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우승을 차지한 <전태일 힙합 음악제> (<아젠다> 16호/ 2021년09월 / 뭐든지리뷰)

관리자
2021-09-22 16:08
370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전태일 힙합 음악제>.

전태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힙합 음악제로,  재작년의 1회에서는 1차 온라인 예선 때 탈락했었다. 하지만 이소선 여사의 10주기를 추모하며 그분의 말씀 '살아서 싸워라, 하나가 되어라'를 주제로 한 올해에는 온라인, 실연심사, 본선을 뚫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집에 올 때마다 보이는 트로피 덕에 아주 헤벌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래퍼들의 현실

 

 

우승도 좋지만, 나에겐 여러 동료 래퍼들을 만났다는 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총 12명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본선 진출자들이니만큼 실력은 모두 출중했고 19세부터 3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으며 음악 스타일도 가지각색이었다. 모두 음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똑같았지만 말이다.

 

이건 아마추어 래퍼들이 처한 현실의 조건이다. 주 6일 알바를 뛰면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작업하거나, 쌀국수집 매니저로 있으면서 매일 9시에 퇴근하고 새벽까지 작업하는 일상. 아니면 빚을 져가며 앨범을 만들고 활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불안정한 직업이고 우리가 미디어로 접하는 ‘돈 많은 래퍼’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런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언젠간 뭐라도 되지 않겠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트렌디 래퍼’, ‘언더 래퍼’, 그리고 ‘아마추어 래퍼’

 

음악제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한 줄’을 쓰게 했는데 그 소개 문구에 ‘반년 뒤에 성공’이라고 적어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 포부만큼이나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탈색한 머리, 팔 쪽에 살짝 보이는 타투, 새하얀 재킷 위로 흔들거리는 화려한 목걸이……. 마치 이미 ‘성공한 래퍼’처럼 보였다. 그는 홍대 쪽에 살며 크루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해나가고 있었는데 주로 ‘오토튠’을 사용하는 ‘요즘 스타일’의 래퍼였다. 랩도 음계를 잘 사용하며 트렌디하게 뱉고, 그의 친구는 본선 무대에서도 ‘오토튠’을 사용하는 등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마치 홍대 소공연장이나 <쇼미더머니>에서 볼법한 스타일이었다.

 

반면 소개 문구를 ‘053’이라고 간결하게 쓴 분도 있었는데, 자신의 출신인 대구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래퍼였다. 그는 자기가 유일하게 나온 컴피티션(대회, 경연)이 <전태일 힙합 음악제>라고 말하며, <쇼미더머니>를 보이콧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랩이라든지, 화려한 기교와 퍼포먼스보다는 정말 ‘랩’으로만 승부하겠다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인 분이었다. 그 분은 또 대구의 많은 ‘언더 래퍼’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거나 회사 없이 스스로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등 이미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모습에 제일 가까웠지만, 벌이는 활동에 비해 수입이 거의 없으니 빚을 내가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래퍼는 ‘용산에 용 산다’라는 소개 문구로, ‘아재’스럽다며 놀림 받은 래퍼다.(사실 난 되게 재밌는 라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홍대에 몰려다니는 래퍼들과도 알고 지냈지만 트렌디한 스타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다른 동료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좀 더 솔직하고 담백한 가사들을 담은 앨범을 만들었다. 나이 서른 먹고도 알바를 하며 음악하고 있는 자신의 심정이라든지, 래퍼들이 비싼 차를 자랑할 때 친구들과 렌트카를 빌려 여행 가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이야기라든지, 친구들과 옥탑방에 모여 떠들고 고기를 구워먹는 이야기 등등……그러나 여전히 알바로 연명하는 삶이 쉽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같이 도와주고 힘내주는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이번 음악제에서도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KakaoTalk_20210919_151419091.jpg

 

이들을 포함해 경연에 결선에 올라온 열두 명 모두 각자의 자신만의 특성(차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어떤 래퍼로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분류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유행하는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트렌디 래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우직하게 힙합의 멋을 추구하고자 하는 ‘언더 래퍼’, 그리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며 한국 힙합 담론에도 낄 수 없는 ‘아마추어 래퍼’들이다. 이런 분류와 명칭을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구분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힙합의 이분법을 벗어나, 다양성의 힙합으로

 

이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힙합씬에 작용하는 일종의 권력구조나 분위기, 이데올로기 같은 게 분명히 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래퍼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특정한 방식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오글거린다고 말하는 래퍼가 힙합퍼에겐 멋있어 보이는, 힙합에서만 통하는 ‘멋’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래퍼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힙합’이라는 문화가 가진 특성을 통해, 이미 성공한 래퍼들의 선례를 통해, 그 ‘멋’을 재현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게 되고, 그게 곧 ‘원래의 자신’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반복되다 보면 특정한 ‘멋’만 힙합의 담론으로 이야기되고, 랩이나 힙합을 새롭게 해석한 무언가는 ‘힙합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면서 그 담론에조차 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한 긱스의 ‘Officially missing you’는 대중들의 입맛을 의식했다는 이유로 힙합 취급을 받지 못했고, 긱스의 래퍼 ‘릴보이’는 ‘언더 래퍼’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따돌림을 받았다. 그런 맥락에서 <전태일 힙합 음악제>는 ‘언더 래퍼’나 ‘아마추어 래퍼’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전태일’이라는 키워드가 갖고있는 어떤 진중함이나 가사의 메시지가 중요해 보이는 분위기는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나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었지, 결코 절대적인 실력에서 월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힙합씬에 깔려있는 권력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소수자들의 화합과 저항 의식으로부터 시작된 게 힙합이니만큼, 우리는 계속해서 ‘힙합이 아닌 것’이나 ‘아마추어’라고 퉁쳐오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그들도 떳떳하게 ‘힙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정된 ‘멋’이 아닌 각자들의 차이를 녹여낸 음악들을 만들고, 들어야 하며, 그들이 특정한 래퍼로 포섭되거나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아마추어’들끼리 뭉쳐야 할 것이고, 그들을 주목할 수 있는 미디어나 대회가 더 많이 열려야 할 것이다. 내가 받은 상금도, 열두 명의 래퍼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근근이 살아가는 만큼 상금 전부를 쏟을 순 없겠지만, 상금 일부가 마중물의 역할을 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IMG_9672.JPG

 

 

 
 
 
길드다의 리뷰 코멘트!
 
└ 김고은(고은) : 언더 래퍼였기 때문에 <전태일 힙합 음악제>에서 유리했다는 평가가 날카롭네요. 그런데 '언더 래퍼'라... 생중계를 보며 코코팰리 코인을 탑승하려던 길드다의 꿈은 저 멀리...(?)
 
└ 그냥명식(명식) : '살아서 싸워라, 하나가 되어라'의 ver. 코코펠리는 지금부터 시작! 
 
└ 석운동(지원) : 이게 힙합이다.
 
 
 
================================================
 
댓글 2
  • 2021-09-22 16:33

    힙합~!!!

  • 2021-09-23 14:08

    오~ 상금 일부를 마중물로..

    <증여론> 읽은 코코펠리!! 뭔가 달라도 다르군요.^^ 멋져요!! 👍

     

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봄날
2021.09.27 | 조회 688
영화대로 42길
  청·띠의 영화일기,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의 <역마차(1939)>     서부영화의 목적은 분명했다     서부영화는 영화 탄생 초기부터 만들어졌던 장르로써, 신대륙의 황야를 다양한 양상으로 포착하여 미국의 건국신화 이미지를 구축해내는 역할을 했다. 특히 193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는 서부영화의 황금기라고 불린다. 세계대공황의 여파와 함께 제 2차 세계대전이 막 시작될 무렵 아직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지 못했던 미국은 뒤늦게 전쟁에 참여했다. 화려하게 세계무대에 오르기 전에 국제적 위상과 관련해 내부 결속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부영화 속에서 주로 다루어진 역사 시기는 남북전쟁 이후부터 문명화되기 전까지였다. 왜냐하면 그 개척사야말로 신대륙이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며, 평등과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가 최초의 유성 서부영화, <역마차(1939)>를 발표하였다.   이후 세계무대에서 강대국이 된 미국의 힘은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더욱 확장되어간다. 헐리우드 영화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음이 적고 이동이 간편한 카메라가 이용되었다. 또 정교한 녹음기술은 스크린 위에 광대한 서부의 자연환경을 재현시켜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다. 서부영화에 대한 나의 기억은 1980년대 주말 TV프로그램인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다. 그 시기 ‘아메리칸 드림’이 열풍을 이루며 한국에도 상륙했고 성조기 티셔츠나...
  청·띠의 영화일기,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의 <역마차(1939)>     서부영화의 목적은 분명했다     서부영화는 영화 탄생 초기부터 만들어졌던 장르로써, 신대륙의 황야를 다양한 양상으로 포착하여 미국의 건국신화 이미지를 구축해내는 역할을 했다. 특히 193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는 서부영화의 황금기라고 불린다. 세계대공황의 여파와 함께 제 2차 세계대전이 막 시작될 무렵 아직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지 못했던 미국은 뒤늦게 전쟁에 참여했다. 화려하게 세계무대에 오르기 전에 국제적 위상과 관련해 내부 결속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부영화 속에서 주로 다루어진 역사 시기는 남북전쟁 이후부터 문명화되기 전까지였다. 왜냐하면 그 개척사야말로 신대륙이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며, 평등과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가 최초의 유성 서부영화, <역마차(1939)>를 발표하였다.   이후 세계무대에서 강대국이 된 미국의 힘은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더욱 확장되어간다. 헐리우드 영화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음이 적고 이동이 간편한 카메라가 이용되었다. 또 정교한 녹음기술은 스크린 위에 광대한 서부의 자연환경을 재현시켜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다. 서부영화에 대한 나의 기억은 1980년대 주말 TV프로그램인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다. 그 시기 ‘아메리칸 드림’이 열풍을 이루며 한국에도 상륙했고 성조기 티셔츠나...
띠우
2021.09.26 | 조회 570
논어 카메오 열전
관중은 인한 사람입니까   자로가 말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죽이자 소홀은 죽었고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인하지 못한 것이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환공이 제후를 규합하면서도 군사력으로 하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었다.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논어』「헌문」17   관중(管仲)은 제(齊)나라의 정치가로 이름은 이오(夷吾)이고 중(仲)은 자이다. 우리에게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려운 시절, 친구인 포숙아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던 관중은 후에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것은 포숙아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라는 말로 그와의 두터운 우정을 보여주었다. 포숙아는 제나라의 공자 규와 소백이 군주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규를 지지하던 관중과 달리 소백을 모시고 있었다. 후에 소백이 제 환공의 자리에 오르자 포숙아는 관중을 추천하여 그를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이에 관중은 제 환공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만들고, 제나라를 제후국 중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게 하였다. 제 환공은 관중을 높여 중부(仲父)라 불렀다고 한다.     공자는 칭찬에 인색하다. 『논어』에 누가 인(仁)하냐고 물으면 대체로 “인한지 모르겠다.(不知其仁也)”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로가 관중은 인하지 못한 사람이지 않느냐고 물을 때 공자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如其仁)”라고 대답한 것은 대단한 칭찬으로 볼 수 있다. 공자는 관중과 제 환공이 쇠약해진 주(周)나라를 대신해, 제후들을 규합하여 주 왕실을 받들게 하고, 북쪽의 융족이 침략했을 때 그를 막아냄으로써 중원의 문화를 지킨 것을 높게 평가했다. 춘추전국시대를...
관중은 인한 사람입니까   자로가 말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죽이자 소홀은 죽었고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인하지 못한 것이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환공이 제후를 규합하면서도 군사력으로 하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었다.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논어』「헌문」17   관중(管仲)은 제(齊)나라의 정치가로 이름은 이오(夷吾)이고 중(仲)은 자이다. 우리에게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려운 시절, 친구인 포숙아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던 관중은 후에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것은 포숙아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라는 말로 그와의 두터운 우정을 보여주었다. 포숙아는 제나라의 공자 규와 소백이 군주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규를 지지하던 관중과 달리 소백을 모시고 있었다. 후에 소백이 제 환공의 자리에 오르자 포숙아는 관중을 추천하여 그를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이에 관중은 제 환공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만들고, 제나라를 제후국 중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게 하였다. 제 환공은 관중을 높여 중부(仲父)라 불렀다고 한다.     공자는 칭찬에 인색하다. 『논어』에 누가 인(仁)하냐고 물으면 대체로 “인한지 모르겠다.(不知其仁也)”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로가 관중은 인하지 못한 사람이지 않느냐고 물을 때 공자가 “누가 그의 인만하겠는가(如其仁)”라고 대답한 것은 대단한 칭찬으로 볼 수 있다. 공자는 관중과 제 환공이 쇠약해진 주(周)나라를 대신해, 제후들을 규합하여 주 왕실을 받들게 하고, 북쪽의 융족이 침략했을 때 그를 막아냄으로써 중원의 문화를 지킨 것을 높게 평가했다. 춘추전국시대를...
진달래
2021.09.22 | 조회 371
지난 연재 읽기 길드다 아젠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전태일 힙합 음악제>. 전태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힙합 음악제로,  재작년의 1회에서는 1차 온라인 예선 때 탈락했었다. 하지만 이소선 여사의 10주기를 추모하며 그분의 말씀 '살아서 싸워라, 하나가 되어라'를 주제로 한 올해에는 온라인, 실연심사, 본선을 뚫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집에 올 때마다 보이는 트로피 덕에 아주 헤벌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래퍼들의 현실     우승도 좋지만, 나에겐 여러 동료 래퍼들을 만났다는 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총 12명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본선 진출자들이니만큼 실력은 모두 출중했고 19세부터 3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으며 음악 스타일도 가지각색이었다. 모두 음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똑같았지만 말이다.   이건 아마추어 래퍼들이 처한 현실의 조건이다. 주 6일 알바를 뛰면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작업하거나, 쌀국수집 매니저로 있으면서 매일 9시에 퇴근하고 새벽까지 작업하는 일상. 아니면 빚을 져가며 앨범을 만들고 활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불안정한 직업이고 우리가 미디어로 접하는 ‘돈 많은 래퍼’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런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언젠간 뭐라도 되지 않겠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트렌디 래퍼’, ‘언더 래퍼’, 그리고 ‘아마추어 래퍼’   음악제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한 줄’을 쓰게 했는데 그 소개 문구에 ‘반년 뒤에 성공’이라고 적어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 포부만큼이나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탈색한 머리, 팔 쪽에 살짝...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전태일 힙합 음악제>. 전태일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힙합 음악제로,  재작년의 1회에서는 1차 온라인 예선 때 탈락했었다. 하지만 이소선 여사의 10주기를 추모하며 그분의 말씀 '살아서 싸워라, 하나가 되어라'를 주제로 한 올해에는 온라인, 실연심사, 본선을 뚫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집에 올 때마다 보이는 트로피 덕에 아주 헤벌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래퍼들의 현실     우승도 좋지만, 나에겐 여러 동료 래퍼들을 만났다는 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총 12명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본선 진출자들이니만큼 실력은 모두 출중했고 19세부터 3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으며 음악 스타일도 가지각색이었다. 모두 음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똑같았지만 말이다.   이건 아마추어 래퍼들이 처한 현실의 조건이다. 주 6일 알바를 뛰면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작업하거나, 쌀국수집 매니저로 있으면서 매일 9시에 퇴근하고 새벽까지 작업하는 일상. 아니면 빚을 져가며 앨범을 만들고 활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불안정한 직업이고 우리가 미디어로 접하는 ‘돈 많은 래퍼’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런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언젠간 뭐라도 되지 않겠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트렌디 래퍼’, ‘언더 래퍼’, 그리고 ‘아마추어 래퍼’   음악제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한 줄’을 쓰게 했는데 그 소개 문구에 ‘반년 뒤에 성공’이라고 적어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 포부만큼이나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탈색한 머리, 팔 쪽에 살짝...
관리자
2021.09.22 | 조회 370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앗, 저....저... 저 춤! 저 춤 뭐야? 뭔데 저렇게 멋있어? 왁킹(Waacking)? 아, 팔을 저렇게 흔들어대면서 추는 걸 왁킹이라고 하는구나. 음, 나도 원숭이처럼 팔이 긴데, 나도 저거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혹시 알아? 고질적인 어깨통증이 해결될 수도 있잖아. 헐, 저건 비걸(B-girl)? 맞아, 비보이가 있는데 비걸이 왜 없겠어? 와우, 저 언니 뭐지? 모니카? 전형적인 쎈언니 캐릭터네…. 근데 나이도 꽤 들어 보이는데 춤을 겁나 잘 추네. 그리고 저 보이쉬하고 유쾌하고 재치 있는 저 친구는 뭐야? 아이키? 크루(crew)이름이 훅? 큭!! 핑크 가발 쓰고 포미닛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잘한다. 왜 이렇게 귀엽고 멋진 거야?.... 그렇다, 난 요즘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덕질 중이다             생각해보니 바람은 늘, 내 친구 요요 같은 영적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온갖 잡기(雜技)에 빠져 허우적대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이다. 무엇보다 영화! 몇 년 전,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를 보러 강남의 인디플러스까지 가는 나를 보고 요요는 “너도, 참, 병이다”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영화는 여전히 나의 최애 장르이다. 뿐만 아니다. 나는 ‘쇼미’를 본방사수하고, ‘슈퍼밴드’를 애정하며, ‘굿걸’을 사랑했다. 심지어 ‘굿걸’ 방영 때는 매주 문화평론가인 양,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과 소녀시대의 효연의 콜라보에 대해, 래퍼 퀸 와사비의 트월킹Twerking1)에 대해, 페미니즘 정치학 운운하며 매주 친구들에게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댔다.     ...
   앗, 저....저... 저 춤! 저 춤 뭐야? 뭔데 저렇게 멋있어? 왁킹(Waacking)? 아, 팔을 저렇게 흔들어대면서 추는 걸 왁킹이라고 하는구나. 음, 나도 원숭이처럼 팔이 긴데, 나도 저거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혹시 알아? 고질적인 어깨통증이 해결될 수도 있잖아. 헐, 저건 비걸(B-girl)? 맞아, 비보이가 있는데 비걸이 왜 없겠어? 와우, 저 언니 뭐지? 모니카? 전형적인 쎈언니 캐릭터네…. 근데 나이도 꽤 들어 보이는데 춤을 겁나 잘 추네. 그리고 저 보이쉬하고 유쾌하고 재치 있는 저 친구는 뭐야? 아이키? 크루(crew)이름이 훅? 큭!! 핑크 가발 쓰고 포미닛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잘한다. 왜 이렇게 귀엽고 멋진 거야?.... 그렇다, 난 요즘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덕질 중이다             생각해보니 바람은 늘, 내 친구 요요 같은 영적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온갖 잡기(雜技)에 빠져 허우적대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이다. 무엇보다 영화! 몇 년 전,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를 보러 강남의 인디플러스까지 가는 나를 보고 요요는 “너도, 참, 병이다”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영화는 여전히 나의 최애 장르이다. 뿐만 아니다. 나는 ‘쇼미’를 본방사수하고, ‘슈퍼밴드’를 애정하며, ‘굿걸’을 사랑했다. 심지어 ‘굿걸’ 방영 때는 매주 문화평론가인 양,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과 소녀시대의 효연의 콜라보에 대해, 래퍼 퀸 와사비의 트월킹Twerking1)에 대해, 페미니즘 정치학 운운하며 매주 친구들에게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댔다.     ...
문탁
2021.09.20 | 조회 24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