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주역이야기 4회] 달콤한 절제의 맛, 감절(甘節)

봄날
2022-01-26 02:20
663

 

인생은 참아야 할 일투성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변화하려고 한다.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기도 하고, 새로 산 일기장에 정성들여 첫 줄을 쓴다. 작심삼일이 될 것이 뻔한 계획을 또 잡는다. 그런 새해의 다짐을 지키는 데는 크든 작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던가, 매일 운동을 한다던가,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 실행에는 또 크든 작든 ‘절제’가 요구된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금단증상처럼 견디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운동이나 공부도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억누르거나 견뎌내야 한다. 운동을 하려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공부도 가령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고, 견디고, 억눌러야 하는 일투성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에서 늘 절제심을 시험받는다. 주역에도 이런 ‘절제’에 관한 괘가 있다. 60번째 수택절(水澤節)괘는 괘 자체가 60이라는 한 주기를 매듭짓는 자리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인간사에서 중요한 절제를 다루는 괘이기도 하다. 절(節)은 수목의 마디, 뼈의 마디, 음절의 곡조, 사물의 한 단락, 규칙, 절제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절(節)이라는 글자에 대나무 죽(竹)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대나무가 마디 하나를 키우고 또 다른 마디 키우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자연 속의 생명들은 그런 방식으로 삶을 펼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절제이다. 마디를 매듭짓고 마디를 새로 시작할 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어려움을 견디고 넘어서는 것, 수택절괘는 절제에 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흐르는 물과 고인 물, 그 경계에서

수택절괘는 위는 물(水), 아래는 연못(澤)의 형상을 하고 있다. 연못에 물이 고여있는 모습이다. 주역에서는 불은 밝음, 지혜, 양의 상징이고, 물은 고난, 어두움, 음의 상징이다. 그래서 물의 형상이 들어있는 괘는 안좋은 괘라고 푼다. 하지만 수택절괘는 의외로 좋다. 단, 하나의 조건을 달고 있기는 하다. 그 단서는 바로 ‘절제’이다.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 방법은 물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다. 상괘의 물은 흐르는 물이고, 하괘의 물은 연못에 고인 물이다. 물은 연못을 꽉 채우면 흘러 넘친다. 그 흘러넘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일시적으로 흐름에 저항할 수는 있지만 결국 물은 넘치고 만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계속해서 더욱 극단적인 방법으로 물을 막아보는 것과 넘치기 전에 미리 물꼬를 터서 그 흐름을 관리하는 것. 후자의 경우 요구되는 것은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의 경계에서 예민하게 그것을 컨트롤하는 능력, 혹은 감각일 것이다. 이때의 절제는 무조건 찍어누르고 견디는 것이 아니다. 멈춰야 할 때는 멈추고, 흘려보내야 할 때는 흘려보내는 것이 더 높은 차원의 절제이다.

수택절괘의 괘사는 ‘절 형 고절 불가정(節 亨 苦節 不可貞)’이다. “절괘는 형통하나, 괴로운 절제는 바르지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절(苦節)이라는 말은, 괴로운 절제, 억지로 참는다는 뜻이다. 절제란 스스로에게 가하는 강제인데, 그렇게 강제로 하는 절제는 바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때의 정(貞)은 ‘바르다’의 뜻이지만, ‘오래가다’의 뜻을 함께 가진다. 즉, 억지로 괴로움을 견디는 방식의 절제는 오래 갈 수 없고 이는 바른 절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절괘의 형통함을 제대로 쓰려면 고절(苦節)해서는 안된다. 상전에는 ‘천지에 절(節)이 있어 사시(四時)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한 계절이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계절로 넘어간다. 사계절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처럼, 하나의 마디가 꽉 차면 다음으로 넘어가면서 순환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절제는 안간힘을 써가며 버티거나, 과정을 무시하고 스킵해버리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고인 물과 흐르는 물의 비유에서, 첫 번째 방법처럼 물을 가두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고절이다.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인 미생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때마침 큰 비가 내렸고 다리 밑은 순식간에 개울물이 넘쳤다. 그러나 미생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계속 기다리다가 홍수에 떠내려가 죽고 말았다.”

 

<사기> <장자> <전국책> 등 여러 고전에 등장하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에피소드이다. 상전에 ‘절은 통함과 막힘을 아는 것(知通塞)’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천이 불러낸 이 미생의 일화는 통함과 막힘을 아는 것이 무엇인지를 대변한다. 다리 밑이라는 장소를 고집함으로써 미생은 약속도 지키지 못했을뿐더러 자신의 생명도 지키지 못했으니, 통함과 막힘을 제대로 알지 못한 소치이다.

 

흔히 절제라고 하면 물질에 관한 욕망을 누르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곧 괴로움 혹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속담에 ‘말 타면 종 부리고 싶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소비는 또 다른 소비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그 욕망을 채우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것을 ‘참아야 한다’는 도덕적 태도로 고집할 때 더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유발한다. 금주나 금연을 결심한 사람도 역시 그 결심을 실천하는 것은 극한의 고통이 따른다. 모두 고절이다.  괘사는 고절은 할 수 없다(不可)고 단정한다. 일시적으로는 절제할 수 있어도 오래갈 수 없다. 그런 절제는 실패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절이 아니라면 어떻게 절제하라는 말인가?

 

편안하게 절제할 수 있는 방법

통함과 막힘을 안다면 절제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렵지 않은 절제. 이와 같은 절제를 절괘에서는 안절(安節)이라고 말한다. 편안하게 절제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 사실 안절은 실천하는 것말고는 경험할 방법이 없다. 어쩌면 고절과 안절은 절제를 관념으로 접근하느냐, 실천으로 접근하느냐로 구분될지도 모른다. 실천 없는 금연은 불가능하다. 금단증상의 와중에서 시간이 지나면 괴로움이 사라질 것을 아는 이상, 그렇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온몸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고절에서 안절로 이행하는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적은 물질에도 만족하는 삶,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삶의 모습이 안절이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 라이피즘(lifism)이라는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다. 라이피즘은 인간의 삶과 생존과 생명을 존중하고, 그 바탕이자 전제인 생태를 중시하는 일련의 사상적, 실천적 활동을 가리킨다. 그가 주창하는 라이피즘의 계기는 의외로 단순해 보인다. 그는 사회주의 운동가였던 아버지 김철이 생전에 늘 “생활수준을 높이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생활수준을 한번 높여 놓으면, 그것을 내리기가 어려운 법이지요. 그러면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되는 거지요. 전 가난이 그다지 두렵지 않아요. 가난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방법을 자연스레 익힌 거지요.”(한겨레 2022년 1월 1일자, ‘살롱 드 여울’ 인터뷰 기사에서 )

 

안절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소박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삶과 맥락이 일치한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산다는 것이다. 가난을 결핍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의 토대로 여기는 것. 우리가 지향하는 덜 벌고, 덜 쓰는 삶은 다름 아닌 안절이다. 그렇다고 안절이 물질적인 측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과도한 격정같은 감정의 소모를 절제하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도 안절이다.

 

공생을 위한 절제는 달콤하다

그런데 주역은 안절이 궁극의 절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안절의 절제는 자기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고, 그래서 안절은 늘 자기만족에 그친다. 수택절괘의 구오 효사는 이 자기만족을 넘어선 절제인 감절(甘節)에 대해 말한다. 구오의 효사는 ‘감절 길 왕유상(甘節 吉 往有尙)’이다. “달콤한 절제는 길하니 나아가면 상서로움이 있을 것이다”라고 푼다. 가장 높은 차원의 절제에 이르면 절제가 달콤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안절이 자신의 절제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달달한 감절은 나의 절제가 타인의 기쁨이 되는 절제이다. 정이천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에 있어서는 편안히 행하고 천하는 기뻐하며 따르니, 절제함이 달고 아름답다.” 그의 해석을 따르면 절제라는 것은 자신이 편안히 행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모든 사람들과 조응하는 것이다. 절제의 본질은 이미 나의 경계를 넘어 사회적인 것이다. 나는 구오 효사의 갈 왕(往)자를 타인과의 적극적인 교류, 교감으로 해석한다.

 

이 감절은 이반 일리치의 용어, 컨비비얼리티(conviviality)와 닮아있다. 컨비비얼리티라는 말은 ‘개개인이 인위적인 제도의 억압 없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생기발랄하게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과 기술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 도와주는 자율적 공생의 상태’를 가리킨다. 이때의 컨비비얼(convivial)은 ‘화기애애한 모임의 즐거움을 선호한다’는 뜻으로, 원래는 스페인어의 ‘연회’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 단어에는 두 가지의 가치가 녹아들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지극한 즐거움’이고, 다른 하나가 ‘남과 더불어 누림’이다. 나와 타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율적으로 절제하는 것, 함께 하는 기쁨을 이루는 근본정신이 바로 감절이다.

 

절제를 ‘~해야 한다’는 당위로서 접근하면 고절이 되기 쉽지만, 생활 속에서 습관이나 태도를 바꿔 자연스럽게 몸에 절제가 배게 되면 안절로 변화한다. 말은 쉽지만 안절이 되기까지 많은 공부와 수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주역은 안절이 궁극의 절제가 아니라 감절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감절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 감이 오지 않았을 때, 나는 문탁 홈페이지의 ‘공생자행성’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곳에는 기꺼이 절제하며 함께 즐거워하는, 감절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http://moontaknet.com/?page_id=244) 생태적인 삶, 반소비적인 삶의 지향에 공감하면서 기꺼이 절제에 동참하는 친구들이다. 혼자 절제하는 것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친구들의 기쁨 덕에, 또 새로운 절제의 의욕도 생긴다. 혼자 하는 절제는 편안하지만, 함께 하는 절제는 달콤한 기쁨을 동반한다. 달달한 감절의 공생.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댓글 7
  • 2022-01-26 09:00

    안절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나아가 감절이 있었네요. 뭐든 나만 좋은거로 끝날게 아니라 함께 해야하나 봅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 2022-01-26 09:50

    컨비비얼리티를 잇는 감절 맘에 들어요  

    올해도 함께 감저ㄹ해보아요

  • 2022-01-26 10:12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는건 뭐죠ㅎㅎ

    잘 읽었습니다~ 

    안절도 감절도 참 소중한 마음이 그 안에 숨어 있는 듯

  • 2022-01-27 09:25

    작년에 수택절 괘사를 점사로 받아놓고 끙끙댔던 기억이 떠올라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나의 고절이 뭔지 다시 살피고, 감절의 희망은 놓지 않아야겠어요!

  • 2022-01-27 11:35

    '어얼쑤'  이모티 좀 찾아줘요~~

  • 2022-01-30 20:39

    안절, 감절을 공생과 연결지으니 그럴듯하네요^^

    주역세미나에서 절제가 금지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었다면 이제 그 달콤함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샘의 글이네요

    잘 읽었어요~~

  • 2023-04-27 15:37

    면접관님이 면접을 보고있던도중 저에게 감절에 의미에 대해서 말씀을하시저라구요 좋은의미일까요..?? 읽어봐도 도통 의미를 잘모르겠네요...

봄날의 주역이야기
  인생은 참아야 할 일투성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변화하려고 한다.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기도 하고, 새로 산 일기장에 정성들여 첫 줄을 쓴다. 작심삼일이 될 것이 뻔한 계획을 또 잡는다. 그런 새해의 다짐을 지키는 데는 크든 작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던가, 매일 운동을 한다던가,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 실행에는 또 크든 작든 ‘절제’가 요구된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금단증상처럼 견디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운동이나 공부도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억누르거나 견뎌내야 한다. 운동을 하려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공부도 가령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고, 견디고, 억눌러야 하는 일투성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에서 늘 절제심을 시험받는다. 주역에도 이런 ‘절제’에 관한 괘가 있다. 60번째 수택절(水澤節)괘는 괘 자체가 60이라는 한 주기를 매듭짓는 자리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인간사에서 중요한 절제를 다루는 괘이기도 하다. 절(節)은 수목의 마디, 뼈의 마디, 음절의 곡조, 사물의 한 단락, 규칙, 절제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절(節)이라는 글자에 대나무 죽(竹)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대나무가 마디 하나를 키우고 또 다른 마디 키우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자연 속의 생명들은 그런 방식으로 삶을 펼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절제이다. 마디를 매듭짓고 마디를 새로 시작할 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인생은 참아야 할 일투성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변화하려고 한다.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기도 하고, 새로 산 일기장에 정성들여 첫 줄을 쓴다. 작심삼일이 될 것이 뻔한 계획을 또 잡는다. 그런 새해의 다짐을 지키는 데는 크든 작든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던가, 매일 운동을 한다던가,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 실행에는 또 크든 작든 ‘절제’가 요구된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금단증상처럼 견디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운동이나 공부도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억누르거나 견뎌내야 한다. 운동을 하려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공부도 가령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고, 견디고, 억눌러야 하는 일투성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에서 늘 절제심을 시험받는다. 주역에도 이런 ‘절제’에 관한 괘가 있다. 60번째 수택절(水澤節)괘는 괘 자체가 60이라는 한 주기를 매듭짓는 자리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인간사에서 중요한 절제를 다루는 괘이기도 하다. 절(節)은 수목의 마디, 뼈의 마디, 음절의 곡조, 사물의 한 단락, 규칙, 절제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절(節)이라는 글자에 대나무 죽(竹)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대나무가 마디 하나를 키우고 또 다른 마디 키우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자연 속의 생명들은 그런 방식으로 삶을 펼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절제이다. 마디를 매듭짓고 마디를 새로 시작할 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봄날
2022.01.26 | 조회 663
봄날의 주역이야기
대장동 부동산개발비리사건으로 주역이 “떴다”. 의혹의 핵심에 있는 화천대유(火天大有)라는 자산관리회사의 이름 때문이다. 주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화천대유가 주역의 괘이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천대유는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았다는 대장동 금싸라기땅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리고 수백억원의 막대한 배당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회사 이름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은, 화천대유괘가 주역 64괘 중에서도 아주 좋은 괘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허물이 없다, 길하다, 이롭지 않음이 없다 주역 64괘 중 14번째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속에서도 대표적인 ‘부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괘(離卦☲)가 위에 있고, 아래에는 하늘(天)을 의미하는 건괘(乾卦☰)가 놓여있다. 하늘 위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 하늘 위에 있는 불은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자연의 온갖 생산물들이 결실을 맺게 한다. 이른 바 ‘등따시고 배부른 때’가 바로 화천대유의 시기이다. 그래서 대유(大有)라는 괘이름이 붙었다. ‘크게 있음’ 혹은 ‘크게 소유함’ 정도로 해석되는 화천대유괘는, 그래서 괘사도 토를 달지 않고 ‘크고 형통하다(元亨)’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효사들도 ‘허물이 없다’거나 ‘길하다’거나 ‘이롭지 않음이 없다’로 끝난다. 큰 경계의 목소리도 없고 헤쳐나가야 할 어려운 미션도 없다.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런 것 아닐까.   초구는 해를 끼치지 않으니 신중하면 허물이 없다. 구이는 큰 수레로 실으니, 싣고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허물이 없다. 구삼은 공(公)이 천자에 제사지내듯 하니, 소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사는 지나치게 성대함을 쫒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 육오는 진실한...
대장동 부동산개발비리사건으로 주역이 “떴다”. 의혹의 핵심에 있는 화천대유(火天大有)라는 자산관리회사의 이름 때문이다. 주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화천대유가 주역의 괘이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천대유는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았다는 대장동 금싸라기땅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리고 수백억원의 막대한 배당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회사 이름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은, 화천대유괘가 주역 64괘 중에서도 아주 좋은 괘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허물이 없다, 길하다, 이롭지 않음이 없다 주역 64괘 중 14번째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속에서도 대표적인 ‘부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괘(離卦☲)가 위에 있고, 아래에는 하늘(天)을 의미하는 건괘(乾卦☰)가 놓여있다. 하늘 위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 하늘 위에 있는 불은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자연의 온갖 생산물들이 결실을 맺게 한다. 이른 바 ‘등따시고 배부른 때’가 바로 화천대유의 시기이다. 그래서 대유(大有)라는 괘이름이 붙었다. ‘크게 있음’ 혹은 ‘크게 소유함’ 정도로 해석되는 화천대유괘는, 그래서 괘사도 토를 달지 않고 ‘크고 형통하다(元亨)’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효사들도 ‘허물이 없다’거나 ‘길하다’거나 ‘이롭지 않음이 없다’로 끝난다. 큰 경계의 목소리도 없고 헤쳐나가야 할 어려운 미션도 없다.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런 것 아닐까.   초구는 해를 끼치지 않으니 신중하면 허물이 없다. 구이는 큰 수레로 실으니, 싣고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허물이 없다. 구삼은 공(公)이 천자에 제사지내듯 하니, 소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사는 지나치게 성대함을 쫒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 육오는 진실한...
봄날
2021.12.13 | 조회 498
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봄날
2021.09.27 | 조회 684
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봄날
2021.07.26 | 조회 48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