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캠프5] 뉴욕의 소리들!

고은
2016-10-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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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정소개

 

 

 

 

 

안녕하세요. 문탁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은입니다. 지난 삼일간의 일정을 간략하게 소개할께요.

 

10/3 월 : 해완이 휴강이 나서 오전에 막스 세미나를 했습니다. 모두 함께 페루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센트럴파크에 피그닉을 갔습니다.

10/4 화 : 오전에 스페인어 수업을 받았습니다. 노래를 외우기로 했어요. 동은/합성/문탁썜은 멘하튼을 가로로 질러서 걸어다녔습니다. 시바난다 뉴욕 쎈터에서 열리는 Navaratri: Festival of the Divine Mother에도 참여헀다네요. 저는 해완의 친구를 인터뷰했어요. 지용은 보스턴에 다녀왔습니다.

10/5 수 : 지용은 여전히 보스턴에 있었고 해완은 학교에 갔어요. 고은/동은/합성/문탁쌤은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클로이스터 수도원에 갔다가 이반일리치 성당을 찾으려했으나... 주소를 잘못 찍는 바람에... 뒤늦게라도 찾아갔으나 문을 닫아버려서...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콜럼비아대학에도 다녀왔어요.

 

사진 몇 장을 올리는 것으로 일정소개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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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에서 싸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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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의 도토리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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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스터 산책길에서. 어린놈들의 어리광은 문탁썜도 재롱을 부리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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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은 맛있어 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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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많은 매니저님은 청초하신 사진으로)

 

 

 

 

2. 뉴욕의 소리들!

 

 

 

    저는 사진 찍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하지만 얼마전 몇 달 안쓴 핸드폰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새 핸드폰 그만 사라는 계시인가보다 싶어서 앞으로는 공기계로만 살아보자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DSLR은 무거워서 못들고 다니겠어요) 그래서 핸드폰으로 기록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야했어요. 타지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많기 때문에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화, 효과음, 안내음성과 같은 것들이 가진 본래 용도에 대한 구분이 저에겐 모조리 뭉개지는 것이지요. 그저 '어떠한' '소리'로만 들립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대신 제 귀에 들어오는 소리들을 녹음을 해보았어요. (오래된 핸드폰으로 별 다른 기구 없이 한 녹음이라 음질이 조금 구릴 수도 있습니다)

 

 



(1) 기괴한 뉴욕


 

 

    가장 먼저 저의 귀에 들어왔던 건 기괴한 소리들이었습니다. 아주아주 기괴했어요. 기괴한 소리로 가득찬 도시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어딜가도 요상한 소리가 넘쳐났으니까요! 개중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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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렌스 소리

 

 

    뉴욕에 와서 소리들을 담아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소리입니다. 해완의 방에 있으면 이 소리가 가끔씩 들립니다. 돼지 멱따는 소리처럼 "괘에에에에에 괘에에에엑"하고 달려가는 응급차소리입니다. 뉴욕의 구급차, 경찰차, 소방차.. 등등 처음엔 낮이고 밤이고 여기고 저기고 시도때도없이 들려서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심지어는 도서관에서도요!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다같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몇번이고 사이렌스소리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소리도 익숙해졌네요. 

 

 

- 새벽 다섯시, 정체불명의 소리

 

 

 

    (중간쯤부터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때때로 새벽에 일어나서 못다한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이날도 여느때와 같이 평범하게 공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잘 녹음되지는 않았지만 규칙적으로 이상한 소리가 거리에서 울려퍼졌습니다. 뉴욕에선 가끔 약에 취해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닫힌 지하철 앞에서 "Open doorrrrr!!!!"하고 절규하시는 아주머니처럼요. 아무래도 이 소리는 사람의 소리인 것 같은데 약에 취한 행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 경쾌한 뉴욕

 

 

 

    기괴한 소리들에 익숙해지자 다음으로 귀에 들어왔던 건 그와 정반대되는 소리들이었습니다. 주로 길거리나 공원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었지요. (따뜻한 햇볕,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을 연상하면서 들어주세요! 실제로 그럴 때마다 제 귀에 들어온 소리들이었으니까요.)

 

 

 

- 그리니치 빌리지의 놀이터

 


 

    처음으로 혼자 뉴욕을 돌아다니던 날이었습니다. 전에 좋았던 뉴욕의 서쪽, 허드슨강 근처를 걸어다니다가 풀밭에 벌러덩 누웠다가 했습니다. 햇볕이 아주아주 좋았어요. 낮시간에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아니면 뉴욕의 어린이집은 애들을 많이 밖에 풀어놔서 그런건지 어린이집 친구들이 줄지어 걸어다니거나 놀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참새같이 지저귀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여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노래 같았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차이나타운에서 재밌는 광경을 봤습니다. 차이나타운 어린이집들에서는 친구들을 하교시킬 떄가 되자 정문에 라인을 만들어놓고 그 앞에서 학부모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계단 위에 쪼르륵 줄을 서 있었구요. 팬싸인회가 열리는 것과 비슷한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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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즈 공원의 바비큐 파티

 


 

    뉴욕에서 또 신기했던 건 공원이 굉장히 많고 큰 공원에선 커뮤니티 모임이 많이 열린다는 것이였어요. 특히 퀸즈는 여러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그런지 각각의 커뮤니티들이 온갖 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축구, 야구처럼 운동모임은 물론 뷔페를 차려놓은 만찬회(?).. 등등. 이 소리는 노래를 틀어놓고 바베큐를 구워먹으며 놀고 있는 모임의 것입니다. 영화의 bgm 같아요!

 

 

 

 

(3) 리듬의 뉴욕!

 

 

 

    뉴욕에서 이런저런 소리들을 들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뉴욕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어디서나 사람들에게서 묻어나왔던 리듬이었습니다. 제가 춤추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디서나 어깨가 절로 들썩거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 흥넘치는 사람들

 

 

    뉴욕 몇몇 사람들은 정말 흥이 넘칩니다. 말할 때에도, 걸을 때에도 말입니다. 특히 친구들끼리 얘기하는 걸 들으면 말마다 리듬이 콕콕 박혀있어요. 한국에선 이해하지 못했는데 뉴욕에 오니 왜 힙합을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죠!! (부럽다!!) 그러니 흥얼거림 또한 장소를 가리지않습니다. 녹음이 잘되지는 않았지만, 첫번째는 지하철에서 열심히 랩하는 친구의 목소리이고 두번째는 화장실에서 열창하는 친구의 목소리입니다. 

 

 

- 퀸즈 야구장 아이스께기 장수

 


 

    (아이스께기 장수님이 장사에 성공하신 장면입니다. 호탕한 웃음소리도 감상해보세요!) 퀸즈에는 유명한 야구구단의 경기장이 있습니다. 퀸즈의 공원을 돌다가 경기장 근처에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때마침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이었나봅니다.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마구 내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길거리에서는 이런저런 음식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음식을 파는데 다들 엄청난 그르부로 리듬을 탄다는 거예요! 아이스께기 장수님은 아이스콘~ 아이스콘~, 프레첼 장수님은 프레쪨~ 프레쩰~하는데 그 소리들이 범상치않았습니다. 엄청 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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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rap구걸 

 

 

 

    뉴욕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구걸하는 일을 절대 비굴하게 여기지 않고, 또 불쌍함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픈 것, 힘든 것을 극대화해서 구걸합니다. 하지만 뉴욕의 구걸은 거의 행위예술과 같습니다. 이사람은 거의 랩으로 구걸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이외에도 옷을 그로테스크하게 찢어서(!) 구걸하는 사람, 이 세상은 fuck이라며 당당하게 돈을 좀 내놔보라는 사람, 현란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도네이션을 요구하는 사람! 여기엔 길거리, 특히 지하철에서 다양한 길거리 공연을 하는데 그 연장선이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다만 전문적인 연주를 하지 않을뿐이죠.

 

 

 

 

    뉴욕은 여전히 흥겹습니다! 더 많은 소리를 전달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댓글 2
  • 2016-10-06 22:29

    소리에 대한 글도 그리고 소리도 재미있네요.

    리듬의 뉴~욕^^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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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잘 지내다 오시기를..

  • 2016-10-06 23:44

    대표적인 힌두교 가을 축제 - Navaratri: Festival of the Divine Mother -가 뉴욕에서도 열린다는 소식을 입수,  시바난다 요가 뉴욕쎈터를 물어 물어 찾아갔는데...거기서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앉아서 졸며 깨며....힌두교 예배를 드리고 왔다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