.

자장의 말에서 자하는 소극적인 데 비해서 자장은 진취적이고 호방하게 느껴진다.

이상 네 구절을 살펴 미루어 짐작해보면 “당당하고”, “어려운 일을 잘하고”의 표현처럼 자장은 매사 자신감 넘치고 활발하며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을 것이다. 그러니 공자로부터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자장은 배우는 데도 열의가 있어서 공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공자는 친절하게 잘 답해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스승의 귀염도 받았으리라 추정된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뒷담화를 하거나, 호통친 사람도 있는데 자장은 공자에게 벼슬을 구하는 방법을 당돌하게 물은 유일한 제자이기도 하다. 공자의 가르침을 차곡차곡 새긴 자장은 말한다. “선비는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이득을 보면 의를 생각한다.” 특히 ‘의’를 강조한 자장은 위급한 것을 보면 생명을 바쳐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의협심이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스승 공자가 볼 때 먼저 떠난 자로가 생각나지 않았을까.

 

공자 사후 3년상을 치르고 난 뒤 공자 학단의 제자들은 여러 문파로 나뉘었다. 『한비자』의 〈현학편〉에 의하면, “유가에는 자장(子張) · 자사(子思) · 안씨(顔氏) · 맹씨(孟氏) · 칠조(漆雕) · 중량씨(仲良氏) · 손씨(孫氏) · 악정씨(樂正氏) 등의 8파(八派)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짐작해보면 막내이면서 맨 앞에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두각을 나타내는 자장을 문인들이 서로 견제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동문들의 평가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그렇다고 유독 자장만 견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자유와 자하도 서로 논쟁의 각을 세우는 장면이 있다. 자유가 자하의 제자들이 마당을 빗질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예절만 열심히 하는 걸 두고 그건 좀 사소한 일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자, 자하가 발끈하며 군자가 사람을 가르침에 순서가 있어서 먼저 작은 것과 가까운 것을 가르친 뒤에 큰 것과 먼 것을 가르치는 것이지 높고 원대한 것을 가지고만 억지로 말하지 않는다. 쇄소하고 응대하는 일로부터 나아가면 그 이치는 동일하다고 맞받아친다.

 

이들은 공자 학단 특성상 이들 또한 각자의 문인들을 두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논쟁은 단순히 개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자의 말을 둘러싸고 서로 해석이 다른 공동체들이 있었다고 봐야한다.

앞의 자하와 자장의 교우관에 있어서도, 자하의 교우관은 『논어』 <학이편>의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벗으로 사귀지 말아라’라는 것에 가깝고, 자장의 교우관은 『논어』 <학이편>의 ‘널리 여러 사람을 사랑하고,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라’라는 것에 가깝다.

<자장편> 자체가 이미 분파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제자들이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신분과 개성이 제각각인 공자의 제자들은 그 가르침을 각자의 삶 속에서 적용하거나 해석하면서 각자 나름대로 색깔을 만들어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논어』는 공자의 사상을 나타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의 사상과 그에 대한 제자들의 해석이 공존한다. 『논어』에 나오는 장면들은 여러 가지 상황과 맥락이 생략된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하나씩 추론해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공자의 제자들은 각자 공자의 말을 이해하고 해석하면서 서로 차이가 생겼을 테고 공자 학단 내에서 경쟁도 일어났을 법하다. 그리고 이들은 공자 사후 새로운 분파의 출발을 맞는다. 특히 공자 생애 후반부의 제자들이. 자하, 자유, 증자, 자장. 공자가 죽었을 때 이들의 나이는 29세에서 25세 사이들이었다. 한창 혈기왕성했을 이들은 서로가 공자의 가르침을 전수한다며 다양한 지역에서 경쟁과 질투 속에서 꿋꿋하게 후대에 유학을 알리고 전파하는 데에 혁혁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논어=공자였으며, 공자의 사상과 관련된 인, 예, 효, 충, 서...개념을 파악하는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공자의 초기 제자 자로, 안회, 자공 외에 등장인물에는 관심이 없었다.(사실 논어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 공자 학단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논어』를 읽으니,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삶이 서로 엮이면서 사람들이 보였다. 이번 ‘논어 읽기’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의 논어를 만날지 기대된다.

댓글 2
  • 2022-07-13 14:28

    논어에서 사람이 보이는 경지!!

    마음님의 고전공부가 무르익은듯요

    젊은 제자들 이야기도 흥미진진 재밌어요

  • 2022-07-15 07:40

    거의 십년? 만에 보는 마음의 에세이~~~ 그간 공자의 명성을 넘어  제자들의 분투에 가닿은 시선을 이어가기를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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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글쓰기 클래스 시즌2는 '여행'이 주제였습니다. 시즌2을 마치며 쓴 에세이 가운데 두 편을 북앤톡에 올립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합니다.    나를 부르는 망우산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239쪽) 생기 있는 푸른 하늘과 군청색의 대지, 자연이 부여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선명한 농담을 발산하는 나뭇잎들. 숲에 있는 모든 나무들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존재가 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참으로 놀라웠다. 나는 열정적으로, 원기 왕성하게 신선한 대기와 광채에 들떠서 등산을 즐겼다.(387쪽)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까치, 2018년)에서 빌과 카츠는 처음 계획대로 애팔래치아 트레일 3520킬로미터 전부를 걷지는 못했지만 두 번에 걸쳐 시도했고 시도한 만큼 예상 밖의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 중 트래킹을 마친 후 빌과 카츠가 ‘발을 옮겨 딛는 단순한 기쁨’을 알고 누리게 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빌처럼 내게도 산에서 단순한 기쁨을 누리며 등산을 즐긴 적이 최근에 있었나? 떠올려보니 올 여름이 되어서는 더워서 없었고 장마가 시작되자 더욱 산에 갈 생각조차 안 했다. 더위와 비 때문이 아니어도 산 자체를 여유 있게 마음껏 즐겼던 기억이 없다.   왜 없을까? 나는 10년 전 2030산악회 막내 회원으로 활동하며 설악산, 지리산 종주도 가 보았고 혼자서 템플 스테이를 다니며 지방 곳곳 산행도 했고 고민이 있을 때에는 서울 불암산, 수락산도 종종 등산했는데 말이다. 함께 산행 했을 때에는 웃고 떠들고 나누다가 혼자서는 현실의 고민과 걱정이 가득차서 산 자체를 온전히 즐길 여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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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2022.08.22 | 조회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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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산지 20년이 넘었다. 타지에서 생활하면 자주 뵙기 힘든 부모님에 대한 ‘효’는 더욱 간절해진다. 나와 사정이 비슷한 남편은 혼자 계신 시어머니가 걱정되어 나에게도 안부 전화를 드리는지 자주 확인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일도 누가 시켜서 하려면 마음이 달아나는 법. 나는 미루다 미루다 마지못해 한 번씩 전화를 드리곤 한다. 아무래도 이건 ‘효’라고 말하기 좀 그렇다. 얼마 전 친정엄마의 칠순을 기념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왕이면 더 멋진 장소, 더 맛있는 음식, 기준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딜까 고민했고 그에 따라 여행 일정은 빡빡해졌다. 다행히 별다른 다툼 없이 여행을 잘 마쳤고 ‘고마운 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문득 그때 내가 ‘효’라고 믿고 행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효’를 말하다.   <논어>를 보면 여러 사람이 공자를 찾아와 효에 대해 묻는다. 당시에도 효를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공자의 대답은 명쾌하지 않다. 효는 구체적인 행위들로 드러나는 것이지, 하나의 본질로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자는 일정한 형식(禮)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격식에 맞는 행동이라도 마음이 빠져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공자는 효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한번은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물었다.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합니다.” 孟武伯問孝. 子曰: "父母唯其疾之憂." (위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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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2022.07.11 | 조회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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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근본에 힘을 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 효도와 우애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다.” (학이-2/낭송논어 p.35)   공자가 지향한 인간상은 ‘군자’다. 위 문장은 군자가 인(仁)을 실천하는 근본이 효도와 우애라고 말하고 있다. 가족 안에서 효와 우애로 다진 마음을 세상을 향해 꺼내어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서 ‘인’의 가능성은 숨 쉬고 있다. 뭐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군자가 아니라서 싱거울 정도지만 어쨌거나 ‘인’은 발아하지 못했을 뿐 내 주변 일상에 잠재해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는 것이 ‘인’한 것일까? 하지만 논어에서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것에 관련된 이야기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보편윤리라서 공자는 이야기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사랑’의 이름으로 자식을 망치거나, 혹은 서로 미워하는 부모 자식 관계를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금쪽같은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엄마란 가장 가까이에서 스치는 칼날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삼가함(愼)을 예(禮)로 삼아   공자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이름은 공리(孔鯉). 백어(伯魚)라고도 한다. 스무 살에 얻은 아들이었으니 나이로 치면 1기 제자와 2기 제자들 중간쯤 되는 연배다. 공자가 69세일 때 50세의 나이로 (안회보다 1년 먼저)아버지보다 먼저 죽었다. 계씨편에 진강(자금)과 백어의 대화가 나온다.   진강이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백어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일찍이 아버님께서 홀로 서 계실 때 제가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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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2022.07.11 | 조회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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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가 시골에서 보내준 것이라며 호랑이 콩을 나누어 주었다. 호랑이 콩은 알이 큼직한 게 특징인데, 크기가 작았다. 가뭄 때문이라고 했다. 가뭄에 산불까지, 올 봄도 참 힘겹게 지나갔다.   어차피, 파멸인데....   관심만 있었던 환경문제에 대해 이제 실천적 대응을 해보자며 삼년 전부터 ‘에코 000’ 운동을 호기롭게 시작하였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쓰레기 덜 만들고 자동차 덜 타고 전기 아껴 쓰고. 주로 덜 하고 덜 사고, 소박하게 먹고 살면 되는 것이어서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멋쩍은 것들 이었다. 운동이란 게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해야 힘이 나는 법이라 같이 하자고 여러 사람을 부추기기도 하였다. (작년에 나는 문탁 내 에코 챌린지 매니저였다.) https://moontaknet.com/?pageid=4&page_id=244&uid=36826&mod=list 그런데 공부를 통해 지구 생태계가 처한 실태를 알아갈수록 부정적 예측을 떨칠 수 없었다. 전 지구적으로 대변혁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부분적인 개개인들의 소소한 변화로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까.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설명은 더욱 암담했다. 지금의 늘어난 온실가스와 기온 상승은 2000년 이전 산업 활동의 결과이며, 현재의 결과물은 30년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각고의 노력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해도 몇 십 년 뒤 상태는 지금보다 끔찍할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각국은 이기주의에 빠져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행여나 부자나라가 감축할 탄소는 저개발국가가 떠안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바다를 떠다니는 그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또 어쩔 건가. 이건 도저히 해결 불가능. 임계점을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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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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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하면 유가 경전을, 공자를 떠올리고 또 인(仁), 예(禮),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때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 문장들, 그것도 단편적인 구절들의 집합. 거기다 위대하신 공자님 말씀들의 개념들을 파악하느라 내겐 여느 철학책 못지않게 어려웠다. 이번 ‘고전학교’에서 다시 만난 ‘논어’는 역사상 실존했던 공자와 그의 사상들을 파헤치기보다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논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행하기는 어렵구나.”(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나의 벗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인하지는 못하다.”(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위 두 문장은 모두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면 자장이라는 사람은 공자가 지향하는 인(仁)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친다. 자장은 공자 만년의 제자로 공자와 48세 차이가 난다. 공자가 54세가 되던 해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절에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 무렵 자하, 자유, 증자, 자장이 공자 학단의 제자가 되었다. 이들은 출신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위나라, 오나라, 노나라, 진나라), 나잇대는 비슷비슷하며 이 중 자장이 가장 어렸다.(자하보다 4살 연하) 왜 자장은 동문수학하는 문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얼마나 나쁜 일을 하였기에? 『논어』에는 이렇다 할 자장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지인 인을 거론하면서까지 교우를 비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 학단 내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지, 선배인 자공이 나서서 아예 대놓고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냐고 물어본다. 이에 공자는...
『논어』 하면 유가 경전을, 공자를 떠올리고 또 인(仁), 예(禮),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때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 문장들, 그것도 단편적인 구절들의 집합. 거기다 위대하신 공자님 말씀들의 개념들을 파악하느라 내겐 여느 철학책 못지않게 어려웠다. 이번 ‘고전학교’에서 다시 만난 ‘논어’는 역사상 실존했던 공자와 그의 사상들을 파헤치기보다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논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행하기는 어렵구나.”(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나의 벗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인하지는 못하다.”(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위 두 문장은 모두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면 자장이라는 사람은 공자가 지향하는 인(仁)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친다. 자장은 공자 만년의 제자로 공자와 48세 차이가 난다. 공자가 54세가 되던 해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절에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 무렵 자하, 자유, 증자, 자장이 공자 학단의 제자가 되었다. 이들은 출신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위나라, 오나라, 노나라, 진나라), 나잇대는 비슷비슷하며 이 중 자장이 가장 어렸다.(자하보다 4살 연하) 왜 자장은 동문수학하는 문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얼마나 나쁜 일을 하였기에? 『논어』에는 이렇다 할 자장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지인 인을 거론하면서까지 교우를 비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 학단 내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지, 선배인 자공이 나서서 아예 대놓고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냐고 물어본다. 이에 공자는...
마음
2022.07.11 | 조회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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