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주역이야기 2회] 양생의 방법, 호시탐탐(虎視眈眈)

봄날
2021-09-27 02:33
683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 貞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스러운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 흉)

육이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니 바른 도리에 위배되고, 언덕에서 길러주기를 구하여 가면 흉하리라

六三 拂頤貞 凶 十年勿用 无攸利(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六四 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六五 拂經 居貞 吉 不可涉大川(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바른 도리에 위배되나 곧음에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너서는 안 된다

上九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므로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호랑이의 눈으로 엑스텐을 쏘다

무관중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운동경기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되었고, 관중의 뜨거운 응원은 사라졌다. 어쨌건 그 난리 속에서도 ‘양궁DNA’를 타고 났다는 우리의 양궁선수들은 금밭을 일구었다. 나는 스포츠 경기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양궁이나 사격같은, 정적인 경기는 더욱 재미없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우연히 양궁경기를 보게 됐는데, 한발 한발 신중하게 활을 쏘는 과정의 긴장감이 의외로 흥미로웠다. 정해진 화살을 다 쏘고 동점을 이룬 사수들은 이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내려 하고 있었다. 도쿄의 바람은 활은 물론이고 사수의 몸을 휘청거리게 만들만큼 거칠었다. 그것을 이겨내면서 오직 과녁을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 그들의 눈빛은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한 남자양궁선수는 사대(射臺)에 들어서면 맥박수가 뚝 떨어진단다. 살기 위해서는 꼭 뛰어야 하는 맥박이기는 하나, 깃털처럼 미세한 떨림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는 세밀한 과녁 겨냥에는 맥박도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맥박수를 줄이면서까지 집중해서 얻으려는 것은 ‘텐(10)’이라는 점수이다. 그런데 텐(10)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텐은 아니다. 양궁 과녁의 10점을 표시하는 원 안에는 또 하나의 작은 원이 있다. 그 작은 원안에 화살이 꽂히면 ‘엑스텐(X10)’이라고 한다. 엑스텐과 텐의 점수 차이는 없다. 하지만 엑스텐은 텐이라는 점수에 궁사의 실력에 대한 일종의 권위가 더해진다. 나에게는 이 엑스텐을 기대하며 과녁을 노려보는 궁사의 눈빛과, 산뢰이괘(山雷頤卦)의 육사효(六四爻)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눈빛이 오버랩되었다. 산뢰이괘의 육사효는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이다.우리가 자주 듣는 ‘호시탐탐’이라는 말이 바로 주역에서 유래된 것이다.

 

‘호시탐탐’이라는 말은 흔히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오늘날에는 이처럼 원래의 의미가 퇴색해서 다른 뜻으로, 혹은 정반대의 의미로 쓰이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말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가 드러날까 봐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경(詩經)에 나오는 이 말은 폭정 속에서도, 현자들이 다가올 위험에 대해 신중하게 자신을 다스리는, ‘좋은 의미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시탐탐의 본래 뜻은 무엇일까?

 

양생의 도, 산뢰이괘

 

이괘(頤卦)의 이(頤)라는 글자는 턱을 상징하고, 기른다(養)는 의미도 가진다. 여기서 기른다는 것은 양적 성장보다 ‘생명을 보존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괘는 위 아래의 강건한 양효를 턱에, 가운데 네 개의 음효를 음식물이나 말(言)을 형상화한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입을 통해 영양을 섭취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입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 영양이면 살지만, 독이 들어가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그리고 생명체마다 ‘기름’에 득이 되는 것과 독이 되는 것이 각각 다르다. 그러니 무엇이 영양이 되고 독이 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늘 바르게 영양을 취하라는 것이 이괘의 괘사에 나오는 ‘정길(貞吉)’의 의미이다. 또한 이괘의 ‘기름(養)’은 남을 기르는 일과 더불어 나 스스로를 기르는 일을 함께 말한다. 남을 기르는 일과 나를 기르는 일은 원래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내가 먹는 음식, 내가 한 말, 나의 지혜가 나에게는 영양이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지 않는지 총체적으로 살피는 것. 그렇게 총체적인 삶의 방식, 양생(養生)의 도를 안내하는 것이 이괘이다.

 

주역의 효들은 상괘와 하괘의 효끼리 대응하는 관계가 있는데, 초효와 4효, 2효와 5효, 3효와 상효가 각각 짝지워져서 서로 이끌리는 것으로 풀이한다. 가령 이괘에서 초구와 육사는 정응(正應)관계라고 해서 양-음으로 만나면 같은 성질(양-양 혹은 음-음)끼리 만나는 것보다 바람직한 관계로 푼다.

 

그러나 괘에 따라서 정응관계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령 이괘의 초구는 자신이 양생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는데도(주역에서 양효는 강건한 힘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자신과 이해관계에 있는 윗사람(육사)을 부러워하며 턱을 벌리고만 있다. 초구의 효사에 나타나는 신령스런 거북(靈龜)은 초구가 원래 장착하고 있는 능력이다. 거북은 오래 전부터 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초구 스스로 양생을 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힘을 가진 것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바깥의 유혹에 이끌린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초구가 자신의 힘을 기를 생각을 하지 않고 의타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점에서 정응관계가 오히려 부정적이다. 뜻을 세우고 굳세게 밀어붙일 수 있는 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시적인 다이어트 식품에 한눈을 팔거나, 근육질 트레이너에 자신을 투영해버리는 것이 초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이(顚頤), 거꾸로 기른다는 것은

 

그렇다면 초구와 호응하는 짝인 육사는 어떠한가. 음의 성질을 가진 육사는 전이(顚頤), 즉 거꾸로 기르는 덕을 발휘한다고 한다. 거꾸로 기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때 나오는 것이 ‘호시탐탐’이다.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사냥을 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낮추는 모양을 가리킨다. 먹잇감을 잡기 위해서 호랑이는 그런 자세로 상대를 집요하게 노려본다. 그러니까 전이는 호랑이가 자신이 잡을 상대를 노려보는 것처럼, 기르는 상대를 잘 살피기 위해 몸을 낮춰 관찰하는 것이다. 상괘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낮추고 충분히 하괘의 아랫사람을 살피는 것. 양생으로 이끌되 자신이 기획한 양생의 깃발을 들고 초구를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초구의 상황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의 역량에 맞게 양생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바로 전이이다. 전이(顚頤)는 육이효에도 등장하는데(六二 顚頤 拂經 于丘頤 征 凶), 육사효의 전이가 길(吉)한 반면, 육이의 전이는 흉하다. 육사가 아랫사람을 잘 살펴서 그를 양생으로 이끄는 전이를 수행한다면, 육이는 그저 초구가 가진 것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이 윗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초구에게 이끌려 가기 때문이다. 이때의 전이는 기르고 기름을 받는 관계가 역전된 것이므로 흉하다.

 

일상의 단단함과 호시탐탐이 만나다

 

처음에 내가 호시탐탐하는 호랑이와 과녁을 노려보는 궁사의 눈빛에 경외감을 느낀 것은, 목표를 향한 백 퍼센트의 집중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봤을 때 ‘나는 한 번이라도 저렇게 목표에 집중한 적이 있었던가?’하는 자괴심이 나를 덮쳤던 것이다. 나를 기르는 것도 대충, 자식들을 기르는 것도 대충이었던 삶을 정면으로 보면서 나는 이괘의 초구처럼 그저 부러워만 하고 턱을 늘어뜨렸던 것만 같아서 ‘그래, 나도 한번 호시탐탐해보자’는 당치도 않은 의욕을 다졌었다.

 

하지만 나는 육사효를 곰곰이 따져 보면서 호시탐탐은 ‘기욕축축(其欲逐逐)’과 함께 함으로써 가능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욕축축은 하고자 하는 바를 계속해서 쌓아간다는 의미이다. 양궁선수들은 엑스텐을 쏘기 위해 평소 하루에 천 개의 화살을 쏜다고 한다. 처음부터 ‘쏘기만 하면 엑스텐’을 만든 건 아니었을 것이다. 경기에서 엑스텐을 쏘는 궁사의 적중력은 천 개의 화살을 쏜 하루하루가 쌓여 얻어진 결과이다. 그러니 내가 우선 감탄하고 따를 것은 과녁을 노려보는 양궁선수의 호시탐탐이 아니라, 천 개의 화살을 쏘는 그의 일상의 노력, ‘기욕축축’이어야 하지 않을까.

 

혼자 하는 양생은 없다

 

주역의 괘 중에 ‘기름(養)’을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괘로 몽괘(蒙卦)가 있다. 몽괘는 어린아이를 키우듯 미숙한 것을 깨우쳐서 완성해가는 기름을 말해주는 괘이다. 그래서 기르는 주체와 길러지는 주체가 뚜렷하다. 하지만 이괘의 기름은 분명한 역할 구분도, 기르는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아 애매하고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이괘의 기름, 양생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양생이라는 말 속에는 개인 차원에서의 ‘생명 보전’외에, 복잡다단한 인간관계 전체를 다루어 ‘좋은 삶’으로 이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양생이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다면 그 방법은 피해야 한다. 아니, 애초부터 자신과 이웃이 함께 잘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양생인 것이다. 그래서 산뢰이괘의 하괘의 효사에 흉(凶)이, 상괘의 효사에 길(吉)이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하괘의 세 효는 자신의 양생을 꾀하는 데 급급한 반면, 상괘의 세 효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양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양생의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호시탐탐이다. 호랑이가 몸을 낮추고 먹이의 움직임을 관찰하듯이, 이웃 사람의 상황과 역량을 살피고 또 살피는 것. 양생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양생은 양생이 아니다.

 

댓글 7
  • 2021-09-27 10:57

    호시탐탐 양생의 도를 익혀가겠습니다. 주역 멋진 책이네요~

  • 2021-09-27 22:25

    내가 먹는 음식, 내가 한 말, 나의 지혜가 나에게는 영양이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지 않는지 총체적으로 살피는 것. 그렇게 총체적인 삶의 방식, 양생(養生)의 도를 안내하는 것이 이괘이다.

    :이웃의 상황을 살피는 호시탐탐 못지않게 '나'를 호시탐탐 살피기 위한 음식, 말, 지혜의 살핌도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읽히네요^^ 그렇게 총체적인 삶에 대한 감각을 위한 호시탐탐^^ 좋네요~

  • 2021-09-28 09:01

    <니까야>에 도를 닦는 출가자가 가져야 하는 일곱 가지 인식 중에 '음식에 혐오하는 인식'이 있더라고요

    맛에 대한 갈애로부터 마음이 물러서고 움츠리고 외면하고 그곳으로 손을 뻗치지 아니하여 그것에 대한 평온이나 혹은 혐오감이 확고해진다... 

    음식은 나누면 된다고 생각한 나에게 다시한번 잘 생각해보라는 과제가 되었는데 여기 양생을 말하는 산뢰이괘도 어쩌면 맥락이 닿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봄날샘의 주역이야기 갈수록 기대되는데요?^^

  • 2021-09-28 10:57

    ‘호시탐탐’의 진짜 의미를 알아 가네요~  ‘기욕축축’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양생의 도는 늘 ‘함께’ 가능하고 꾸준하고 낮은 자세여야 가능하다!

    ‘환대’의 의미도 이럴 듯합니다~~~

    주역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네요!!!

  • 2021-09-28 11:44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주역인데 이렇게 한번씩 글로 만나니 좋네요. 호시탐탐 노려보지 않고 잘 살펴볼게요~

  • 2021-09-29 22:14

    젊은시절 내욕심만 차리고 살았던 것이 흉하긴 하지만 이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에 위로가 되기도 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2021-10-08 03:42

    우와~ 멋지십니다!!! 

    기욕축축!! 

    이웃을 살피는 양생!! 

봄날의 주역이야기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그런데 점치는 방법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주역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은, 주역은 점을 치는 책으로 인정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내용과 의미를 꼼꼼히 원리와 뜻을 따져가며 해석해서 읽어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리를 따져가며 읽는 방식의 주역을 의리역(義理易)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점을 치면서도 그 해석을 의리적으로 하기도 하고 의리역으로서 주역을 읽으면서 수시로 점을 치기도 한다. 어쩌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취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일 수 있다. 가끔 혼자 혹은 함께 모여 시초점으로 괘를 뽑고 이것을 해석하는 재미가, 주역이 다른 텍스트와 구별되는 매력이 되기도 한다. 점을 쳐서 화수미제(火水未濟)괘를 얻었다고 치자. 그럼 나는 생각해본다. 나에게 왜 이 화수미제괘가 왔을까?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우선 이 괘가 길흉, 즉 좋은지 나쁜지를 먼저 따졌었다. 지금은 그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어떤 괘가 오든지 내내 좋기만 하든지, 내내 나쁘기만 한 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다고 환호하고 있을 때 막바지에 다가올 불운을 캐치해내지 못하는 것이, 나쁜 괘를 받아들고 심사숙고해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욱 큰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정(正)도 없고 응(應)도 기댈 바 없고 화수미제괘는 주역 64괘의 순서에서 마지막에 위치한 괘이다. 하나의 괘를 이루는 여섯 효는 음양의 배치에 원칙이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 효의 자릿값의 순서는 양-음-양-음-양-음이다. 63번째 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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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24.04.22 | 조회 127
봄날의 주역이야기
우리 사무실은 한 사람의 후원자 A씨가 거액의 전세 보증금을 빌려준 덕에 월세 없이 5년여를 버텨왔다. 그런데 그 후원자가 그것을 돌려받고 싶어했다. 실은 이런 뉘앙스의 말을 일년 전부터 들어왔다. 하지만 월세가 얼마가 되었건 새로운 고정지출을 만드는 건 회사 운영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나는 듣고도 모른 체 해왔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동네서점’을 지향하며 청년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점의 관리자 B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 서점이 0월말로 전세기간이 만료돼요. 조금 더 공간이 크고,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옮길 생각인데...혹시 함께 공간을 얻을 생각이 있으신지요?”   한번도 이 문제에 대해 입밖에 낸 적도, B씨와 논의한 적도 없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 제안에 끌렸다.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던 A씨에 대한 부채를 해결하고픈 생각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공간을 함께 나누면 월세의 부담도 덜고, 초기 위험부담도 적어질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덜컥 동의를 해버렸고, 하루 이틀 사이에 신축건물 2층 공간을 발견하고, 며칠 사이에 월세계약까지 해치워버렸다. 누가 떠민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정해진 수순처럼 나의 결정은 거침 없었다.   택천괘(澤天夬)는 바로 이런 결정의 순간을 가리킨다. ‘결단하다’, ‘결정하다’의 뜻을 가진 쾌(夬)라는 글자는 활시위를 당길 때 엄지에 끼는 깍지나, 깍지를 낀 손의 형상에서 나왔다. 활은 쏘아 맞히는 도구이고, 시위를 당긴 화살은 언젠가는 쏘아야 한다. 쾌괘는 목표를 겨누었다가 깍지를 풀어놓는 그 순간의 상황이다. 겨눌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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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24.01.08 | 조회 323
봄날의 주역이야기
다섯 달 동안 주역공부를 같이 했던 친구들과 발표회를 치렀다. 준비하면서 이번엔 좀 색다른 방식으로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에세이를 발표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많은 친구들이 퍼포먼스나 전시같은 형식을 택했다. 나도 몇 달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민화를 이용해 주역을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8개의 소성괘를 민화기법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민화로 주역을 표현한 작품들이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민화 작품이 음양오행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태극모양이거나 3획의 검은색 막대그림은 주역을 아는 사람에게도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니까 8개의 소성괘가 가진 물상을 그린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참고할만한 것이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나야말로 소성괘의 물상을 제대로 그려보리라는 욕심도 생겼다.   하늘, 땅, 연못, 번개(우레), 불, 물, 산, 바람의 물상을 가진 소성괘를 가시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만만하지 않았다. 하늘을 그냥 파랗게, 땅을 그냥 황토색으로 칠하는 것은 소성괘를 잘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산, 번개 등을 형상화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람’을 뜻하는 손괘(巽卦)를 형상화하는 일이었다. 바람은 기체의 움직임 자체이니 육안으로 볼 수는 없고, 불거나 멈추는 데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발생과 소멸 또한 예측할 수 없다. 형체없는 자연물의 형상화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하다가 마침 손괘에 배속된 자연물에 나무도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나무에 이는 바람’을 그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바람을 다시 보게 됐다. 바람은 형체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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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23.11.12 | 조회 214
봄날의 주역이야기
  쌀벌레가 나타나야 쌀이 상한 것을 안다 십년이 넘도록 함께 웃고 지내던 동아리에 일이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멤버 중 몇몇의 술이 과해서 벌인 쌈박질이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동아리 내에서 묵혀두었던 ‘과거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육십갑자가 넘은 사람들이 해도 되는 말과, 절대로 하면 안되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 욕설을 몇 번 주고받던 사람들이 급기야 의자를 집어던지고 주먹다짐을 하고 말았다. 장수하는 동아리로, ‘성격 좋은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는데, 비록 술기운을 빌렸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 속에 상처가 되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십년의 우정은 어디로 가고, 곪을대로 곪아버린 관계만이 드러났다. 그것은 주역의 18번째 괘인 산풍고(山風蠱)괘가 형상화한 ‘벌레먹은 그릇’, 바로 그것이었다.   괘명인 고(蠱)라는 한자는 그릇(皿) 속에 많은 벌레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벌레의 종류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때의 벌레는 쌀에서 생겨나는 바구미 같은 류를 생각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좀 오래된 쌀독을 열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구미처럼, 우리는 벌레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쌀이 상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바구미가 튀어나온 순간, 일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고, 시선은 쌀에서 벌레로 옮겨간다.     산 아래 머무는 바람이 하는 일 이렇게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데에는 나름대로 원인이 있을텐데, 64괘가 배열된 차례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산풍고괘는 18번째 괘인데, 16번째 괘는 ‘기쁨’을 나타내는 뇌지예(雷地豫)괘이고, 17번째는 ‘남을 따른다’는 뜻을 가진 택뢰수(澤雷隨)괘이다. 그러니까, 기뻐하고 따르는...
  쌀벌레가 나타나야 쌀이 상한 것을 안다 십년이 넘도록 함께 웃고 지내던 동아리에 일이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멤버 중 몇몇의 술이 과해서 벌인 쌈박질이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동아리 내에서 묵혀두었던 ‘과거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육십갑자가 넘은 사람들이 해도 되는 말과, 절대로 하면 안되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 욕설을 몇 번 주고받던 사람들이 급기야 의자를 집어던지고 주먹다짐을 하고 말았다. 장수하는 동아리로, ‘성격 좋은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는데, 비록 술기운을 빌렸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 속에 상처가 되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십년의 우정은 어디로 가고, 곪을대로 곪아버린 관계만이 드러났다. 그것은 주역의 18번째 괘인 산풍고(山風蠱)괘가 형상화한 ‘벌레먹은 그릇’, 바로 그것이었다.   괘명인 고(蠱)라는 한자는 그릇(皿) 속에 많은 벌레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벌레의 종류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때의 벌레는 쌀에서 생겨나는 바구미 같은 류를 생각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좀 오래된 쌀독을 열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구미처럼, 우리는 벌레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쌀이 상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바구미가 튀어나온 순간, 일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고, 시선은 쌀에서 벌레로 옮겨간다.     산 아래 머무는 바람이 하는 일 이렇게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데에는 나름대로 원인이 있을텐데, 64괘가 배열된 차례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산풍고괘는 18번째 괘인데, 16번째 괘는 ‘기쁨’을 나타내는 뇌지예(雷地豫)괘이고, 17번째는 ‘남을 따른다’는 뜻을 가진 택뢰수(澤雷隨)괘이다. 그러니까, 기뻐하고 따르는...
봄날
2023.07.04 | 조회 285
봄날의 주역이야기
주역의 4대 난괘 중 하나인 택수곤(澤水困)괘는 한 마디로 ‘결핍의 시대’을 상징한다. 이때의 결핍은 위는 연못이고 아래는 물인 곤괘의 물상이 변하면서 발생한다. 표면에 보이는 것은 연못인데, 연못에 차 있어야 할 물이 아래로 다 빠져나가 버려 못이 바짝 말라있는 상태. 물이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연못은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택수곤괘의 결핍은 곧 생명력의 결핍이다. 나는 그 모양이 정확하게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생태파괴의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은 수천년 전에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던 자연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곤괘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택수곤괘에는 그런 비극적인 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지 않을까? 나는 택수곤괘를 생태적 관점으로 읽어보려 한다.   인류문명은 택(澤)에서 시작됐다 곤괘를 생태와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연못을 뜻하는 ‘택(澤)’이라는 글자 때문이다. 주역의 괘는 여덟 가지의 자연의 형상을 본따서 만든 3획을 두 번 겹쳐서 만들어진다. 여덟 개의 괘에서 표현하는 자연의 물상은 하늘(☰), 땅(☷), 불(☲), 우레(☳), 바람(☴), 물(☵), 산(☶), 연못(☱)이다. 이 물상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서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만든 것이 주역이니, 주역은 당연히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성괘 중에서 다른 괘의 물상은 뚜렷한데, 연못은 어딘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을 뜻하는 감괘(坎卦)가 엄연히 있는데 굳이 같은 물을 머금고 있는 택괘(澤卦)가 또 다른 소성괘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역의 4대 난괘 중 하나인 택수곤(澤水困)괘는 한 마디로 ‘결핍의 시대’을 상징한다. 이때의 결핍은 위는 연못이고 아래는 물인 곤괘의 물상이 변하면서 발생한다. 표면에 보이는 것은 연못인데, 연못에 차 있어야 할 물이 아래로 다 빠져나가 버려 못이 바짝 말라있는 상태. 물이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연못은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택수곤괘의 결핍은 곧 생명력의 결핍이다. 나는 그 모양이 정확하게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생태파괴의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은 수천년 전에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던 자연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곤괘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택수곤괘에는 그런 비극적인 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지 않을까? 나는 택수곤괘를 생태적 관점으로 읽어보려 한다.   인류문명은 택(澤)에서 시작됐다 곤괘를 생태와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연못을 뜻하는 ‘택(澤)’이라는 글자 때문이다. 주역의 괘는 여덟 가지의 자연의 형상을 본따서 만든 3획을 두 번 겹쳐서 만들어진다. 여덟 개의 괘에서 표현하는 자연의 물상은 하늘(☰), 땅(☷), 불(☲), 우레(☳), 바람(☴), 물(☵), 산(☶), 연못(☱)이다. 이 물상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서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만든 것이 주역이니, 주역은 당연히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성괘 중에서 다른 괘의 물상은 뚜렷한데, 연못은 어딘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을 뜻하는 감괘(坎卦)가 엄연히 있는데 굳이 같은 물을 머금고 있는 택괘(澤卦)가 또 다른 소성괘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봄날
2023.04.22 |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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