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캠프 3] 뉴욕 혹은 뉴욕캠프의 특별함

광합성
2016-09-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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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여행자가 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이제 길거리의 다양한 사람들도, 복잡하다고하는 뉴욕 지하철도, 건물 곳곳에 마구 칠해놓은 그래피티들도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참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뉴욕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오~ 뉴욜크' 하고 부러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년간 딱히 여행 생각이 없었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문탁에서 '뉴~욕' 을 간다고 하니까

'어, 뉴욕?!' 하고 귀가 번쩍 뜨이더라고요. 뉴욕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요?

뉴욕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뉴욕 캠프에는 더더욱 특별한 게 있습니다.

뉴욕 캠프의 특별함, 무엇인지 궁금하신가요? ㅋㅋ

 
 
 

군대인가 여행인가?

뉴욕캠프는 일상이 너무 일상적이라 특별합니다.

정돈된 일상의 궁극인, 군대 생활에 버금갑니다.

 

- 무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납니다.

눈을 비비고 무거운 몸을 요가를 하고 특히 화요일 목요일은 고은과 근력운동을 합니다.

전 고은이의 근력운동을 한번 하고는 허벅이 아랫쪽 근육이 뭉쳐 며칠 고생했습니다.

명색이 요가 선생이라 크게 티도 못내고 그랬습니다.

- 8시 좀 넘어서부터, 식사당번은 아침준비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청소를 합니다.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밥'을 먹고 있어요. 그것도 아주 잘 차려서.

주에 두번 정도 장을 보는데 한번에 막 10만원씩 봅니다.

- 9시 쯤 아침 식사를 하고. 다같이 고은이의 논어(암)송을 함께 합니다. (아, 외우지는 않아요^^)

논어 한문장을 가지고 할 이야기들이 꽤 많더라구요. 그날 읽은 문장을 크크섬 벽 구석구석에 붙어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설겆이 하고, 도시락을 챙기고 각자 씻는 등,  나갈 채비를 하지요.

- 10시반-12시경 함께 함께 집을 나서서 오후시간 동안 그날의 여행지에 다녀옵니다.

소호, 첼시, 코로나파크, 공공도서관,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등등. 그 동안 부지런히 다녔는데 아직도 다닐 곳들이 많아요.

코딱지 만한 땅인데 맨하튼에 정말 뭐가 많습니다. 뉴욕 가을 캠프는 3주기간인데 일주일씩 다녀간 여름캠프팀은 정말 바빴을 것 같아요. 그렇게 종일 돌아다니면 빨리 집에, 크크섬에 가고 싶어집니다. 7호선이나 E라인에 몸을 싣고 퇴근하는 뉴요커와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 다녀와서 피곤한 몸을 잠시 누이고, 잠깐 에너지를 충전한 뒤에 일어나서 또 저녁을 차려 밥을 먹습니다.

- 9시나 10시쯤, 수다시간을 잠시 가진 뒤  다음 날 일정을 확인하고 각자 시간을 가집니다.

-11시부터는 취침모드, 피곤한 사람들은 일찍 자고 다른 이들은 각자 할일들을 더 하고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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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덜깬 몸을 이끌고 이런 저런 몸짓을 하는 이들과,

'제대한지 얼마 안됐는데 또 저런 걸, 이른 아침에 해야하는거야' 망연자실한 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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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아침밥, 뉴욕 베이글, 차이나타운에서 중식.

먹을 때 가장 표정이 생생. 세번째 사진의 동은이 표정이 특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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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샘이 '어엄~청나게' 중요한 문장이라고 한 구절. 도대체 논어에 안 중요한 문장도 있나유?

캠프 어디서나~~ 출입문, 냉장고문, 벽면 곳곳에 붙여진 논어 구절.

캠프 끝날 때쯤 되면 남아나는 벽이 있을랑가 모르겠어요.

 

 

이런 반듯한 일상 속에서 또 틈틈이 각자 일들을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맑스 세미나도 합니다.
문탁샘은 인터넷으로 한국과 통신할 일들을 하고, 맑스 책도 읽으시고  주자 책도 읽으십니다. 책을 엄청나게 많이 가져오셨어요.

아, 틈틈이 동은이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십니다. 동은이가 틈을 보일 때마다ㅋㅋ

동은은 캠프 여행 가이드로서 둘러 볼 곳을 체크하고(요걸로 틈틈이 잔소리를 듣기도 하고) 또 틈틈이 귀여운 것들, 재미있는 것들을 봅니다.  뉴욕에 와서 동은이 덕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점에서 동은이와 명식이가 좋은 콤비인듯.

고은은 틈틈이 곰댄스 글을 고쳐 쓰고, 논어를 읽습니다. 고은이는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막 새벽에 일어나서 논어를 혼자 읽고 있어요. 문탁의 장학생 고은~

저는 틈틈이 한국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틈틈이 쉽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저한테는 별로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해야할 일을 틈틈이 '말로만' 할 뿐입니다. '아 글 써야 되는데' 하고 ㅋㅋ 

이렇게가 대략의 뉴욕 캠프의 일상입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서의 일상보다 더 빡신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ㅋㅋ

해완의 친구로 뉴욕캠프에 합류하게 된 지용이는, 이제 막 군대 제대한 친구입니다. 제대한 지 두달 되었어요.

이런 뉴욕여행을 상상하고 한국에 온 게 아닐텐데, 그 친구는 다시 군대 생활을 하는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ㅋ . ㅋ

 

너무나 일상적인,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일상적인  일상.

이것이 뉴욕캠프의 특별함입니다.  

 

 

그럼, 여행은 뭐하러 갔냐?

아무래도 고정되 거주지가 있다는 것이 안정적인 일상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크크섬이라는 베이스캠프가 있고, 든든한 매니저 해완이 있기에,

함께 지내는 이들도 다 익숙한 친구들이고, 꼬박꼬박 쌀밥도 해먹고,

다른 여행자들보다 훨씬 여유롭고 풍족하게 뉴욕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상을 즐길거면 여행을 왜 왔을까요? ㅋㅋ

돈만 있으면 한국에서도 못할 것이 별로 없는데, 요즘은 서울도 메트로폴리스여서 없는 게 없잖아요.

왜들 그렇게 다 여행하기를 꿈꾸는 것일까요?  우리는 왜 뉴욕에 온 걸까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 '다 거기서거기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혹은 당연하게도, 도시가 가진 역사, 그곳에 모인 사람들, 이런 것들 때문에 생기는 각각의 특이성들이 존재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몸으로 만나는 게 자극이 되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뉴욕의 새로움, 저에게 뉴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 '혼종성'입니다.

앞서 포스팅에서 동은이도 말했고 뉴욕열전의 '이와사브로 고소'도 이야기했지만 엄청 다양해요!!!

지하철 한 칸을 딱 떼어서 민족 표본조사해보면 뉴욕만큼 다양한 곳은 없을 것 같아요.

앵글로 색슨, 인도인, 유대인, 아시아인, 특히 히스팩닉이 엄청 많아요.

또 제 지각 안에서 '히스패닉' 이라고 여기지는 사람들도 그 안에 엄청난 스펙트럼이 존재하더라고요.

다들 무척 다르게 생겼어요. 각각 다른 민족들이었겠지요.

뉴욕에서는 너나 할 것 업이 모두 이방인이고 모두 이민자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미합중국을 세운 앵글로 색슨부터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지요. 토박이는 없는 거지요.    

 

두번 째 인상적인 것은, 뉴욕의 건물들입니다.

맨하튼의 건물들이 고층 건물들이 많은데 엄청 고풍스러워요.

요층 철골과 유리로만 짓는 건물들처럼 차가운 느낌을 주는게 아니라 뭔가 멋지구리해요.

맨하튼 중심가는 고층빌딩들이 쭉쭉 올라섰는데 테헤란로를 지날 때와 참 다르더라고요.

세계대전 이전에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고 해요. 

크크섬도 pre-war house 로 백년도 더 된 건물이예요.

그런데 엘레베이터도 잘 돌아가고, 현관의 초인종도 잘 돌아가고, 배수 문제도 없는 것 같고...

창문이 한겹인 것 말고는 불편함이 없는 것 같아요. 집을 참 탄탄하게 잘 지었기 때문이겠죠.  

맨하튼 곳곳에 빼곡히 세워진 멋진 건축물들을 보면서,

아니 그런 건물들이 너무 멋지다고 여기는 스스로를 보면서,

''이런 서양적인 것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식민성인가?' '한국의 건축은 어떤 아름다움이 있나' '그런 건 어디에 남아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좀 씁쓰리했어요.

 

한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은 있지만 토속적인 것, 고유의 문화... 이런 것은 정말 빈약하구나.

정신은 무엇이고 문화는 무엇일까?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스스륵~~~

어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파괴된? 전멸된? 아즈텍과 잉카 문명의 잔해들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 씁쓰리~한 기분... 쩝

어쨌든 뉴욕의 건물들은 멋지고, 도시는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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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외에도

다양한 민족과 인종, 뉴욕의 건물들 외에도 지하철이 더렵다는 것,

홈리스들이 많고 다들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 건물 외벽 곳곳에 그래피티를 볼 수 있는 것,

센트럴 파크 뿐 아니라 맨하튼 곳곳에 공원들이 많은 것이 등등이 뉴욕에서 인상적인 것들이었어요.  

남들 눈에도 비슷하겠지만 제 눈에도 이런 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낯설게 보이고, 질문이 생기는 것

 

이미 그 곳에 살았던 이들에게는 익숙한 일이겠지만, 여행자들에게는 낯설고 새롭게 보여지는 것들.

그래서 왜 그런 걸까 생각하고, 물어보고, 이야기 나눠보게 되는 것,

약간의 긴장감, 낯설음, 그것 때문에 생기는 생기~ 요런 것 때문에 다들 여행을 꿈꾸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희도 낮시간 동안 열심히 이곳저곳을 쏘다닙니다.

 

하이라인 파크, 첼시, 브로드웨이 곳곳을 쏘다니며

사람도 보고, 간판도 보고, 건물도 보고, 냄새도 맡고 합니다.

번쩍번쩍 타임스퀘어에 가니 갑자기 막 기운이 업이 되었는데 금새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도시의 역동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 피곤하기도 한듯해요 ㅋㅋ

아, 타임스퀘어 앞에 나갔다가 우연히 무슨 미국대선 투표 캠페인 시위현장을 보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어요. 요건 사진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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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쏘다니며 보고 듣고(영어가 안되서 잘 들리진 않지만) 그러면서 이야기꺼리들이 생기고~

미국의 홈리스들은 왜 개를 데리고 다닐까?

수많은 벽면에 그래피티를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이유는 뭘까?

뉴욕시는 왜 지하철을 깨끗하게 유지하지 않는 거지? 미국 애들은 왜 뒷 사람에게 문을 잡아줄까? 등등... 

그렇게 여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어찌보면 공부하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 것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여행과 공부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시장이나 물건을 사고 파는 일,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해야하는 일, 돈이 돈을 버는 일 등등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석기시대 경제나 자본론을 읽으면 이런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여행 역시 다른 배치 속에 놓임으로써 현지에서 자연스럽게 '왜 그럴까' 질문이 생기고

그런 질문을 생각하며 원래 내 일상, 터전에서의 삶과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문탁샘은 역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분이신지라, 저는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인터넷을 뒤져서보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이런 것에서 단연 모범이셨어요. 인터넷이 되는 동은이에게 계속해서 '이건 뭔지 찾아봐라' '찾아봤냐?' 하셨어요. 타임스퀘어 선거캠페인 현장에서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도,,, 여행도 공부처럼,  발굴하듯이^^

 

여행은 어찌보면 수행하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눈 혹은 감각을 기리는 수행.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그때 그때 다른 내 몸에 대해 자각하는(알게 되는) 요가처럼.

그때그때 자각없이 행위만 반복하게 되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때그때 살펴보려고 하지 않고,

요가는 그냥 운동이고, 공부가 공부가 아니고, 수행은 일처럼 느껴지는 것처럼요. 

여행도 이제 새로운 거 다 봤으니 집으로 돌아가쟈~~ 하는 마음이 들거구요.

고은이가 매일 들려주는 논어 구절, 고전공부처럼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곱씹어보면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는 것처럼요.

 

 

 

가을뉴욕캠프의 공생? 천적? 관계 문탁샘과 동은이 

아~ 이렇게 쓰고 보니 글이 너무 재미가 없네요.

여행후기가 다 똑같다고 해서 정돈된 글을 쓰려다보니 또 여행후기만의 생생함과 날 것의 느낌이 없는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문탁의 독보적인 천적?공생?관계인 문탁샘과 동은의 투샷을 투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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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사이좋게 양치질도 같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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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벨을 못찾고 있던 문탁샘에게 동은이가 자세히~ 알려드리고 있는 중~

'아 여기있잖아요'하는 동은과 '초인종이 희안하다 얘~' 하는 문탁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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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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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호호 대화를 나누다가도 금새 천적 관계로 돌변 ㅋㅋ

하루에도 몇번씩 문탁샘의 회유와 압박이, 동은의 반항과 순응이 계속됩니다.

문탁에서도 다르지 않았지만 24시간 붙여서 합숙생활을 하면서 거의 엄마와 딸 같은 느낌.

 

요거 보는 게, 이번 여행의 쏠쏠한 관전 포인트~

비록 문탁샘 입에서 거친 말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지만

동은이의 '선생님말 안들을거예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전 아주 보기 좋은 것 같아요. ㅋㅋ 애정 넘치는 두 콤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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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주일이 지났고 이주일이 남았습니다.

벌써부터 일정들이 막 조정되고 그렇지만, 이것도 다 '적절함'을 찾아가는 뉴욕캠프의 움직임입니다 ㅋㅋ

 

남은 이주 동안 뉴욕이 얼마나 더 친근해지고 익숙해질지 한편으로 또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올지~ 

이번 여행이 '뉴욕뉴욕~' 노래만 들어도 아스라한 추억에 젖게 만들지 기대해봅니다.   

 

 

- 문탁 뉴욕원정대. 크크섬통신 끝 -  

댓글 3
  • 2016-09-30 22:02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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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01 00:45

    보너스 컷

     

    뉴욕전절 안에서 에어컨이 머리위로 쏟아진다구, 성냥팔이 소녀 코스프레한 채 졸고 있는 문탁쌤

     

    11.jpg

  • 2016-10-06 07:49

    뉴욕의 하루가 상상으로 그려지네요 ^^

    돋천동의 하루 +알파

    바쁘고 빡쎄고 ... 그래도 재밌고...

    어딘가 다른 곳에 있으면 그곳에만 집중하기가 좀 쉽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