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주역이야기 2회] 양생의 방법, 호시탐탐(虎視眈眈)

봄날
2021-09-27 02:33
685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응원은 사라졌다. 어쨌건 그 난리 속에서도 ‘양궁DNA’를 타고 났다는 우리의 양궁선수들은 금밭을 일구었다. 나는 스포츠 경기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양궁이나 사격같은, 정적인 경기는 더욱 재미없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우연히 양궁경기를 보게 됐는데, 한발 한발 신중하게 활을 쏘는 과정의 긴장감이 의외로 흥미로웠다. 정해진 화살을 다 쏘고 동점을 이룬 사수들은 이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내려 하고 있었다. 도쿄의 바람은 활은 물론이고 사수의 몸을 휘청거리게 만들만큼 거칠었다. 그것을 이겨내면서 오직 과녁을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 그들의 눈빛은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한 남자양궁선수는 사대(射臺)에 들어서면 맥박수가 뚝 떨어진단다. 살기 위해서는 꼭 뛰어야 하는 맥박이기는 하나, 깃털처럼 미세한 떨림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는 세밀한 과녁 겨냥에는 맥박도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맥박수를 줄이면서까지 집중해서 얻으려는 것은 ‘텐(10)’이라는 점수이다. 그런데 텐(10)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텐은 아니다. 양궁 과녁의 10점을 표시하는 원 안에는 또 하나의 작은 원이 있다. 그 작은 원안에 화살이 꽂히면 ‘엑스텐(X10)’이라고 한다. 엑스텐과 텐의 점수 차이는 없다. 하지만 엑스텐은 텐이라는 점수에 궁사의 실력에 대한 일종의 권위가 더해진다. 나에게는 이 엑스텐을 기대하며 과녁을 노려보는 궁사의 눈빛과, 산뢰이괘(山雷頤卦)의 육사효(六四爻)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눈빛이 오버랩되었다. 산뢰이괘의 육사효는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이다.우리가 자주 듣는 ‘호시탐탐’이라는 말이 바로 주역에서 유래된 것이다.

 

‘호시탐탐’이라는 말은 흔히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오늘날에는 이처럼 원래의 의미가 퇴색해서 다른 뜻으로, 혹은 정반대의 의미로 쓰이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말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가 드러날까 봐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경(詩經)에 나오는 이 말은 폭정 속에서도, 현자들이 다가올 위험에 대해 신중하게 자신을 다스리는, ‘좋은 의미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시탐탐의 본래 뜻은 무엇일까?

 

양생의 도, 산뢰이괘

 

이괘(頤卦)의 이(頤)라는 글자는 턱을 상징하고, 기른다(養)는 의미도 가진다. 여기서 기른다는 것은 양적 성장보다 ‘생명을 보존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괘는 위 아래의 강건한 양효를 턱에, 가운데 네 개의 음효를 음식물이나 말(言)을 형상화한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입을 통해 영양을 섭취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입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 영양이면 살지만, 독이 들어가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그리고 생명체마다 ‘기름’에 득이 되는 것과 독이 되는 것이 각각 다르다. 그러니 무엇이 영양이 되고 독이 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늘 바르게 영양을 취하라는 것이 이괘의 괘사에 나오는 ‘정길(貞吉)’의 의미이다. 또한 이괘의 ‘기름(養)’은 남을 기르는 일과 더불어 나 스스로를 기르는 일을 함께 말한다. 남을 기르는 일과 나를 기르는 일은 원래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내가 먹는 음식, 내가 한 말, 나의 지혜가 나에게는 영양이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지 않는지 총체적으로 살피는 것. 그렇게 총체적인 삶의 방식, 양생(養生)의 도를 안내하는 것이 이괘이다.

 

주역의 효들은 상괘와 하괘의 효끼리 대응하는 관계가 있는데, 초효와 4효, 2효와 5효, 3효와 상효가 각각 짝지워져서 서로 이끌리는 것으로 풀이한다. 가령 이괘에서 초구와 육사는 정응(正應)관계라고 해서 양-음으로 만나면 같은 성질(양-양 혹은 음-음)끼리 만나는 것보다 바람직한 관계로 푼다.

 

그러나 괘에 따라서 정응관계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령 이괘의 초구는 자신이 양생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는데도(주역에서 양효는 강건한 힘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자신과 이해관계에 있는 윗사람(육사)을 부러워하며 턱을 벌리고만 있다. 초구의 효사에 나타나는 신령스런 거북(靈龜)은 초구가 원래 장착하고 있는 능력이다. 거북은 오래 전부터 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초구 스스로 양생을 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힘을 가진 것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바깥의 유혹에 이끌린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초구가 자신의 힘을 기를 생각을 하지 않고 의타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점에서 정응관계가 오히려 부정적이다. 뜻을 세우고 굳세게 밀어붙일 수 있는 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시적인 다이어트 식품에 한눈을 팔거나, 근육질 트레이너에 자신을 투영해버리는 것이 초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이(顚頤), 거꾸로 기른다는 것은

 

그렇다면 초구와 호응하는 짝인 육사는 어떠한가. 음의 성질을 가진 육사는 전이(顚頤), 즉 거꾸로 기르는 덕을 발휘한다고 한다. 거꾸로 기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때 나오는 것이 ‘호시탐탐’이다.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사냥을 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낮추는 모양을 가리킨다. 먹잇감을 잡기 위해서 호랑이는 그런 자세로 상대를 집요하게 노려본다. 그러니까 전이는 호랑이가 자신이 잡을 상대를 노려보는 것처럼, 기르는 상대를 잘 살피기 위해 몸을 낮춰 관찰하는 것이다. 상괘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낮추고 충분히 하괘의 아랫사람을 살피는 것. 양생으로 이끌되 자신이 기획한 양생의 깃발을 들고 초구를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초구의 상황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의 역량에 맞게 양생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바로 전이이다. 전이(顚頤)는 육이효에도 등장하는데(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 육사효의 전이가 길(吉)한 반면, 육이의 전이는 흉하다. 육사가 아랫사람을 잘 살펴서 그를 양생으로 이끄는 전이를 수행한다면, 육이는 그저 초구가 가진 것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이 윗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초구에게 이끌려 가기 때문이다. 이때의 전이는 기르고 기름을 받는 관계가 역전된 것이므로 흉하다.

 

일상의 단단함과 호시탐탐이 만나다

 

처음에 내가 호시탐탐하는 호랑이와 과녁을 노려보는 궁사의 눈빛에 경외감을 느낀 것은, 목표를 향한 백 퍼센트의 집중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봤을 때 ‘나는 한 번이라도 저렇게 목표에 집중한 적이 있었던가?’하는 자괴심이 나를 덮쳤던 것이다. 나를 기르는 것도 대충, 자식들을 기르는 것도 대충이었던 삶을 정면으로 보면서 나는 이괘의 초구처럼 그저 부러워만 하고 턱을 늘어뜨렸던 것만 같아서 ‘그래, 나도 한번 호시탐탐해보자’는 당치도 않은 의욕을 다졌었다.

 

하지만 나는 육사효를 곰곰이 따져 보면서 호시탐탐은 ‘기욕축축(其欲逐逐)’과 함께 함으로써 가능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욕축축은 하고자 하는 바를 계속해서 쌓아간다는 의미이다. 양궁선수들은 엑스텐을 쏘기 위해 평소 하루에 천 개의 화살을 쏜다고 한다. 처음부터 ‘쏘기만 하면 엑스텐’을 만든 건 아니었을 것이다. 경기에서 엑스텐을 쏘는 궁사의 적중력은 천 개의 화살을 쏜 하루하루가 쌓여 얻어진 결과이다. 그러니 내가 우선 감탄하고 따를 것은 과녁을 노려보는 양궁선수의 호시탐탐이 아니라, 천 개의 화살을 쏘는 그의 일상의 노력, ‘기욕축축’이어야 하지 않을까.

 

혼자 하는 양생은 없다

 

주역의 괘 중에 ‘기름(養)’을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괘로 몽괘(蒙卦)가 있다. 몽괘는 어린아이를 키우듯 미숙한 것을 깨우쳐서 완성해가는 기름을 말해주는 괘이다. 그래서 기르는 주체와 길러지는 주체가 뚜렷하다. 하지만 이괘의 기름은 분명한 역할 구분도, 기르는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아 애매하고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이괘의 기름, 양생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양생이라는 말 속에는 개인 차원에서의 ‘생명 보전’외에, 복잡다단한 인간관계 전체를 다루어 ‘좋은 삶’으로 이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양생이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다면 그 방법은 피해야 한다. 아니, 애초부터 자신과 이웃이 함께 잘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양생인 것이다. 그래서 산뢰이괘의 하괘의 효사에 흉(凶)이, 상괘의 효사에 길(吉)이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하괘의 세 효는 자신의 양생을 꾀하는 데 급급한 반면, 상괘의 세 효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양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양생의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호시탐탐이다. 호랑이가 몸을 낮추고 먹이의 움직임을 관찰하듯이, 이웃 사람의 상황과 역량을 살피고 또 살피는 것. 양생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양생은 양생이 아니다.

 

댓글 7
  • 2021-09-27 10:57

    호시탐탐 양생의 도를 익혀가겠습니다. 주역 멋진 책이네요~

  • 2021-09-27 22:25

    내가 먹는 음식, 내가 한 말, 나의 지혜가 나에게는 영양이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지 않는지 총체적으로 살피는 것. 그렇게 총체적인 삶의 방식, 양생(養生)의 도를 안내하는 것이 이괘이다.

    :이웃의 상황을 살피는 호시탐탐 못지않게 '나'를 호시탐탐 살피기 위한 음식, 말, 지혜의 살핌도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읽히네요^^ 그렇게 총체적인 삶에 대한 감각을 위한 호시탐탐^^ 좋네요~

  • 2021-09-28 09:01

    <니까야>에 도를 닦는 출가자가 가져야 하는 일곱 가지 인식 중에 '음식에 혐오하는 인식'이 있더라고요

    맛에 대한 갈애로부터 마음이 물러서고 움츠리고 외면하고 그곳으로 손을 뻗치지 아니하여 그것에 대한 평온이나 혹은 혐오감이 확고해진다... 

    음식은 나누면 된다고 생각한 나에게 다시한번 잘 생각해보라는 과제가 되었는데 여기 양생을 말하는 산뢰이괘도 어쩌면 맥락이 닿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봄날샘의 주역이야기 갈수록 기대되는데요?^^

  • 2021-09-28 10:57

    ‘호시탐탐’의 진짜 의미를 알아 가네요~  ‘기욕축축’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양생의 도는 늘 ‘함께’ 가능하고 꾸준하고 낮은 자세여야 가능하다!

    ‘환대’의 의미도 이럴 듯합니다~~~

    주역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네요!!!

  • 2021-09-28 11:44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주역인데 이렇게 한번씩 글로 만나니 좋네요. 호시탐탐 노려보지 않고 잘 살펴볼게요~

  • 2021-09-29 22:14

    젊은시절 내욕심만 차리고 살았던 것이 흉하긴 하지만 이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에 위로가 되기도 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2021-10-08 03:42

    우와~ 멋지십니다!!! 

    기욕축축!! 

    이웃을 살피는 양생!! 

봄날의 주역이야기
  인생은 참아야 할 일투성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변화하려고 한다.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기도 하고, 새로 산 일기장에 정성들여 첫 줄을 쓴다. 작심삼일이 될 것이 뻔한 계획을 또 잡는다. 그런 새해의 다짐을 지키는 데는 크든 작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던가, 매일 운동을 한다던가,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 실행에는 또 크든 작든 ‘절제’가 요구된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금단증상처럼 견디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운동이나 공부도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억누르거나 견뎌내야 한다. 운동을 하려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공부도 가령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고, 견디고, 억눌러야 하는 일투성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에서 늘 절제심을 시험받는다. 주역에도 이런 ‘절제’에 관한 괘가 있다. 60번째 수택절(水澤節)괘는 괘 자체가 60이라는 한 주기를 매듭짓는 자리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인간사에서 중요한 절제를 다루는 괘이기도 하다. 절(節)은 수목의 마디, 뼈의 마디, 음절의 곡조, 사물의 한 단락, 규칙, 절제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절(節)이라는 글자에 대나무 죽(竹)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대나무가 마디 하나를 키우고 또 다른 마디 키우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자연 속의 생명들은 그런 방식으로 삶을 펼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절제이다. 마디를 매듭짓고 마디를 새로 시작할 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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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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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주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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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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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봄날
2021.09.27 | 조회 685
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봄날
2021.07.26 | 조회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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