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주역이야기
  인생은 참아야 할 일투성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변화하려고 한다.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기도 하고, 새로 산 일기장에 정성들여 첫 줄을 쓴다. 작심삼일이 될 것이 뻔한 계획을 또 잡는다. 그런 새해의 다짐을 지키는 데는 크든 작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던가, 매일 운동을 한다던가,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 실행에는 또 크든 작든 ‘절제’가 요구된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금단증상처럼 견디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운동이나 공부도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억누르거나 견뎌내야 한다. 운동을 하려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공부도 가령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고, 견디고, 억눌러야 하는 일투성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에서 늘 절제심을 시험받는다. 주역에도 이런 ‘절제’에 관한 괘가 있다. 60번째 수택절(水澤節)괘는 괘 자체가 60이라는 한 주기를 매듭짓는 자리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인간사에서 중요한 절제를 다루는 괘이기도 하다. 절(節)은 수목의 마디, 뼈의 마디, 음절의 곡조, 사물의 한 단락, 규칙, 절제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절(節)이라는 글자에 대나무 죽(竹)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대나무가 마디 하나를 키우고 또 다른 마디 키우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자연 속의 생명들은 그런 방식으로 삶을 펼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절제이다. 마디를 매듭짓고 마디를 새로 시작할 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인생은 참아야 할 일투성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변화하려고 한다.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기도 하고, 새로 산 일기장에 정성들여 첫 줄을 쓴다. 작심삼일이 될 것이 뻔한 계획을 또 잡는다. 그런 새해의 다짐을 지키는 데는 크든 작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던가, 매일 운동을 한다던가,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 실행에는 또 크든 작든 ‘절제’가 요구된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금단증상처럼 견디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운동이나 공부도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억누르거나 견뎌내야 한다. 운동을 하려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공부도 가령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고, 견디고, 억눌러야 하는 일투성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에서 늘 절제심을 시험받는다. 주역에도 이런 ‘절제’에 관한 괘가 있다. 60번째 수택절(水澤節)괘는 괘 자체가 60이라는 한 주기를 매듭짓는 자리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인간사에서 중요한 절제를 다루는 괘이기도 하다. 절(節)은 수목의 마디, 뼈의 마디, 음절의 곡조, 사물의 한 단락, 규칙, 절제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절(節)이라는 글자에 대나무 죽(竹)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대나무가 마디 하나를 키우고 또 다른 마디 키우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자연 속의 생명들은 그런 방식으로 삶을 펼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절제이다. 마디를 매듭짓고 마디를 새로 시작할 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봄날
2022.01.26 | 조회 661
봄날의 주역이야기
대장동 부동산개발비리사건으로 주역이 “떴다”. 의혹의 핵심에 있는 화천대유(火天大有)라는 자산관리회사의 이름 때문이다. 주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화천대유가 주역의 괘이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천대유는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았다는 대장동 금싸라기땅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리고 수백억원의 막대한 배당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회사 이름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은, 화천대유괘가 주역 64괘 중에서도 아주 좋은 괘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허물이 없다, 길하다, 이롭지 않음이 없다 주역 64괘 중 14번째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속에서도 대표적인 ‘부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괘(離卦☲)가 위에 있고, 아래에는 하늘(天)을 의미하는 건괘(乾卦☰)가 놓여있다. 하늘 위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 하늘 위에 있는 불은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자연의 온갖 생산물들이 결실을 맺게 한다. 이른 바 ‘등따시고 배부른 때’가 바로 화천대유의 시기이다. 그래서 대유(大有)라는 괘이름이 붙었다. ‘크게 있음’ 혹은 ‘크게 소유함’ 정도로 해석되는 화천대유괘는, 그래서 괘사도 토를 달지 않고 ‘크고 형통하다(元亨)’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효사들도 ‘허물이 없다’거나 ‘길하다’거나 ‘이롭지 않음이 없다’로 끝난다. 큰 경계의 목소리도 없고 헤쳐나가야 할 어려운 미션도 없다.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런 것 아닐까.   초구는 해를 끼치지 않으니 신중하면 허물이 없다. 구이는 큰 수레로 실으니, 싣고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허물이 없다. 구삼은 공(公)이 천자에 제사지내듯 하니, 소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사는 지나치게 성대함을 쫒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 육오는 진실한...
대장동 부동산개발비리사건으로 주역이 “떴다”. 의혹의 핵심에 있는 화천대유(火天大有)라는 자산관리회사의 이름 때문이다. 주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화천대유가 주역의 괘이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천대유는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았다는 대장동 금싸라기땅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리고 수백억원의 막대한 배당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회사 이름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은, 화천대유괘가 주역 64괘 중에서도 아주 좋은 괘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허물이 없다, 길하다, 이롭지 않음이 없다 주역 64괘 중 14번째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속에서도 대표적인 ‘부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괘(離卦☲)가 위에 있고, 아래에는 하늘(天)을 의미하는 건괘(乾卦☰)가 놓여있다. 하늘 위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 하늘 위에 있는 불은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자연의 온갖 생산물들이 결실을 맺게 한다. 이른 바 ‘등따시고 배부른 때’가 바로 화천대유의 시기이다. 그래서 대유(大有)라는 괘이름이 붙었다. ‘크게 있음’ 혹은 ‘크게 소유함’ 정도로 해석되는 화천대유괘는, 그래서 괘사도 토를 달지 않고 ‘크고 형통하다(元亨)’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효사들도 ‘허물이 없다’거나 ‘길하다’거나 ‘이롭지 않음이 없다’로 끝난다. 큰 경계의 목소리도 없고 헤쳐나가야 할 어려운 미션도 없다.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런 것 아닐까.   초구는 해를 끼치지 않으니 신중하면 허물이 없다. 구이는 큰 수레로 실으니, 싣고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허물이 없다. 구삼은 공(公)이 천자에 제사지내듯 하니, 소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사는 지나치게 성대함을 쫒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 육오는 진실한...
봄날
2021.12.13 | 조회 496
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봄날
2021.09.27 | 조회 683
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봄날
2021.07.26 | 조회 47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