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함께 그러나 불안정하고 모호한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2019) | 감독 노아 바움백 | 주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 137분 |         통상적으로 ‘가족’은 결혼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주거와 생계를 유지하는 단위로서의 ‘가구’와는 달리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가구와 가족의 구별은 사적 사회구성의 서로 다른 형태일 뿐, 그 구성원(들)의 밀도나 결속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밀함’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쉽게 말해,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방이 보이는 ‘원룸’구조와 현관문, 중문, 방문, 전실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안방’이 다르게 배치되는 이유다. 가족이라는 ‘스위트홈’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의 안방,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이 ‘부부’다. 이때 문제는 그들의 관계가 정말 내밀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내밀함을 가족 혹은 부부의 ‘견고함’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   어린 아들을 둔 부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서로에 대한 장점과 애정을 편지로 써서 읽어주려 한다. 그러나 니콜은 이혼조정 전문가 앞에서 그 편지를 읽지 못한다. 이미 벌어진 틈을 과거의 감정으로 메울 수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함께 그러나 불안정하고 모호한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2019) | 감독 노아 바움백 | 주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 137분 |         통상적으로 ‘가족’은 결혼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주거와 생계를 유지하는 단위로서의 ‘가구’와는 달리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가구와 가족의 구별은 사적 사회구성의 서로 다른 형태일 뿐, 그 구성원(들)의 밀도나 결속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밀함’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쉽게 말해,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방이 보이는 ‘원룸’구조와 현관문, 중문, 방문, 전실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안방’이 다르게 배치되는 이유다. 가족이라는 ‘스위트홈’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의 안방,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이 ‘부부’다. 이때 문제는 그들의 관계가 정말 내밀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내밀함을 가족 혹은 부부의 ‘견고함’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   어린 아들을 둔 부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서로에 대한 장점과 애정을 편지로 써서 읽어주려 한다. 그러나 니콜은 이혼조정 전문가 앞에서 그 편지를 읽지 못한다. 이미 벌어진 틈을 과거의 감정으로 메울 수는 없었다....
청량리
2022.05.29 | 조회 327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매력적인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 - 내 어머니의 모든 것(2000)/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전 세계에서 주목받던 초현실주의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1900~1983) 이후 몰락해가던 스페인 영화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페드로 알모도바르(1949~)다. 그는 현재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으로 우리나라 감독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알모도바르 감독의 특별전이 연이어 열리면서 신작 영화 <페러럴 마더스(2022)>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유럽 영화계의 악동’ 혹은 ‘호모 영화 작가’라고 불렸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가 여전히 거장으로 불리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모습이 좋지만 후기 작품들 속에서 사라져가는 그만의 생동감이 그립기도 하다.   젊은 날, 그의 공격성이 좋았다   잡지 『스크린』에 처음 소개되었던 그의 영화는 <신경쇠약직전의 여자(1988)>였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에밀 쿠스트리차’처럼 독특한 영화를 찍는 감독들에 꽂혀있던 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1992년작 <하이힐(1991)>을 극장에서 보고 나서 <마타도르(1986)>나 <신경쇠약직전의 여자>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도발적이고 강렬한 색채와 소재로 인해 음지에서 인기를 얻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영화 자체가 멋있게 보였다. 36년간 프랑코 정권의 긴 독재의 끝에서 벗어난 스페인 사회는 남성권력이 상징하는 가부장적 질서와...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매력적인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 - 내 어머니의 모든 것(2000)/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전 세계에서 주목받던 초현실주의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1900~1983) 이후 몰락해가던 스페인 영화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페드로 알모도바르(1949~)다. 그는 현재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으로 우리나라 감독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알모도바르 감독의 특별전이 연이어 열리면서 신작 영화 <페러럴 마더스(2022)>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유럽 영화계의 악동’ 혹은 ‘호모 영화 작가’라고 불렸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가 여전히 거장으로 불리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모습이 좋지만 후기 작품들 속에서 사라져가는 그만의 생동감이 그립기도 하다.   젊은 날, 그의 공격성이 좋았다   잡지 『스크린』에 처음 소개되었던 그의 영화는 <신경쇠약직전의 여자(1988)>였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에밀 쿠스트리차’처럼 독특한 영화를 찍는 감독들에 꽂혀있던 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1992년작 <하이힐(1991)>을 극장에서 보고 나서 <마타도르(1986)>나 <신경쇠약직전의 여자>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도발적이고 강렬한 색채와 소재로 인해 음지에서 인기를 얻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영화 자체가 멋있게 보였다. 36년간 프랑코 정권의 긴 독재의 끝에서 벗어난 스페인 사회는 남성권력이 상징하는 가부장적 질서와...
띠우
2022.05.17 | 조회 622
봄날의 주역이야기
전쟁에 정당한 명분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가 매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와의 개전선언 이래, 우크라이나, 특히 동남부 돈바스, 마리우폴을 비롯한 각 지역은 포화에 휩싸여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러시아의 예상은 빗나갔고, 강력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전쟁은 석달째로 접어들었다. 이 지역의 90%이상의 집들은 파괴됐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길 위에 내던져졌다. 많은 지역에서, 어제는 러시아의 탱크가 도로를 질주했다가 오늘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탈환하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지옥에 다름없다. 얼마 전, 이 전쟁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니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알자는 심정으로 <봄날의 살롱>이 열렸다. 속시원한 대답이나 해결책이 있을리 만무였고, 우리는 전쟁이라는 참상 앞에서 무기력한 슬픔을 나눌 뿐이다.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번 전쟁의 원인에 대해 여기저기 말이 많다. 그 원인은 간단하지 않다. 전쟁의 대의는 아주 복잡하고 오래된 역사적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기도 하고, 나토-미국의 연합과 러시아-유라시아 진영간의 격돌의 장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떤 명분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전쟁이 참혹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명분이건 간에 먼저 전쟁을 도발한 자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국민이라는 이유로, 하릴없이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매일을 견뎌야 하는 운명,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고 집을 잃고 굶주림과 공포에 떨어야 하는 운명을 지운 사태에 대해 어떤 명분이 정당한가.  ...
전쟁에 정당한 명분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가 매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와의 개전선언 이래, 우크라이나, 특히 동남부 돈바스, 마리우폴을 비롯한 각 지역은 포화에 휩싸여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러시아의 예상은 빗나갔고, 강력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전쟁은 석달째로 접어들었다. 이 지역의 90%이상의 집들은 파괴됐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길 위에 내던져졌다. 많은 지역에서, 어제는 러시아의 탱크가 도로를 질주했다가 오늘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탈환하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지옥에 다름없다. 얼마 전, 이 전쟁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니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알자는 심정으로 <봄날의 살롱>이 열렸다. 속시원한 대답이나 해결책이 있을리 만무였고, 우리는 전쟁이라는 참상 앞에서 무기력한 슬픔을 나눌 뿐이다.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번 전쟁의 원인에 대해 여기저기 말이 많다. 그 원인은 간단하지 않다. 전쟁의 대의는 아주 복잡하고 오래된 역사적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기도 하고, 나토-미국의 연합과 러시아-유라시아 진영간의 격돌의 장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떤 명분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전쟁이 참혹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명분이건 간에 먼저 전쟁을 도발한 자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국민이라는 이유로, 하릴없이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매일을 견뎌야 하는 운명,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고 집을 잃고 굶주림과 공포에 떨어야 하는 운명을 지운 사태에 대해 어떤 명분이 정당한가.  ...
봄날
2022.05.12 | 조회 415
요요와 불교산책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세상이 나와 싸운다. 진리를 설하는 자는 세상의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쌍윳따니까야』 22:94)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   깊은 산에 있는 사찰은 본당에 이르기까지 여러 개의 문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들 중 첫 번째 문이 일주문(一柱門)이다. 기둥 하나로 지붕을 받치고 있기 때문에 일주문이라고 한다. 일주문의 현판에는 보통 산 이름과 절 이름이 쓰여 있다. 그런데 역사가 오랜 절에 가보면 일주문에 앞서 사찰의 존재를 알리는 돌기둥이 있다. 바로 당간지주(幢竿支柱)다. 본래는 두 개의 돌기둥 사이에 높이 솟은 당간이 세워져 있었다. 당간이란 당(幢)이라고도 하고 번(幡)이라고도 하는 깃발을 거는 기둥이다. 당간지주의 용도는 당간을 양옆에서 지지하는 것이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 그 당간에 깃발을 걸어 행사를 알렸다고 한다.   일주문   당간지주   선(禪) 수행자들을 위해 화두 48개를 모아 놓은 『무문관』 29칙에 이 깃발과 관련된 유명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중국 선종의 여섯 번째 조사인 혜능이 주인공이다. 당간지주에 매달린 깃발이 흔들리는 보고 두 스님이 다투고 있었다.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했고 다른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비가 그렇듯이 두 스님은 꽤 열을 올리며 서로 네가 옳다, 내가 옳다 요란하게 다투었던 모양이다. 그 절에 왔던 혜능이 한 마디 던졌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소리에 다툼이 멈추었다.   움직이는 것은...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세상이 나와 싸운다. 진리를 설하는 자는 세상의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쌍윳따니까야』 22:94)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   깊은 산에 있는 사찰은 본당에 이르기까지 여러 개의 문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들 중 첫 번째 문이 일주문(一柱門)이다. 기둥 하나로 지붕을 받치고 있기 때문에 일주문이라고 한다. 일주문의 현판에는 보통 산 이름과 절 이름이 쓰여 있다. 그런데 역사가 오랜 절에 가보면 일주문에 앞서 사찰의 존재를 알리는 돌기둥이 있다. 바로 당간지주(幢竿支柱)다. 본래는 두 개의 돌기둥 사이에 높이 솟은 당간이 세워져 있었다. 당간이란 당(幢)이라고도 하고 번(幡)이라고도 하는 깃발을 거는 기둥이다. 당간지주의 용도는 당간을 양옆에서 지지하는 것이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 그 당간에 깃발을 걸어 행사를 알렸다고 한다.   일주문   당간지주   선(禪) 수행자들을 위해 화두 48개를 모아 놓은 『무문관』 29칙에 이 깃발과 관련된 유명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중국 선종의 여섯 번째 조사인 혜능이 주인공이다. 당간지주에 매달린 깃발이 흔들리는 보고 두 스님이 다투고 있었다.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했고 다른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비가 그렇듯이 두 스님은 꽤 열을 올리며 서로 네가 옳다, 내가 옳다 요란하게 다투었던 모양이다. 그 절에 왔던 혜능이 한 마디 던졌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소리에 다툼이 멈추었다.   움직이는 것은...
요요
2022.05.08 | 조회 373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과’가 필요할 때 시 Poetry(2010) | 감독 이창동 | 주연 윤정희 | 135분 | 15세 이상             영화는 개천에서 떠내려 오는 주검을 한 아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스토리는 ‘누가, 왜 죽였는지’ 밝혀나가는 방식으로 대부분 전개된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관심 역시 대부분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어디서, 왜!!! 그러나 이 영화의 질문은 애초부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66세 미자(윤정희). 그녀가 '시'를 배우기 시작한 건 자신이 알츠하이머 초기임을 의심한 이후였다. 스스로 ‘시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해보니 잘 안 써진다. 그러나 그건 사물의 이름이나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그녀의 증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자가 참가하는 문예교실에서 김용택 시인(극중 김용탁)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사과를 진짜로 본 게 아니에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그럴 때 느껴지는 무언가를...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과’가 필요할 때 시 Poetry(2010) | 감독 이창동 | 주연 윤정희 | 135분 | 15세 이상             영화는 개천에서 떠내려 오는 주검을 한 아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스토리는 ‘누가, 왜 죽였는지’ 밝혀나가는 방식으로 대부분 전개된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관심 역시 대부분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어디서, 왜!!! 그러나 이 영화의 질문은 애초부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66세 미자(윤정희). 그녀가 '시'를 배우기 시작한 건 자신이 알츠하이머 초기임을 의심한 이후였다. 스스로 ‘시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해보니 잘 안 써진다. 그러나 그건 사물의 이름이나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그녀의 증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자가 참가하는 문예교실에서 김용택 시인(극중 김용탁)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사과를 진짜로 본 게 아니에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그럴 때 느껴지는 무언가를...
청량리
2022.04.30 | 조회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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